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티가 끝나고 난 뒤

1월 26일 - FORECAST

연준의 긴축 정책이 본격화한다. 회색코뿔소가 드디어 달려온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코로나19는 분명 재앙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이기도 했다. 투자의 신세계가 열린 것이다. 2020년부터 2021년까지는 어지간하면 어디에 투자를 하든 돈을 벌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정부가, 재정 당국이 돈을 풀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돈의 힘으로 끌어올린 시장의 정점은 지났다. 1월 25일 코스피는 2.56% 급락한 2720대로 마감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의 긴축 조치가 예상보다 강하고 신속하게 단행될 것이라는 공포가 시장을 강타한 것이다. 증시를 비롯한 암호화폐 등의 자산 가격이 무섭게 빠지고 있다. 일별 등락은 있지만 이 추세는 무시할 수 없는 흐름처럼 보인다.
WHY_ 지금 긴축에 대해 알아야 하는 이유

지난 2년간 누려 왔던 유동성 잔치가 끝난다. 자산 시장의 환경 자체가 급격한 변화를 시작한다는 뜻이다. 잘 몰라도, 한 번도 해본 적 없어도 용기 내서 ‘투자’의 바다에 뛰어들었던 개미들에게는 절체절명의 위기가 될 수도 있다. 한국인에게는 위기를 기회로 바꾸어내는 DNA가 있다고들 하지만 그건 힘내자고 하는 응원 구호일 뿐이다. 위기가 닥쳐온다면 위기를 잘 알아야 한다.
DEFINITION_ 회색코뿔소

누구나 알고 있지만 과소평가된 리스크를 의미하는 ‘회색코뿔소’. 무게만 2톤에 달한다는 이 회색코뿔소는 멀리서도 보이지 않을 리가 없다. 심지어 달려오기라도 한다면 그 존재감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래서 사람들은 회색코뿔소를 무시한다. 그 존재가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에 오히려 익숙해지고 잊어버린다. 시장은 물론 학계와 언론에서도 미국의 긴축 정책에 대해 끊임없이 경고해 왔다. 그러나 그 경고는 오랫동안 너무 자주 반복되었다. 그리고 연준의 금리 인하와 양적 긴축이라는 회색코뿔소가 지금, 달려올 채비를 시작했다. 넋 놓고 있던 모두가 패닉에 빠졌다.
NUMBER_ 0.25%p

2008년 이후 세계 경제는 몇 차례의 위기를 겪었다. 2007~2008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2011년 유로존 국가 채무위기, 그리고 최근 2년간의 코로나19사태 등이 그것이다. 그때마다 위기를 넘기기 위해 전 세계는 경기부양책을 써 왔다. 교과서에서 배웠듯 그 대표적인 방법이 바로 금리 인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미국은 제로 금리에 가까운 수준의 저금리 기조를 유지해 왔다. 갑작스럽게 닥친 재난 상황을 모면해 보고자 하는 조치였다. 그러나 제로 금리 시대가 영원히 계속될 수는 없다. 저금리에 필연적으로 따라붙는 인플레이션이 미국을 비롯해 거의 전 세계를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연준은 공식적으로 올해 금리를 0.25%p씩 세 차례 올리겠다고 예고했다. 2022년 미국 기준금리는 최소 0.75%p 오를 전망이다.
MONEY_ 4조 달러

그런데 금리 인상을 두고 좀 더 극단적인 예측들이 나온다. 올해 세 차례가 아니라 다섯 차례 인상할 것이다, 0.25%p씩이 아니라 0.5%p씩 올릴 것이다, 지금 당장 금리 인상을 시작한다더라. 서학개미는 물론 동학개미들까지 등골이 서늘해질 만하다. 이러한 우려 섞인 예측은 시장 상황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다. 그리고 그 불안감은 금리 인상보다 더욱 큰 충격을 줄 것으로 예측되는 ‘양적 긴축’ 때문에 더욱 깊어진다. 연준은 코로나 이후 약 4조 달러에 달하는 돈을 ‘양적 완화’로 풀어왔다. 채권을 발행하든, 돈을 찍어내든 나라에서 돈을 시장에 쏟아부어 왔다는 얘기다. 금리를 올리며 긴축에 들어갔으니 예전처럼 돈을 쏟아붓는 양적 완화도 중단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올 하반기부터 ‘양적 긴축’에 들어간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규모는 분기당 2400억 달러 규모가 예측된다. 작년 기준으로 분기당 3600억 달러의 자금이 공급되었으니, 올 하반기부터는 체감상 시장에서 매 분기마다 돈이 6000억 달러씩 사라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지난 2년간 잔치를 벌여 왔던 투자 시장에 경고등이 켜질 만한 상황이다.
CONFLICT_ 경기 둔화와 인플레이션

문제는 이런 긴축 정책이 안 그래도 우려를 낳고 있는 세계 경기 둔화세에 기름을 부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의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직접 미국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이 세계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고 밝혔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높은 인플레이션이 세계 경제의 둔화를 불러오고 있다. ‘제로 코로나’ 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중국 경제 전망도 암담한 수준이다. 결국 IMF는 현지 시간으로 1월 25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0월 예측치 4.9%에서 4.4%로 0.5%p 하향 조정했다. 이런 상황에서 돈줄까지 조이면 게오르기에바 총재의 지적처럼 “찬물”이 아니라 ‘서리’가 내릴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REFERENCE_ 버블? 버블!

그런데도 왜 긴축 정책을 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일까? 일본의 경우를 떠올려보면 수긍이 간다.  1980년대 일본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 전반에 나타났던 비정상적인 가치 상승 얘기다. 흔히 ‘버블 시대’로 불리우는 당시 일본은 위험할 만큼 화려했다. 흥으로 들썩이는 잔칫집에 찬물을 붓기란 어려운 법. 일본 정부는 과열된 투기 광풍에도 불구하고 유동성 잔치를 멈추지 못했고 엄청난 신용 팽창 끝에 결국 이 거품이 터져버린다. 그리고 일본은 잃어버린 30년을 맞이해 본격적인 저성장의 늪으로 빠져들었다. 즉, 지금 긴축 정책을 포기한다면 말 그대로 “이러다 우리 다 죽어” 꼴이 날 수도 있는 것이다.
RISK_ 돈 가뭄

문제는 지금까지 넘쳐나던 달러의 덕을 보던 세계 각국이다. 2008년 이후 풀린 8조 달러 이상의 돈은 미국 국내에 머무른 것이 아니라 전 세계로 흘러나가 각국의 경제를 받쳐주는 주춧돌 자리 하나씩을 꿰 찼다. 물론 우리나라도 그에 속한다. 그런데 이제 그 주춧돌을 다시 빼 가는 것이다. 이미 환율이 심상치 않다. 1200원대를 돌파한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가 미국, 일본과 맺었던 통화 스와프도 종료된 상황이라 불안감은 더욱 커진다.
RECIPE_ 연착륙

그렇다면 전 세계 경제가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한 방법은 하나다. 긴축 정책은 유지하되 연착륙을 노리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방법이 마땅치 않다. 어차피 돈이 넘쳐 과대 평가되어 있던 자산 시장의 가치는 풍족했던 돈이 빠지면 재평가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버블은 터지게 되어 있다. 아무리 조심스럽게 터트려도 원래 거품은 쪼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빵 터지고 마는 것이다. 특히 주식, 코인, 부동산 등의 거품이 한꺼번에 터진다면 그 충격에 가장 크게 놀라고 휘청이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이 체급이 작은 개미 투자자들이다.
KEYMAN_ 제롬 파월

그래서 지금 세계는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의 입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2년간 사상 초유의 양적 완화를 통해 미국 경제를 끌어올린 장본인이다. 그러나 지금 그는 미션 임파서블에 도전해야 한다. 인플레이션을 저지하기 위해 긴축이라는 칼을 휘둘러야 함과 동시에 시장의 혼란은 막아내야 하는 것이다. 인플레이션에 대응하면서도 경기 둔화를 심화시키지 않을 묘안이, 그에게 있을까?
INSIGHT_ 개미들의 생존전략

속도나 시기의 문제는 앞으로 상황을 지켜봐야 하겠지만 지금 단 한가지 확실한 것은 시장에 풀려 있는 돈이 줄어들 것이라는 사실이다. 그리고 이미 시작되고 있는 전 세계적 경기 둔화도 그에 따라 가속화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시장 상황은 중장기적으로 하향세를 그릴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일단 투자하면 얼마든 건질 수 있었던 시대는 끝났다. 이제 각자 신중하게 상황을 보면서 부채와 투자 규모를 현명하게 줄여나갈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다. 미국 시장은 괜찮다, 중국 시장은 괜찮다, 각종 매체에서 뽑아내고 있는 희망고문 헤드라인을 냉철하게 의심해 봐야 한다.
FORESIGHT_ 그럼에도 기회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편된 세계 경제하에도 기회는 분명 있을 것이다. ‘언택트’의 경험이 발굴해 낸 새로운 분야의 기업들이 당장 성장을 멈추지는 않는다. 전세계의 팬데믹 체제가 종식되고 위드코로나가 본격화한다면 감염병 재난으로 타격을 받았던 업종에 새로운 기회가 찾아올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 기회가 지금과는 달리 더 큰 리스크와 함께 올 것이라는 점이다. 더 정교하고 세심하게 투자해야 하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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