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하는 의사
3화

타투는 위험한가

타투는 몸에 안 좋을까


“타투 해도 몸에 괜찮나요?” 병원에 찾아오는 많은 손님들이 궁금해하는 부분이다. 한 국회의원이 국회 좌담회에서 타투 시술을 미용실에서의 머리 손질과 비교한 적 있다. “이발하는 과정에서 고객의 귀를 자를 수도 있으니, 타투가 위험하다면 이발도 위험한 거 아니냐!” 그의 의도는 이해하나 이발과 타투의 위험성은 아예 다른 선상에 있다. 머리를 자르는 것은 그 자체로는 인체에 무해한 반면, 타투는 그 행위 자체가 위험할 수 있다. 인체 내 이물질을 주입하고 예리한 바늘로 피부에 상처를 내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타투가 보편화되어 누구나 자유롭게 시술받고, 시술자에 대한 법적 규제가 우리나라보다 유연한 미국에서도 타투 시술에서 분쟁 발생 시 책임 보험료 인정 범위를 100만 달러, 한화 약 12억 원까지로 정해 놓고 있다. 그것도 한 타투 숍에서 시술자 한 명이 가입해야 하는 금액이다. 미국 일반 미용실의 경우 미용사 1인당 10만 달러의 보험 가액을 요구하는 것과 비교되는 금액이다. 왜 보험 회사들은 타투이스트들에게 그만큼 높은 보험 가액을 요구하고 있을까? 보험금은 위험에 대한 보상과 직결되며, 그만큼 타투의 잠재적 위험성이 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많은 사람들이 타투의 위험성을 언급할 때 각종 질병의 감염에 주안점을 둔다. 여러 사람 시술 시 바늘의 재사용을 통해 감염의 우려가 있다는 논리다. 이는 일견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타투 바늘이 인터넷을 통해 개당 몇백 원 정도로 값싸게 유통되는 현실에서 바늘을 통한 감염은 더 이상 우려 대상이 아니다. 시술자조차 번거롭게 바늘을 재사용하느니 새로운 바늘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는 시대가 됐다.

타투의 실질적 위험은 오히려 타투 시술의 여러 단계에서 선택하는 물질의 안정성이나 시술 범위에 있다. 우선 시술 전 피부에 바르는 마취제부터 인체에 위험할 수 있다. 6개월 전 눈썹에 반영구 화장을 받은 한 여성이 시술 후 입이 돌아가는 증상이 있다며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을 올렸다. 안면 마비가 온 것이다. 많이 당황한 여성은 대학 병원 신경과 등에서 진료를 받았으나 증상이 호전되지 않는다며 불안감에 사연을 올렸다. 동영상과 사진으로 판단할 때, 시술 과정에서 바른 마취제의 부작용 같았다. 시중에 유통되는 마취 연고는 의료 기관에서 사용하지 않는 이상 모두 불법이다. 그런데도 피부에 바르면 어느 정도의 마취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것이 현실이다. 마취 연고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에 대해 피술자는 물론 시술자조차도 거의 정보가 없을 것이다. 주사 마취제나 마취 연고 등 모든 마취 관련 약물은 부작용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단순한 가려움이나 발적發赤부터 쇼크와 같은 심각한 부작용도 드물지 않게 볼 수 있다. 의료인인 나 또한 시술 도중 발생한 마취 부작용으로 119 구급대를 호출한 적이 있다. 그만큼 약리 작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사고가 났을 때의 대처가 적절하지 않다면 치명적일 수 있는 게 마취제다. 많은 반영구 화장 시술자들은 자신이 얼마나 예쁘게 눈썹을 그릴 자신이 있는지를 강조하고, 타투이스트들은 얼마나 개성 있는 도안을 제작하고 이를 짧은 시간에 작업할 수 있는지를 얘기한다. 반면 타투가 피시술자의 몸에 해로울 수 있으니 적절한 때에 정확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는 시술자는 주변에서 본 적이 없다.

또한 타투는 침습적인 행위다. 시술자의 성향, 시술 도안에 따라 바늘을 피부의 얕은 층까지만 삽입하기도 하고, 깊이 삽입하기도 한다. 후자의 경우 매우 위험할 수 있다. 타투 잉크는 시술자가 본래 원하지 않았던 다른 신체 부위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민감한 신체 기관인 눈 주위를 시술하는 반영구 화장을 예로 들어 보자. 속눈썹 반영구 화장을 시술받은 이들 가운데 잉크가 눈 라인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까지 번져 있는 모습을 흔히 보게 된다. 눈꺼풀은 신체에서 가장 얇은 피부이기 때문에 조금만 깊이 시술해도 잉크가 피하 조직을 통해 쉽게 주변으로 번진다. 보기에만 미우면 괜찮은데, 중요 부위와 너무 가깝게 시술할 경우 부작용의 위험성을 무시할 수 없다. 눈꺼풀 가장자리인 안검연이라는 부위까지 타투를 시술해 눈매를 더욱 또렷하게 하는 시술 기법이 이에 해당한다. 안검연은 눈동자를 촉촉하게 유지하기 위한 체액이 분비되는 곳이다. 이를 타투 잉크로 막을 경우 체액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는데, 실제로 이로 인해 다래끼와 염증이 빈발하는 사례를 여럿 접했다.

피부에 영원한 손상을 남길 수도 있다.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거칠게 시술한 타투의 경우 피부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타투를 제거하러 온 많은 환자를 봐온 의사로서 타투와 공존하는 상처는 흔히 볼 수 있었다. 마치 칼에 베인 것처럼 예리한 상처였다. 진한 잉크로 가려져 있을 때는 볼 수 없으나 제거 과정에서 확연히 드러나는 이런 상처는 레이저 시술의 결과가 아니라 시술 당시의 상처다. 지나치게 꼼꼼히 잉크를 삽입하는 경우 피부에 과도한 자극이 되어 부풀어 오르는 ‘비후성 반흔’ 증상도 보인다. 켈로이드 상처처럼 붉은 혹이 생기면 외과적 혹은 피부과적 처치가 필요하다. 타투 시술과 제거는 창과 방패와 같다. 타투 시술자는 본인이 하는 타투 잉크가 몸에서 빠져나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이를 제거하는 의사는 최대한 없애려고 노력한다. 타투 기술과 의료 산업은 서로 팽팽히 맞선다. 최근 잉크 산업이 발전하며 타투는 예전보다 더욱 제거하기 어려워졌다. 각종 타투 제거 전용 레이저가 보급되고 기능도 좋아지고 있으나 이보다 더 빠른 속도로 타투 잉크는 제거에 저항하도록 진화하고 있다. 결국 시간이 흐른 뒤 마음이 변해 타투를 제거하고 싶은 피술자에겐, 더 많은 상처와 시간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타투 잉크에 사용되는 색소와 첨가제의 위험성 또한 간과할 수 없다. 타투 잉크는 한 번 주입하면 평생 인체에 남는다. 한국에만 수백 곳의 타투 잉크 제조사가 존재하는데, 대부분 규모 면에서 가내 수공업 단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수작업으로 제품을 제조·가공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누구나 소자본으로 창업이 가능하며 이에 대한 정부 규제는 없다. 생산 제품에 대해 자가 검사 번호를 받기 위한 인증 절차만 거치면 어떤 제품이라도 유통이 가능하다. 자가 검사 번호 제도는 일부 인체 유해 중금속과 무균 상태에 대한 최소한의 유해성 검증일 뿐이다. 위험으로부터 완전히 안전하다는 보장은 결코 아니다.

게다가 색소로 주로 사용되는 산화 철(iron oxide)은 엄연한 금속으로 철이 공기 중에서 산소를 만나 붉게 변한 상태다. 화려한 색감을 만들 수 있는 산화 철은 오랜 기간 다양한 문화권에서 사용해 왔으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매우 작은 나노 단위의 산화 철은 혈관을 통해 뇌의 중요 부위로 들어갈 수 있다.[1] 누군가는 나노, 즉 10만 분의 1 정도는 간과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이를 확증할 정도로 타투 잉크에 대한 후속 의학 연구들이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다. 타투의 진짜 위험성을 알려면 몸속에 주입된 색소 입자의 인체 내 파급과 부작용을 장시간에 걸쳐 연구해야 하지만 그런 노력은 찾아볼 수 없다. 세계적인 피부 연구 기관에서도 다른 분야에 비해 타투가 피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관심은 현저히 낮다. 미국에선 피부암 분야에 연간 21억 달러, 한화로 약 2조 5000억 원의 진단 및 연구비가 지원되고 있지만 그중 타투 관련 예산은 통계 항목에도 없을 정도로 미미한 수준이다.

또 타투 잉크 속에는 색소 외에도 수많은 첨가제가 들어간다. 그런데 제조사들은 영업 비밀이라는 이유로 이 첨가제들이 무엇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이는 국내뿐 아니라 해외도 같은 상황이다. 세계적으로 국민 건강에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미국 식품의약국(FDA· Food and Drug Administration)에서조차 타투 잉크를 화장품cosmetic으로 분류하고 있다. 타투 잉크에 대한 FDA의 기본 입장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한 개별 사안에 대해서만 조사·처벌한다는 것이다. 결국 타투 잉크에 대한 사전 관리, 전반적인 제재는 해당 사항이 없다. 따라서 타투 잉크 제조사가 필수적으로 기재할 안전 관련 항목은 물질 정보(material information)가 전부다. 쉽게 말하면 성분 표시 정도인데 함유된 모든 성분을 밝히는 것도 아니다. 주성분 몇 가지만 표시하면 된다. FDA는 왜 이렇게 허술하게 타투 잉크를 관리하고 있을까? 이유는 간단하다. 의약품이 아니라 화장품이기 때문이다. 인체에 영구적으로 남는 물질 중에 이렇게까지 의료 기관의 경각심이 부족한 건 타투 잉크뿐이다. FDA 당국 관계자들도 타투 잉크가 피부 위에 바르는 것이 아니라 살 속으로 주입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럼에도 이와 같이 타투에 대한 관리와 감시가 느슨한 이유는 문화에 있다.
 

타투는 한국인에게만 안 좋을까


한국에선 많은 청소년들이 성년이 되면 엄마 손에 이끌려 성형외과에 쌍꺼풀 수술 상담을 받으러 가는 것처럼, 미국에선 청소년들이 성년이 되어 부모와 함께 첫 타투를 받으러 가는 모습을 자주 봤다. 지난 시기를 무사히 끝냈음을 축하하고 기념하는 의미로 보였다. 이처럼 이미 보편적인 문화 현상이 된 타투 시술에 대해 미국 정부는 잉크의 유해성을 두고 논란을 일으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미국 정부의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무화에 대해 미국인들이 극렬하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면 쉽게 이해되기도 한다. 결국 미국의 타투 정책은 국민이 보편적으로 향유하는 권리에 정부의 간섭은 불필요하고, 문제가 되는 경우에만 선별적으로 관여하겠다는 방향으로 흘러왔다.

반면 우리나라는 타투에 매우 엄격하다. 우선 시술을 하는 주체, 즉 타투이스트를 강력히 규제한다. 게다가 각각의 타투 잉크에 자가 검사 번호를 교부한다. 시술자의 자격과 더불어 타투 시술에서 사용하는 제품까지 규제하는 국가는 세계적으로 한국이 유일하다. 그 규제가 허술하다는 게 흠이겠지만, 한국은 상대적으로 국민 건강에 선진적이고 다르게 말하면 타투 시술에 보수적이다.

이쯤 되면 궁금증이 생길 수 있다. 침습적인 시술 행위, 주입하는 잉크의 위험성 등에도 불구하고 타투 산업이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굳어진 관습과 관성 때문이다. 오랜 기간 다양한 문화권의 시술 과정에서 어떤 심각한 사회적 문제가 불거졌다면 타투는 이미 폐기됐을 것이다. 그러나 별다른 문제가 없었다는 경험적 인식이 이미 대중들 사이에 폭넓게 쌓여 있다. 그러한 의식은 의외로 견고하여 정부의 규제에 흔들리지 않는다. 매일 눈썹을 그려야 하는 번거로움으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면 낮은 확률로 발생하는 부작용은 기꺼이 감내할 수 있다. 그래서 관성이 생긴다. 하던 것을 계속하는 관성은 정부가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물길을 돌릴 수는 있어도 막을 수 없고, 언젠가는 넘쳐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는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타투는 위험하다고 생각한다. 바늘로 정체가 불명확한 이물질을 몸속에 주입하는 행위가 위험하지 않다면 ‘위험’이라는 용어를 재정의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타투는 심각하게 위험한가?”라는 질문에는 “아니오”라고 자신 있게 답할 수 있다. 만일 타투의 위험이 극도로 심각한 것이었다면 우리가 이러한 논의를 시작하기 전에 이미 사회에서 사라졌을 것이다. 인류에게 의학은 경험의 학문이고 많은 시행과 오류를 거쳐 오늘날 과학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지금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상대로 각종 의학적 시도와 실패가 반복되고 있지만 언젠가는 이 질병도 예방과 치료가 가능해질 것이다. 타투도 마찬가지다. 타투의 위험성은 관리 가능한 반면, 우리 사회에선 그 위험에 대한 과학적 연구 대신 추측과 불신만이 오랜 세월 몸집을 키워 왔다.
 

타투가 정말 위험할 때는


사람들이 타투를 받으러 우리 병원에 방문하면 이구동성으로 병원이 밝고 깨끗해서 좋다고 말한다. 우리 병원의 시설이나 인테리어가 어디 드러내 놓고 자랑할 정도는 아닌데 이 점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는 것이 처음엔 의아했다. 분명 일반 타투 숍에서 시술받은 경험과 비교한 상대적 평가라고 본다. 지금은 국내 타투 숍들이 예전보다 많이 세련되고 밝아졌지만, 일부 시술소의 경우 아직도 음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그중 일부 숍에는 여전히 각종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불법적인 작업 환경은 시술자의 직업 윤리를 마비시키기 쉽다. “타투는 어차피 불법인데 또 다른 불법 한 가지가 추가되는 것이 무슨 대수인가?”라고 말하는 타투이스트를 만난 적 있다. 물론 내가 아는 대부분의 양심적인 타투이스트들에게 이런 논리는 부적절하지만 상업성에 치중하는 시술자들도 분명 있다. 인터넷 매체를 통해 마구잡이로 피술자를 모객하고 수많은 작업을 단기간에 처리하는 시술자와 그의 조력자들에게, 고객의 안전은 고려 대상이 아니다. 비위생적인 시술 환경, 비용만 받고 시술을 완성하지 않는 경우, 고객에게 위압적으로 행동하거나 부작용이 생겨도 시술자가 아닌 피술자의 탓으로 돌리는 행위 등으로 소비자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혹시라도 시술 이후 문제가 생겨 연락하면 이들은 매정하게 대처한다. 연락처를 바꾸고 다른 장소로 이동하면 그만이다. SNS가 유일한 연락망인 경우도 있다.

위에서 언급한 눈썹 반영구 화장의 마취제 부작용으로 안면 마비가 온 여성의 경우, 여러 병원을 전전하며 원인과 치료를 찾으려 했으나 지금까지도 같은 상태라고 한다. 시술자에게 문의한 결과 시술자 본인의 책임이 아니라 피술자의 체질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한다. 시술자 또한 경험이나 지식이 없어서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으나 자신의 작업물에 대해 성의 있는 답변을 주고 조치를 취하는 것이 최소한의 직업 윤리 아닌가. 피해를 입은 소비자들은 어디서도 항의할 대상을 찾기 어렵다. 시술은 있어도 사후 관리가 없는 타투는 예외 없이 위험하다. 지금 타투 현장에는 이런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몸에 화려한 타투가 있는, 그런데 미성년자처럼 보이는 이들을 거리나 인터넷에서 본 적 있을 것이다. 그들은 다 어디서 타투 시술을 받은 것일까? 미스터리다. 대부분의 타투이스트는 절대로 미성년자에게 타투를 시술하지 않는다. 그들도 스스로의 법적 위치를 잘 인지하고 있어서 새로운 문제를 만들고 싶어 하지 않는다. 혹시나 본인의 시술이 문제가 되어 법적으로 처벌받을 시, 피해자가 미성년자일 경우 처벌이 가중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성년자들의 잦은 변심, 시술 후 부모의 항의에 따른 곤혹스러운 상황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상황이 이러하니, 미성년자에게 시술하는 것은 타투이스트들 사이에서 매우 위험하고 골치 아픈 일로 자리 잡았다.

그렇다고 타투를 원하는 청소년들이 타투 시술받는 것을 포기할까? 성인이 될 때까지 묵묵히 기다릴까? 그들은 자신의 요구에 부응할 더 깊은 음지를 찾아간다. 요사이 일부 고등학생들 사이에선 일본식 그림체로 용, 도깨비, 뱀 등을 신체 일부에 빼곡히 새기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일명 ‘이레즈미 타투’라고 불린다. 무서울 것이 없는 청소년들에게 익명의 타투이스트들은 크고 무모한 시술을 서슴지 않는다. 잉크가 쉽게 빠지지 않도록 등 혹은 팔뚝 전체에 강박적으로 거칠게 시술한 경우도 봤다. 몇 년 전 한 남학생의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자신의 아들이 타투를 하려고 하는데 아무리 말려도 계속 하겠다고 하니, 선생님이 좀 말려 달라는 것이다. 단호히 어렵다고 답변했다. 부모도 할 수 없는 일을 처음 보는 의사가 어떻게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그리고 만약 제가 아드님에게 타투를 해주지 않는다고 과연 아드님이 여기서 포기하겠느냐고 물어봤다. 어머니는 침묵했다.

우리 병원에서는 부모의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미성년자에게도 시술해 주고 있다. 20년 전 타투를 처음 시작했을 때와 같은 마음, 즉 미성년자를 시술할 사람이 ‘아무도 없다면 나라도 하는 게 낫겠다’는 마음이다. 부모와 함께 내원하는 청소년들은 대부분 자신이 직접 돈을 벌어서 타투 시술비를 수납한다. 부모는 시술 동의를 위해 동행하는 정도다. 그 청소년들의 수입이 어느 정도인지 궁금해서 한번은 시술 도중 물어보니 배달 기사로 일하며 매달 500만 원 정도를 번다고 했다. 그것도 전에는 700만 원이었는데 얼마 전 교통사고로 무릎을 다쳐서 수입이 줄었다고 퉁명스럽게 대답했다. 깜짝 놀랐지만 한편으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대한민국에서 매달 고액의 수입을 버는 동시에 몸에 타투를 새기고 싶어 하는 청소년이, 과연 내가 시술해 준 그 한 명뿐일까? 아니라면, 수많은 청소년들은 어디로 가서 타투 시술을 받은 걸까? 다시 말하지만 대부분의 타투이스트는 미성년자 시술을 절대 기피한다. 불법에 불법이 더해진 그 환경이 안전하다는 보장이 있을까? 혹시 모를 응급 상황이 발생했을 때, 시술자 혹은 청소년 피술자가 그곳 불법의 현장으로 도움을 요청할 수 있을까?

4년 전부터 하이닥 네이버 지식인 활동을 통해 타투 관련 지식을 공유하고 있는데 하루 스무 건 이상의 댓글을 남겨도 타투 부위의 발적, 염증 등 부작용 사례를 호소하는 문의는 끊이지 않는다. 심지어 다른 댓글에서는 “원래 타투 시술을 받으면 그 정도 부작용은 당연하니 참고 지내라”는 충고도 보았다. 즉, 타투의 가장 큰 위험성은 타투 시술 자체에 있지 않다. 타투가 정말 위험한 때는,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영역 밖으로 피술자가 몰리고, 그들이 피해를 입어도 구제할 방법이 전혀 없을 때다.
[1]
European Synchrotron Radiation Facility, 〈Nanoparticles from tattoos travel inside the body〉, 《Scientific Reports》,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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