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침해와 학생 인권의 동상이몽
 

1월 27일 - FORECAST

교권을 위협하는 것은 학생의 권리일까? 인권과 교권은 양립 가능한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학생의 권리와 교사의 교육권 사이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2018년 학생인권조례 반대 청원을 올린 정언상 학생은 교권 침해가 수시로 일어나는 학교의 실태를 언급하며 조례안의 비현실성을 강력 비판했다.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와 학습의 가치를 고양하는 학습권, 그리고 그를 올바르게 이행하는 교권 사이의 양립은 불가능한 걸까? 대립이 아닌 양립을 지향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WHY_ 지금 교권과 인권 사이를 읽어야 하는 이유

한국교육개발원이 전국 성인 남녀 4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1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학부모 715명 중 37퍼센트가 교권 침해의 심각성을 인지한다고 응답했다. 교권 침해가 심각하다고 답한 응답자 중 32퍼센트는 교권 침해의 이유로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를 꼽았다. 지난 1월 20일 부산시의회 교육위원회 심의 안건에 오른 학생인권조례안은 다각적 검토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심사가 보류됐다. 학생 인권을 둘러싼 소음이 끊이지 않는다.
DEFINITION_ 교권

교권은 교사의 자주적 교육을 위해 규정된 최소한의 권리를 일컫는다. 교육자유권, 생활보장권, 신분보장권이 포함된다. 교사는 교육 내용에 대한 결정권, 학생 평가 및 학급 경영에 대한 결정권, 학생 지도 및 징계권을 가진다. 교권의 범위는 교사라는 직함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교육활동 전반에 걸쳐진 권리 규정에 가깝다. 교사의 무조건적 자유를 보장하는 개념이 아니라는 점에서 교권은 학생 인권과도 먼 이야기가 아니다. 교권은 수업, 학습, 지도 등 학생과 연결되는 지점에서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교권의 보장은 직접적으로는 학생에게, 나아가서는 학부모와 교육 구조 전반에 영향을 끼친다. 그럼에도 현재 교권 침해와 교권 남용에 대한 인식은 파편적 사건으로만 인식되는 것이 현실이다.
NUMBER_ 81.8퍼센트

작년 발표된 〈교권 보장 정책 평가와 제도 개선을 위한 교사 의견조사〉에 따르면 교사 81.8퍼센트가 교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답했다. 교육청에서는 교권 보장 정책을 내놓으며 교권보호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지만 이용 비율은 10퍼센트를 겨우 넘겼다. 54.7퍼센트는 해결 효과에 대한 불신으로 인해 교육당국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교권 침해가 심각해지는 만큼 학생 인권은 높아졌을까? ‘전국중고등학생진보동아리총연합회’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참여자 1742명 중 69.9퍼센트는 학생인권조례의 존재 자체를 알지 못했다. 참여자 83퍼센트는 재학 중인 학교에 두발 규제가 있다고 답했다. 교권도, 학생 인권도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CONFLICT_ 교육문화

현재 학생인권조례를 시행 중인 지역은 서울특별시, 경기도, 광주광역시, 전라북도, 충청남도, 제주특별자치도, 인천광역시로 총 7곳이다. 학생인권조례는 체벌 금지, 야간자율학습 및 보충학습 강제 금지, 복장 및 두발 자유, 각종 차별 철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당연한 권리처럼 보이는 내용을 조례로 제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뭘까? 혹자는 한국의 뿌리 깊은 교육문화를 짚는다. 최교진 세종시교육감은 “교사는 ‘도구’였고, 학생은 ‘대상’이었다”고 평가한다. 일제강점기의 황국신민화교육부터 유신교육, 전두환 정권의 국가독점교육은 국가권력을 교육이라는 편리한 매개체에 담았다. 권력화 된 교육 아래에서 학생의 목소리와 권리는 뒷전이 됐다. 권위주의적 교육문화는 가족과 학교를 통해 세습됐다.
KEYMAN_ 교장

한 학교의 모든 사무를 총괄하는 교장은 승진제와 공모제를 통해 임용된다. 승진제도는 교장자격을 소지한 교감 혹은 장학관 가운데 후보 순위에 따라 임명되는 방식이다. 2010년 법제화 된 교장공모제는 승진제의 부작용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다. 그럼에도 교장자격 소지자를 공모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기에 성과 중심의 학교 운영 및 임기 연장 수단으로 악용되기 쉽다. 교장이라는 직함이 하나의 스펙이 된 사회에서 교장은 문제를 최소화하길 택한다. 학교 폭력, 학생 인권 침해, 교사의 자율권 침해 등의 문제가 교장 및 학교의 은폐 의혹과 이어지는 경우가 빈번하다. 2017년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했던 학교 폭력 은폐 정황이 대표적이다. 승진 점수를 채우기 위해 약력 부풀리기에 연연하는 교사의 모습은 한국 교육의 단면을 드러낸다. 2020년 발표된 교권 침해 주체 유형 중 35퍼센트는 같은 교직원 사이에서 일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학생 혹은 학부모로 인한 교권 침해보다 높은 수치다. 학년부장에서 교감, 교장으로 수직화 된 교육문화는 교권 위협으로 이어졌다.
RECIPE_ 학교장 권한

학생 인권을 둘러싼 분열을 통합하는 손쉬운 방법은 자율적 판단을 위장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교장의 권한과 재량에 따라 학생의 인권이 좌우된다. 대전 한밭고는 학생 설문조사 결과 80퍼센트가 두발 규제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밝혔으나 학교 측에서는 시기상조라는 답변을 내놨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모두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고 덧붙였다. 학생다움이라는 인과가 불명확한 편견이 학교 현장에서 여전히 큰 힘을 발휘한다. 교육청이 학생 인권 정책을 선언적으로 발표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학교장의 목소리가 크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의 인권과 교육권 모두가 보장되기 어렵다.
MONEY_ 14억 7000만 원

교장이 한 학교의 우두머리라면 한 지역의 교육 전체를 관리하는 자는 교육감이다. 교육감은 시·도에 위임된 교육 및 학예에 관한 행정권과 인사권, 운영권을 독점한다. 2007년 부산을 시작으로 실시된 교육감 직선제는 간선제로 인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실시됐다. 교육감은 지방교육자치기관으로서 차관과 같은 직급이나, 현실적으로 교육감 업무에 대한 인지도는 낮은 상황이다. 실제 교육 현장과 거리가 있는 이들이 지명도 위주로 입후보되는 것 역시 직선제의 부작용이다. 입후보를 위한 교육감 선거 비용은 전국 평균 14억 1700만 원이다. 실제 교육현장과 친숙한 이들 중 대부분은 입후보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REFERENCE_ 학생권리장전

학생인권조례 내부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다. 뉴욕의 학생권리장전은 학생의 의무와 권리를 명확히 분리해 독립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한국의 학생인권조례가 학생의 권리를 집중적으로 규정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황호진 전북부교육감은 학생인권교육센터를 학교인권교육센터로 재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즉, 학생-교직원-학부모의 의무와 권리 모두를 명확히 규정하고 모두가 힘을 합쳐야한다는 뜻이다. 조례 구조에 발전이 없다면 교권과 학생 인권 사이의 의미 없는 소모전이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RISK_ 삼각형

교직원-학생-학부모의 삼각형 구도 내부에서만 문제의 원인과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것은 불가피한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 학생의 권리 범위를 명문화해 훈육의 유연성이 줄어들기도 한다. 실질적으로 교사의 교육 포기로 이어지기 쉽다는 것이다. 학부모는 교사를 불신하고, 교사는 지도를 포기하며, 학생은 권리를 침해받는다. 피해자만 양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 바라봐야 할 것은 삼각형 외부다. 교권이 교육의 자율성을 위한 권리라면 교육권 전체를 조직하는 구조를 바라보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INSIGHT_ 상호보완적 권리

교권이 커지면 학생 인권이 위협받을 것이고, 학생 인권이 성장하면 교권이 위험하다는 생각은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 태어난 편견이다. 교육감의 과도한 힘과 실제 교육현장 사이에는 괴리가 존재한다. 또한 학생인권조례 내부에 존재하는 의무와 권리 사이에는 불균형이 자리한다. 권위주의적 교육문화는 세습되었고 이는 교사 내부의 소통을 수직화한다. 결국 학생 인권의 성장을 위해 만들어진 조례가 교사는 물론 학생에게도 만족감을 주지 못한다. 이를 교사의 자격 없음이나 학생의 철없음으로 일원화할 수 있을까? 누군가의 권리를 뺏어가면서 얻어지는 또 다른 권리는 없다. 올바른 권리는 상호보완적이다. 교권과 학생 인권의 양립을 위해 필요한 것은 철저하게 보완된 구조다.
FORESIGHT_ 과도기 

학생인권조례의 내용은 새롭지 않다. 인간으로서 부여받은 권리를 반복해 서술하는 것에 가깝다. 법과 현실의 괴리 속에서 교육 현장은 실제 학생의 목소리를 교묘히 배제한다. 당연해진 편견과 차별 속에 학생은 자신의 권리가 무엇인지 알기도 어렵다. 학교의 역할이 주관을 가진 시민을 길러내는 일이라면 올바른 의무와 권리에 대한 직시가 필요하다. 학생인권조례는 인권을 법으로 규정하지 않아도 되는 시대를 위한 과도기다. 교권과 인권 모두가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과도기가 튼튼히 다져질 필요가 있다. 학교와 학교의 네트워크 전체를 관할하는 시스템에 대한 재고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모두의 권리를 보장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다면 《 차별금지법인가》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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