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의 부스터슛이 오프사이드인 이유

2월 23일 - FORECAST

부스터슛을 띄우고 나선 이재명 후보는 과연 막판 대역전에 성공할 수 있을까? 조금씩 어긋나 있는 이 후보의 선거전략을 분석한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2주 앞으로 다가왔다. 각종 여론조사 기관이 그야말로 '쏟아내고'있는 숫자들은 여전히 확실한 승자를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유권자는 후보에 대해 제대로 알 권리가 있다. 선택을 목전에 두고도 망설일 수밖에 없는 독자들을 위해 북저널리즘은 이번 주, 양강 후보의 선거 전략을 분석한다. 오늘 포캐스트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조명한다.
WHY_ 지금 이재명의 전략을 읽어야 하는 이유

TV 토론에서도 정책과 비전은 희미하고 의혹과 네거티브만 선명한 이번 선거. 여러모로 유권자들에게 불행한 대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판단 근거는 필요하다. 각 후보의 선거 전략은 좋은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다. 무엇을 감추고, 또 무엇을 부각하고자 하는지를 들여다보면 인물의 진짜 실체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KEYMAN_ 이재명 

이재명은 중학교로 진학하지 못하고 소년공이 되어야 했던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지금 대한민국 선출직 최고 자리에 도전하고 있다. 그의 인생은 언제나 불가능한 것을 무리해서라도 가능하게 만들어내는 여정이었다. n86세대 운동권은 대학생이 되어 노동자의 삶으로 걸어 들어갔지만, 이재명은 노동자의 삶으로부터 걸어 나와 대학생이 되었다. 그래서 그는 민주당에서 언제나 비주류였다. 여기저기 줄을 서 봤지만 입지를 다질 수는 없었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입지를 스스로 만들었다. 보수성향이 강한 성남시에서 시장으로 당선되었고, 끊임없이 능력을 증명해 보였으며 또 적극적으로 홍보했다. ‘유능한 행정가’의 이미지 메이킹에 성공한 것이다. 기회가 오면 놓치지 않는 촉도 지녔다. 촛불이 출렁였던 2016년 가을 광화문 광장에서 이재명은 자신의 존재를 대중에게 각인시켰다. 신사적이진 않지만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는 이미지를 이때 획득한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은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인 이재명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을 사랑하지만, 동시에 달라져야만 승리할 수 있다는 당심에 부합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정치 교체로 정권 연장을 실현해 줄 후보가, 민주당에는 필요했다. 
RECIEPE_ 소확행

그래서 선거운동 초반에 나왔던 선거전략이 바로 소확행 공약 시리즈다.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를 거치며 무엇이 유권자에게 소구하는지를 알고 있다는 자신감이 바탕이 되었다. 실제로 이 후보는 성남시장 시절부터 경기도지사 시절에 이르기까지 ‘잘못된 과속방지턱 고치기’ 등과 같이 주민 생활에 필요한 내용 위주로 공약을 구성해 90% 이상의 높은 공약 이행률을 기록해 왔음을 반복해서 강조한다. 몇 차례나 ‘당선’을 성공케 한 ‘유능한 행정가’로서의 포트폴리오인 것이다. 이번에도 毛퓰리즘과 같은 소확행 공약들이 유권자들의 반응을 끌어냈다. 그리고 선거판의 주도권을 쥐었다. 그 증거가 소확행 공약 시리즈에 대응해서 나온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측의 ‘심쿵약속’이다. 상대 후보의 성공전략을 벤치마킹하여 쫓아가는 반응이 나온다면 일단 성공이라고 봐도 좋다는 뜻이다. 
RISK_ 초밥 10인분 

그런데 최근 ‘유능한 행정가’라는 이미지를 흩트리는 이슈가 터진다. 바로 배우자 김혜경씨 의전 논란, 이른바 ‘법카 의혹’이다. 공무원을 사적 심부름에 동원하고, 법인카드를 목적에 맞지 않게 사용했다는 의혹은 ‘일을 맡길만한 사람’이라는 믿음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여기에 정치자금 관련 이슈까지 터졌다. 이른바 대장동 의혹이라는 산을 넘고, 가족사 이슈라는 강을 건너 안정권에 들어서나 싶었던 지지세가 뿌리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치 생활 내내 차곡차곡 쌓아왔던 ‘유능한 행정가’라는 이미지도 의심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CONFLICT_ 대장동

자신에게 표를 던져야 할 이유 자체가 희석되자 이재명 후보는 판세 뒤집기에 나선다. 지난 2월 21일 TV 토론에서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법카 의혹’을 언급하자 이에 맞서 화천대유 관계자 녹취록이 담긴 판넬을 꺼내 든 것이다. 이 후보는 “윤석열은 영장 들어오면 죽어, 윤석열은 원래 죄가 많은 사람이야, 이게 녹취록이다”라고 말한다. 그리고 양강 후보의 감정적인 말다툼이 이어졌다. 이 전략은 두 가지 면에서 패착이라고 분석할 수 있다. 먼저, 대장동 이슈는 꺼낼수록 이재명 후보 본인에게 마이너스다. 이슈가 처음 생성될 때부터 이재명의 이슈라는 각인이 이미 끝났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그 불쾌한 언쟁이 진행되는 동안 시청자들은 이재명 후보의 정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다. 흥분한 기색을 보이며 “후보 사퇴”를 언급하는 순간 ‘화내는 이재명’이 드러난 것이다. 눈물로 사과하면서까지 지우고 싶었던 가족사부터 시작해 ‘이재명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갖고 있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환기하는 순간이 되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윤석열 후보의 ‘이재명 게이트’반격은 토론회 직후 각종 보도를 통해 어느정도 뒷받침되었다. 사실, 지금까지 양당 모두 대장동 관련 녹취록을 두고 유리하면 적극적으로 인용하고, 불리하면 범죄자들의 녹취록이라며 외면해 왔다. 녹취록이란 그런 것이다. 애당초 판을 뒤집을 힘을 가질 수가 없는 것이다.  
MONEY_ 기축통화

이렇게 토론회장에서 심리적 주도권까지 빼앗기자 더욱 결정적인 실수가 나온다. 재정 건전성 관련 논의 중에 “우리도 기축통화국으로 편입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할 정도로 경제 체력은 튼튼하다”고 밝힌 것이다. 이를 두고 각 언론에서는 팩트체크가 쏟아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윤전기로 돈을 찍어내면서 확장재정을 시도할 수 있는 기축통화로의 진입은 매우 요원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전 세계 외환 상품시장의 통화별 거래 비중 추이’를 보면, 2019년 4월 기준 미 달러화의 거래 비중은 88.3%, 유로화는 32.3%였으며 원화의 거래 비중은 2.0%에 그쳤다. 쉽게 말하자면 문화상품권과 싸이월드 도토리의 차이다. 원유 사려면 달러를 들고 가야지 원화 들고 가선 살 수 없단 얘기다. ‘삼프로TV’ 출연으로 벌어뒀던 영민하고 경제문제에 밝은 이미지를 다 깎아 먹고 말았다. 
REFERENCE_ TV광고  

흔들리고 있는 것은 후보 본인뿐만이 아니다. 공식 선거운동 기간이 시작되고 나서 공개된 이재명 후보의 TV 광고를 보면 홍보 기획 자체에도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이재명을 선택해야만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설명하기보다는 이 후보를 둘러싼 네거티브 이슈들을 사과하며 감정에 호소한다. 이 후보의 인생을 스토리텔링 하며 ‘사람’을 세일즈한다. 그러나 이는 영리한 전략이라고 할 수 없다. 이재명 후보는 이미 인간적인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기 때문이다. 오히려 ‘유능한 경제 대통령’이라는 슬로건에 맞춰 이성적인 판단을 촉구했어야 맞다. 이재명은 노무현이 될 수 없다. “언닌 그 사람 싫어하잖아”라는 카피로 화제를 모았던 14대 대선 당시 김대중 후보의 전략이 오히려 어울린다. “그 사람 싫어해도” “능력과 기조” 때문에 뽑아야 하는 후보라는 제안이 이재명이라는 사람에게 더 맞는 옷이다. 
DEFINITION_ 부스터슛 

같은 맥락에서 이 후보의 ‘부스터슛’ 또한 안타까운 선택이라 할 수 있다. 윤석열 후보의 ‘어퍼컷 세레모니’를 벤치마킹해서 쫓아간 전략이지만, 너무 조급하게 나왔다. 공식선거운동 첫날,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는 각각 경부선 상행선 코스와 하행선 코스를 따라 유세에 나섰다. 이날 이 후보가 유세를 마친 대구지역에 남아있던 민주당 선대위 관계자가 뒤이어 도착한 윤 후보의 유세 장면을 모니터링 했다고 한다. 준비된 스크립트 없이도 한 시간이고 두 시간이고 연설하는 이재명 후보와는 달리 윤석열 후보 측은 준비한 만큼만 짧게 연설한 뒤 퍼포먼스에 들어갔고, 유세장 분위기가 비교도 안 되게 달아올랐다. 이재명 후보의 청산유수 연설 실력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이후 윤 후보의 ‘어퍼컷 세레모니’가 언론의 주목을 이끌어내자 나온 것이 바로 발차기 퍼포먼스, ‘부스터슛’이다. 그러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국가혁명당의 허경영 후보를 언급한 순간 이는 희화화되었다. 김도 빠지고 모양도 빠져버렸다. 애당초 이재명이라는 인물은 몸동작으로 좌중을 휘어잡는 사람이 아니다. 강점은 부각하지 못하고 약한 부분을 무리해서 꾸미는 전략은 성공하기 어렵다. 
INSIGHT_ 통합정부

이제 이재명 후보에게는 드라마틱한 역전극이 필요하다. 정책이나 네거티브, 이미지 전략으로는 안 된다. 나쁜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를 실현해 낼 것이라는 보증이 필요한 것이다. 그래서 이 후보와 민주당이 마지막으로 건져 올린 방법이 바로 ‘통합정부론’이다. 진영을 뛰어넘어 국민에게 가장 유리한 길로 가겠다는 것이다. 언뜻 봐서는 의아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에의 러브콜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지난할 수밖에 없을 협상 과정은 물론 촉박해도 너무 촉박한 시간이 걸림돌이지만, 만약 이루어낸다면 이 후보는 ‘유능함’이라는 키워드를 되찾음과 동시에 ‘정치 교체’를 실현하는 결정적인 순간을 역사에 남길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도 새정치민주연합시절 안철수 후보와 한솥밥을 먹었던 기억이 있다. 
FORECAST_ 대역전

하지만 안철수라는 인물은 민주당에는 달면서도 쓴 사람이다. 더불어민주당 안에는 안철수를 겪어본 사람들이 많다. 그리고 그들은 안 후보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가진 경우가 드물다. 20대 총선을 앞두고 새정치민주연합이 분당 수순을 거치며 안철수의 사람들은 국민의당으로 갔고 안철수에게 떨떠름한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더불어민주당에 남았기 때문이다. 안 후보와 통합정부 담판을 하려면 이번에야말로 야합이 아니라 진정한 연대를 보여줘야 하는데, 민주당 사람들이 이를 달갑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 2주 남았다. 남은 기간 동안 이재명은 자신의 유능함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어쭙잖은 스토리텔링이나 쇼맨십으론 판을 뒤집을 수 없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이재명은 불가능을 뛰어넘어 이번에도 해 낼 수 있을까. 


이재명 후보에 관해 더 알고 싶다면 〈이재명의 탄생〉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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