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새로고침할까

1월 20일 - FORECAST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했다.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과 유명 게임사가 손잡으면 어떤 신세계가 나올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1월 18일 마이크로소프트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MS는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넘어 게임 분야로의 외연 확장에 성공할까? 사내 성폭력 및 갑질 사태로 논란에 휩싸인 액티비전 블리자드는 이미지 회복에 성공할까?
WHY_ 지금 MS와 블리자드 합병을 읽어야 하는 이유

스타크래프트, 오버워치,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PC방에 발 들인 적 없는 이에게도 친숙할 이름의 인기 게임들은 모두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손에서 탄생했다. 세계 최대 규모 소프트웨어 기업과 유명 게임 업체가 손을 잡으면 어떤 시너지가 나올까? 정부의 빅테크 규제가 계속되고 가상 공간에 대한 관심이 쏠리는 지금, 두 거물의 합병에 주목해야 한다.
MONEY_ 687억 달러

액티비전 블리자드 인수금은 687억 달러, 한화 82조 원 규모다. MS사 역대 최대 인수액이었던 링크드인 인수금 260억 달러를 가뿐히 넘어섰다. IT 업계 최대 규모였던 2016년 델의 EMC 인수 금액 670억 달러보다도 큰 금액이다.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주식은 현재 한 주당 95달러 가격으로, 인수 발표 전 주가보다 약 50퍼센트 급등했다.
RECIPE_ B2C

2014년 CEO 교체와 함께 MS는 혁신의 시기를 맞으며 딜레마에 빠졌다. B2B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B2C 부문에 소홀해졌다는 비판을 받았다. MS가 딜레마를 벗어날 돌파구는 게임에 있다. 2014년 마인크래프트 개발사 모장 스튜디오를 인수했고 2020년 엘더 스크롤 제작사 제니맥스미디어를 인수했다. 비록 실패로 끝났으나 지난해 4월엔 게임 유저들이 사랑하는 디스코드 인수를 시도했다. 게임 분야로 꾸준히 발을 넓히는 MS 입장에서 전 세계 액티비전 블리자드 유저 4억 명은 무시할 수 없는 풀이다.
CONFLICT_ 콘솔

콘솔은 플레이스테이션, 닌텐도와 같은 비디오 게임 전용 전자기기다. MS사의 엑스박스(Xbox)는 콘솔 시장 점유율 25퍼센트 수준이었다. 아시아 시장을 장악한 텐센트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등 쟁쟁한 경쟁자들에 비하면 지지부진한 실적이다. 그러나 PC게임 업계의 큰손 블리자드와 손을 잡으면 얘기가 달라진다. 에버 그린 콘텐츠로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자랑하는 블리자드가 MS 엑스박스와 손을 잡고 콘솔 업계로 들어오는 것은, 콘솔 업계 전반의 큰 변화이자 위기다.
RISK_ 브로토피아

이번 합병의 타이밍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다. 지난해 하반기 내내 액티비전 블리자드 주가는 하락세였다. 지금이야말로 MS가 가장 저렴하게 인수할 기회다. 주가 폭락의 원인은 블리자드 사내 성추행 및 집단 괴롭힘 사태에 있다. 사내 브로토피아 문화가 알려지며 수많은 유저가 실망을 표했고, 본사가 위치한 캘리포니아주의 공정고용주택부는 성범죄를 혐의로 블리자드를 고발했다. 블리자드는 그간 핵심 개발자 37명을 해고하고 44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관련 소송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상태다. #액티비전 블리자드 논란 타임라인
MONEY_ 7300만 원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최고경영자 보비 코틱이 다년간 사내 성폭력, 차별, 폭행 등을 묵인해 온 사실이 지난해 11월 밝혀졌다. 해당 사건을 계기로 그의 연봉은 6만 2500달러, 한화 7300만 원으로 삭감됐다. 성과금과 주식 보상 수령 또한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코틱의 이전 연봉은 1억 5460만 달러, 한화 1809억 원선이었다. 연봉이 1800분의 1로 줄었으나 대중의 분노는 줄지 않았다. 그를 해고하라는 온라인 청원은 3만 5000건이 넘는 지지를 받았다. 코틱은 이번 인수 합병 절차를 마무리하는 대로 사퇴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NUMBER_ 3개월

경영진 교체는 기업 쇄신의 필요조건이지만 충분조건이 되진 않는다. 앨런 브랙 대표 해임 후,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공동 대표로 취임한 젠 오닐은 3개월 만에 사퇴 의사를 표명했다. 임금 불평등, 즉 공동 대표 마이크 이바라와 같은 일을 하는데 임금을 적게 받았던 사실이 함께 보도됐다. 부패한 조직에게 위기는 기회가 아니라 그냥 위기다. 블리자드의 쇄신은 차별을 조장하는 개인들과의 이별에선 답을 찾기 어렵다. 차별을 묵인한 문화 전반을 근절해야 한다.
KEYMAN_ 사티아 나델라

블리자드 개혁의 열쇠는 사티아 나델라가 쥐고 있다. 사티아 나델라는 2014년 MS 최고경영자로 발탁된 이후 자사의 혁신을 이끌어 온 키맨이다. 윈도즈 제일주의를 폐기하고, 모바일 소프트웨어나 클라우드 개발 등 서비스 다각화를 선도했다. 그의 혁신은 비단 사업이 아닌 사내 문화에서도 빛을 발했다. 대내외적으로 경쟁과 폐쇄의 아이콘이던 MS사의 문화를 개방적, 협력적 분위기로 이끌었다. 40년 전통 관료주의를 쇄신한 나델라라면, 이번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브로 컬처 또한 효과적으로 클렌징해줄 수 있다.
DEFINITION_ 메타버스

이번 합병이 블리자드에겐 문화 개혁의 탈출구라면 MS에겐 산업 대전환의 기회다. MS사가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인수한 이유는 게임 산업의 최강자가 되기 위함이 아니다. 가상 공간으로의 도약이다. 가상 공간의 시초이자 미적, 기술적으로 안정성이 검증된 게임 공간을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길 수 있다. 그렇다면 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진짜 경쟁자는 소니, 텐센트, 라이엇게임즈가 아닌 메타(구 페이스북)를 비롯한 메타버스 플랫폼일 것이다.
REFERENCE_ 메타

“메타버스가 미래다.” 메타는 사명 변경 전부터 조용히 게임 플랫폼 사냥 중이었다. 최근 3년 동안 게임 관련 21개 기업을 인수했다. 소프트웨어 쪽은 VR앱 슈퍼내추럴 개발사 ‘위딘’, 게임 개발 플랫폼 크레이타의 운영사 ‘유닛2 게임즈’ 등이 있다. 하드웨어 쪽은 VR 디바이스 제작·개발사 ‘오큘러스’와 VR 헤드셋 기술사 ‘이매진옵틱스’ 등이 있다. 전 세계 30억 명이 사용하는 메타는 이미 강력한 플랫폼이다. 게임 산업을 인수해 콘텐츠를 만들고, VR 기기 제조사를 인수해 디바이스를 개발한다. 결국 메타버스는 콘텐츠와 플랫폼과 디바이스 3가지의 결합이다. MS와 액티비전 블리자드의 합병에서도 주목할 것은 이 3요소다.
INSIGHT_ 콘텐츠

가상 공간은 사람과 멀어지게 만드는 기술이 아닌, 타인과의 관계를 재정의할 창구다. 메타버스 마니아들은 가상 공간을 공간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물리적 공감각으로 정의할 수 없는 아예 다른 세계관이다. 메타버스에서 현실의 공감각을 구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다른 세계관에서 찾아볼 수 없는 그 세계만의 문화와 감성이다. 어느 지점까지 기술이 구현된 이후엔 ‘좋은 메타버스’를 판단하는 기준은 기술이 아닌 스토리텔링일 것이다. 결국 콘텐츠, 플랫폼, 디바이스 중에서도 제일은 콘텐츠다.
FORESIGHT_ 빅테크 규제

빅테크라면 피해 갈 수 없는 저승사자, 리나 칸이 기다리고 있다. 일명 아마존 킬러 리나 칸 미국 연방거래위원장은 IT 기업 독과점 견제의 중심이다. 그가 GAFA에 눈돌린 사이 MS는 재빠르게 게임사와 손잡았지만, 이번 인수 합병을 계기로 최근 소홀했던 바이든 행정부의 관심을 온몸에 받게 됐다. 메타버스 시장의 선점을 꿈꿀 수는 있어도 독과점은 어려울 것이다. 찰스 듀힉 뉴욕타임스 기자는 “당신이 기술을 사랑한다면, 독점 금지 전문가들에게 박수를 보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리나 칸은 어떤 방식으로 MS의 도약에 브레이크를 걸고, 메타버스 플랫폼들은 어떤 방식으로 탈중앙화를 이룰 것인가? 독과점 청정 구역에 뛰어든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기업의 행보는, 우리나라 빅테크 양대 산맥에게도 주목할 본보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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