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정치

12월 23일 - FORECAST

대장동 의혹의 키맨이 또 숨졌다. 두 죽음은 대권의 향방을 가를 것인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 1처장이 지난 12월 21일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사망 당일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한 사안으로 중징계를 받으리라는 걸 알게된 차였다. 앞서 12월 10일엔 유한기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본부장이 투신했다. 두 죽음은 무엇을 말하고 있나. 어느 곳을 가리키고 있나.


WHY_ 지금 김문기 사망 사건을 읽어야 하는 이유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 투신 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비통한 심정을 내비치며 명복을 빌었다. 그러나 김문기 처장 사망엔 모르쇠로 일관한다. 대선판은 마타도어와 네거티브 일색이지만 사람이 죽는 판은 아니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대장동 의혹은 답보 상태가 됐다. 이번의 죽음은 공포의 냄새를 풍긴다. 차기 5년을 이끌지도 모를 유력 대권 후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웠다. 정쟁을 떠나 유권자라면 이 어둠을 직시해야 한다.


DEFINITION_ 실무자

김문기는 성남도공 개발사업 1처장이다. 성남도공은 이 후보가 성남시장 취임 당시 대장동을 민관 합동 개발하기 위해 설립한 공기업이다. 김 처장은 성남도시개발공사 실세 유동규 기획본부장의 측근이다. 유 전 기획본부장이 리모델링 조합장이던 당시 아파트 시공사 영업 부장이었다. 판교 대장 쪽은 개발 2처 관할이나 유 전 기획본부장은 김 처장이 있는 개발 1처로 이관했다. 화천대유가 설립된 후 전 성남도공 사장 황무성이 내쳐지고 유 전 기획본부장이 조직을 장악하자 대장동 사업에 있어 김 처장의 역할이 커졌다. 유족들은 김 처장이 그저 실무자였다고 말한다.


RECIPE_ 배후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김 처장의 동생은 형이 억울하게 돌아가셨다고 했다. 김 처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결정에 누군가 개입된 걸까. 외압에 의한 자살인지, 연루된 이들이 목숨을 건 약속을 했는지는 알 수 없다. 김 처장의 동생은 위의 결정권자 없이 대장동 사업을 추진할 힘이 형에게 없었을 거라고 말한다. 죽음이 아닌 대장동 사업 진행에 배후가 있단 뜻이다. 성남도공은 이 후보로 향하는 의혹의 지류다. 그 선상에 있는 유투(Two) 유한기 전 개발본부장은 투신하고 유원(One)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은 구속됐다. 그나마 통화 기록을 통해 검찰이 찾아낸 배후는 정진상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까지다. 현재 이 후보 캠프 비서실 부실장이자 이 후보가 직접 인정하는 최측근이다. 국민의힘과 정의당 심상정 대표 등은 정 부실장을 수사하라고 촉구하지만 김 처장의 사망으로 사실상 검찰이 손 쓰기 어려운 지경이 됐다. 이 후보는 이 의혹 어디에도 이름을 남기지 않았다. 반면 대장동 사업에서 손을 더럽힌 인물들은 죽거나 다친다.


NUMBER_ 7

화천대유는 의문의 수익률을 자랑한다. 그 실체는 초과 이익 환수 조항 삭제다. 2015년 대장동 민간 사업자 선정 당시 김 처장은 당시 성남도공 전략투자팀장인 정민용 변호사와 심사에 참여했다. 이 심사에서 둘은 화천대유가 포함된 컨소시엄의 점수를 높게 주고 경쟁사의 점수를 낮췄다. 게다가 초과 이익 환수 조항을 어떤 경위에선지 삭제했다. 지난 10월 20일 국토위 경기도 국감은 이 조항 삭제 여부의 진실 공방이었다. 국민의힘은 조항이 들어간 지 7시간 만에 삭제됐다며 배임이라고 공격했으나 이 후보는 해당 조항이 애초에 없었고 추후 미채택했을 뿐이라며 반박했다. 김 처장이 몇천억 원 규모의 개발 사업에서 단독 결정이 불가한 실무자에 불과하고 조항 삭제의 배후가 있다면 그 7시간은 배후와의 접점일 수 있다. 환수되지 못한 4000억 원의 배당금은 화천대유의 일곱 자회사 천화동인으로 나뉘어 들어갔다.


KEYMAN_ 정민용

성남도공 측 인물 중 유일하게 불구속 기소인 사람은 정민용 변호사다. 화천대유 설립 전부터 대장동 개발에 눈독을 들이던 남욱 변호사의 서강대 법대 후배로 성남도공에 추천됐다. 이후 성남도공 전략투자팀장이 되어 유 전 기획본부장의 측근이 됐다. 역할은 성남의뜰 컨소시엄에서 성남도공의 이익을 1830억 원으로 제한하고 김 처장과 추가 이익 환수 조항을 삭제하는 등 법적 절차를 돕는 것이다. 화천대유 쪽 프로젝트 파이낸싱의 키맨이 남욱과 정영학이라면 성남도공의 대장동 사업에선 정 변호사다. 최근 김 처장을 향한 중징계는 당시 사업자 검토 과정을 함께한 정 변호사에게 내부 문건을 보여줬다는 게 이유다. 정 변호사는 성남도공에서 태업으로 쫓겨났다. 지금은 성남도공 소속이 아니라 엄연히 외부인이라 내부 문건 공유가 문제시됐다. 의혹은 명확하나 알 수 없는 이유로 불구속 기소 상태다. 대장동 사업을 돕고도 공직 신분이라 화천대유의 지분을 배당받지 못해 유 전 기획본부장과 유원홀딩스를 만들어 대표로 재직하며 화천대유의 투자를 받기도 했다. 현재 대장동 사업의 배후를 입증할 수 있는 성남도공측 유일한 인물이다.


CONFLICT_ 내분

큰 돈은 내분을 부른다. 화천대유의 배당금은 사실상 김만배 전 머니투데이 부국장과 남 변호사로 양분됐다. 김 전 부국장은 천화동인 1호이자 대주주다. 화천대유 설립 시기에 남 변호사가 정계 로비로 수사 받자 대장동 사업 일정에 맞춰 화천대유를 신속히 꾸린 인물이다. 정영학 회계사는 천화동인 5호로 적지 않은 돈을 배당 받았지만 결국 이 사건의 결정적 제보자가 됐다. 화천대유에서 흘러나온 돈은 설계자 의혹을 받는 이 후보에게 가지 않았다. 김 부국장과 정 회계사 통화 녹취록의 ‘그분’이 이 후보라는 의혹은 있지만 밝혀진 건 없다. 황금알을 낳는 화천대유는 배당금만 낳은 것이 아니다. 법률고문과 같은 내부 직책을 통해 주요 인사에게 거액의 급여를 지급하기도 했다. 수원지검 특수부 부장검사였던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이나 권순일 대법관, 박영수 특별검사 등이다. 50억 원 클럽으로 알려져 있다. 이 후보로 향하는 의혹의 또 다른 길이다.


MONEY_ 2억 5000만 원

이 후보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2018년 경기도지사 선거 TV 토론회에서 이 후보의 친형을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려 한 적이 없다는 발언 때문이었다. 1심 무죄, 2심 유죄였다. 벌금은 적지만 당선이 취소된다. 낙선할 위기에 처한 이 후보는 3심에 사력을 다해야 했다. 그 과정에서 동원된 대형 법무법인만 10곳, 변호사 수로는 28명인데 전관의 비율이 높았다. 이들을 모두 부리려면 이 후보 전 재산보다 많은 돈이 필요했다. 이 후보는 어떻게 변호사비를 냈을까? 그는 변호를 맡아준 이들이 사법연수원 동기 등이라 총 2억 5천만 원 정도를 지출했고 부당한 대납은 없었다고 했다. 3심 상고심의 변호를 맡은 송두환은 헌재 재판관을 역임한 민변 출신 전관인데 이 후보를 무료로 변론해줬다. 파기환송심까지 끌고 간 재판은 결국 무죄가 선고됐다. 사건을 대법원 전원합의체까지 이끌고 최고참으로서 영향력을 행사한 건 화천대유 고문을 맡은 권순일 대법관이었다.


REFERENCE_ BBK

혹자는 이 후보에게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모습을 본다. 투자자문회사 BBK는 이 전 대통령의 아킬레스 건이었다. 당시 BBK의 최대 지분은 DAS라는 회사가 가지고 있었는데 이 전 대통령이 실 소유주가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투자금을 횡령하던 BBK는 옵셔널 벤처스라는 이름의 투자 회사로 거듭났다. 주가 조작 사건 땐 5000명 이상의 피해자와 1000억 원대의 손실을 냈다. 옵셔널 벤처스를 인수했던 김경준 대표는 주가 조작 사태로 편취한 380억을 횡령해 미국으로 야반 도주했다. 김 대표는 미국 교도소에서 수감 중이었으나 17대 대선 당시 귀국하여 이 전 대통령의 BBK 지분 보유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했다. 이 전 대통령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에서 검찰의 조사 결과는 김 대표의 발언과 정반대였다. BBK는 김 대표가 100퍼센트 지분을 갖고 있다고 결론지은 것이다. 투옥 당시 검찰의 협박이 의심되는 대목이다. 김 대표는 향후 《BBK의 배신》이라는 책을 냈다. 검찰은 다가올 정권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대장동도 고발 사주 의혹도 속 시원한 특검이 어려운 이유다.


RISK_ 공포

대장동 의혹은 BBK 사건과 닮았다. 다만 돈을 직접 주무른 이 전 대통령과 달리 이재명 후보는 표면적인 돈의 흐름에서 벗어나 있다. 김 처장과 유 전 개발본부장의 죽음에선 공포가 읽힌다. 드러난 의혹을 혼자 감내해야 하기 때문인지, 내막을 발설할 경우 보복을 당하기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건 그 공포가 죽음보다 컸다는 것이다. 내막을 알지 모르는 정 변호사도, 유력 대권 주자를 수사해야 하는 검찰도 비슷한 두려움과 싸우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두려움이 유권자에게도 전이되는 것이다. 앞선 두 죽음은 이 후보의 목에 올가미가 조이는 것을 막았지만 영원히 풀 수 없는 상태로 남았다. 이 후보 아들의 사이버 도박 사이트 아이디는 ‘이기고싶다’ 였다. 부동층을 잡기 위해 지어보이는 이 후보의 웃음은 혹자에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이면의 얼굴로 비칠 수 있다. 


INSIGHT_ 미싱링크

이 후보는 스캔들과 의혹 덩어리다. 같은 처지의 윤 후보가 터져 나오는 의혹을 수습하지 못해 당내 분열을 초래할 때 이 후보는 빈틈없는 자신감을 보인다. 그 자신감의 배경엔 두 가지가 있다. ‘이재명은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행정 능력과 대장동 의혹을 밝히지 못할 것이란 확신이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는 대장동 의혹이 불거지던 당시 돈의 흐름을 쫓아야 범죄를 알 수 있다고 했다. 돈은 화천대유로 흘러갔다. 화천대유를 밀어준 성남도공의 주요 인물도 모두 돈의 흐름 안에 있다. 의혹이 사실이더라도 이 후보의 주머니엔 들어간 돈이 없다. 정치적 입신양명을 위해 화천대유라는 값비싼 유전을 이용했을 뿐이다. 플롯은 두 개다. 대장동 의혹이 이 후보와 만나는 지점은 부동산 개발 쪽이 아닌 사법 리스크 쪽에 있다. 그러나 화천대유에서 오고 간 금액의 거대함은 여론을 흐리고 우리 사회는 의혹을 쓴 이의 죽음을 동정하지 않는다. 의혹이 사실이더라도 이 후보가 단순한 지역 토건 비리로 여론전을 펼 수 있는 이유다. 고발 사주 의혹과 화천대유의 미싱 링크는 물욕이 아닌 권력욕을 쫓아야 가늠할 수 있다. 여론이 문제를 직시하지 않으면 추가 수사는 없다. 승자의 의혹은 의혹에서 멈춘다.


FORESIGHT_ 피카레스크

피카레스크는 악인전을 뜻하는 문학 장르다. 양당의 두 후보를 관통하는 의혹은 강력하지만 고령층은 대체로 윤 후보를, 4050은 대체로 이 후보를 지지할 것이다. 정권 교체를 원하는 목소리가 큰 탓에 민주당 집토끼는 대선 후보로 이낙연 후보가 아닌 이재명을 택했고 국민의힘 집토끼는 현 정권의 피해자이자 외연 확장이 가능해보이는 윤 후보를 택했다. 세대론 사이에서 젠더 갈등까지 부추겨진 젊은 세대는 이미 이번 대선은 차선이 아닌 차악의 선택이라는 걸 직감하고 있다. 신지예 한국 여성정치네트워크 대표의 윤 후보 새시대준비위원회행은 이런 시류를 대표하는 사건이다. 자신이 주장했던 페미니즘의 가치나 연정을 통한 해결보다 정권 교체를 위한 현실적 선택을 했다. 두 후보의 의혹은 한쪽이 당선될 시 필연적으로 고강도의 검찰 조사와 구속으로 이어질 것이다. 국민적으로 정치 공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졌다. 자신의 정치적 효용감이나 이념에 따라 유권자는 과감해졌다. 다만 선거 승리를 위해 악행을 눈감아주는 정치는 양당 구도의 고착화로 이어진다. 대선을 몇 달 앞두고 정책 논의가 휘발된 현 상황에서는 그나마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이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그가 보여줄 미래는 사이다 정치일 수도 있고 공포의 정치일 수도 있다. 이번 대선은 한 편의 피카레스크 소설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이재명의 탄생》를 추천합니다.
성남시장에서 경기도지사, 대선 후보까지의 행보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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