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런드리고
 

1월 28일 - FORECAST

시장은 왜 런드리고를 필요로 하나? 런드리고는 세상을 어떻게 바꿀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런드리고가 스타트업 업계의 아이돌로 떠오르고 있다. 런드리고는 스타트업 의식주컴퍼니가 운영하는 비대면 모바일 세탁 서비스다. 런드리고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매달 월 평균 20퍼센트씩 빨래 주문건수와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연말연시엔 직전 3개월 대비 150퍼센트씩 물빨래 주문량이 증가했다. 런드리고는 J커브 구간에 들어섰다.
WHY_ 지금 런드리고를 읽어야 하는 이유

설연휴인데 모처럼 쉬지도 못하고 밀린 빨래나 해야 하는 1인 가구라서. 가사노동을 대신 해주는 회사들이 늘어났으면 싶은 남편이나 아내라서. 동네 세탁소 서비스에 불만족인 소비자라서. 코인 빨래방 단골이라서. 배달의 민족과 쿠팡에 이어 어떤 스타트업이 유니콘이 될지 알고 싶은 창업자나 투자자라서. 의식주 시장을 바꿀 기술 트렌드가 궁금해서.
DEFINITION_ 물류

세탁은 빨래가 아니다. 세탁은 물류다. 의식주컴퍼니는 런드리고를 빨래 회사가 아니라 세탁 서비스를 하는 물류 회사로 재정의했다. 세탁은 내 옷이 남의 손을 탔다가 내 옷장으로 되돌아오는 순환 물류다. 남의 물건을 내 집 안으로 배송해 주면 소비가 끝나는 음식 물류나 제품 물류와는 또 다르다. 런드리고는 세탁물 새벽 배송 물류 스타트업이다.
MONEY_ 4조 3000억 원 

세탁 시장은 런드리 시장과 드라이클리닝 시장으로 양분된다. 전통적으로 런드리는 시장이 아니라 가사였다. 드라이클리닝 시장은 4만 개 정도인 동네 세탁소의 영토였다. 드라이클리닝 시장은 공식적으론 연간 2조 5000억 원 정도다. 현금 거래까지 더하면 4조 3000억 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런드리고는 드라이클리닝 시장에서 물빨래 시장까지 세탁 시장을 확장했다.
RECIPE_ 런드렛

런드렛은 런드리고가 자체 개발한 안심 세탁 박스다. 집 문 앞에 체결해 둔 런드렛을 통해 비대면으로 세탁물을 주고 받는다. 런드리고는 서울 근교에 시간당 3000장의 세탁물을 처리하는 의류 자동 출구 시스템과 대규모 세탁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했다. 2021년 런드리고는 600만 리터의 물빨래와 200만 벌의 드라이클리닝과 25만 점의 신발 빨래를 처리했다.
NUMBER_ 700만

한국의 1인 가구는 2019년에 614만 8000명을 기록했다. 인구 통계는 조사 기간 탓에 시차가 있다는 걸 감안하고 빠른 증가세를 고려하면 700만 명 정도로 추산된다. 특히 20대 1인 가구는 2018년에 진즉 100만 명을 돌파했다. 자연히 작아도 도심 역세권 1인 주택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요리와 쇼핑을 배달로 외주화한 다음은 세탁이다. 1인 가구는 런드리고의 잠재 시장이다.
REFERENCE_ 이케아

이케아는 대도시 근교에 거점들을 마련하고 가구 수요를 독점하는 포위 전략을 즐겨 쓴다. 서울도 광명과 고양이 거점이다. 도시의 의식주 수요를 빨아들이려는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들한테 이케아의 도시 공성 전략은 좋은 벤치마크다. 런드리고의 또 다른 벤치마크는 뉴욕 퀸즈의 세탁 공장이다. 뉴요커는 빨래를 하지 않고 맡긴다. 앞으로 서울리안도 마찬가지다.
KEYMAN_ 조성우 

의식주컴퍼니의 창업자 조성우 대표는 새벽 배송 전문가다. 배달의 민족에서 신선식품 새벽배송 서비스인 배민프레시 물류망을 구축했다. 조성우 대표는 세탁 애스 어 서비스의 성공 열쇠는 신용이라고 본다. 소비자가 내 옷을 동네 세탁소에 맡겨온 건 당근이라서였다. 런드리고 이전 세탁 스타트업들이 실패한 이유도 고객과 신용체계를 구축하지 못해서였다.
CONFLICT_ 아이돌 

조성우 대표는 VC업계의 아이돌이다. 의식주컴퍼니가 지난해 시리즈B로 500억 원 투자를 이끌어낸 건 조 대표의 스타성도 한몫했다. 의식주컴퍼니의 투자자 명단엔 알토스벤처스와 소프트뱅크벤처스가 나란히 이름을 올렸다. 모두 기술 시장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 트렌드에 예민한 VC들이다. 동시에 창업자들에게 시장 파괴적 성장을 요구해 온 무시무시한 투자자들이다.
RISK_ 동네세탁소

의식주컴퍼니 같은 라이프스타일 스타트업들은 늘 골목상권 침해 논란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 소비자들은 초기엔 서비스의 편리함에 열광하다가도 성장한 스타트업한텐 가차 없다. 규제 당국은 혁신이 수반하는 시장 파괴적 마찰을 예방할 능력이 없다. 2021년 세탁소 폐업은 1604건이었다. 코로나로 인한 동네 세탁소 줄폐업은 런드리고한텐 기회지만 또 위기다.
INSIGHT_ 가전시장

물빨래 시장은 세탁기 시장이었다. 앞으로 런드리고는 가전 시장 파괴자가 될 공산이 크다. 고객에게 세탁기를 파는 게 아니라 세탁 서비스를 파는 시장으로 세탁 시장이 바뀌기 때문이다. 이러면 삼성전자나 LG전자는 런드리고 세탁 공장을 위한 세탁 머신을 공급하는 B2B기업이 된다. 우버 같은 모빌리티 애스 어 서비스가 자동차 제조사의 위상을 바꾼 것과 같다. 나아가 의식주컴퍼니는 런드리고의 런드렛을 통해 샴푸나 치약 같은 호텔식 어메니티를 제공하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편의점을 위협할 수 있다. 이름 그대로 의식주컴퍼니는 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 오프라인 플랫폼의 확장성을 시험하고 있다.
FORESIGHT_ 주거시장

세탁 애스 어 서비스는 주거 시장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다. 앞으로 1인 가구 수요에 맞춰 공급될 도심 주택은 역세권이나 옆세권이나 슬세권인 대신 더 작고 더 비좁아질 수밖에 없다. 집 안에선 도저히 빨래를 할 수도 말릴 수도 없게 된다. 주방 없는 집처럼 세탁기 없는 집이 당연해질 수 있다. 구독형 런드리고 서비스는 그 해결책인 동시에 그 촉진제다. 넷플릭스가 TV없는 집을 만든 것처럼 런드리고는 세탁기 없는 집의 유인이 될 수 있다. 집에서 빨래를 할 시간이 없는 게 아니라 집에서 빨래를 할 수 없는 세상이 온다. 이제부터, 돈 내고 물빨래하는 돈세탁의 시대다. 빨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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