대통령 만들기 대작전

12월 7일 - FORECAST

젊은 당대표와 노련한 킹메이커가 손잡았다. 대통령을 탄생시킬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12월 6일 송파구 올림픽경기장 케이스포에서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했다. 이준석 대표의 잠행과 윤석열 후보의 회유, 김종인 선대위원장의 영입으로 모든 것이 일사천리 진행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지금 ‘국민 통합형 정권 교체’를 외치고 있다. 이준석 대표와 김종인 선대위원장은 윤석열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 수 있을까?
WHY_ 지금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을 알아야 하는 이유

국민의힘 선대위 출범은 사실상 김종인 위원장 체제의 출범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대대적인 킹메이커다. 박근혜 정부를 살렸고 문재인 정부 탄생의 기틀을 만들었다. 골든크로스를 노리던 더불어민주당은 최근 조동연 전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의 사퇴에 연이어 김종인 국민의힘 선대위원장의 등판으로 타격이 크다. 이번 대선은 대통령 탄생의 로직을 재확인할 또 한 번의 킹메이커 무대일까? 혹은 킹메이커라는 칭호는 오래된 거품임을 반증할 더불어민주당의 역전 기회일까?
DEFINITION_ 스포츠

부산, 순천, 제주, 울산. 이번 이준석 대표의 잠행은 계획된 동선이었다. 부산에선 윤핵관으로 지목되는 장제원 의원 사무실을 찾았다. 순천은 지난 7월 30일 이준석 대표가 방문할 당시 윤석열 후보의 갑작스러운 국민의힘 입당으로 ‘이준석 패싱’ 논란이 일었된 곳이다. 지난 8월 이준석 대표와 원희룡 전 제주지사는 ‘윤석열 후보가 곧 정리될 것이다’라는 발언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울산의 아들이며 울산 울주군 또한 이준석 대표의 비서실장 서범수 의원 지역구다. 모든 스포츠팀 감독에겐 작전이 있다. 이준석 대표의 잠행 또한 치밀한 작전이었다. 다만 윤석열 후보가 그 작전에 동할지는 미지수였을 것이다. 이번 이 대표의 잠적기행은 한 편의 잘 짜인 스포츠 경기처럼 감독의 예상대로 흘러갔다.
RECIPE_ 불고기

국민의힘 집안싸움은 지난 12월 3일 잠정적 마침표를 찍었다.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가 드디어 회동한 울산 울주군 한 불고기 집에서였다. 김종인 위원장에게 전화가 연결돼 국민의힘 선대위 합류 의사를 밝히자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이준석 후보 또한 마음이 풀어졌다. 윤 후보의 ‘리프레시 발언’은 이 대표 없이 이번 대선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의 반증이었다. 이번 ‘불고기 회담’은 윤 후보의 한풀 꺾인 자신감, 이준석 대표 없이 2030의 표심을 얻기 어렵겠다는 판단의 결과다.
MONEY_ 608조

현재 논의중인 내년 우리나라 총예산은 608조 원이다. 2021년엔 558조 원, 2020년엔 512조 원이었다. 예산이 몸집을 불려온 만큼 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도 악화될 전망이다. 내년 대선은 대한민국 정부가 큰 정부와 작은 정부의 갈림길에서 방향을 정할 중요 변수다. 돈만이 아니다. 자리가 걸려 있다. 청와대 측이 주장하는 청와대 근무 인원은 450명이다. 전문가 및 미디어가 추정하는 규모는 1000여 명이다. 어느 통계가 팩트든 미국 백악관의 인적 규모가 500명인 걸 감안할 때, 그리고 국내 정계를 거머쥔 청와대 권력의 특성상,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대규모 권력 체제와 우리나라 예산이 내년 대선 결과에 달려있다.
KEYMAN_ 김종인

김 위원장은 벌써 공정에 착수했다. 12월 6일 한 방송에서 “정권 교체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스스로 출마를 포기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를 압박했다. 이재명 후보의 경우 “변신에 능하다” 표현했다. 이준석의 정치 경력은 10년이다. 김종인의 정치 경력은 40년이다. 이준석 대표의 거침없는 행보로 2030 지지층을 노린다면 김종인 위원장의 노련함으로 4050의 표심을 공략할 수 있다. 그의 경제민주화 노선 또한 부동층 중 큰 정부를 지향하는 일부 세력을 국민의힘으로 끌어올 열쇠다. 김 위원장이 강조하는 건 일사분란함이다. 김종인의 등장이 국민의힘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원동력이 될지, 혹은 당내 주요 인사들과의 마찰을 빚을 독선의 시작일지에 따라 야당의 미래가 달라진다.
REFERENCE_ 양정철

지난 11월 17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의원들과의 간담회에서 통탄의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요는 더불어민주당이 대선을 앞두고 절박함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 이번 선대위에서 확실한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양 전 원장은 왜 자문 역할을 적극적으로 자처하지 않는가? 정권 교체는 국민의힘뿐 아니라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외치는 키워드다. ‘이재명은 합니다’의 또 다른 함의는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차별화다. 그런데 양 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이다. 친문 세력과 갈등이 많았던, 그래서 이재명만의 새로운 민주당을 꾸리고자 하는 이 후보 입장에선 양 전 원장을 핵심 책사로 들여오는 건 어불성설이다. 국민의힘은 킹메이커를 영입하는 동안, 더불어민주당은 여전히 내부적으로 잡음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CONFLICT_ 이재명

불고기 회담을 마친 이준석 대표와 윤석열 후보는 이튿날 빨간 후드티를 입고 부산 서면에 등장했다. 후드티 뒷면 노란 궁서체로 크게 쓴 문구는 “셀카 모드가 편합니다”. 셀카는 시민과 함께 찍는 사진이다. 유권자와의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동시에 정치인은 사진 즉 정치의 중심이 아닌 일부로 있겠다는 전략이다. 같은 날 전북 군산 한 재래시장에서 이재명 후보가 즉흥 연설을 보였다. “제 출신이 미천함은 저의 잘못이 아니니 탓하지 말아달라.” 이 후보의 감정 호소는 최근 선대위 구성의 불협화음을 비롯해 당내 조급한 분위기를 반영한 결과다. 선거법상 공식 선거 기간이 아니라 연설에서 마이크 사용은 불가했다. 그날 시장에 모인 시민 중 과연 몇이 그의 말소리를 알아들었을지는 물음표다.
RISK_ 윤석열

“어떤 분들은 정권 탈취라고도 하죠.” 지난 12월 4일 부산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에서 윤석열 후보의 발언이다. 탈취는 약탈의 동의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을 숨기느라 바쁘다면, 국민의힘은 윤석열 후보의 말실수를 숨기느라 바쁘다. 지난 10월 22일 논란이 된 윤석열 후보 반려견 인스타그램 ‘토리스타그램’은 흔적없이 사라졌다. 윤 후보의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 ‘석열이형 탐구생활’이 업로드를 중단한 것도 같은 시점이다. 이때까지 윤 후보의 말실수는 정무 감각 없는 0선 후보의 실언으로 넘어갔다. 대선이 석 달 남짓 남은 지금, 윤 후보의 쇄신은 말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NUMBER_ 92


D-100의 지지율은 대선의 중요 지표다. 역대 대선에선 실제 득표율과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대선은 다르다. 제대로 된 키맨 하나 없이 인물론만 극으로 치닫는다. 대선은 최선보단 차악을 택하는 자리라 하지만 이번 선거만큼 유권자들에게 스트레스였던 적은 없다. 지지율은 언제든 전복될 수 있다. 핵심은 지리멸렬한 캐릭터 싸움에서 벗어난 정책 토론이다. 92일의 시간이 주어졌다.
INSIGHT_ 말

김종인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의 합작으로 윤석열 후보는 대통령이 될 수 있을까? 이재명 후보는 그걸 꺾을 수 있을까? 해답은 말에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선대위에 합류한 김영희 전 MBC 부사장도 짚었듯 이 후보는 “말을 잘” 한다. 반면 윤 후보 지지를 가로막는 가장 큰 요소는 '이런 사람이 대통령을 해도 될까' 의구심이 들게 하는 그의 발언들이다. 그걸 대변하는 것이 김종인 선대위워장과 이준석 대표의 말이다. 킹메이커는 그냥 탄생하지 않았다. 복잡한 정치판에서 진실을 읽는 눈, 소신을 조리 있게 말하는 능력이 킹메이커 김종인을 만들었다. 이준석 대표가 2030 지지층을 얻은 것 또한 거침없는 말재주가 한몫했다. 결국 김 위원장과 이 대표 합작의 성패는 윤 후보의 정무 감각을 얼마나 잘 감추는지, 이재명 후보는 그런 윤석열 후보의 약점을 얼마나 날카롭게 파고드는지에 달렸다.
FORESIGHT_ 별의 순간

대선 때면 여야 할 것 없이 몸값이 뛰는 김종인 위원장이 국민의힘을 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종인은 박근혜 대통령 당선 이후 경제민주화는 고사하고 찬밥 신세가 됐다. 문재인 대통령에겐 인간적인 실망감을 느꼈다. “이번엔 후회하지 않겠냐”는 CBS 김현정 PD의 날카로운 물음에 김종인 위원장의 대답은 “후회할 일 없도록 해야지”다. 김종인 위원장이 윤석열 후보에게 기대하는 것은 정직함이다. 그렇다면 윤 후보의 과제는 대통령 당선만이 아니다. 당선 이후의 행보에 더 큰 책임이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윤 후보를 두고 아직 초저녁의 별이라 말한다. 별이 진짜 반짝이는 순간을 보려면 대통령이 된 이후를 봐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권 말기 40퍼센트 지지율의 비결은 코로나 시국의 K-방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방역 수칙 번복은 정부가 위드 코로나의 실패를 사실상 인정하는 셈이었다. 게다가 국민은 이제 안전만으로는 만족하지 않는다. 이번 국민의힘 선대위에서 내세운 핵심 공약은 서민 경제 회복이다. 윤석열 후보는 과연 밤하늘 높이 떠오를 별이 될 수 있을 것인가. 혹은 잠깐 반짝이던 헤프닝으로 끝날 것인가. 국민의힘이 아닌 윤석열 후보가 대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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