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투하는 의사
4화

취향과 혐오 사이

백해무익의 아이콘


대부분의 의사들은 타투를 싫어한다. 대한의사협회의 관계자와 피부과개원의협의회를 중심으로 의사들은 매체 인터뷰에 나와 다양한 부작용을 근거로 타투를 반대한다. 피부에 주입되는 타투 잉크의 위험성과 감염병의 전파, 피부 손상 등이다. 게다가 타투를 지우는 건 매우 어려우며 제거 이후에도 상처를 남기는 등 각종 부작용에 노출된다며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한다.

의사들은 실제 의료 현장에서 타투로 인한 부작용을 보고 느낀 그대로 얘기한다. 그들의 주장이 과장되거나 왜곡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의사라는 직업 특성상 위험을 인식하는 태도는 매우 보수적이며 또한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타투에 대한 부작용은 의사들의 추측이 아니라 실제 데이터로도 확인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실시한 문신 시술 실태 조사[1]에 따르면 이용자 중 부작용을 경험한 비율이 서화 문신 18.1퍼센트, 반영구 화장 10.4퍼센트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다른 인체 시술에 대한 부작용 비율과 비교하면 매우 높은 수준이다. 이들이 호소하는 부작용 사례는 주로 염증, 색소 변색, 알레르기 반응 등이다. 이러한 증상이 있는 경우 피술자는 자기를 시술해 준 타투이스트를 찾아가 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바로 의사에게 간다. 시술자는 자신의 행위로 인한 부작용을 확인할 기회조차 없다. 예외적으로 불만을 호소하는 몇몇 피시술자를 접할 뿐이다. 그러나 그 숫자는 매우 적어 자신들의 시술이 실제보다 더 안전하다고 믿을 수 있다. 현실은 다르다. 타투와 반영구 화장 시술을 받은 열 명 중 한 명 이상이 부작용을 호소한다는 통계 자료를 본 의사들은 ‘타투는 위험하구나’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또 의사들은 제거를 원하는 소비자들을 대한다. 제거를 원하는 상당수가 타투 자체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인다. 타투 시술 당시와는 180도 다른 태도다. 자신에게 타투를 해준 시술자에 대한 강한 반감도 함께 쏟아 낸다. 나 또한 타투를 지우기 위해 우리 병원을 방문한 수많은 고객들의 푸념을 들었다. “어린 시절 철없이 타투를 한 것이 후회된다”,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등이다. 이런 정보를 매일 접하는 의사가 타투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을 가능성은 적다. 게다가 타투는 다양한 경로로 만들어진다. 표준화된 시술 과정이 없다. 한국과 같이 타투가 불법인 경우는 더 그렇다. 유튜브에 떠도는 짧은 동영상을 곁눈질하며 배운 것이 전부인 시술자도 있다. SNS를 통해 모여든 타투 소비자들은 그런 배경을 알 수 없다. 의사들이 진료실에서 보는 타투는 이런 과정의 결과다. 듣고 보는 얘기가 모두 부정적이니, 의사들이 타투에 나쁜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결국 의사에게 타투는 위험한 것이며, 없애야 할 대상일 뿐이다.
 

되감을 수 없는 흑역사


타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사람들이 있다. 일반 국민들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서 응답자들은 ‘타투 시술을 받지 않는 이유’ 1순위로 사용 제품과 시술자에 대한 신뢰 부족을 꼽았다. 2021년 6월 한국갤럽은 전국 만 18세 이상 1002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전화 조사원 인터뷰를 실시했다. ‘타투업 법안을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51퍼센트가 찬성, 40퍼센트가 반대, 9퍼센트가 응답 거절로 답했다. 찬성 응답자를 연령별로 분석하면 29세 이하가 81퍼센트, 60대 이상은 25퍼센트였다. 즉, 30대 미만의 젊은 세대는 타투에 대해 압도적으로 우호적인 반면 고령층일수록 타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타투를 지지하는 여론이 많은 것처럼 보이는 것은 타투를 반대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이다.

타투를 반대하는 많은 이들은 타투 시술 현장의 폐쇄성을 두려워한다. 타투 시술 현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는 일반인 입장에서 알기 어려운 부분이다. 몇 년 전 한 여성이 타투 상담을 위해 내원했다. 이 여성은 가슴에 타투를 하고 싶어 하는데 시술받기 두려워 이때까지 망설였다고 했다. 이유를 묻자 가슴 타투를 할 때 반대쪽 가슴을 남성 시술자가 잡고 한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여기서도 그렇게 하냐는 것이었다. 듣는 순간은 어이가 없었지만 생각해 보니 그 여성분의 입장이 이해가 갔다. 외부와 철저히 분리된 시술 현장에서 충분히 걱정할 만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영구적이라는 특성 또한 타투에 대한 두려움을 증폭시킨다. 미국 《피부 과학회 저널지Journal of Dermatology》[2]에 따르면 타투를 시술받은 사람의 25퍼센트가 이를 후회하고 제거를 원한다. 나를 찾아온 환자들에게서도 비용, 통증, 긴 시간까지 필요로 하는데 타투를 제거하고 싶어 하는 모습은 절박함이 보였다. 그들에게 타투는 한순간의 선택에서 시작해 결국엔 상당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과정이다. 시술을 후회하는 순간부터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하고, 예전 모습으로 완벽하게 돌아가는 것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들을 바라보는 친구, 연인, 가족의 입장에서 타투는 일생을 망칠 수 있는 잠깐의 치기 어린 결정으로 간주된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타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그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행위의 원리와 보편적 결과에 따라 위험성을 평가한다. 그런데 타투는 불법이라 주위에서 자주 본 적도 없고 그나마 접하는 사례에서도 타투를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주변에 타투 시술을 받은 지인이 여럿 있는 사람의 입장과, 주위에 타투 시술을 받은 지인이 한 명도 없을뿐더러 그런 사람들이 잘 등장하지 않는 지역에서 일하고 거주하는 사람의 입장은 매우 다를 것이다. 후자의 경우가 여기 해당한다. 경험적으로 행위의 위험성을 예측하는 인간에게, 결과의 위험성을 계량화하기 어려운 행위는 더욱 두렵게 느껴진다. 동네 병원에서 엉덩이 주사를 맞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의사에게 직접 주사를 맞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의사가 아닌, 간호사 혹은 간호조무사에게 우리의 소중한 부위를 맡긴다. 주사제가 바뀌지는 않을지, 주사량은 정확한지, 근육 속 중요한 신경을 건드려서 불구가 되지는 않을지 등을 걱정하는 사람은 없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주사를 놓는 것은 불법인데, 항의하는 사람은 왜 없을까? 한 번도 문제가 없었다는 걸 경험으로 알기 때문이다. 믿을 수 있는 의사, 그의 처방과 지시에 따른 행위에 환자들은 이미 수년간 신뢰를 쌓아 왔다. 불행하게도 타투는 이런 환경에 있지 않다. 타투 자체가 못마땅한 사람들에게, ‘불법’이라는 꼬리표는 타투에 대한 불신을 더욱 견고히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말하자면 타투가 불법이 된 이유는 위험하다는 생각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사람들이 타투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근거는 그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다.
 

한가한 사람들의 이야기


15년 전 한 타투이스트가 병원에 찾아왔다. 자신의 명함을 주며 찾아온 목적을 밝혔다. 방송에 나갔을 때 타투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삼가 달라는 것이었다. 말은 정중해도 사실상 협박이었다. 병원 홈페이지 게시판에 달리는 “밤길 조심하라”는 댓글은 애교 수준이었다. 그들을 비난할 의도는 없다. 그들 역시 피해자이기 때문이다. 3년 전 수원에서 반영구 화장을 시술하는 한 여성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접했다. 이 여성은 열정적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주변의 신고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불법이란 낙인을 쓰고 많은 부채와 좌절 속에 끝내 생을 마감하는 사례는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최근 뜨거운 타투 합법화 논의에 가장 큰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의사도 국민도 아닌 바로 이들 타투이스트다. 타투이스트들이 가장 빈번하게 호소하는 고통은 타투를 의뢰한 피술자의 과도한 요구, 소위 갑질이다. 타투는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예술 행위다. 일단 시술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렵다는 특성이 있다. 캔버스에 그려 놓은 그림이 의뢰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져가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타투는 평생 같이 살 수밖에 없다. 어떤 그림을 새길지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어렴풋하게 ‘나도 몸에 타투를 한 개쯤 새기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술받은 사람들 중 상당수는 시술 이후 전혀 다른 태도를 보인다. 자신이 원했던 타투는 이런 것이 아니었다는 반응이다. 충분한 상담과 의견 교환이 있다고 해도 이런 일을 모두 막을 수는 없다. 수시로 변하는 피술자의 마음과 주변 사람들의 반응이 시술의 만족도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시술자들은 난감하다. 불법 시술이라는 약점 때문에 의뢰인의 요구가 과도한 경우에도 상황을 원만하게 해결하고자 노력할 수밖에 없다.

2년 전 인스타그램을 통해 잘 알려진 한 여성 타투이스트가 타투 시술 후 부작용을 호소하는 의뢰인으로부터 고소를 당한 사건이 있었다.[3] 시술 후 염증이 생겼고 이후 타투가 본래 모습을 잃고 보기 흉하게 변했다는 이유였다. 타투이스트는 시술 이후 피술자의 관리 소홀을 문제의 원인으로 꼽았고 피술자는 시술 과정의 위생과 불법성을 문제 삼았다. 이 사례는 언론을 통해 진실 게임으로 퍼졌다. 사건 관계자로부터 받은 시술 직후 및 경과 사진으로 판단할 때, 시술자의 잘못도 피술자의 관리 소홀도 아니었다. 타투 잉크, 특히 컬러 잉크가 원인이었다. 피부 부작용이 드물게 일어나는 검은색 잉크와 달리 유색 잉크에서는 시술 후 피부 알레르기가 빈번하게 일어난다. 피부 알레르기는 일종의 염증 현상이라 주입된 피부 주변을 녹인다. 몸속에 있던 타투 잉크는 느슨해진 조직을 통해 외부로 빠져나오게 되고, 결국 시술 직후의 선명한 모습을 잃는다. 시술 전 이런 과정에 대해 시술자가 피술자에게 주지하는 것은 직업인으로서의 당연한 책임이겠으나 분쟁 발생 시 철저하게 을의 입장에 놓이는 것은 시술자 측이다.

근래 타투이스트 노동조합 ‘타투유니온’을 중심으로 시술 전 피술자에게 동의서를 받는 추세가 늘고 있다. 병원에서 의사가 수술 환자에게 받는 수술 동의서에 준하는 형식이다. 타투는 신체에 남는 작업이므로 시술 후 원본과 똑같이 될 수 없다는 내용을 포함해, 시술자 입장에서 시술 전 의뢰인을 상대로 확인시켜 줘야 할 사항들이 적시되어 있다. 타투이스트 노동조합의 등장엔 예술가와 노동자라는 쉽게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단어 사이의 긴장이 있다. 많은 타투이스트들에게 타투는 예술의 영역이며 이를 행하는 자신 또한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지위를 바란다. 그러나 현실은 이런 바람과 거리가 멀뿐더러 최소한의 안정적인 직업 생활조차 불가능하다. 여성 타투이스트가 타투 시술 도중 자신보다 힘이 센 피술자로부터 협박과 추행을 당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지키고 싶은 정체성과 냉엄한 현실 사이에서, 타투이스트들은 범법자라는 신분 때문에 발생할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고자 과할 정도로 방어적인 태세를 갖추게 됐다.

타투는 숨긴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오늘도 누군가는 시술받았을 것이다. 실력 있는 타투이스트들과 그들에게 시술받고 싶어 하는 국민적 수요를 언제까지고 모른 체할 수는 없다. 그저 자유롭게 일할 수 있게 해달라는 이들의 요구가 한가하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타고 또 해를 넘겼다. 몇 개월 남지 않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바람처럼 떠도는 아우성이 과연 그들이 바라던 곳에 정착할 수 있을까? 아니면 지난 십수 년간 그랬던 것처럼 또 다른 바람으로 흩어져 버릴 것인가.
[1]

김대중·최은진·권진·심정묘·김보은, 〈문신 시술 실태조사 및 안전 관리 방안 마련〉, 한국보건사회연구원, 2019.

[2]

Anne E. Laumann, 〈Tattoos and Body Piercings in the United States: A National Data Sets〉, 《Journal of the American Academy of Dermatology》, 2006.

[3]
김예나, 〈“왜곡된 사실” 퀸와사비 VS “악의적 편집” 케리건메이, ‘타투 논란’ 쟁점#3〉, 엑스포츠뉴스, 2020.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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