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욘드 카카오

1월 14일 - FORECAST

카카오의 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를 뛰어넘을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1월 10일 차기 카카오 CEO로 내정됐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사퇴했다. 이른바 스톡옵션 먹튀 논란 탓이었다. 류영준 대표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카카오의 다음 10년을 책임질 인재로 점찍은 키맨이었다. 낙마한 류영준 대표 대신 정의정 CTO와 신정환 전 CTO 그리고 젊은 여성 CEO인 정신아 카카오벤처스 대표가 하마평에 오르고 있다.
WHY_ 지금 카카오의 미래에 관해 읽어야 하는 이유

카카오는 2021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려 위기탈출 넘버원의 한 해를 보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를 초고속 성장 기업에서 사회적 성장 기업으로 전환시킬 적임자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를 낙점했다. 정작 류영준 대표가 이해관계 충돌 논란에 휘말리면서 카카오는 2022년 위기탈출 넘버투의 새 해를 맞이하게 됐다. 카카오의 위기는 누구 탓인가. 카카오의 실수는 무엇인가. 카카오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카카오의 주가는 오를까. 카카오의 미래는 어떤가. 카카오의 반면교사는 무엇인가.
DEFINITION_ 위기회   

김범수 의장은 2021년의 위기를 2022년의 기회로 재정의했다. 애초에 재정의는 김범수 의장의 경영철학이다. 한게임 시절엔 오프라인 고스톱을 온라인 맞고로 재정의했다. 카카오 창업기엔 메신저를 플랫폼으로 재정의했다. 카카오 성장기엔 기업을 생태계로 재정의했다. 2021년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카카오가 사회적 마찰을 빚을 때도 다르지 않았다. 위기를 기회로 재정의했다. 100여 개가 넘어가는 카카오 계열사들을 카카오 공동체로 재정의했다. 카카오 공동체가 사회적 공동체의 일원이 될 수 있도록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를 만들었다. 플랫폼 기업의 성장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발생하는 사회와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였다. 정작 내부 성찰을 놓쳤다. 차기 카카오 CEO와 차기 카카오페이 CEO까지 8명의 카카오페이 임원들이 한날한시에 스톡옵션 40만 주를 블록딜해서 시세 차익을 거두면 매물 폭탄에 따른 주가 폭락으로 시장과의 마찰이 생긴다는 사실을 간과했다.
MONEY_ 469억 원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는 지난해 12월 10일 스톡옵션 23만 주를 주당 20만 4017원에 팔았다. 469억 원의 시세 차익을 실현했다. 카카오페이는 11월 3일 공모가 9만 원으로 코스피에 상장됐다. 상장 첫날 종가는 19만 3000원이었다. 대박이 났다. 류영준 대표가 본사인 카카오의 차기 CEO로 선임된 것도 카카오페이 상장을 성공시킨 공이 컸다. 류영준 대표를 카카오의 수장 자리에 올려준 건 시장의 힘이었다. 류영준 대표는 카카오페이가 코스피200지수에 편입되던 12월 10일에 때맞춰 스톡옵션을 행사했다. 나의 이익을 위해선 최선의 선택이었다. 회사와 주주의 이익을 위해선 최악의 선택이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2021년 12월 10일부터 2022년 1월 10일까지 한 달 새 24퍼센트나 추락했다. 개미들의 아우성 속에 먹튀 논란은 본사까지 번지면서 카카오 주가도 21퍼센트나 하락했다.
CONFLICT_ 전문경영인의 딜레마   

류영준 대표는 카카오페이에서 카카오 본사로 자리를 옮기면서 이해 충돌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팔았다고 해명했다. 카카오페이 CEO가 주식을 대량 매도하면 주가 하락을 불러와서 주주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해 충돌은 무시했다. 선택적 이해 충돌 논리다. 사실 월가의 전문경영인한테서 종종 나타나는 전형적인 모럴 해저드다. 전문경영인도 결국 월급쟁이 사장일 뿐이다. 회사의 이익보단 개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게 합리적 선택이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리만브라더스를 파산시킨 리처드 딕 필드는 회사가 망하는 마지막 순간까지 보너스를 챙겼다. 도덕은 애써도 쓰지만 탐욕은 쉽게 합리화돼서 달콤하다.
NUMBER_ 백명CEO양병설 

카카오의 초고속 성장은 카카오톡이라는 슈퍼앱을 중심으로 백명CEO양병설을 실현해낸 덕분이었다.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를 중심으로 100명의 창업자를 육성하겠다고 선언했다. 카카오 CEO 군단은 모빌리티와 테크핀 그리고 미용실부터 꽃배달까지 거의 모든 창업 아이템에 손을 댔다. 덕분에 110개에 달하는 계열사를 거느리게 됐다. 창업자들을 움직이게 만든 인센티브는 스톡옵션이란 당근이었다. 결국 무차별적 확장으로 사회적 마찰을 일으켰다. 지난해 2021년 10월 21일 김범수 의장의 국감 출석을 기점으로 사회적 성장 전략으로 전환했지만 인센티브의 인센티브의 인센티브로 구조화된 카카오 조직 자체가 문제였다. 경제적 자유를 목표로 달려온 계열사 경영진은 스톡옵션을 결코 포기할 수 없다. 카카오페이 논란 이후 카카오는 계열사 임원은 상장 후 1년 동안 주식을 매도할 수 없도록 규정을 마련하고 시행했다. 백명CEO와 수백명 C레벨들의 개인적 이익을 침해하는 규정이다. 심지어 회사가 약속했던 이익이다. 진짜 갈등은 이제부터다.
RECIPE_ 투센터

카카오는 2022년 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와 미래이니셔티브센터라는 2개의 사령탑을 설치했다. 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는 원래 공동체센터로 이사회의 사무처 수준이었던 걸 격상시켰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센터장을 맡았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김범수 의장이 공동센터장으로서 카카오의 미래 전략을 준비하는 조직이다. 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가 지속 성장을 고민한다면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혁신 성장을 추구한다. 투센터 체제의 본질은 중앙 통제 강화다. 카카오 시즌1은 계열사 각자도생이 성장 동력이었다. 카카오 시즌2는 투센터를 통한 관리와 전략이다. 류영준 대표의 사퇴에도 공동체얼라이언먼트센터의 역할이 있었다.
KEYMAN_ 남궁훈 

남궁훈 신임 미래이니셔티브 공동센터장은 자타공인 게임 그루다. 남궁훈 센터장은 카카오게임즈 대표 시절부터 메타버스가 비욘드 모바일이라고 강조해 왔다. 카카오는 모바일 시대를 틈타 라이벌 네이버를 역전하는 데 성공했다. 모바일 다음도 네이버와 카카오의 격전지가 될 수밖에 없다. 남궁훈 센터장은 게임이 메타버스를 지배할 열쇠라고 본다. 카카오는 메타버스의 미래를 게임에서 찾고 있다. 알파 세대는 게임이 메신저고 인스타그램이고 페이스북이고 넷플릭스다. 게임을 중심으로 카카오 메타버스 생태계를 구축하는 게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의 주요 과제다. 사실 가상세계에선 제페토를 앞세운 네이버가 앞서 있다. 반면에 카카오는 현실세계에서 모빌리티로 네이버를 앞서 있다. 현실세계는 사회적 마찰이 심한 공간이다. 카카오가 가상세계를 카카오 시즌2의 주무대로 삼은 이유다. 공익제보자로 민낯이 드러난 페이스북이 메타로 이름을 바꾸며 메타버스에 올인한 배경과 별다르지 않다. 메타버스는 새로운 시장이면서 현실 세계보다 규제가 덜한 세계다.
RISK_ 김범수  

남궁훈 미래이니셔티브 공동센터장은 김범수 의장의 창업 동지다. 1990년대 후반 김범수 의장이 PC방을 개업하고 한게임을 창업할 때부터 함께 해왔다. 결국 이혼으로 끝난 네이버와의 합병 법인인 NHN에서 김범수 의장과 이해진 의장 사이에서 게임과 검색의 내전이 발발했을 때도 끝까지 김범수 의장 곁을 지켰다. 지난해까진 카카오게임즈의 CEO를 맡았다. 미래이니셔티브센터는 사실상 한게임과 카카오게임즈 출신 인재들로 채워지고 있다. 카카오의 미래를 과거의 한게임 동지한테 맡긴 셈이다. 문제의 류영진 대표 역시 개발자로서 카카오 창업 초기부터 김범수 의장과 동고동락했다. 카카오페이는 김범수식 형님 리더십이 실패한 경우다. 투센터 체제 역시 경영 구조는 달라졌지만 인재 기용은 달라지지 않았다. CEO를 견제하는 것이 이사회 의장의 역할이다. 지금 카카오에서 재정의돼야 할 건 의장의 역할이다.
REFERENCE_ 넵튠

넵튠은 카카오게임즈가 2020년 12월에 인수한 회사다. 카카오는 넵튠을 통해 지난 1년 동안 50군데가 넘는 스타트업에 지분 투자를 해왔다. 가상현실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사인 맘모식스와 가상인간 개발사인 온마인드가 대표적이다. 메타버스형 소셜네트워크 게임 개발사인 퍼피레드도 있다. 원래 넵튠은 캐쥬얼 게임과 카지노 게임을 만드는 게임사였다. 지금은 카카오 메타버스 생태계의 허브가 됐다. 카카오가 굳이 넵튠을 통한 메타버스 확장을 노렸던 건 카카오에 대한 견제를 피하기 위해서였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리면서 SM엔터테인먼트 인수전에서도 밀렸다. 그래서 앞으로도 남궁훈 센터장이 이끄는 카카오의 인수합병 전략은 낮고 조용하게 전개될 공산이 크다.
INSIGHT_ 비욘드 네이버 

비욘드 모바일에서 선수를 놓치지 않으려면 사회적 마찰로 인한 사회적 견제로 모바일을 놓쳤던 2010년대의 네이버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네이버 역시 카카오처럼 2010년대 초반에 극심한 사회적 마찰을 겪었다. 카카오처럼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휘말렸고 포털뉴스의 공정성 논란으로 정쟁에도 휘말렸다. 이때 이해진 의장은 2가지 선택을 했다. 하나는 라인을 통한 해외 진출이었다. 다른 하나는 국내에서의 선택과 집중이었다. 카카오는 과거 네이버가 겪었던 시행착오를 답습하고 있다. 과거 네이버가 겪지 않았던 시장과의 마찰까지 겪고 있다. 그래서 카카오페이는 장기적으로 카카오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는 치명적인 카카오페인이다. 차기 카카오 CEO가 중요한 이유다. 사회적 마찰과 시장적 마찰을 모두 피해서 카카오를 성장시킬 수 있는 노련함이 필요하다.
FORESIGHT_ 비욘드 카카오 

기업의 이해 관계자는 기업의 경영자와 노동자 그리고 주주뿐만 아니라 소비자와 여론까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은 주주자본주의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이해관계자 자본주의에서도 벗어난다. 카카오의 가장 큰 자산은 카카오라는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다. 메타버스로 전환되면 소비자가 느끼는 감성비가 플랫폼에서 가장 중요한 잣대가 된다. 그걸 수치화한 주요 지표가 ARPPU다. 구매자 1인당 평균 지불액이다. 그런데 소비자의 감성비는 단순히 가격 대비 만족도 이상에 좌우된다. 기업의 사회적 평판이나 기업의 도덕적 역할까지 감성비의 요소다. 그래서 메타버스 시대에는 카카오페이와 같은 도덕적 해이가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개인보다 회사가 높고 회사보다 시장이 크고 시장보다 세상이 넓다. 사적이익은 회사이익을 우선할 수 없고 회사이익은 시장이익과 함께 해야 하고 시장이익은 세상이익과 공생할 때 더 커진다는 의미다. 그래서 회사논리는 시장논리를 이길 수 없고 시장논리는 세상논리를 이길 수 없다. 카카오는 이제까지의 카카오를 뛰어넘어야 한다.


카카오에 관해 더 알고 싶다면 《플랫폼 라이벌리즘》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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