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한 털퓰리즘
 

1월 7일 - FORECAST

이재명 후보는 탈모약 공약으로 표를 심고 있다. 나를 위한 정치의 시대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의 탈모약 공약이 유권자의 표심을 모공 속부터 뒤흔들고 있다. 1월 2일 이재명 후보가 직접 참석한 청년선거대책위원회 리스너 프로젝트가 진앙지였다. 300명 이상의 2030 청년 리스너를 모집해 대선 공약을 제안 받는 자리다. 이재명 후보는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을 소확행 공약으로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다음 날인 1월 3일 디시인사이드 탈모갤러리는 “이거 보고 이재명을 뽑는다”는 밈글로 도배됐다. 1월 4일 유튜브엔 이재명 후보가 직접 등장해서 “이재명은 뽑는 게 아니라 이재명은 심는 겁니다”라고 말하는 탈모 관련 광고를 패러디한 밈영상이 올라왔다. 조회 수는 2만 5000회에 육박한다. 1월 5일 이재명 후보는 광주광역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가비전 회의에서 “탈모는 신체 완성성의 문제라서 기본적으로 건강보험 대상”이라는 논리로 지지자들에게 공약화를 약속했다. 탈모치료제 건강보험 적용이 대선 이슈가 됐다.
WHY_ 지금 이재명 후보의 탈모약 공약을 깊이 알아야 하는 이유

지금 정치권은 머리싸움이 한창이다. 여권은 앞다퉈 탈밍아웃 중이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은 “대학생 때부터 M자 탈모가 심해서 탈모치료제 프로페시아를 먹었던 경험이 있다”며 “복약을 포기한 건 비싼 약값 때문”이라고 고백했다. 박주민 의원도 그동안 가발을 쓰고 다녔다고 새삼스럽게 고백했다. 김윤덕 의원은 탈모로 모발을 “이미 심었다”며 “청와대에 이재명을 심자”고 말했다. 야권은 집안 싸움 탓에 제대로 된 논쟁을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 윤희숙 전 의원 정도가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을 뿐이다. 국민 생명과 직결되는 건강보험 필수적용대상을 표로 결정해선 안 된다는 게 윤희숙 전 의원의 논리다. 오히려 여권 변두리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후보의 기본 소득을 비판했다 당원자격정지 8개월 징계를 받은 이상이 제주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요 중증 질병도 제대로 건강보험 보장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득표 전략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렸다. 반면 여의도 정치컨설턴트들 사이에선 탈모약 공약이야말로 이번 대선에서 이제껏 나온 가장 스마트한 표심 공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권자의 가려운 곳을 긁어줘야 한다는 공약의 정석과 밈으로 정책 인지도를 확산시킨다는 밈주주의 전략이 맞아떨어졌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탈모약 공약은 이번 대선의 저울추인 2030 표심도 한올한올 쓸어담고 있다. 이재명 후보의 탈모 공약은 털퓰리즘인가 풀뿌리 공약인가.
DEFINITION_ 소확행 

이재명 후보는 선거대책위원회가 출범한 지난해 11월부터 단품요리 공약 전략을 구상했다. 거창하고 거대한 담론에 기반한 코스요리식 공약보단 현장 밀착형 단품요리식 공약을 대선에서도 제시하고 싶어 했다. 단품요리라는 공약 명칭은 나중에 캠프 실무진에 의해 소확행 공약으로 변경됐다. 소확행 공약은 유권자의 직접 제안을 받아 결정하기로 했다. 캠프가 개발한 이재명 플러스앱을 통해 제안 받았다. 1월 7일까지 이재명 캠프가 공개한 소확행 공약은 39개다. 반려동물 진료비 표준수가제, 오토바이 소음 근절, 휴대폰 안심데이터 무료 제공 같은 국민 제안들이 소확행 공약으로 확정됐다. 탈모약 공약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서 발굴됐다. 대박이 났다. 정책을 공급자 중심으로 개발한 게 아니라 수요자 중심으로 채굴한 결과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12월 31일 여의도 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소소하지만 확실한 국민공모 캠페인 기자회견에서 “획기적 정책으로 거대한 변화를 한꺼번에 만드는 게 아니라 작은 변화를 많이 만들어서 결국 큰 변화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RECIPE_ 민원해결사

생활밀착형 소확행 공약은 결국 민원 해결이다. 민원 해결은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선거를 치를 때부터 이재명 후보의 장기였다. 경기도 남한산성 도립공원의 불법노점상 단속이 대표적인 민원 해결이었다. 시장과 지사를 거치면서 주민 현장 민원 해결에 집중한 결과 “이재명은 합니다”라는 브랜드를 쌓을 수 있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정치적 성공이 “민원을 존중하고 주민과 도민과 국민의 요구와 수요를 중심으로 정책을 결정하고 집행한 결과”라고 셀프 분석한다. 이재명 후보는 단품요리를 뚝딱 요리해 내놓는 민원 해결사로서의 장기를 대통령 선거에서도 보여 줄 수 있길 원했다. 이제까진 민원이 대선판을 흔들 만한 이슈가 되긴 어려웠다. 탈모약 공약은 여타 소확행 공약과는 차원이 다른 폭발력을 보여 주고 있다. 윤석열 후보한테서 이탈한 2030 표심한텐 프로페시아처럼 받아들여지고 있기 때문이다. 
NUMBER_ 10만

2030 탈모 진료 환자는 1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한국의 탈모질환자는 23만 3000명이다. 이 중 2030은 44퍼센트다. 주목할 건 증가 속도다. 지난 5년 동안 전체 탈모질환자는 10퍼센트 늘어났다. 20대 탈모환자는 15퍼센트 증가했다. 영탈모라는 말까지 생겨났을 정도다. 급기야 탈모 샴푸 광고에도 덕화형 대신 손흥민과 수지가 등장했다. 올리브영에선 2030의 탈모 샴푸 구매가 2021년에만 127퍼센트 증가했다. 여기에 얼리케어 신드롬까지 더해졌다. 젊을 때부터 나를 관리하자는 트렌드다. 탈모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대비하는 게 요즘 추세다. 특히 젊은층에서 탈모는 취업과 결혼과도 연관된 고민이다. 누군가에겐 케어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라면 탈모는 사회적 정신적 질환이다.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건강보험의 보장을 받지 못해 통계에 잡히지 않은 탈모 환자까지 포괄하면 국내 탈모 인구를 천만 명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한국인 5명 가운데 1명 이상이 탈모로 고민하고 있다. 
KEYMAN_ 나

나는 시대 정신이다. 케네디는 1961년 취임식에서 “국가가 여러분에게 무엇을 해줄 것인가 묻지 말고 여러분이 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 보라”고 연설했다. 2022년은 정반대다. 나라보다 나인 시대다. 나라를 나라답게 만들어 봤자다. 나의 삶이 나아지지 않으면 허무하다. 특히 30대인 밀레니얼과 20대인 젠지는 세상 무엇보다 내가 중요한 세대다. 나의 생존과 나의 소확행이 나라보다 중요하다. 나라를 위한 정책보단 나를 위한 정책에서 정책효능감을 느낀다. 정책효능감이 있어야 정책수용성이 커진다. 이재명 후보는 노련한 행정가답게 정책수용성에 예민하다. 같은 정책이라도 수용성이 낮으면 문제해결책이 못 된다는 걸 현장에서 체득했다. 이재명 후보는 이재명에게 투표하는 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설득할 수 있어야만 밑바닥 표심이 움직이는 시대라는 걸 안다. 시대정신은 나이기 때문이다. 내 생존을 위해 이재명이고 내 성장을 위해 이재명이어야 나를 위해 이재명에게 투표하는 게 요즘 유권자다. 너를 위해가 아니라 나를 위해다. 이재명 캠프는 지난해 12월 30일 “이재명은 합니다”를 대신할 새로운 슬로건을 발표했다. “나를 위해”다. 탈모약 공약은 나를 위해 표를 심는다는 정책효능감으로 충만하다. 밈영상의 끄트머리에서 이재명 후보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말한다. “나의 머리를 위해.”
REFERENCE_ 문재인

“나를 위해”라는 이재명 캠프의 슬로건을 만든 정철 선대위 메시지 총괄 카피라이터는 문재인 대통령의 슬로건 “나라를 나라답게”를 만든 장본인이다. 정철 총괄은 김영희 선대위 홍보소통본부장과 함께 만든 탈모약 공약의 바이럴 카피와 밈 영상을 합작했다. 김영희 본부장은 쌀집아저씨라는 애칭으로 유명한 전 MBC 콘텐츠총괄부사장이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삼고초려 끝에 모셔온 인재다. 사실 문재인 정부에서도 탈모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고려한 적이 있었다. 2017년 8월 이른바 문재인 케어를 통해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하면서 탈모 부분까지도 논의됐었다. 문재인 케어가 국가의 도움이 필요한 중증 고액 질환에 집중하면서 탈모 관련 논의는 자연히 빠졌다. 탈모 건강보험 적용은 나라를 나라답게 공약했던 문재인 정부와 나를 위해를 공약하는 이재명 정부의 성격을 나누는 분기점이다. 
CONFLICT_ 구성의 오류

국민건강보험은 전체 국민이 각자 분담한 보험료로 일부 아픈 국민이 혜택을 보는 구조다. 필연적으로 부담만 하고 혜택을 못 보는 건강한 국민이 생긴다. 도움이 필요한데 제대로 혜택을 받지 못하는 사각지대도 생겨난다. 모두가 소득과 재산에 따라 균등하게 부담하지만 건강 상태와 경제 상황에 따라 혜택은 불평등한 국민건강보험의 제도적 특성상 원칙이 중요하다. 이제까지 건강보험 보장 대상의 제1원칙은 의학적 타당성과 의료적 중대성이었다. 생이 끝나거나 삶의 질이 무너지는 질병과 질환이 우선적인 보장 대상이었다. 이제까지 원형탈모나 지루성 피부염처럼 실질적 질병이 원인인 경우에만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됐던 이유다. 유전성 탈모나 노화에 의한 탈모는 미용 목적으로 보고 건보 적용에서 배제됐다. 분명히 탈모는 내가 오늘 죽고 사는 문제는 아니다. 확실히 내가 내일을 살고 싶거나 살기 싫거나를 좌우하는 문제다. 진짜 문제는 이재명 후보가 탈모가 건보 보장 대상이냐 아니냐를 투표에 부친 꼴이 됐다는 지점이다. 원칙의 문제를 대중에게 투표로 묻는 게 포퓰리즘이다. 결국 무엇이 건강보험 보장 대상이 돼야 하는지를 다수결로 묻게 되면 구성의 오류가 발생한다. 구성의 오류란 개인에겐 최선의 선택이 집단에겐 최악의 선택이 되는 경우다. 모두가 혜택을 보려다 아무도 혜택을 보지 못하게 되는 역설이 발생한다. 극장에서 모두가 무대를 더 잘 보려고 일어나면 아무도 공연을 보지 못하게 되는 상황이다. 모두가 차를 갖고 나와서 고속도로가 꽉 막혀버리는 상황이다. 포퓰리즘은 국가적 구성의 오류를 유발한다. 나라가 아니라 나를 위해 투표하는 유권자가 증가할수록 포퓰리즘이 확산되고 구성의 오류가 확산될 위험도 증가한다. 나를 위한 선택이 나라엔 불리한 선택이 되고 결과적으론 나에게도 불리한 선택이 되는 것이다. 결국 건강한 다수가 손해를 봐도 아픈 소수에게 혜택을 준다는 국민건강보험의 사회적 합의마저 깨질 수 있다.  
MONEY_ 1000억 원

연간 1000억 원. 이재명 후보는 지난 1월 6일 오후 MBC 〈백분토론〉에 출연해서 탈모약 건강보험 적용에 필요하다고 추산한 재원이다. 2021년 국민건강보험의 보험급여지출액은 79조 5000억 원이었다. 1000억 원이라면 큰 부담이 아니다. 관건은 보험급여지출액의 증가 추세와 적자 확대다. 문재인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 건보 지출액은 55조 5000억 원이었다. 지난 4년 동안 연평균 6조 원씩 증가해온 꼴이다. 게다가 2018년 7월 문재인 케어가 시작되면서 건보 재정도 적자로 돌아섰다. 2018년 1778억 원 적자를 시작으로 2019년엔 2조 8243억 원까지 적자폭이 확대됐다. 코로나로 오히려 계절성 감기 환자가 줄면서 2020년엔 적자가 3531억 원으로 줄긴 했다. 정작 적자를 메꿔온 건보 적립금은 2024년에 고갈될 전망이다. 적립금이 고갈되면 국고 지원이나 보험료 인상 말고는 대책이 없다. 지금도 건보 재정 지출의 15퍼센트를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2022년 예산안에서 건강보험에 대한 국고 지원금은 10조 원이 넘는다. 이미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건강보험료율은 12퍼센트나 인상됐다. 직장 가입자 기준 2017년에 6.12퍼센트였던 건강보험료율은 2021년엔 6.86퍼센트로 높아졌다. 연간 1000억 원은 큰돈이 아니지만 지금이 건강보험 적용대상을 확대할 때인가는 큰 고민거리다. 탈모 치료제인 피나스테리드 성분으로 만들어진 탈모약 프로페시아 가격이 월 7만 원선이다. 복제약은 월 4만 원 안팎이다. 탈모약이 건강보험 적용 대상이 되면 복제약의 경우 월 1만 원대로 쓸 수 있다. 건강보험 적자 확대라는 코스요리 대신 탈모약 가격 인하라는 단품요리를 선택하면 나라는 조금 힘들어져도 나는 많이 행복해진다. 
RISK_ 시장원리 

TS트릴리온 29.58퍼센트. 현대약품 7.11퍼센트. JW신약 21.5퍼센트. 이재명 후보의 탈모 공약이 구체화되자 급등한 탈모관련주들이다. 이재명 후보는 〈백분토론〉에서 “연간 1000억 원 정도 정부 지원으로 건보가 탈모약값을 부담한다면 오히려 가격이 떨어진다”고 주장했다. 시장은 반대로 본다. 소비자 부담이 줄면 탈모제품의 판매가 증가해서 탈모 관련 기업의 매출이 증가한다. 그렇다고 제품 가격이 내려가진 않는다. 오히려 중단기적으론 영업이익률을 높이기 위해 가격 인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탈모 치료 효과를 차별화한 프리미엄 제품군을 만드는 게 전형적인 방법이다. 시중에 싼 제품이 있지만 탈모로 고통받는 소비자는 결국 비싼 제품을 쓰게 된다. 탈모주가가 오른 건 시장이 그렇게 전망하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의 주장처럼 약값이 떨어진다면 주가는 오히려 내려가야 한다. 또 다른 리스크는 탈모약 소비자의 합리적 오남용이다. 얼리케어의 시대와 맞물리면 이제까진 일부 탈모 질환자만 필요로 했던 탈모약이 일반화될 수 있다. 탈모를 우려하는 일반인들도 부담 없이 쓰게 되는 상황이다. 건강보험이 탈모약 오남용을 부추긴 꼴이다. 
INSIGHT_ 기본소득 

기본소득이 사라진 빈자리를 탈모약 소확행 공약이 차지했다. 선거 초반만 해도 이재명 후보의 대표 공약은 기본소득이었다. 이재명 후보는 한국형 기본소득과 K기본소득 같은 명칭으로 자신을 기본소득 선구자로 각인시켰다. 정작 선거가 본격화되면서 기본소득이 사라졌다. 이재명 캠프에서 기본소득 이론을 만들었던 경제학자들도 밀려났다. 기본소득은 무조건 국민 개개인에게 정기적으로 현금을 지급하는 정책이다. 대신 기존의 복지제도는 기본소득으로 대체된다. 기본소득과 복지국가는 이렇게 디테일에서 충돌한다. 게다가 지금의 시대적 요구는 큰 복지 국가다. 나를 위해 나라가 무엇을 해줄지 꼬치꼬치 따져 묻는 시대다. 여야 모두 국가가 국민이 어떤 복지를 더 제공할지 공약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본소득은 공격 받기 쉬울 뿐만 아니라 대선 캠페인에선 불리한 정책일 수밖에 없다. 기본소득 하나 대신 소확행 복지 공약을 계속 던지는 게 표심을 얻는 데 유리하다. 이재명 후보는 탈모약 공약 말고도 수십 수백 개의 소확행 공약을 선거 중 임기 중에 수렴하고 실행하겠다고 공언했다. 기본소득 대신 소확행으로 이재명은 청와대에 심어지길 바란다. 
FORESIGHT_ 원형탈모

이재명 후보는 윤석열 후보를 각종 여론 조사에서 앞서고 있다. 지난 1월 6일 엠브레인퍼블릭과 케이스택리서치와 한국리서치와 코리아리서치 4개 사가 발표한 전국지표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36퍼센트와 윤석열 후보 28퍼센트로 8퍼센트 포인트로 격차가 벌어졌다. 지난 1월 5일 리얼미터가 발표한 2030 지지도 조사에선 이재명 33.4퍼센트와 윤석열 18.4퍼센트로 차이가 더 벌어졌다. 2030에선 안철수 후보가 오히려 윤석열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두 여론조사 모두 탈모약 공약이 화제가 된 시점에서 실시됐다. 탈모약 공약이 유일한 변수는 아니다. 윤석열 캠프의 자중지란이 더 큰 원인이다. 선거 과정에서 선명해진 건, 이재명 후보는 선거에서 불리할 때 역전하는 법과 이기고 있을 때 지키는 법을 모두 알고 있다는 사실이다. 탈모 공약은 표금맥이 어디 있는지 간파하고 표심을 어떻게 건드리는지 아는 프로 정치인의 작품이다. 반면에 보수 야당과 보수 언론은 유권자들이 듣고 싶어하지 않거나 듣기 어려워하는 반대 논리와 탈모 공약에 대응하는 한계를 보여 줬다. 건보 재정 악화를 걱정하고 다른 의료 질환과의 형평성을 걱정하는 전형적인 반박 논리로는 이미 반응해버린 여론을 뒤집지 못한다. 탈모약 공약에서 모골이 송연해지는 지점은 따로 있다. 대중을 이용하는 포퓰리스트와 여론을 읽을 줄 아는 프로 정치인은 종이 한 장 차이다. 포퓰리스트는 대중을 자신의 방패막이로 이용한다. 포퓰리즘 공약에 현혹된 대중은 포퓰리스트 정치인을 지키려고 혈안이 된다. 그것이 나를 위한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승기를 잡은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 선택을 받아 집권에 성공한다면 능수능란한 이재명 정권이 대중영합정권이 되지 않도록 비판할 의무도 국민한테 있다. 안 그러면,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포퓰리즘이라는 원형 탈모가 생긴다. 


이재명 후보에 관해 더 알고 싶다면 〈이재명의 탄생〉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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