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의 민족

12월 22일 - FORECAST

비싼 배달료는 외식 시장의 트러블메이커인가 새로운 문화의 성장통인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배달앱 요기요의 올해 11월 포장 주문 건수가 전년 동월 대비 90배 증가했다. 요기요가 포장 서비스를 도입한 건 2015년 8월이다. 지난 5년간 배달앱에서 명목상으로만 유지되던 포장 서비스가 갑자기 주목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거리 할증, 야간 할증, 최소 주문 금액에 기상 이변까지 한 스푼 추가한 비싼 배달료를 감당하는 것은 누구의 몫인가? 
WHY_ 지금 배달 시장의 변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

지난 8월 배달의민족 앱 월 이용자는 2000만 명을 돌파했다. 올해 배달의민족, 요기요, 쿠팡이츠의 누적 결제 추정 금액은 20조 원에 달한다. 높은 배달료는 단순히 오늘 나의 비싼 한 끼를 의미하지 않는다. 코로나로 배달 수요가 늘자 요식업계의 플랫폼 의존도가 늘었다. 배달 라이더가 부족해졌다. 그래서 배달료가 비싸졌다. 그래서 포장 주문이 늘고 있다. 다음엔 어떤 변화가 생길지 모른다. 배달료는 현 요식업 생태계의 가장 큰 트러블메이커이자 외식시장의 변화를 이끄는 주요 변수다.
DEFINITION_ 분업

배달은 분업이다. 자영업자, 플랫폼, 라이더를 거쳐 소비자에게 온다. 배달료 인상이 문제시되는 이유는 책임 주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는 배달의 마진율이 낮다고 울상이다. 배달 플랫폼은 적자다. 라이더들은 근로 환경이 열악하다며 임금 동결 혹은 인상을 요구한다. 고객은 음식값보다 비싼 배달료에 심술이 났다. 수요가 폭증하여 시장은 빠르게 형성됐는데 그 비용을 분담할 체계적인 구조는 자리 잡지 못한 게 현실이다.
RECIPE_ 2년

지난 12월 2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배달 앱을 비롯한 플랫폼 사업자 1000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21년 온라인 플랫폼 이용사업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사업자가 온라인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유 1위는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으면 영업을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59.2퍼센트)’이었다. 설상가상으로 최근 백신 패스가 도입됐다. 매장 식사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코로나가 한 달 만에 종식했더라면 배달 수요는 잠깐 폭증하고 말았을 것이다. 판데믹이 일상이 된 현재 배달은 어쩔 수 없는 대체재를 넘어 지난 2년간 편리함을 확인한 유용한 서비스로 자리 잡았다.
 REFERENCE_ 지자체

지역 자치 단체 또한 배달 시장에 뛰어들었다. 인천 서구의 ‘배달 서구’, 전북 군산의 ‘배달의 명수’ 등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공공 배달앱이 지난해 유행처럼 번졌다. 지역 상인 수수료 감면, 지역 화폐 결제 시 할인 등 소비자와 소상공인에게 혜택이 되는 경제 선순환이 목적이었다. 취지는 좋았으나 그만한 효용을 보여주진 못했다. 배달의 명수는 지난해 3월 출시 일주일 만에 가입자 수 1만 5000명을 기록하며 국내 1호 공공 배달앱으로 주목받았으나 하반기에 들어선 이후 줄곧 하락세였다. 기존 대형 배달 플랫폼보다 가맹점 수가 적으니 이용자 확보가 어려운 현실이다. 효용을 차치하더라도, 지자체 세금을 투입할 정도로 배달이 공공 가치가 있는 서비스인지 또한 의문이다. 
NUMBER_ 112억

배달 앱은 수수료로 자영업자를 괴롭히는 악덕 플랫폼인가?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2019년부터 영업 손실 112억 원 규모로 적자 상태다. 올해도 흑자 전환은 어려울 전망이다. 쿠팡이츠는 더하다. 쿠팡의 영업 손실은 지난해 6144억 원이었다. 배민과 쿠팡 모두 배달 수요가 늘자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느라 광고 및 프로모션비 지출이 컸다. 서비스 초기 쿠팡이츠는 배달료 무료에 최소 주문 금액도 없었다. 시장 점유율이 낮은 요기요가 오히려 흑자인 이유는 애초에 마케팅 경쟁에 힘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싼 배달료는 단순히 플랫폼의 수수료 욕심이 아니다. 과점 시장 경쟁 과열의 결과다.
MONEY_ 600만 원

라이더는 정말 돈을 많이 벌까? 배달 대행업체 ‘생각대로’ 서울 지점 기준 라이더는 건당 1km 기준 4000원에 500m당 500원의 거리 할증을 붙인 배달비를 받는다. 2km 거리를 이동하면 5천 원을 번다. 한 시간에 여섯 건, 하루에 마흔 건을 뛰면 일 20만 원을 버는 셈이다. 쉬는 날이 없다고 가정하면 월수입은 약 600만 원이다. 세간에서 들리는 ‘라이더 억대 연봉’은 이런 대행 업체의 전문 라이더 얘기다. 하지만 라이더보다 돈을 많이 버는 사람은 따로 있다. 라이더와 음식점을 이어주는 배달 대행업체다. 가게가 소비자에게 노출되는 건 배달의민족 같은 플랫폼을 통해서다. 소비자에게 음식을 배달하는 건 대행업체를 통해서다. 플랫폼 측은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오히려 광고비를 내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배달 대행업체는 업주에게 매달 일정 금액의 가맹비를 요구한다. 가맹비는 카페처럼 주문 수가 적은 업종의 경우 월 15만 원부터 시작한다. 배달 건수가 많은 피자 가게와 중국 음식점 등은 월 50만 원부터 시작한다.
CONFLICT_ 라이더

라이더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달라지고 있다. 지난 6월 17일 경기도 이천 소재 쿠팡 물류 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평소 직원 처우는 물론 안전 관리에도 소홀했다는 것이 잇달아 밝혀지며 ‘쿠팡 불매 운동’이 일었다. 과로하는 기사들에 대한 응원과 존중이 다수 여론의 목소리였다. 지금은 다르다. 지난 12월 13일 민주노총 산하 배민라이더스지회는 기자 회견을 열어 배민 기본 배달료 인상에 관해 파업을 예고했다. 관련 기사엔 라이더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수두룩하다. 사람들이 배달 기사들을 열악한 노동 현장을 개선하고 지켜줘야 할 일일 근로자라고 생각했다면, 배달앱의 포장 주문 건수가 급증하지 않았을 거다. 현재 소비자가 부담하는 비싼 배달료와 고소득 라이더에 대한 불만이 결합해 배달 종사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낳았다.
KEYMAN_ 이병헌

이병헌은 지난 9월 SNL코리아에 출연해 배달 라이더를 연기했다. 배달 기사는 위험한 사고가 잦아 옷 속에 어깨 뽕을 넣고, 악천후에도 미끄러운 빗길을 뚫고 운전해야 한다고 말한다. 왜일까? 해당 OTT 플랫폼 쿠팡플레이의 자회사 쿠팡은 배달앱 쿠팡이츠를 운영한다. 이병헌의 입을 통해서라면 라이더를 향한 부정적인 여론을 누그러뜨릴 수 있을지 모른다는 의도가 숨어 있다.
RISK_ 긱이코노미

라이더는 소비자에게만 눈엣가시가 아니다. 플랫폼 입장에서도 관리하기 번거로운 집단이다. 인력 수급이 불안정할뿐더러 긱 이코노미의 일부인 라이더들에게 책임 의식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가게를 운영하는 사장님에게도 골치다. 배달을 제시간에 가지 않는 기사, 수수료만 받고 사라지는 기사, 매장에 늦게 오거나 너무 일찍 도착해 성을 내는 기사 등 불친절한 배달 기사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불만은 이미 높다. 매번 서비스의 질이 달라지는 라이더들에게 피로를 느낀 일부 매장에선 벌써 배달 전문 직원을 고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INSIGHT_ 외식시장

외식의 개념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엔 밖에서 먹으면 외식이었다. 이제는 외식 시장이 매장 식사, 배달, 포장으로 나뉘어 그 안에서도 세분되고 있다. 매장 식사는 코로나 여파로 줄었다. 업주 입장에서 1층 상권을 고수할 이유가 희미해졌다. 배달은 배민1, 치타배달 등 비싸지만 빠른 배달과 싸지만 느린 배달로 나뉘었다. 소비자가 취향 따라 서비스를 고를 수 있다. 포장 또한 최근 배달앱에서 큰 지면을 차지하고 있다. 음식을 픽업할 만한 식당이 내 주위 어디 있는지도 지도로 확인할 수 있다. 10년 전까지만 해도 배달은 짜장면을 시키면 집 앞까지 가져다주는 고마운 문화였다. 이젠 문화가 아닌 필수 불가결한 서비스로 자리 잡아, 외식 생태계 전반은 물론 이커머스와 모빌리티 등 관련 기업의 돌파구로도 주목받고 있다.
FORESIGHT_ 포장의민족

배달의 수요는 분명하다. 공급은 부족하다. 수요와 공급의 갈등을 해소하려면 지금처럼 라이더에만 의존할 수 없다. 비싸고 불안정한 배달료에 제동을 걸 필요가 있다면 방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가게 측에서 배달 전담 직원을 고용하는 것이다. 배달 직원이 생긴다고 배민과 같은 플랫폼에서 소외되는 게 아니다. 플랫폼에 노출되는 것은 여전하되, 배달만 대행업체가 아닌 자체 인력을 사용하니 안정적인 서비스를 확보할 수 있다. 다른 하나는 소비자가 직접 음식을 픽업하는 것이다. 상술했듯, 배달료 인상에 대한 반감으로 포장 주문 고객이 늘고 있다. 아무리 몸이 편해도 음식 가격의 25퍼센트, 때때로 50퍼센트가 넘는 음식을 주문하면 마음이 불편하다. 포장의 수요가 많아진다면, 플랫폼들은 배달 서비스 론칭 초기처럼 또 아무렇지 않게 광고할 것이다. 우린 원래부터 포장의 민족이었어.


긱 이코노미의 생태계를 더 깊이 읽고 싶다면 《긱 이코노미의 게이미피케이션》을 추천합니다.
전직 리프트 드라이버의 이야기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