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미래

2월 8일 - FORECAST

네이버와 카카오는 뉴스 알고리즘을 두고 다른 길을 걷는다. 뉴스와 미디어는 어떻게 달라질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국내 플랫폼 양대산맥 네이버와 카카오는 뉴스 서비스에 알고리즘의 영향력을 줄이고 구독형 서비스를 늘려왔다. 올해부터는 알고리즘 기반의 ‘메인 뉴스’ 방식이 사라질 예정이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변화는 뉴스와 미디어를 어떻게 바꾸고 있나.
WHY_ 지금 뉴스 알고리즘을 읽어야 하는 이유

뉴스 알고리즘은 편향성 논란에 시달렸다. MBC 탐사기획 〈스트레이트〉는 2020년 12월 방송된 114회와 2021년 3월 방송된 123회를 통해 네이버 뉴스의 보수 편중을 다뤘다. 알고리즘을 둘러싼 문제는 국내 포털만의 문제가 아니라 메타의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세계적으로 제기되는 문제다. 알고리즘의 투명성을 강화하려는 네이버와 알고리즘을 폐기하는 카카오의 행보는 우리의 뉴스 소비 형태를 바꾼다. 혹은 그 반대일 수도 있다.
REFERENCE_ 메타

세계의 빅테크 기업은 작년 한 해 동안 규제로 홍역을 앓았다. 대표적인 것이 메타다. 페이스북 프로덕트 매니저 프랜시스 하우겐은 미 상원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이용자를 유해한 환경에 방치한다고 증언했다. 미국 연방거래위원회 리나 칸의 표적이 됐다. 지난 2021년 12월 메타는 혐오와 분열을 조장한 인스타그램 알고리즘 추천을 폐지했으며 트위터도 인종 편향을 드러내는 알고리즘을 수정했다. 우리나라의 알고리즘 부작용의 대표적 사례는 뉴스다.
DEFINITION_ 알고리즘의 블랙박스

뉴스 알고리즘의 정확한 문제는 무엇일까? 편향성 문제의 근본적 원인은 측정 개념의 모호함과 학습 데이터 자체의 문제다. 수치화할 수 없는 가치는 반영할 수 없어 심층성이나 다양성을 담보할 수 없다. 이는 확증편향 즉 필터 버블(filter bubble) 문제로 이어진다. 뉴스 알고리즘의 작동 원리 중 하나인 클러스터링(clustering)은 군집화 기술이다. 인터넷 사용 기록에 따라 사용자를 분류하고 이들이 좋아할 만한 뉴스를 추천한다. 특정 정보는 사전 배제되고 사용자는 편향된 거품에 갇힌다. 학습 데이터 문제는 인간 사회가 만들어온 편향을 알고리즘이 데이터로 습득하며 나타난다. 구글에서 ‘의사’를 검색하면 압도적으로 남성이, ‘간호사’를 검색하면 압도적으로 여성이 많이 나오는 게 대표적 예다. 알고리즘 작동 원리는 블랙박스 속에 감춰져 이제껏 사용자는 알지 못했다. 투명성 요구가 빗발쳤다.
CONFLICT_ 알고리즘의 편향

네이버의 뉴스 알고리즘에 제기된 문제는 필터 버블과 보수 편향이다. 북저널리즘의 책《알고리즘의 블랙박스》를 쓴 오세욱 저자는 에디터와의 통화에서 네이버와 카카오가 뉴스 알고리즘에 다양성을 증대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는 장르의 다양성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가령 테크 기사를 많이 보는 사람에게 정치 기사도 추천하는 식이다. 그는 저널리즘 영역에서의 다양성은 ‘의견 다양성’이며 이는 수치화가 불가능하다고 전했다. 네이버와 다음, 구글 모두 해결하지 못한 알고리즘의 근본적 문제다. 보수 편향은 어떨까? 앞서 MBC의 보도는 네이버에서 아무리 진보 언론만 소비해도 결국 알고리즘이 보수 언론을 중심으로 추천을 진행한다는 내용이었다. 다만 취재팀의 조사 방법은 집계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 네이버는 조사 방법의 신뢰성을 문제 삼아 소를 제기했다. 좋은 문제 제기지만 실패한 취재였다. 네이버는 이 문제에 대해 자체 검토 위원회를 통해 해명했다.
RECIPE_ 검토 위원회

네이버는 알고리즘 편향 문제 해결을 위해 ‘네이버 뉴스 알고리즘 검토 위원회’를 지난 2018년 5월에 발족했다. 당시 주요 이슈는 필터 버블이었다. 위원회는 이에 대해 관심사가 아닌 분야에 대한 추천도 이뤄지고 있다는 결론을 냈다. 위 오세욱 저자의 지적이 향한 지점이다. 2차 위원회의 결과는 지난 1월 26일에 나왔다. 이슈는 심층성과 보수 편향이었다. 오세욱 저자는 본 위원회 결과에 대해 “알고리즘이 결과의 심층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는 것을 인정한 점”, “기존 언론사 중 기사를 대량 작성하는 곳이 알고리즘의 수혜를 볼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점”을 의의로 짚었다. 결국 알고리즘의 근본적 문제는 남아있는 셈이다. 네이버는 올해부터 모바일과 같이 PC버전 뉴스 메인에 구독형 서비스를 제공해 알고리즘의 리스크를 한 꺼풀 덮었다.
NUMBER_ 2300만 명

언론사 구독 서비스는 네이버가 모바일 앱에서 2017년부터 실시해왔다. 2021년 12월 기준 2300만 명의 이용자가 네이버에서 한 개 이상의 언론사를 구독한다. PC에선 메인 화면만 구독형 보드를 제공하고 분야별 탭에서는 기존과 같이 알고리즘을 통한 추천을 진행한다. 카카오는 어떨까? 2021년 상반기 970만 명이던 ‘다음’ 앱 월간 활성 사용자가 올해 1월 870만 명까지 감소했다. 포털 다음에서는 알고리즘에 의한 뉴스 추천과 랭킹을 전면 폐기한다. 대신 카카오는 ‘뷰’를 통해 구독 서비스를 더 강화할 방침이다. 오세욱 저자는 이에 대해 뉴스콘텐츠제휴(CP)에서의 알고리즘이 삭제된 것이지 뷰의 ‘발견’ 탭에서는 추천 알고리즘이 사용되므로 전면 폐기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카카오는 일련의 조치를 이용자 선택권과 언론사의 편집권을 강화하는 것이라 말한다. 속내는 다르다.
MONEY_ 수익 모델

포털은 뉴스로 어떻게 돈을 벌까. 뉴스 이용량이 많아지면 포털 이용량이 늘어나는 구조다. 포털은 애초에 직접적인 수익이 없다. 반면 위험 부담은 크다. 여론 조작, 악성 댓글, 뉴스 알고리즘 편향성 등 이용자의 성토와 정치권의 뭇매를 맞아야 한다. 1위와 2위의 격차도 크다. 카카오가 구독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은 언론사 편집권 강화가 아닌 뉴스 서비스 모델 비중 축소에 가깝다. 언론사 기사를 아웃링크로 서비스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네이버는 기존 뉴스 서비스의 문제를 안고서라도 독점적 지위를 공고히 하려 한다.
RISK_ 길들임

카카오가 뉴스 비중을 축소함에 따라 언론사가 의존하던 장은 좁아지고 있다. 언론사는 탈 포털의 일환으로 자체 구독 서비스나 후원금 제도, 회원 전용 콘텐츠를 내놓기도 한다. 돈을 내야 볼 수 있는 ‘페이 월’의 이전 단계인 ‘로그인 월’을 구성하기도 한다. 언론사 홈페이지로 이용자 유입과 수익성을 늘리려는 시도다. 다만 포털 뉴스 이용률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이는 이미 이용자가 광고 지면이 적어 기사를 깔끔하게 볼 수 있는 포털 뉴스란과 뉴스 랭킹 알고리즘에 길들었기 때문이다. 언론사의 탈 포털 행보가 무산되면 더 자극적인 지면을 구성하거나 광고를 심화하는 선택지만 남는다. 이용자는 언론사 홈페이지로 돌아갈 이유가 더 없어지는 딜레마가 생긴다.
KEYMAN_ 여당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알고리즘이 도입된 이유는 비단 편리해서가 아니다. 기계적 중립성에 대한 신화 때문이다. 네이버나 다음의 뉴스 추천도 원래 사람의 큐레이션을 거쳤다. 이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정부 여당이다. 2015년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은 포털의 정보 제공이 왜곡되었다며 인터넷 규제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카카오는 2016년 루빅스 알고리즘을 개발했고 네이버는 2017년 에어스(AiRS) 알고리즘을 개발해 뉴스 추천을 알고리즘이 수행하게 했다. 정권이 바뀐 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알고리즘의 전면 공개를 요구했다. 지난 2021년 5월엔 더불어민주당 미디어혁신특별위원회가 알고리즘의 편향성 문제를 지적하며 알고리즘을 이용한 뉴스 배치를 막으려고 했다. 뉴스의 변화는 여당의 입김과 함께했다.
INSIGHT_ 덫

플랫폼 기업은 자기가 놓은 덫에 걸렸다. 뉴스를 끌어와 이용률을 개선하려 했지만 편향성 문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플랫폼이 다하지 못한 각종 사회적 책임 탓에 정치권의 견제도 이기지 못했다. 디지털화된 미디어 시장에서 언론사 역시 자극적인 방향으로 진화를 거듭했고 포털의 뉴스 사업 축소에 맞춰 각자도생을 강구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그렇다면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광고가 지저분하게 붙지 않은 페이지와 높은 접근성, 품질이 좋은 기사다. 이 간단한 조건은 현 미디어 시장 안에서 상호 충돌하는 요소들이다. 뉴스는 이 긴장 관계 속에 볼모로 잡혀 있다.
FORESIGHT_ 이용자

이용자의 선택이 뉴스의 질을 결정할 것이다. 네이버와 카카오, 언론사의 변화는 이용자가 원하는 곳을 자유롭게 구독하고 알고리즘 편향성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만 의미하지 않는다. 변하는 건 뉴스 형태뿐 아니라 뉴스의 질이기도 하다. 플랫폼 내 구독 서비스의 강화가 좋은 콘텐츠 사업자를 양산하고 포털과 언론사 양측에 우호적인 이익 모델이 될지는 미지수다. 언론사와 플랫폼의 종속 관계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구독 서비스를 전면에 세운 채 알고리즘 뉴스 서비스를 계속하는 네이버와 알고리즘을 폐기하는 카카오의 행보가 이용자의 선택을 보여줄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좋은 뉴스를 만드는 환경은 플랫폼과의 종속 관계없이 자발적 구독료로 운영되는 미디어다. 뉴스의 미래는 역설적으로 이용자에 달렸다.


본문에서 취재한 오세욱 저자의 저서 《알고리즘의 블랙박스》를 추천합니다.
알고리즘의 편향과 대안에 대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