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면 뭐하니?

1월 25일 - FORECAST

레딧을 중심으로 안티워크 운동이 퍼지고 있다. 사람들은 일하기 싫어할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미국 커뮤니티 레딧의 ‘안티 워크’ 게시판을 중심으로 반(反)노동 운동이 퍼지고 있다. 사람들은 왜 노동을 싫어하는가? 사람들은 정말 노동을 싫어하는가?
WHY_ 지금 반(反)노동을 읽어야 하는 이유

우리는 삶의 3분의 1을 일하며 살아간다. 나머지 삶도 다른 누군가의 노동으로 채워진다. 우리가 사는 집도, 지금 입은 옷도, 방금 마신 물도 누군가의 손을 거쳐 온다. 노동은 한 사회의 속도를 결정하고 사회 물가에 영향을 미치며 우리 삶의 패턴을 정한다. 반노동에 무심할수록 우리는 점점 높은 물가와 무거운 복지 시스템, 실속 없는 성장에 익숙해질 것이다. 반노동이 게으른 소수의 얘기가 아닌 우리 모두의 얘기인 이유다.

DEFINITION_ 안티워크

미국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의 하위 커뮤니티 ‘안티워크(Antiwork)’가 인기를 끌고 있다. 170만 명이 게으름뱅이(Idler) 회원으로 가입했고 3만 1000명이 본인을 무직이라 밝혔다. 사이 나쁜 직장 동료와의 대화 캡처 화면, 퇴사 인증샷 등을 올리는 것이 유행이다. 자세히 보면 단순히 퇴사를 조장하는 사이트는 아니다. 비슷한 상황의 사람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지역 언론사에 본인의 노동 환경을 알리는 등 내 일이 만족스럽지 못한 사람들이 불만을 공유하고 해소하는 커뮤니티에 가깝다.


NUMBER_ 400만

미국 노동부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7월 회사를 떠난 미국인 수는 400만 명이다. 2004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위대한 퇴사(The Great Resignation)는 판데믹의 영향으로 퇴사자들이 급증한 현상을 일컫는다. 대 국민적 퇴사기를 겪으며 미국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서 직접 퇴사 가이드를 보급해 ‘퇴사 전 고민할 사항’, ‘잘 퇴사하는 법’ 등을 설명할 정도였다.
MONEY_ 143만원

퇴사자는 두 유형으로 나뉜다. 일을 쉬는 사람과 새로운 일을 찾는 사람. 첫 번째 유형이 지난 2년간 미국 정부 속을 썩였다. 2020년 3월, 코로나 19 사태가 심각해지자 미국 연방 정부는 실업 수당을 별도 지급하는 케어스 법안을 시행했다. 월 1200달러, 한화 143만 원선이었다. 1년 6개월간 연장되던 이 제도가 중지된 이유는 구직 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들 때문이었다. 임금보다 쏠쏠한 실업 급여를 받게 되자 사람들이 근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 것이다. 실직률은 곧 국가 재정 부담으로 축적됐다.
RECIPE_ 퇴사

실업 수당이 얼마 나오지 않는 우리나라는 얘기가 다르다. 퇴사는 지난 몇 년간 한국 직장인들의 시대정신에 가까웠다. 온갖 에세이집과 자기 계발서 제목에 ‘퇴사’가 들어가고, 퇴사를 자랑하는 브이로그가 성황이며, 무명 가수가 퇴사를 해야겠다는 음원의 조회 수가 140만 회를 기록했다.  “우리는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 아주 높은 세상에 살고 있다. 내가 만약 이 일을 안 하고 있다면,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지 않나.” 회사를 벗어나겠단 결심을 어떻게 했는가를 묻자 프리랜서 정혜윤이 내놓은 대답이다. 퇴사를 고민하지 않는 것은 시대정신에 어긋나는 것이고, 누구나 한 번씩은 누리는 기회비용을 놓치는 것이며, 더 나은 일과 진정한 내 모습을 외면하는 것으로 자리 잡았다.
CONFLICT_ 니트족

그러나 퇴사자를 바라보는 시선은 녹록지 않다. 지난해 12월 한국고용정보원 주관의 2021 청년 정책 포럼에 따르면 국내 15~29세 니트족 인구는 158만 5000명으로 추산됐다. 니트족은 ‘일하지 않고 일할 의지도 없는 사람’이라는 인식과 달리 해당 통계에선 그 의미가 다르다. 통계를 들여다보면 이 중 77만 8000명 즉 절반은 구직 중이라 답했다. 진학 준비, 돌봄 가사 등을 제외한 비구직형은 50만 7천 명이었다. 50만 명 중 입대 준비, 발령 대기를 제외하고 ‘쉬었음’이라고 대답한 이는 41만 8000명이다. ‘쉬었음’이라 답한 전체 비경제활동인구의 주 원인은 몸이 좋지 않아서, 원하는 일자리를 찾기 어려워서 등이었으나 연령별 원인 통계는 찾을 수 없다. 니트족 현상의 문제는 ‘왜 쉬는가’에 대한 정확한 조사 없이 158만 명이라는 허수에 집중하는 것, 젊은 나이에 쉬는 것을 안타깝게만 바라보는 것이다.
RISK_ 꿈

지난해 6월 1일부터 7월 13일까지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이 학생 2만 336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초·중등 진로 교육 현황조사에 따르면 중고등생의 희망 직업 1위는 ‘교사(중학생 9.8퍼센트, 고등학생 8.7퍼센트)’였다. 그러나 숨겨진 1위는 따로 있다. ‘희망하는 직업 없음’이 중학생의 36.8퍼센트, 고등학생의 23.7퍼센트를 차지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기 때문’이 가장 큰 이유였고, ‘내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모르기 때문’이 그다음이었다. 꿈이 없던 청소년이 성인이 되며 갑자기 꿈이 생길 리는 없다. 사람들은 10년, 20년 전 갖지 못한 고민의 시간을 이제야 비로소 갖고 있다.
KEYMAN_ 워커

레딧의 안티워크 커뮤니티는 노동(work)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안티워크가 반대하는 것은 일, 노력, 생산성이 아닌 직장 내 수직 구조와 노동 집약적 경제 관계다. 즉 반노동(anti-work)보단 반고용(anti-employment)에 가깝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은 일이 아니다. 그곳에서 하는 일, 그 사람과 하는 일, 그 돈을 받으면서 하는 일이다. 전통적인 회사 인간은 조직 속에서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당연했다. 오늘날 많은 사람이 원하는 것은 조직의 구성원이든 아니든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임플로이(employee)가 아닌, 워커(worker)의 시대다.
REFERENCE_ 긱이코노미

지난해 미국 노동 인구의 16퍼센트가 주업 혹은 부업으로 플랫폼 소득을 얻었다. 5200만 명 선으로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다. 지난해 11월 기준 링크드인에서 본인의 프로필에 ‘Open to Business’를 설정해 둔 회원 수는 220만 명으로 코로나19 전보다 네 배 증가하였다. 한국도 긱이코노미의 반열에 빠르게 오르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프리랜서 수는 2020년 기준 380만 명, 총 경제 활동 인구의 13.6퍼센트로 집계됐다. 2025년엔 449만 명까지 증가할 추세다.
INSIGHT_ 문화

프리랜서 경제가 커질수록 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까다로워진다. 퇴사자의 딜레마는 흔히 세 가지다. 일과 돈과 사람이다. 업무 범위와 연봉은 조정 가능하다. 적어도 사람보단 유연하다. 그러나 팀 문화는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다. 좋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 많은 사람들이 남는다. 북저널리즘 독자들에게 물었다. 당신이 일을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가치 2가지는 무엇인가? 워라밸, 직무 적합성, 연봉 등 총 8개 항목 중 2개를 선택하는 형식이었고 1월 24일~28일까지 110명의 응답자가 참여했다. 결과는 ‘연봉’이 1위(62명), ‘자기 계발’이 2위(45명), ‘팀 문화’가 3위(44명)였다.

FORESIGHT_ 외주

회사를 떠나는 워커가 많아질수록, 회사 입장에서도 충성심 높은 임플로이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진다. 해결책은 외주에 있다. 판데믹 이후 원격 근무가 늘고 디지털 노마드가 일상화되며 ‘우리 직원’ 말고도 인재가 많다는 점을 충분히 확인했다. 아웃소싱은 더 이상 먼 미래가 아닌 현실적 대안이다. 회사를 사랑할 사람이 아닌 좋아하는 일을 잘하는 인재를 캐스팅하는 데에 미래 회사의 경쟁력이 있다.
 


일의 미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인디펜던트 워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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