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의 결정적 결정
 

2월 18일 - FORECAST

연준은 금리를 언제 어떻게 얼마나 올릴까? 글로벌 증시는 오를까 내릴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1월 FOMC 회의록이 공개됐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연방준비제도의 최고의사결정기구다. FOMC는 1월 25일과 26일 이틀 동안 진행됐다. 3주 뒤인 2월 16일 FOMC 회의록이 공개됐다. 1월 FOMC 직후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금리 인상을 시사하는 매파 발언을 했다. 정작 공개된 FOMC 회의록에선 연준 위원들이 시장 예상보다 더 비둘기파라는 진실이 드러났다. 지금 연준은 시장을 이끌고 있지 않다. 시장에 쫓기고 있다. 과연 연준은 3월 FOMC에서 한번에 50bp 금리 인상이라는 빅스텝을 단행할까. 
WHY_ 지금 연준의 속내를 읽어야 하는 이유

연준이 올해 언제부터 얼마나 어떻게 금리를 올릴지 알고 싶어서. 미국 주식에 투자하고 있는 서학개미라서. 언제 자신의 자산 포트폴리오 리로케이션을 할지 타이밍을 보고 있어서. 외국인 자금에 휘둘릴 수밖에 없는 코스피에 투자한 동학개미라서. 판데믹과 엔데믹 동안의 주식 시장이 어떻게 다를지 알고 싶어서. 한국과 글로벌 거시 경제의 미래가 궁금해서. 
DEFINITION_ 매둘기 

2월 16일 1월 FOMC 회의록이 공개되자 시장은 반색반등했다. 1월 조정장을 유발한 파월의 금리인상 시사 발언 이상의 매파 발언은 없었기 때문이다. 3월 빅스텝에 대한 언급도 전무했다. 오히려 연준은 금리인상에 따른 자산 가격 하락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진 않을지 우려하는 분위기였다. 2008년 금융위기의 악몽 탓이다. 지금의 금융시스템은 자동화됐고 개인화됐다. 하락하면 무조건 매도하는 인공지능과 휴대폰으로 패닉바잉셀을 반복하는 개인들이 주도한다. 그 어느 때보다 하락장에 취약하다. 연준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탄력성을 자신하진 못한다. 인플레이션을 잡느라 당장은 화난 매파처럼 굴고 있을 뿐이다. 
NUMBER_ 5.8퍼센트

진짜 관건은 인플레이션이 아니라 기대 인플레이션이다. 시장의 물가 상승 기대감을 보여주는 지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율은 2021년 1월 7퍼센트와 2월 7.5퍼센트로 상승세다. 반면 2월 14일 발표된 미국의 기대인플레이션은 5.8퍼센트였다. 하반기 내내 가파르게 오르던 상승추세가 마침내 꺾였다. 연준은 현재가 아니라 미래와 싸워야 한다. 미래에 물가가 오를거라는 시장의 기대를 꺾어놔야 인플레이션을 잡는다. 1월 태세전환으로 시장의 기대를 꺾는데까진 성공했다. 
MONEY_ 9조달러 

지금 연준이 가진 무기는 2가지다. 금리와 대차대조표다. 금리인상은 이미 기정사실이다. 연준이 보유한 9조 달러 규모의 채권을 시장에 내다 파는 양적축소가 관건이다. 달러를 받고 채권을 팔면 그만큼 유동성을 흡수하는 효과가 있다. 양적축소의 진짜 목적은 장단기채권금리의 역전을 막는 것이다. 10년물 장기채권 금리와 2년물 단기채권금리의 금리 스프레드가 좁아지면 경기위축이다. 역전되면 경기침체다. 연준이 보유 채권을 내다 팔면 장기 금리를 높일 수 있다. 연준은 경기침체를 피하면서 금리인상으로 인플레이션을 잡을 묘안을 찾고 있다. 
RISK_ 7.5퍼센트

2월 10일 발표된 1월 소비자물가지수 7.5퍼센트가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매파 중의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 연준위원은 CPI 발표 직후 3월 50bp인상을 의무라고 느낀다는 발언까지 했다. 미국은 소비대국이다. 생산자물가지수보다 소비자물가지수가 늘 중요하다. 미국인들이 같은 수입으로 얼마나 덜 살 수 있게 되느냐가 체감 인플레이션이다. CPI에 직결된다. 1월 CPI는 7.3퍼센트를 기대한 시장 예측을 상회했다. 단지 수치가 높아서만이 아니다. 상품과 서비스가 각각 2.4퍼센트씩 올랐다. 이제껏 연준은 인플레이션은 코로나로 인한 공급망 혼란 탓에 상품 공급이 이뤄지지 않아서라고 주장해왔다. 오미크론으로 판데믹이 엔데믹이 돼서 서비스 지출이 증가하면 상품 지출이 줄면서 인플레이션도 진정될거라고 봤다. 1월 CPI는 상품과 서비스 지출이 동시에 증가하는 양상을 보여줬다. 2021년 하반기에 인플레이션을 주도해온 자동차 가격은 하락세였지만 전반적인 부동산 주거비가 10퍼센트 넘게 올랐다.  
RECIPE_ 50bp

지금 연준은 매둘기지만 사실상 FOMC의 주도권은 매파인 제임스 불러드와 크리스토퍼 월러가 잡고 있다. 불러드는 금리인상을 줄곧 주장해왔다. 월러는 대차대조표 조정을 처음 언급했다. 불러드와 월러가 주도권을 잡은 건 연준이 시장보다 뒤쳐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반기 연준은 3월 FOMC에서 50bp 빅스텝 인상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한번에 시장을 따라잡고 5월과 6월에 25bp식 올려서 7월 1일 이전에 1퍼센트 기준금리에 도달한다는 게 월가의 대체적인 예상 시나리오다.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연방기금금리선물은 3월에 연준이 50bp를 인상한다는 상품 가격이 50퍼센트나 폭등했다. 
CONFLICT_ 바이든  

바이든의 지지율과 인플레이션율은 반비례 관계다. 현재 바이든의 국정운영 지지율은 42퍼센트다. 집권 당시보다 반토막이 났다. 연준은 2022년 상반기에 빅스텝으로 기준금리를 올린 다음 하반기엔 대차대조표 조정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높다. 11월엔 바이든 행정부의 정치적 운명이 걸린 중간선거가 예정돼 있기 때문이다. 상반기엔 인플레이션을 막고 하반기엔 경기침체를 막는게 올해 연준의 스케쥴이다. 미국은 현재 실업률 3퍼센트 미만의 완전 고용 상태다. 서비스업이 재개되면서 고용률도 가파르게 회복되고 있다. 바이든은 연준이 고용률을 유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잡는 줄타기를 해주길 원한다. 
REFERENCE_ 7번 

골드만삭스는 연준이 올해 남은 7번의 FOMC마다 금리를 올릴 수 있다고 전망한다. 도이치방크는 7회다. 시티그룹도 7회다. 바클레이스는 5번을 예상한다. 차이는 연준이 불도저처럼 금리를 올릴 것인지 시장의 충격을 살피면서 올릴 것인지에 달려 있다. 월가는 연준이 시장을 추월해야 한다고 본다. 정작 매둘기인 연준은 3월 빅스텝을 밟은 다음 시장의 눈치를 볼 가능성이 높다. 지금 미국 경제는 자산 버블이라는 진통제로 버티고 있다. 금융 시스템의 탄력성은 아무도 확신하지 못한다. 또 한번 미국 증시가 2020년과 2008년 같은 대폭락을 경험한다면 장기간의 후유증을 피할 수 없다. 바이든 정권도 무사하기 어렵다. 
KEYMAN_ 옐런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장관은 2000년대 이후 가장 영향력이 큰 연준의장이었다. 지금은 재무부장관이지만 연준에 대한 영향력도 여전하다. 옐런은 현 연준의장인 제롬 파월과 함께 연준의 역할을 인플레이션 파이터에서 경기고용 디펜더로 확장한 장본인이다. 인플레이션율이 높아졌다고 해서 연준이 과거의 역할로 후퇴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옐런은 2022년 연말이면 인플레이션율이 2퍼센트 아래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옐런의 전망은 연준의 전망에 음양으로 영향을 미친다. 일단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작하고 주식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가더라도 옐런이 중시하는 미국 기업 실적과 노동시장의 변화는 지속적인 변수가 될 것이다. 지금 연준은 독립 기관이 아니다. 
INSIGHT_ 대학살

판데믹 증시와 엔데믹 증시는 다르다. 판데믹 증시에선 기술낙관주의가 시장을 지배했다. 로블록스나 리비안처럼 미래를 약속하는 기술기업의 주가가 손쉽게 펄펄 날았다. 1월 말부터 2주 동안 이어진 2021년 4분기 어닝 시즌은 투자자들이 더 이상 무작정 낙관적이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기술과 실적이 겸비되지 않으면 메타나 넷플릭스 같은 빅테크 기업의 주가가 폭락했다. 월가에선 기술 기업 대학살이라고 부른다. 진짜와 가짜가 솎아내지는 과정이다. 이런 기업들은 주식 시장에서 외면 당했을 뿐만 아니라 기업채 시장에서도 자금 조달이 어렵다. 3월 15일에서 16일 동안 열릴 FOMC 이전에 주식 포트폴리오의 리밸런싱이 시급한 이유다. 이제부턴 사면 오르지 않는다. 잘 사야 오른다.  
FORESIGHT_ 대세상승

금리 인상은 당연히 주가 멀티플을 하락시킨다. 일단 금리 인상 사이클이 시작되면 증시 조정은 필연이다. 다만 금리 인상이 무조건적인 주가 하락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연준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건 상대적으로 경기 회복에 자신이 있기 때문이다. 금리 상승기는 경기 회복기다. 기업 실적이 증가하기 마련이다.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 개별 주가는 오르게 된다. 금리 인상기엔 주가는 하락하는게 아니다. 이전보다 느리게 대세상승할 뿐이다. 2000년대 이후 금리 상승기엔 모두 그랬다. 연준이 금리 인상을 시사할 땐 조정이 시작되지만 결국 우량 종목을 중심으로 주가가 꾸준히 상승했다. 잘못된 종목을 골랐거나 공포로 시장을 떠난 투자자들은 소외될 수밖에 없다. 연준은 올해 안에 최대 150bp까지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있다. 상반기 100bp 상승 이후 나머지 50bp는 시장과 소통을 해내갈 공산이 크다. 그래서 올해는 특히나 환희에 팔고 공포에 사야 하는 시기다. 


금융의 미래에 관해 더 잘 알고 싶다면 〈넥스트 금융위기〉를 추천합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