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니터 크기의 학교
 

1월 5일 - FORECAST

코로나가 교육을 바꾸고 있다. 교육의 구조 혁신은 어디를 향해야 할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원격 수업이 보편화되었다. 체계적인 대비책 없이 맞은 원격 수업의 시대는 학생들의 집중도와 이해도를 떨어트렸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해 6월 설문조사한 결과, 수업 내용 이해도는 등교 수업 4.47점에서 원격 수업 3.89점으로 하락했다. 수업 집중도의 경우 4.29점에서 3.60점으로 하락했으며 학업 스트레스는 원격 수업일 경우 최대 0.11점까지 높아졌다. 원격 수업이 교육 혁신만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니다. 벌어지는 학습 격차와 높아지는 사교육 의존도, 다양한 경험의 부재 등은 코로나 이후 교육계가 보완하고 혁신해야 할 문제다. 한국의 학교와 공교육은 팬데믹을 넘어 혁신할 수 있을까?
WHY_ 지금 코로나 이후의 교육을 읽어야 하는 이유

2020년 3월 전국 학교에는 첫 휴업 명령이 내려졌다. 2월 29일 909명의 확진자가 나오는 1차 대유행의 여파였다. 8월 발생한 2차 대유행 이후 학교는 전면 원격 수업을 도입했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은 올해 3월부터 전면 등교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지만 오미크론의 확산과 더불어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등교와 대면 수업의 축소는 불평등과 부작용을 야기했다. 모든 분야가 비대면으로 전환되는 상황이다. 기존의 교육 구조는 비대면 방식으로 효과를 낼 수 있을까?
DEFINITION_ 학교

학교는 단순히 지식을 전수하고 습득하는 공간이 아니다. 발달과 사회 적응, 교육을 위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이 교육에는 신체활동, 교우활동, 심리·정서적 활동, 사회성 발달이 포함된다. 코로나로 인해 갑작스레 시작된 원격 수업은 이런 학교와 교육의 역할을 대폭 축소했다. 등교가 제한적이었던 지난 2년 동안 학습 동기는 저하됐고, 다양한 교육 활동은 제한됐다. 등교를 하더라도 동아리 활동이나 체육 활동을 비롯한 학생들의 자발적 활동이 제한되면서 학교는 수업만을 위한 공간이 되었다. 수업만 듣는 학교는 대체재가 넘친다. 사교육이 해답이 됐다.
NUMBER_ 79퍼센트

2020년 7월 한국교육학술정보원에서 실시한 설문에 따르면 교사의 79퍼센트, 학부모의 62.8퍼센트가 원격 수업으로 인해 학생 간 학습 격차가 커졌다고 응답했다. 상호작용이 어렵다는 것과 내적 동기 형성이 어렵다는 점에서 학습에 악영향을 끼쳤다. 동시에 학생들의 정서적 고립 및 신체적 능력 저하 문제도 제기됐다. 작년 2분기 청소년 온라인 정신상담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5배 증가했으며 비만지표도 악화됐다.
MONEY_ 123만 4258원

한국노동패널조사의 2001-2020 사교육비 지출조사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 이후 상위 20퍼센트와 하위 20퍼센트의 사교육비 지출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 하위 20퍼센트는 12만 9113원을 사교육비에 지출했으나 상위 20퍼센트는 136만 3371원을 지출했다. 123만 원의 차이다. 성균관대 양정호 교수는 “학교가 제대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 결국 학교 이외의 대안을 마련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보여 주며, 학원 등의 사교육 기관에 더욱 의존할 가능성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사교육은 평등하지 않기 때문에 공교육이 필요하다. 코로나로 인해 공교육이 축소되자 고소득층은 학교보다 사교육에 의지했다. 저소득층 역시 다르지 않다. 가계에 부담을 느끼면서까지 사교육에 지출하는 돈이 늘었다. 2021년 월평균 소득 200만 원 미만 가구의 사교육비 비율은 16.5퍼센트로 전년 대비 1.6퍼센트포인트 증가했다.
CONFLICT_ 전면 등교

교육부는 3월 전면 등교를 목표로 삼고 있다. 전면 등교 실시로 교육 불평등 문제가 사라질 수 있을까? 2년은 긴 공백이다. 과거에는 등교해 시간표에 맞춰 40분간 수업을 듣는 일상이 당연했지만 지금은 등교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는 학생이 늘었다. 코로나 키즈는 학교라는 공간과 시스템이 낯설다. 전면 등교는 청소년 백신 접종과 확진자 증가 등의 다양한 실질적 어려움에 당면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해결된다 하더라도 전면 등교만으로 2년의 학습 공백을 채울 수는 없다.
RISK_ 불평등

교육 불평등은 단순히 소득적 격차에서만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코로나 이후 교육을 받기 시작한 세대와 그렇지 않은 세대 사이의 세대적 격차도 발생할 수 있다. 상위권 학생과 중·하위권 학생 사이의 불평등도 심화되고 있다. 원격 수업만으로는 학습의 필요성에 대한 내적 동기를 키우기 쉽지 않다. 더불어 부모 직업의 특성까지도 불평등의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집에서 아이를 돌보지 못하는 부모의 경우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이를 혼자 있게 할 수밖에 없다. 교육이 단순한 학습이 아니기에 공교육은 중요하다. 모두에게 주어지는 권리가 무너지면 사회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
RECIPE_ 교육회복

지난 7월 교육부는 모든 학생의 코로나19 극복 지원을 위한 「교육회복 종합방안」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2022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교육회복 종합방안은 크게 세 가지의 추진 과제를 설정했다. 교육 결손 회복, 유아·직업계고·취약계층 맞춤 지원, 교육 여건 개선이다. 학습 결손에 대한 종합 진단을 토대로 그를 회복하기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말이다. 2022년 교육부 예산은 총 88조 6418억 원으로 작년 대비 12조 1773억 원 늘었다. 이 중 코로나 이후 교육회복을 위해 투입된 중앙정부 예산은 약 8000억 원이다. 교육회복 방안은 엔데믹 이후 코로나 이전의 교육 상황으로 돌아가겠다는 계획이 아니다. 공교육을 보완하고 강화해 미래 교육으로 나아가겠다는 교육부의 야심이 담겨 있다.
REFERENCE_ 의료 모델

코로나 이후 교육 격차가 가시화된 건 한국만이 아니다. 학교의 폐쇄와 함께 교육 불평등에 대한 인식은 전 세계적으로 높아졌다. 슐레이허 OECD 교육국장은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교육 모델 전체에 혁신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의 공교육은 개인의 특수한 성장에 기여하는 의료 모델이 아닌 모든 학생에게 유사한 수업을 제공하는 공장 모델이다. 학생 개인의 학습 수준과 발달 과정을 고려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몇몇 아프리카 국가의 경우 코로나 이후 벌어진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따라잡기 수업(Catch-up class)을 도입했다. 간단한 구두시험을 통해 초등학교 고학년 학생들을 나이가 아닌 수준에 맞는 그룹으로 분류하여 보충 수업을 진행하는 형태다. 미국의 몇몇 학습 그룹은 다학년 제도를 도입해 나이에 상관없는 단계별 교육을 진행했다.
KEYMAN_ 오세훈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너진 교육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며 작년 온라인 학습 사이트인 ‘서울런’을 시작했다. 서울런은 지난 12월, 출범 4개월 만에 가입자 8000명을 달성했다. 만족도 역시 100점 만점에 85점으로 높은 편이다. 서울런은 학습 자원에 접근이 어려운 저소득층 학생과 학교 밖 청소년, 다문화 가정 청소년 등을 대상으로 무료 강의를 제공하는 사이트다. 엘리하이, 엠베스트, 메가스터디, 대성마이맥, 이투스 등의 사설 인터넷 강의를 무료로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EBS와 다르다. 공교육 역할의 축소로 인해 가시화된 교육 격차를 줄이기 위해 서울시가 사교육을 끌어들인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교육은 옳고 사교육은 그르다는 이분법적 편견으로는 나날이 벌어지는 교육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INSIGHT_ 공교육

지금 한국의 공교육은 경직된 시스템이다. 사교육은 그 경직된 시스템 바깥에 있다. 그러나 모두가 같은 수준의 사교육을 받을 수 없기에 격차는 필연적이다. 대책이 미비한 원격 수업이 장기화되면서 공교육은 퇴화했고 사교육이 번창했다. 사교육에 몰리는 현상은 공교육이 코로나에 적절히 대처하지 못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몇몇 교육 특구에서는 자녀가 아프다는 핑계로 아예 등교시키지 않는 경우도 발생했다. 혁신 없는 공교육 시스템과 팬데믹의 장기화가 만나 교육 불평등을 공고화했다. 2014년부터 실시된 선행학습 금지법, 초등학교 1학년부터 중학교 1학년까지 시험 전면 폐지 등은 격차를 벌리면서도 그에 대한 빠른 진단을 어렵게 만들었다. 온라인 학습에는 분명 잠재력이 있다. 코로나로 대두된 에듀테크와의 결합을 통해 학습 경험을 다양화할 수 있고, 시간적·공간적 제약을 줄일 수 있다. 이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표면적인 변화보다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하다. 낡은 교육 시스템과 인식을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코로나는 이 혁신의 필요성을 가시화시킨 방아쇠에 가깝다.
FORESIGHT_ 기회

언제나 “위기는 역사의 중요한 부분을 형성한다.” 교육 시스템의 위기를 어떻게 대처하는가에 따라 위기는 악몽으로, 혹은 희망의 실마리로 번역될 수 있다. 코로나로 인해 드러난 균열을 더 튼튼한 구조로 나아가기 위한 성장통으로 변화시키는 역량이 중요하다. 교육 제도 및 복지 시스템의 유연화와 의료 모델 구축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 이후 학습 회복을 위해 30억 파운드를 사교육에 배정했다. 장기 과외 프로그램과 소규모 수업을 통해 격차를 해소하기 위함이다. 아일랜드와 미국에서는 정서적 고립과 건강 문제 등을 해결하기 위해 훈련된 코디네이터가 투입되기도 했다. 올해부터 본격 시행될 예정인 맞춤형 지원과 교육 여건 개선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해 코로나의 수명에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된다. 지금은 더 먼 미래를 위한 그림을 그릴 때다. 낡은 공교육 구조와 인식에 코로나는 하나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혁신적 교육 구조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미래의 교육, 올린》을 추천합니다.
미국 올린 공대의 교육 패러다임 전환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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