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 없는 전기차
1화

까다로운 전기차 충전 비즈니스

공용 전기차 충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업계와 정부의 공조가 필요하다.

전기차에 탑승해 깜짝 놀랄 준비를 해라. 부드러우면서도 빠르게 속도를 올려주는 배터리 덕분에 운전이 편안하고 재미있다. 전기차에는 구식 스위치 대신 태블릿 스크린 같은 최신 기술이 적용돼 있다. 또 가격이 내려가 전기차를 보유하고 운행하는 것이 기존 자동차만큼이나 저렴해지면서 탁 트인 도로는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매끈한 겉모습만 보면 그렇다. 트렁크 안에 엉켜 있는 케이블은 400킬로미터를 달릴 때마다 플러그를 꽂아 전기를 충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준다. 또 공용 충전 시설을 찾았을 때 장비가 손상되어 있거나 사용 자체가 막힌 경우도 있다. 사람들이 쉽게 전기차를 구매하지 않는 주된 이유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주행 거리 불안이라는 사실은 놀랍지 않다.

세계가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려면 사회 전반의 체제를 탄소 기반에서 전기 기반으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나 전기차가 점점 더 흔해질수록 충전이라는 문제는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현재 전기차를 보유 중인 부유한 사람들은 대부분 자택과 일터에 충전 시설을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많은 전기차 운전자들은 집 앞에 차를 대기조차 쉽지 않고, 전용 주차 구역도 없을 것이다.
전 세계 전기차 공용 충전소 개수 / 2020년 130만/ 2030년* 4000만/ 2050년* 2억/ * 예상 수치
2040년이 되면, 전기차의 약 60퍼센트 정도는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충전이 이뤄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방대한 공용 충전 시설 네트워크가 필요해질 것이다. 2020년 말 현재 전 세계적으로 그러한 공용 충전 시설은 130만 곳에 불과하다. 일부 예측에 의하면, 2050년까지 설정한 탄소 중립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억 개의 충전소가 필요하다.
 
그런 시설은 누가 설치하게 될까? 고속도로에는 수백 킬로미터 주행에 적합하도록 전기를 빠르게 충전할 수 있는 ‘장거리형’ 급속 충전 시설이 필요할 것이고, 일반 도로의 옆이나 쇼핑센터 주차장, 레스토랑 등에서는 좀 더 느린 형태의 ‘보충형’ 충전 시설이 필요할 것이다. 전기차 보유량이 증가 추세를 보면서 수익의 기회를 포착한 민간 부문에서 벌써부터 관심을 보인다. 전기차 제조사와 전문 충전 업체들도 관련 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초국적 석유 기업 셸(Shell)을 위시한 석유 기업들은 기존 주유소에 충전 시설을 설치하는 동시에 충전 회사들을 인수하고 있다. 전기를 판매하는 전력 회사들도 돈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그러나 충전 비즈니스는 몇 가지 커다란 문제들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중 하나는 충전소 사업자와 충전소 부지 소유주, 계획을 추진하는 당국, 그리고 전력 회사들 사이의 협업에 대한 것이다. 비용 또한 문제다. 추정치에 따르면 2050년까지 탄소 중립에 도달하려면 충전 시설을 확충하는 데 총 1조 6000억 달러가 필요하다. 전력망을 구축하더라도 초기에는 활용도가 높지 않아 수익을 내기도 어려울 전망이다. 또 다른 문제는 충전 시설 보급률에 격차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캘리포니아는 충전소를 설치하기에 좋은 장소겠지만, 네브래스카의 오지라면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여기에 업체 간 경쟁이라는 문제도 존재한다. 운전자들은 각기 다른 충전 업체에 따로따로 가입하지 않고도 다양한 곳에서 무리 없이 충전을 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 실험 중이다. 각국 정부들은 전기차 판매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 외에도 공용 충전소를 짓기 위해 현금을 뿌리고 있다. 미국의 공공시설 관련 법령은 2030년까지 50만 개의 공용 충전소를 설치하는 데 75억 달러의 예산을 책정해 뒀다. 영국은 건물을 신축할 때 충전 시설의 설치를 의무화할 계획이다. 그러나 관련한 예산은 푼돈에 불과하며, 이해 당사자들 간의 협업, 보급률, 편의성이라는 문제는 여전히 존재할 것이다.

각국 정부는 통신사들로부터 배워야 한다. 대부분 국가는 지역 및 국가 차원에서 이동 통신 사업을 하는 기업들에 주파수 대역에 대한 사용 권리나 면허를 경매에 부치거나 제한된 수량만 발행한다. 그에 대한 대가로 기업들은 주어진 일정 수준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광범위한 범위를 커버하며 경쟁해야 한다. 규제 기관들은 서로 다른 통신망끼리도 로밍할 수 있도록 규칙을 정해둔다.

이러한 접근 방식에도 결점은 있다. 유럽에서는 형편없는 경매 시스템 때문에 기업들이 엄청난 부채를 떠안게 되었다. 반대로 미국에서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지난 20년 동안 전 세계는 통신 인프라 구축을 위해 모두 4조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 그 덕분에 부유한 사람들을 위한 사치품이었던 휴대전화가 모든 사람의 주머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기후와 관련한 정책을 입안하는 똑똑한 사람들이 반드시 참고해야 할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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