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으로 헝한 자는 다 땅으로 망한다

12월 8일 - FORECAST

헝다는 중국발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될까? 한국은 부동산 위기로부터 안전할까? 우리도 땅을 치게 될까?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 그룹이 채무불이행 수순에 들어섰다. 6일 만기인 달러 채권 이자 8249만 달러, 한화로 976억 원을 끝내 갚지 못한 것이다. 작년부터 계속된 헝다 그룹의 부채 문제가 결국 디폴트 사태로 귀결되면서, 중국 부동산 시장은 경착륙 상황에 처했다.
WHY_ 지금 중국의 헝다 디폴트 사태를 깊이 알아야 하는 이유

90년대에 일본은 부동산 버블이 터지면서 ‘잃어버린 20년’을 맞이했다. 2008년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는 전 세계의 금융위기로 번졌다. 그런 점에서 헝다의 디폴트 사태는 오늘날 중국 경제의 중요한 축인 부동산 시장의 버블이 꺼지는 신호탄이 될 수 있다. 이번 헝다 위기는 중국발 리먼 브라더스 사태로 번지게 될까? 헝다 사태를 반면교사로 우리나라의 부동산 시장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
MONEY_ 370조

헝다 그룹이 갚아야 할 부채의 총액은 약 2조 위안이다. 원화로 370조 원이다. 이는 중국 GDP의 2퍼센트에 달한다. 발등의 불은 달러 채권이다. 헝다의 전체 달러 채권의 규모는 한화로 약 22조 7000억 원이다. 헝다는 6일 만기 달러채 이자 976억 원을 갚지 못해 디폴트 선언을 했다.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이달 28일에 약 2875억 원의 달러채 이자 만기가, 내년 1월에는 총 7건의 달러 채권 이자 약 4909억 원의 만기가 돌아온다. 헝다는 헝다자동차를 비롯한 계열사들을 매각하고 있지만 빚을 갚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로서는 중국 당국의 지원이 유일한 희망이다.
RISK_ 연쇄파산

중국 당국은 헝다의 디폴트 선언을 개별 기업 차원의 문제일 뿐이라고 발표했다. 물론 사실이 아니다. 헝다는 지난해 말 기준 중국 234개 도시에서 798개의 건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헝다에 계약금을 선지급한 부동산만 150만 채다. 헝다가 디폴트 사태에 빠지면서 전국의 시공사들은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헝다에 건설비를 지급하라고 항의하고 있다. 중국 도심에는 짓다가 만 아파트들이 즐비하다. 시공사의 건축이 중단되자 선분양으로 부동산에 돈을 지급한 사람들은 돈을 돌려달라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결국 헝다의 파산은 돈을 빌려준 지역 은행들을 비롯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시공사들, 그리고 선분양으로 아파트를 구입한 가계들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 내 주요 부동산 기업들의 부채가 헝다 못지않게 심각하다는 것이다. 
REFERENCE_리먼 브라더스

헝다 사태가 리먼 브라더스 때처럼 세계 경제와 금융 시장에 심각한 위기를 가져올까? 현재로서 그럴 가능성은 크지 않다. 연방은행 중심의 미국과 달리 중국은 지역 은행에서 기업에 대한 투자가 이뤄진다. 헝다의 경우도 광동성 지역 정부 권한으로 돈을 빌려준 것으로 헝다가 파산하더라도 이것이 중국 전체의 금융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적다. 헝다의 부채 규모는 중국 GDP의 2퍼센트로 중국 시장 내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헝다 사태는 리먼 브라더스의 경우처럼 주택을 담보로 한 파생상품과 복잡하게 연결된 국제적 사안도 아니다. 다만 헝다 사태는 중국 부동산 시장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헝다 사태가 제2, 제3의 부동산 기업의 파산으로 이어져 중국 당국이 유도하고자 했던 부동산 시장 연착륙이 실패하게 되면 이는 부동산 시장뿐만 아니라, 중국 경제 전체의 경착륙으로 이어질 수 있다.
CONFLICT_ 강매

헝다는 대출 규제로 인한 유동성 악화를 피하기 위해 위험한 꼼수를 썼다.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직원들에게 부동산과 금융상품을 강매한 것이다. 중국 언론에 따르면 헝다는 그룹 계열사 직원 3000여 명에게 300채의 아파트를 판매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상품에도 강제로 가입하게 했다. 1인당 최소 5만 위안, 한화로 약 1000만원 이상, 직원 15명당 1400만 위안의 투자금을 모으라고 강요했다. 헝다 자동차의 한 직원은 "목표 달성을 위해 친척들의 재산까지 투자했다"고 전했다. 대출을 받아 구매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고, 금융상품 투자금 상환까지 지연되면서 수많은 직원이 빚더미에 앉았다. 당국의 공적 자금 투입이 절실한 시점에서 기업 이미지 추락이 여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KEYMAN_ 시진핑

헝다 그룹의 대표 쉬자인은 이번 사태의 원인이자, 당사자이지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키맨은 될 수 없다. 현재로서 그가 할 수 있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데, 이는 결국 시진핑의 의중에 달렸다. 올해 시진핑은 공동부유론을 내세우며 중국 내 빈부격차 해소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지금은 위기 극복이 먼저다. 광저우 정부는 헝다 측과 함께 리스크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부채 규모와 헝다의 상환 능력에 대한 조사에 나섰다. 중국 당국은 부동산규제완화 카드를 꺼냈다. 한 마디로 막았던 대출을 일단 풀어서 주요 부동산 기업들이 헝다와 같이 디폴트 상태에 빠지지 않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헝다에 대한 공적자금투입과 부동산규제해제 카드는 공동부유 정책의 취지와 더불어 시진핑의 리더십도 흔들고 있다.
DEFINITION_ 시멘트경제

헝다 사태의 본질은 과도한 부동산 중심의 경제 성장에 있다. 사람들은 중국의 경제 성장에 대해서 제조업을 기반으로 높은 경제 성장을 이루었고, 지금은 알리바바나 텐센트 등의 빅테크 기업 중심으로 체질 변환에 성공해서 현재의 경제 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상 지난 십여 년간 중국 경제 성장은 우리로 치면 토건 사업, 부동산 경제를 통해서 이룬 것이었다. 알리바바, 텐센트 등 빅테크 기업들의 성장의 배경에는 은행의 부동산 대출에 투자하면서 얻은 이윤이 있었다. 현재 중국 GDP에서 부동산 시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4분의 1에 해당하는 25퍼센트에 달한다. 중국을 시멘트경제라 부르는 이유다. 시멘트경제는 중국의 제조업 성장이 둔화한 2010년대 이후에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실질적으로 견인해왔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시민들이 너도나도 부동산 시장에 뛰어들면서 중국의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부동산 과열로 인한 가계부채 상승은 중국 경제의 뇌관으로 자라났다. 어디서 많이 보아온 흐름 아닌가. 우리나라가 성장해온, 오늘날 처해 있는 상황과 다르지 않다.
NUMBER_ 104.4

104.4퍼센트. 우리나라의 GDP 대비 가계부채의 비율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가계 부채비율이 65퍼센트 이상이면 금융시장 안전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자금 대출 등 주택 관련 대출 규모가 948조 2533억 원으로 가계부채에서 약 52퍼센트에 달한다는 것이다. 2020년 2분기 기준 중국 GDP 가계부채 비율은 59.7퍼센트였다. 우리나라보다 한참 낮다. 중국은 부동산 과열로 인한 가계부채가 급증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출 제한 및 부실 부동산 기업 퇴출에 나섰다. 물론 이러한 조치는 헝다를 비롯한 부동산 기업과 시장의 줄 파산에 대한 우려로 멈춰 섰지만, 방향성 자체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RECIPE_ 공적자금투입


현재로서 헝다 사태의 불이 부동산 시장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방법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중국 당국은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헝다에 대한 공적자금투입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그러나 실제로 디폴트 수순에 돌입하면서 시장의 불안이 커지자 중국 당국의 입장도 달라지고 있다. 무엇보다 선분양권을 구입한 시민들이 피해를 입을 경우 일어날 수 있는 부동산 시장 경색과 여론 악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INSIGHT_ 반면교사

2008년 미국에서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일어났을 때 중국은 자본주의 체제의 문제점을 언급하며 중국은 다를 거라고 말했다. 계획경제 체제 하에서 중국은 적극적인 개입과 중재로 시장의 폭주를 막을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있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십여 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부동산 과열과 기업의 부도덕한 경영으로 위기를 맞고 있다. 결국 중국식 자본주의인 계획경제 체제가 미국의 자본주의 체제보다 우월하지 않았다. 어떤 정부건 부동산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면 결국 실패하게 된다. 헝다 사태는 중국 시장 경제 체제의 문제를 여실히 보여주는 한편, 정부가 부동산을 안일하게 다룰 때 그것이 시장에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안겨줄 수 있는지 돌아보게 한다.
FORESIGHT_ 에버그란데


헝다의 영문 이름은 ‘ever grande’이다. 계속 커지는 시장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다. 한 나라의 부동산 가격 상승은 국가의 경제성장률과 일정 정도 비례하게 상승한다. 무한정 오르기만 하는 부동산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여전히 가격 상승의 신화를 놓지 못하고 있다. 위에서도 보았듯이 우리나라의 부동산 관련 경제지표는 언제 버블이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좋지 않다. 내년에 정권을 잡게 되는 정당과 대통령은 부동산에 대한 대중의 환상을 이용하려 하기보다, 부동산이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는다면 우리는 헝다 사태보다 몇 배는 더 풀기 어려운 숙제를 떠안게 될 것이다.

한국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를 알고 싶다면 〈마지막 영끌세대〉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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