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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17일 - FORECAST

디어유가 SM을 뛰어넘었다. 팬덤 커뮤니티는 무엇이 되고자 하나?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팬 커뮤니케이션 플랫폼 ‘버블’을 운영하는 기업 디어유의 시가총액이 모회사인 SM엔터테인먼트를 넘어섰다. 지난 12월 13일 기준 디어유의 시가총액은 1조 7999억 원이다. 하이브에 이어 엔터주 2위 자리에 올랐다. 디어유는 SM엔터테인먼트 이수만 회장의 기획 아래 출범한 플랫폼이다. SM의 자회사가 어떻게 상장 1개월 만에 SM의 시가총액을 넘어서게 된 걸까? 팬덤 커뮤니티 플랫폼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WHY_ 지금 디어유의 성장을 읽어야 하는 이유

아이돌 팬덤 커뮤니티는 다양한 변화를 거쳐왔다. 과거의 커뮤니티는 매니지먼트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정보를 기반으로 작동했다. 인터넷을 통한 자유로운 정보 공유가 가능해지자 팬카페와 SNS 등지에서 팬들 사이의 소통이 활발해졌다. 지금은 플랫폼의 시대다. 알음알음 형성되던 팬덤 커뮤니티 역시 플랫폼의 품속에 안겼다. 플랫폼은 확장 가능성이 열려있다. 엔터 시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DEFINITION_ 소통

디어유의 서비스는 연결성에 중점을 뒀다. 아티스트와의 프라이빗 채팅을 강점으로 내세운 버블은 디어유 전체 매출액의 93퍼센트 이상을 차지한다. 버블의 성장은 직접적인 만남이 어려워진 팬데믹 이후 급물살을 탔다. 오프라인 네트워킹이 불가능해지면서 기존의 방법으로는 팬덤의 결속을 다지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버블은 이 시장을 공략했다.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거리감을 줄였다. 아티스트에게는 팬과 편안하게 소통할 수 있다는 감각이 장점으로, 팬에게는 아티스트의 소소한 일상을 받아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으로 작용했다. 소통은 둘 모두에게 필요한 시장이었다.
NUMBER_ 1:1

버블을 통해 아티스트는 모든 구독자에게 동일한 메시지를 보낸다. 아티스트에게는 일대다 소통이지만 팬에게는 일대일 소통으로 보인다. 그러나 팬만 친밀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다. 구독자가 모두 자신의 팬이라는 거름 장치 덕분에 아티스트에게도 부담이 덜하다. 모두에게 공개된 SNS에는 올리지 않는 소소한 타임라인을 공유할 수 있다. 버블을 통해서라면 친밀한 사이에서만 허용됐던 소통이 가능하다. 구독자와 아티스트만이 대화하는 듯한 감각을 주기 위해 메시지의 외부 유출도 엄격히 막고 있다. 아티스트는 팬이 직접 설정한 프로필 이름을 불러준다. 버블의 UI 디자인이 카카오톡과 유사해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니다.
RECIPE_ 구독 유지율

현재 버블의 구독자는 120만 명이 넘는다. 버블의 구독 유지율은 평균 90퍼센트를 상회한다. 첫 구독일은 팬과 아티스트가 연결된 기념일이다. 구독일수가 늘어날수록 팬이 답장할 수 있는 글자수도 늘어난다. 49일 차까지는 30자, 50일부터는 50자, 77일부터는 77자인 식이다. 해외 구독자가 70퍼센트를 넘어가기 때문에 글로벌 소통을 위한 번역 서비스도 제공 중이다. 자잘한 일상을 공유하며 쌓은 유대감과 아티스트의 인간적인 면모는 잠금 효과를 불러왔다. 팬들은 한 달 4500원의 가격으로 아이돌과 소통할 수 있다. 거부하기 힘든 구조다.
MONEY_ 410억 원

버블이라는 이름처럼 성장세는 가팔랐다. 디어유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410억 원이다. 디어유 상장의 주역인 버블 서비스를 출시한 전년 대비 214퍼센트가 오른 수치다. 영업이익률은 39퍼센트다. 내년 구글이 애플리케이션을 대상으로 한 수수료를 30퍼센트에서 15퍼센트로 낮추기로 하면서 수익성은 더 개선될 예정이다. 잠재 수익 경로는 무궁무진하다. 팬덤이 커지면 곧장 수익이 된다. 기존 엔터테인먼트의 수익구조가 콘서트, 굿즈, 방송, 광고, 음반 판매 등으로 한정됐던 것과 달리 모바일 플랫폼이라는 특성상 다양한 분야로 유연한 확장이 가능하다.
CONFLICT_ 경쟁업체

지난 1월 게임회사 NC소프트는 게임과 결합된 팬 플랫폼 ‘유니버스’를 출시했다. BTS의 소속사 하이브의 플랫폼 ‘위버스’는 지난 1월 네이버 ‘브이라이브’를 인수했다. 실시간 동영상 콘텐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브이라이브가 위버스와 만나면서 새로운 시너지를 냈다. 지난 11월 22일 방송된 BTS의 AMA 3관왕 축하 생방송에는 전 세계에서 1400만 명의 시청자가 몰렸다. 위버스, 디어유, 유니버스로 3분할 된 팬 플랫폼 시장에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폭넓은 확장이 필요하다. 디어유는 메타버스 기술을 적용한 ‘마이홈’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스타를 이용해 가상공간을 꾸미는 서비스로, 공간이 넓어지는 만큼 구독료가 늘어나는 시스템이다. 아티스트 풀을 넓히는 건 필수다. 디어유는 공모자금 가운데 77퍼센트를 해외 아티스트 영입 자금으로 사용할 것임을 밝힌 바 있다.
KEYMAN_ 이수만

SM 소속 아티스트의 입점은 버블의 성공적인 시작을 알렸다. 디어유의 전신은 모바일 메신저 회사 '브라이니클'이다. 돈톡과 은행 메신저 위비톡의 잇단 실패로 괴로워할 때 이수만 회장은 현재 디어유의 사업 모델을 제안했다. SM뿐 아니라 다른 소속사의 아티스트를 끌어오기 위해 FNC, 젤리피쉬를 비롯한 여러 연예기획사를 동참시켰다. 특히 JYP는 디어유 주식의 23.3퍼센트를 소유하면서 2대 주주로 올라섰다. 국내 1세대 소프트웨어 벤처기업인 ‘인프라웨어’의 공동 창업자 출신인 안종오 대표 역시 이수만이 데려온 인물이다. 대중에게 이수만은 연예기획사 사장에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플랫폼 시장을 새롭게 조직한 키맨이다. 이수만의 전향은 아이돌 산업과 팬덤 커뮤니티가 새로운 곳으로 향한다는 증거다.
REFERENCE_ 하이브

하이브의 시가총액은 13조 원으로 엔터주 시가총액 2위인 SM과 무려 12조 원 차이가 난다. BTS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주식 시장은 하이브를 엔터테인먼트로 보지 않는다. 연예기획사가 아닌 IT기업인 하이브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이다. 하이브의 총 매출액 7963억원 중 위버스의 매출 비율은 41.2퍼센트에 달한다. SM이 디어유를 시작한 이유와 디어유가 SM을 뛰어넘은 이유가 여기서 드러난다. 디어유는 모바일 플랫폼으로서 전방위적 확장을 꾀하고 있다.
RISK_ 팬심

아티스트를 이용한 사업이 확장하면서 팬들의 비난이 일었던 적도 있다. 지난 11월 퍼졌던 하이브 불매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버블 역시 출시 초기에는 AI가 메시지를 보냈으나 팬심을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기획사는 아티스트를 상품으로, 팬은 아티스트를 아티스트 자체로 바라본다. 팬덤이 플랫폼을 지탱하고 있기 때문에 이 관점 차이가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 커뮤니티가 오히려 팬들의 신뢰를 깨는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BTS는 아미 팬카페를 폐쇄하고 위버스로 팬덤 커뮤니티를 통합했다. 기존 팬카페 회원들은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외려 결속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표했다.
INSIGHT_ 팬덤 플랫폼

팬 커뮤니티 플랫폼은 불변하는 팬의 요구에 시대의 흐름을 결합했다. 위버스는 굿즈 판매와 온·오프라인 행사 예매까지 연계하면서 단순한 커뮤니티를 넘어선 종합 플랫폼을 지향했다. 더 이상 팬덤은 기수로 나뉘는 폐쇄적인 커뮤니티가 아니다.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플랫폼이다. 이전까지는 각각의 SNS를 돌아다니며 모아야 했던 정보가 하나의 플랫폼에 모인다.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더 많은 이가 팬덤의 소속이 될 수 있다. 커지는 팬덤만큼 플랫폼의 확장성도 커진다. 상품성 있는 아티스트를 길러내는 건 기본이다. 이제는 팬덤과 커뮤니티를 체계적으로 조직화해야 한다.
FORESIGHT_ IT기업

테슬라의 첫 시작은 자동차 제조업체였다. 지금의 테슬라는 자동차 제조업체가 아닌 IT기업이다. 하이브도 마찬가지다. 박지원 대표는 과거 넥슨의 CEO였다. 빅히트를 이끄는 신영재도 넥슨 출신이다. 방시혁 의장은 새로운 경영진을 뽑을 때 연예 기획사 출신은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SM엔터와 디어유의 이상도 IT업계를 향한다. 콘텐츠에서 플랫폼으로, 플랫폼에서 메타버스로 확장하는 비즈니스 모델은 수익성과 확장성이 높다. 현재 베타테스트 중인 ‘비스테이지(b.stage)’는 글로벌 마켓까지 포함한 올인원 팬덤 플랫폼을 노리고 있다. 산발적인 팬 커뮤니티가 플랫폼에 담기게 됐다. 새로운 엔터 시장은 불확실한 사람이나 작품에 의존하지 않는다. 안전하고 투명한 IT기업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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