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미크론
 

2022년 다섯 번째 프라임 레터

안녕하세요. 북저널리즘 CCO 신기주입니다. 

갑자기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습니다. 오미크론 변이는 주로 상기도 감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쉽게 말해 목감기처럼 시작됩니다. 델타 변이는 주로 하기도 감염을 유발시켰습니다. 폐렴이 대표적입니다. 델타 변이의 치명률이 높았던 이유죠. 오미크론은 인후통에서 시작돼서 발열 증상으로 진행됩니다. 오미크론의 진행 속도는 상상초월이었습니다. 최초로 목이 아프다고 느낀 순간부터 기침과 발열과 피로감으로 몸이 무기력해지는데까지 6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습니다. 감염 초기엔 확실히 증상이 있어도 자가진단키트로는 양성이 나오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신속항원검사는 일반인이 실시하면 민감도가 20% 미만입니다. 의료인이 시행해도 50% 미만입니다. 실제로 그랬습니다. 감염 초기 두 차례나 자가진단키트로 검사해봤지만 모조리 음성이 나왔습니다. 

자가진단키트로 양성이 안 나오면 아무리 오미크론 증상이 뚜렷해도 선별진료소에서 PCR검사를 받을 수 없다는 게 정말 문제입니다. 그나마 오미크론 최초 증상이 인후통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덕분에 목이 아프자마자 의심 증상이라고 자각하고 곧바로 자가 격리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PCR검사 양성 확진을 받지 못하면 방역 당국의 도움을 받을 수가 없습니다. 정부 통계에서 빠지게 되니까요. 하루 코로나19 신규 확진자수는 지난 2월 18일 처음 10만명을 넘어섰습니다. 2월 20일 현재까지 사흘 연속 10만명대를 기록했습니다. 누적 확진자수는 200만명에 육박합니다. 실제 감염자수는 이보다도 많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정부 통계는 PCR검사 양성 확진자만 기준으로 하니까요. PCR검사를 받으러 인근 선별진료소를 찾을 수 있었던 건 오미크론 증상이 발현되고 사흘이 지난 뒤였습니다. 겨우 열이 내리고 근육통도 가셔서 그나마 검사를 받으러 갈 수 있었거든요. 이렇게 너무 아파서 검사조차 못 받으러 가는 환자들이 어딘가에 더 있을 겁니다. 
오미크론은 사실상 감염 경로를 특정하는 게 불가능합니다. 전파력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기 때문이죠. 코로나19 바이러스는 돌기 단백질을 갖고 있습니다. 바이러스가 자신과 세포를 연결시키는 무기죠. 델타 변이한텐 변종 돌기를 만들어내는 아미노산이 9개 정도입니다. 오미크론 변이는 무려 35개입니다. 오미크론의 전파력이 막강한 이유죠. 우리나라보다 먼저 오미크론 대유형이 시작된 나라들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일단 오미크론 창궐이 시작되면 의학적 백신도 사회적 거리두기도 방책이 되지 못했습니다. 대신 오미크론 대유행은 창궐이 시작되고 평균 27일이 지나면 정점을 지나 줄어들기 시작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이 세계보건기구의 통계를 근거로 추정한 내용입니다. 뉴욕시의 경우 12월 15일 오미크론 대유행이 시작됐고 감염자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가 1월 14일 감소세로 돌아섰습니다. 파리는 대유행에서 피크까지 24일 걸렸고 런던은 23일이 걸렸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세가 정점으로 치닫을 때는 모두 예외 없이 더블링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더블링은 확진자가 매주 2배씩 늘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우리나라는 2월 20일 현재 더블링 확산기의 한복판을 통과하고 있습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 》의 공식이 맞다면 3월 초중순에 우리나라도 오미크론 피크에 도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후 전주보다 10%씩 확진자 수가 줄어드는 반감기로 접어들게 됩니다. 우리나라의 오미크론 정점기는 20대 대선의 사전투표 기간과 본투표일과 겹칩니다. 정치공학자들은 오미크론 확산세가 연령별 투표율에 미칠 영향을 계산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반면에 방역전문가들은 투표장으로 인구가 밀집하게 만드는 투표행위와 가공할 전염성의 오미크론이라는 변수가 우리나라의 코로나19 상황을 어디로 끌고 갈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입니다. 어느 쪽이든 3월 9일 대선투표일 이후엔 선거가 끝나서든 오미크론이 정점을 찍어서든 방역 정책에 근본적 변화가 불가피해보입니다. 

오미크론의 치명률은 대략 0.16%입니다. 0.8%인 델타 변이의 5분의 1 수준이죠. 중앙방역대책본부는 3차 접종자의 경우 중증화 예방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합니다. 실제로도 그런 듯 합니다. 최초 증상 이후 집 서재에서 자기 격리를 시작했습니다. 나름 혼자 꽁꽁 싸매고 있었죠. 오미크론의 가공할 전파력 앞에선 소용 없는 짓이었습니다. 며칠 뒤 챙겨보니 다른 식구들 모두 삽시간에 감염된 상태였습니다. 팔순을 바라보는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십대 딸아이까지 모두 자가검사결과 양성이 나왔습니다. 정작 오미크론 증상은 2차 접종까지 완료한 아들보다 경미했습니다. 두 분 모두 심각한 기저질환이 있는데도 증상은 우려할 정도까진 아니었죠. 백신 효능으로 보였습니다. 방대본에 따르면 3차 접종 이후 오미크론에 대한 중화항체는 적게는 10배에서 많게는 100배까지 증가합니다. 지금은 미접종자인 초등생 따님이 걱정입니다. 사실상 아무런 무기도 없이 어리고 건강한 맨몸만으로 오미크론과 싸워야 하니까요. 

경험상 오미크론 증상은 나이 차별을 합니다. 주변에서 오미크론에 감염된 20대는 적잖이 무증상입니다. 반면에 40대 이상부턴 대부분 어떤 식으로든 앓고 지나갑니다. 60대 이상 노년층의 경우엔 3차 접종 여부가 증상의 경중을 가릅니다. 모든 질병이 다 그렇지만 오미크론 앞에서도 고령자와 유병자는 절대적으로 불리합니다. 방역전문가들이 오미크론의 치명률이 낮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고 경고하는 이유입니다. 누군가한텐 감기보다도 못하지만 누군가한텐 죽음에 이르는 병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오미크론의 높은 전파력 탓에 치명률이 낮아도 통계상으론 사망자의 절대치가 커질 수 있습니다. 모집단이 커지니까요. 미국의 경우 오미크론으로 인한 사망자는 15만명을 넘어섰습니다. 델타로 인한 사망자 13만명을 추월했죠.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2월 20일 현재 재택치료자는 45만명이 넘었습니다. 지난 2월 19일엔 재택 치료 중이던 50대 남성이 홀로 숨지는 일까지 일어났습니다. 
2월 19일 PCR검사 양성 판정까지 받았습니다. 북저널리즘 사무실에선 여러 동료들이 동시다발로 오미크론 양성 판정을 받았습니다. 당연히 즉각 전직원 재택 근무에 돌입했죠. 어쩔 수 없이 2월 19일자 〈북저널리즘 라디오〉는 전해드리지 못했습니다. 다 함께 노래방 스튜디오에 모여서 방송을 하는 건 불가능했으니까요. 방역당국한테 통지 받은 자가격리 기한은 2월 25일 금요일 00시까지입니다. 이론상으론 2월 26일자 〈북저널리즘 라디오〉로는 독자청취자 여러분을 찾아뵐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음주 라디오 녹음을 할 수 있는지 알고 싶어서 PCR검사를 받았습니다. 공식적인 자가격리기간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니까요. 솔직히 이것 말고는 정부 방역당국한테서 별다른 도움이나 안내를 받진 못했습니다. 그럴 줄 알았어서 놀랍지도 않았습니다. 원래부터가 국가가 나를 위해 무엇을 해주기를 원한 적이 별로 없습니다. 

〈북저널리즘 라디오〉를 못 전해드린 대신 〈대선라이브〉에 집중했습니다. 〈대선라이브〉는 이연대 대표의 참신한 아이디어였습니다. 《가디언》의 라이브 블로그를 이번 대선 보도에 적용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죠. 아이러니하게도 자가격리는 〈대선라이브〉를 수시로 업데이트하기에 나쁘지 않은 근무 환경입니다. 사람 대신 TV와 인터넷을 가까이하게 되니까요. 지금도 함께 오미크론 확진이 된 신아람 디지털 디렉터와 수시로 커뮤니케이션하면서 〈대선라이브〉를 업데이트하고 있습니다.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부디 〈대선라이브〉를 즐겨주셨으면 싶습니다. 신아람 디렉터가 기침을 토하며 써내려간 대선 타임라인입니다. 

북저널리즘은 이번 주 내내 비상 재택 근무를 하게 됩니다. 재택 기간에도 미디어로서의 기능은 유지됩니다. 다만 개인 건강 상태나 오미크론 방역 상황에 따라 변동 사항이 있을 순 있습니다. 그럴 경우 독자청취자 여러분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우리나라 오미크론 대유행은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습니다. 압도적인 전파력 탓에 우리 중 누구도 오미크론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오미크론은 갑자기 목감기처럼 시작됩니다. 증상이 발현되고 병증이 완화될 때까지 사나흘 정도 걸립니다.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해열제를 상비해놓는 것도 갑작스런 증상발현과 자가격리에 대비하는 괜찮은 방법입니다. 이것이 코로나19 대유행의 마지막 고비인지는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근거 없는 낙관론은 금물이니까요. 그렇지만 이번 고비도 우리는 이겨낼 수 있을 겁니다. 북저널리즘도 이겨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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