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은 한쪽 날개로만 날지 않는다
 

12월 21일 - FORECAST

유니콘의 양적 성장이 두드러진다. 질적 성장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국내 유니콘 기업이 올해 7개 늘었다. 2021년 유니콘 기업이라 평가받는 국내 기업은 이로써 총 18개다. ‘크래프톤’, ‘비바리퍼블리카’, ‘에이프로젠’ 등의 기업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은 플랫폼 및 커머스 사업에 치중해 있다. 즉 소비자의 편리한 사용 경험을 겨냥한 B2C 사업에 투자가 몰리고 있다. 2021년의 끝자락이다. 미래 한국의 유니콘 기업은 어디로 향할까?
WHY_ 지금 한국의 유니콘을 읽어야 하는 이유

중소벤처기업부의 발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유니콘 기업 반열에 오른 기업은 4개다. 가상화폐 핀테크 기업 ‘두나무’, 주거 플랫폼 ‘직방’, 푸드 커머스 ‘컬리’, 지역 커뮤니티 플랫폼 ‘당근마켓’이 공식 파악된 유니콘 기업이다. 투자 유치 과정에서 1조 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곳까지 포함하면 올해만 7개의 기업이 유니콘으로 평가받았다. 한국의 스타트업이 급속도로 커지고 있다. 돈의 성격은 기업의 성격을 만든다. 투자가 몰리는 유니콘 기업의 미래를 전망하는 것은 우리나라 벤처 경제의 미래를 살피는 일과도 같다.
DEFINITION_ 유니콘

유니콘이란 기업가치 1조 원 이상의 비상장 스타트업 기업을 의미한다. 비상장 유니콘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셋 중 하나다. 큰 회사에 인수합병되는 M&A를 노리거나 상장해 엑시콘(Exitcorn)을 노리거나 실패한 유니콘인 유니콥스(Unicorpse)가 되는 것이다. 혹은 투자가치를 더 키워 데카콘, 헥토콘이 될 수도 있다. 유니콘은 종착지가 아니다. 0.00006퍼센트에 해당하는 소수의 기업만이 유니콘이 될 수 있지만 유니콘 자체가 만족할 수 있는 성과는 아니다. 비즈니스 모델과 투자의 성격에 혁신이 없다면 한국은 유니콘만 가득한 나라가 될 수 있다.
RECIPE_ 페인포인트

소비자가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인 페인포인트(Pain point)를 찾아 이를 해소하는 것이 스타트업 성공의 비결이다. 한번 편리함을 느낀 사용자는 그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B2C 스타트업은 사용자의 니즈에 맞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기업을 고객으로 하는 B2B 스타트업은 좋은 제품과 서비스는 물론이고 서비스 실적까지 요구된다. 또 국내 대기업은 소프트웨어를 사서 쓰지 않고 자체 개발하는 문화가 있다. B2B 유니콘을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이유다.
MONEY_ 5조 2593억 원

올해 3분기까지 벤처기업 투자 규모는 5조 2593억 원으로 지난해 3분기보다 82퍼센트 늘었다. VC의 대규모 투자는 해당 기업을 유니콘으로 성장시킨다. 그리고 투자받은 기업의 성공은 다시 VC의 투자 성과로 이어진다. VC의 눈이 향하는 곳에서 유니콘이 탄생한다. 5조 원을 넘는 규모의 투자에서 새롭게 태어난 유니콘들이 B2C에 치중된 것은 한국의 VC 투자가 눈에 보이는 매출과 빠른 수익에 집중하고 있다는 근거다.
CONFLICT_ 국내 VC

빠른 수익 실현에 집중하는 것은 국내 VC의 투자 구조 자체가 위축된 탓도 크다. 이 때문에 예비 유니콘이 유니콘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미국을 비롯한 해외 VC 투자가 필수다. B2B 유니콘 센드버드의 시리즈B, 시리즈C 단계에 투자한 13개의 투자기업 중 12개가 미국 투자기업, 1개가 일본의 투자기업이다. 업계에서는 국내 유니콘의 투자금 중 90퍼센트 이상을 외국 자본이라고 추산하고 있다. 토종 모험 자본 자체가 사라진 상황이다. 아무도 모험을 하지 않으니 시장은 점차 안전한 곳으로 숨어들어간다. 국내 VC 업계 전반에 새로운 변화가 필요하다.
RISK_ 악순환

B2C는 안전성을 바라는 벤처투자자에게 솔깃한 제안이다. 빠른 상장과 인수합병을 통해 투자금을 수익으로 연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VC의 투자가 빠른 수익을 쫓기 때문에 스타트업 창업도 B2C에 더욱 몰린다. 유니콘 기업이라는 수식어를 얻고 빠르게 엑시트하기 위해서다. 악순환이다. 한계가 분명한 파이를 나눠먹을 수밖에 없다. 기업용 채팅 서비스 센드버드와 인공지능 기반 광고 솔루션 업체 ‘몰로코’는 실리콘밸리에 본사를 두고 있다. 창업자가 한국인이지만 한국 유니콘이라 말하기 어렵다. 한국 창업 생태계 내부에 보이지 않는 한계선이 설정된다. 한곳으로만 흐르는 생태계는 건강하기 어렵다.
NUMBER_ 5년

70퍼센트가 넘는 국내 스타트업이 5년 이상 생존하지 못한다. OECD 주요국 스타트업의 평균 생존율이 40퍼센트가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우리나라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투자 유치의 어려움, 대체재 등장, 정부 규제 등으로 인해 많은 신생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넘지 못한다. 이를 넘는다고 하더라도 안정적인 구조와 거리가 먼 긱이코노미에 갇히는 경우가 많다. 정부가 경제와 일자리 분야에서 스타트업으로 안정적인 성과를 내기 위해 다양한 지원책을 내놓고 있지만 이마저도 특정 유망 업종에 집중되어 있다. 중기부가 12월 3일 발표한 2022년 예산안은 유망 기업에 대한 집중 지원을 약속했다. 유망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수직적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넓은 분야의 고른 성장과는 거리가 있다. 이미 유망하다고 판단한 것에 투자와 지원이 집중되면 다시 벤처시장은 내수시장으로 흐르게 된다. 열매가 아닌 뿌리와 줄기에 투자해야 한다.
REFERENCE_ 메타버스

새롭게 떠오르는 메타버스 분야는 어떨까? 국내 메타버스 기업의 트렌드는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미디어, 콘텐츠, 게임업종에 집중되어 있다. 이들을 지지하는 기술 기반인 네트워크, 클라우드, 보안, 3D 모델링 등의 분야는 ‘유니티’, ‘엔비디아’ 등과 같은 해외 기업이 강세다. 한국투자신탁운용 곽찬 매니저는 뿌리와 줄기 분야인 인프라 기업이 중장기적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한다.
KEYMAN_ 한킴

대다수 VC의 목적이 빠른 수익 실현인 것과 달리, ‘알토스벤처스’의 CEO 한킴은 기본 투자 기간을 12년 이상으로 설정하는 장기 투자로 차별화를 노렸다. 알토스벤처스의 투자 원칙은 ‘벤처’ 내부에 있다. 위험요소가 분명 존재하지만 길고 높게 성장할 수 있는 곳에 투자하는 것이다. 2009년에 알토스벤처스는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 ‘로블록스’에 투자했다. 로블록스는 지난 3월 상장했다. 알토스벤처스의 투자 이후 12년 만이다. 지난 11월, ‘세콰이어 캐피탈’ 역시 10년 만기 펀드를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야심을 가진 벤처의 야망은 10년으로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INSIGHT_ 지금, 당장, 여기

한국은 고객획득비용이 낮은 나라다. 비슷한 생활습관을 가진 사람들이 밀집해 생활하고 있기 때문이다. 입소문이 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 한국의 벤처 투자 업계는 이 장점을 안전한 단기 투자에만 활용하고 있다. 지금 당장 입소문이 나서 상장이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는 것이다. 안전한 국가적 경계 내부에서 성장이 멈춘다. B2B 기업은 문화적 차이의 벽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적다. 국경과 상관없이 글로벌한 서비스가 가능하다. 한국 벤처 투자 흐름이 내수 시장을 겨냥한 기업들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창업도 그 분야로 쏠려 있을 수밖에 없다. 이대로라면 한국 창업 생태계는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 헥토콘으로 넘어가기 어렵다. VC구조의 모험 투자와 이를 가능케 하는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FORESIGHT_ 모험

벤처는 모험해야 한다. 벤처 투자는 이 모험에 필요한 짐을 챙겨주고, 길을 닦고, 신발끈을 조여야 한다. 지금 한국의 VC 투자 경향은 모험의 탈을 쓴 패키지 여행에 가깝다. 계속해서 안전한 소비자 기술에만 투자한다면 새로운 국내 혁신 기업은 등장할 수 없다. 모건 스탠리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테슬라’보다 더 높은 가치를 가진 기업이라고 평가받는다. 그리고 스페이스X에는 ‘구글벤처스’를 비롯한 대규모 CVC가 투자하고 있다. 모두가 성공할 수는 없지만 크게 성공하는 분야는 모험자본에서 태어난다. 한국에 제2의 스페이스X가 등장하기 위해서는 긴 모험의 여정을 시작하는 벤처캐피털리스트가 필요하다. 그것이 유니콘의 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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