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을 ‘트루스’ 하시겠습니까

2월 24일 - FORECAST

트럼프의 소셜 미디어 트루스 소셜이 출시됐다. 트루스 소셜이 보여주는 진실은 무엇인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만든 SNS ‘트루스 소셜(Truth Social)’이 현지시간 2월 21일에 출시됐다. 미국에선 대통령의 날이다. 지난 2021년 10월부터 출범을 예고했고 현재는 다운로드와 계정 생성만 가능하다. 3월에 정식 오픈 예정이다. 트루스 소셜이 보여줄 진실은 무엇인가.
WHY _ 지금 트루스 소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트루스 소셜은 미국 iOS 앱스토어 한정인데도 출시 직후 다운로드 1위다.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도 공개될 예정이다. 이미 트럼프의 인기를 실감케 하는 다양한 사건이 있었다. 트럼프는 시쳇말로 ‘복귀각’을 보고 있다. 2024년 미국 대선에서 미국의 유권자들은 다시 한 번 트럼프를 보게 될 수도 있다.
RECIPE _ TT

트루스 소셜은 트위터와 닮았다. 트윗을 ‘트루스’로, 리트윗을 ‘리트루스’로 치환했다. 자신의 ‘트루스 피드’에 게시물을 올리는 방식이다. 다이렉트 메시지도 가능하다. 지난해 12월부터 500명의 사용자로 베타 버전 테스트를 거쳤다. 아직 이용 환경은 불안정하다. 가입 절차부터 잦은 오류가 발생한다. 급조 논란이 불거졌다. 《가디언》의 한 칼럼니스트는 앱 출시가 가짜뉴스 아니냐며 꼬집었다. 트위터를 따라 한 트럼프의 트루스 소셜은 울상(TT)짓고 있다. 트루스 소셜의 CEO 데빈 누네스는 3월 말까지 완벽 구동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콘텐츠 OTT 서비스를 포함한 ‘TMTG+’도 예정돼있지만 현재로선 불투명하다.
KEYMAN _ 데빈 누네스

데빈 누네스는 공화당 하원의원 출신이다. 트럼프의 복심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 2021년 12월, 의원직을 사퇴하고 트럼프에게 안겨 TMTG의 CEO가 됐다. 20년 차 중견 정치인의 의원직 사퇴는 이례적이지만 사실 누네스의 재선은 불투명했다. 그의 지역구인 캘리포니아주 선거구가 민주당에 유리하게 재조정될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 중간선거가 아닌 다음 중간선거를 노린다.
NUMBER _ 16만

한 이용자는 자신의 가입 대기 번호가 16만이라고 밝혔다. 퇴출 직전 트럼프의 트위터 팔로워는 8800만 명이었고 페이스북은 3500만 명이었다. 플랫폼의 세계적 규모를 걷어내면 영향력의 진가를 알 수 있다. 대중적인 소셜 미디어가 아닌 만큼 이용자를 얼마나 끌어모을지가 관건이다. 일반 이용자가 벽을 느낄수록 ‘트루스’는 그들만의 진실이 된다. 동시에 극단성도 커진다.
MONEY _ 2억 4000만 달러

미 보수 매체인 《더블레이즈》의 크리스 발프 전 CEO는 트루스 소셜이 2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하면 콘텐츠 비용으로 최소 연간 2억 4000만 달러의 이익을 낼 수 있다고 봤다. 지난 2021년 10월, ‘트럼프미디어앤테크놀로지그룹(TMTG)’와 합병한 기업 인수 목적 회사(SPAC)인 ‘디지털월드애퀴지션그룹(DWAC)’은 합병 발표 후 한동안 주가가 850퍼센트가량 뛰었다. 200만 가입자는 가능할까? 비슷한 보수 성향 소셜 미디어의 니즈를 봐야 한다.
REFERENCE _ 팔러와 게터

보수주의자를 위한 소셜 미디어인 팔러(Parler)와 게터(GETTR)는 표현의 자유를 표방한 소셜 미디어다. 게시물 필터링이 엄격하지 않다. 검열에 민감한 누구라도 가입할 수 있지만 실상은 보수 성향의 이용자가 지배적이다. 바이든이 당선된 2020년 미국 59대 대선 이후 100만 명 남짓했던 팔러의 이용자는 급증했다. 지난 2021년 7월엔 트럼프 재선 캠프의 대변인인 제이슨 밀러가 만든 게터도 등장했다. 팔러의 이용자는 1120만 명, 게터의 가입자는 220만 명가량이다. 활성 이용자는 적지만 큐아논(QAnon)등 각종 극단주의 세력이 섞여 있다. 이제껏 두 앱은 굵직한 정치적 이슈가 있을 때만 이용자가 반짝 증가했다. 트루스 소셜은 다르다. 보수 소셜 미디어 전체의 판을 키우고 추종자들의 ‘본진’이 될 수 있다.
RISK _ 규제

트럼프는 트루스 소셜을 출시하기 위해 우회상장과 사모 투자(PIPE) 거래를 이용했다. 우회상장은 합병이다. 이미 나스닥에 상장된 장내 기업 DWAC와의 합병을 통해 장외 기업인 TMTG가 신규 상장 심사 절차를 거치지 않을 수 있었다. 2021년 12월 초 파이프 거래로 10억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신원은 미상이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와 금융산업규제국(FINRA)는 자금 조달의 불투명성을 이유로 조사에 착수했다. 앞서 팔러는 증오 발언과 폭력 선동을 이유로 앱스토어에서 2021년 1월에 퇴출됐다가 4월에 복원됐다. 아마존 역시 팔러가 이용하던 웹 서비스(AWS)을 금지하는 바람에 새로운 호스팅 업체를 찾아야 했다. 메타도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의 느슨한 검열로 지속적인 규제를 받고 있다. 트루스 소셜은 결코 안전하지 못하다.
DEFINITION _ 대안적 진실

트루스 소셜의 구호는 “Follow the truth”다. 문제는 그 진실이 ‘대안적 진실(Alternative truth)’이라는 데 있다. 이 용어는 2017년 트럼프 취임식 때 몰린 인파가 2009년 오바마 취임식 때보다 훨씬 적어 보이는 한 사진에서 비롯됐다. 션 스파이서 당시 백악관 대변인은 “어느 때보다 많은 군중이 왔다”라고 발언했고, 논란이 일자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 고문은 스파이서가 거짓이 아닌 ‘대안적 진실’을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진실의 경계는 백악관에서 무너졌다.
CONFLICT _ 추종자들

믿음은 때론 보이는 것들보다 강하다. 지난 2021년 1월 6일 미국 국회의사당은 2020년 대선의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트럼프의 추종자들에게 무력 점거당했다. 사상 초유의 사태였다. 미국의 대안우파(Alt-Right) 세력인 큐아논 등 트럼프 추종자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이를 계획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의 주요 SNS 퇴출, 팔러의 앱 시장 퇴출을 부른 사건이다. 당시만 해도 트럼프를 공개 지지하는 이들은 일부 추종자에 불과했다. 아프간 철수로 바이든의 지지율이 폭락하자 트럼프의 영향력이 수면 위로 올랐다. 지난 2021년 11월에는 미국 대선의 축소판으로 여겨지는 버지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트럼프를 연상케 하는 글렌 영킨이 당선되기도 했다. 이미 유력 정치 매체는 2024 대선을 바이든과 트럼프의 재대결로 보는 분위기다.
INSIGHT _ 탈진실

제도권에 제기된 의구심은 탈진실 시대(Post-truth Era)를 열었다. 객관성을 담보했던 권위가 무너지고 특정 사안을 판단하는 데 있어 감정과 신념이 개입하며 ‘진실보다 진실 같은 것’이 생겨났다. 가짜뉴스의 탄생이다. 누군가의 테러리스트는 누군가에겐 해방의 투사고 누군가의 가짜뉴스는 누구에겐 대안적 진실이다. 탈진실 프레임의 가장 큰 수혜자는 트럼프다. 그의 과격함은 특정 계층에게 솔직함으로 다가왔다. 불안한 사회는 객관적 기준에 대한 부정을 낳고 ‘딥스테이트’와 같은 전통적 음모론을 부활시켰다. 트럼프는 탈진실 시대의 메시아다. 국내 정치의 규모에선 일부 추종자에 그치지만 국제 사회가 불안할 경우 얘기가 다르다. 그의 대중적 수요를 부추기는 것은 앞으로의 국제 관계다. 트루스 소셜은 탈진실 시대의 불안을 읽는 바로미터다.
FORESIGHT _ 강대국 정치

트럼프의 부활 조짐이 바이든 정부 1년 만에 고개를 드는 건 위험한 신호다. ‘BBB(Build Back Better)’라던 바이든의 다짐은 일 년도 채 되지 않아 집단안보의 한계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위기를 향한 서방 국가들의 대응은 러시아와 벨라루스의 그것보다 일사분란하지 못했다. 폭넓은 경제 협력으로 평화 체제를 구축하려는 헬싱키 모델은 균열을 드러내고 있다. 자유주의적 제도주의가 지고 공격적 현실주의가 부상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위기는 세계를 강대국 정치로 몰아넣는다. 국제 질서의 공백은 강한 지도자를 부른다. 급조 논란에 쌓인 트루스 소셜이 미국을 넘어 세계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유다. 우크라이나 위기가 또 다른 아프간 철수로 기록된다면 2024년 미국 대선에서는 휴대폰을 손에 든 수많은 트럼프 지지자를 보게 될 것이다. 그의 뉴스는 가짜일지 몰라도 그의 존재는 진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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