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화 날밀기
 

2월 25일 - FORECAST

누가 안철수와 단일화를 성사시킬까? 성공하면 당선이다. 실패하면 낙선이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단일화 여부가 20대 대선의 승패를 가르게 됐다. 3월 9일 대선을 14일 남겨둔 2월 2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오차범위에서 초박빙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잇따라 나왔다.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 2월 20일부터 23일까지 전국 성인 203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 40.5%와 윤석열 후보 41.9%를 기록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6.8%였고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2.6%였다. 같은날 발표된 NBS 여론조사에서도 이재명 후보는 37%였고 윤석열 후보는 39%로 오차범위 초박빙이었다. 안철수 후보 9%였고 심상정 후보는 3%였다. 여야 모두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여야 모두 단일화에 올인하는 분위기다. 이대로라면 안철수 후보가 대한민국 20대 대통령을 결정한다. 
WHY_ 지금 대선 날밀기를 읽어야 하는 이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양당 모두 3월 9일 대선이 적게는 50만 표에서 많아야 100만 표 차이의 초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선에선 선거일 직전이면 양당의 지지층이 모두 모이는 집토끼 결집 현상이 나타난다. 양당제와 5년 단임제가 빚어낸 특징이다. 선거 이전부터 이미 유권자의 표심이 진보나 보수로 나뉜 상태다. 중도우파나 중도좌파 유권자들 모두 새 후보자들에 대한 검증이 이뤄지면 인물에 대한 호불호 탓에 지지를 유보한다. 네거티브 선거전으로 양쪽 인물 모두에 대한 비호감이 높아지면 결국 선거 막판엔 인물평 보단 정당색을 선택하게 된다. 그 인물이 그 인물이라면 각자의 정체성과 일치하는 정당에 관성적으로 투표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막판 표결집 현상이 일어나면서 51대49 선거가 재현된다. 실제로 대선을 2주가량 남긴 상태에서 양당 후보의 지지율은 동률에 가까워졌다. 그런데 이번 대선엔 치명적 변수가 남아 있다. 안철수 후보다. 대선의 단일화는 숏트랙의 날밀기다. 작지만 승패를 가른다. 
KEYMAN_ 윤석열 

“내가 직접 나서겠다.”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와 관련해서 국민의힘 선대본부에 직접 지시한 내용이다. 국민의힘 선대본부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윤석열 후보가 “메시지를 정리하고 단일화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난 2월 22일 안철수 후보의 부산 유세 현장에 깜짝 등장했던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도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선대본으로부터 후보가 생각이 있으니 주말까지 지켜봐 달라는 답을 들었다”고 말했다. 3월 9일까지 단일화의 기회는 3번 정도 있다. 2월 28일 월요일 투표용지 인쇄일과 3월 4일부터 5일까지의 사전투표일 그리고 3월 9일 본투표일이다. 윤석열 후보는 2월 28일 이전 주말 동안 안철수 후보와 일대일 담판을 통한 단일화를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담판의 레버리지는 집권 이후 정계개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민주당 대표가 안철수 후보를 겨냥해 정치개혁이라는 사실상의 단일화 제안을 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RECIPE_ 김대중   

윤석열 후보는 2월 23일 전라남도 신안군 하의도 김대중 대통령의 생가를 방문했다. 목포에서도 1시간 반가량 걸리는 뱃길이었다. 보수정당 후보로는 처음이었다. 윤석열 후보는 “김대중 대통령의 DNA가 담긴 민주당을 지금의 이재명 민주당 사람들이 망가뜨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남 목포에선 “저와 국민의힘은 지금 이재명의 민주당보다 더 김대중 정신에 가깝다”면서 “3월 9일 부패 세력을 확실하게 심판해주신다면 저와 국민의힘은 양식 있고 존경 받는 민주당 정치인들과 멋진 협치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갈라치기다. 집권 이후 중도좌우파를 연합한 정계개편을 시도하겠다는 메시지다. 만일 박빙 선거에서 승리하고 호남 지역에서 정말 마의 15% 벽을 깬다면 정계개편의 동력은 필요충분해진다. 이건 대선 패배 이후 여권이 그릴 수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다. 문재인 대통령이 2월 24일 전북 군산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재가동 협약식에 참석한 배경이다. 현직 대통령이 대선 기간 동안 서울을 벗어나 지방 행사에 참석한 건 1992년 노태우 대통령이 대덕연구단지 준공식과 부산 동서고가도로 개통식에 참석하고 30년만이다. 국정 수행 지지도 40%인 현직 대통령의 호남 방문은 선거 개입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상 윤석열 후보의 서해안 유세 루트의 허리인 군산에서 대통령이 맞불을 놓은 꼴이다. 2월 18일 윤석열 후보가 던진 광주 복합쇼핑몰 공약 이후 그만큼 호남 표심이 흔들리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런데 대선 이후 정계개편은 국민의힘 단독으론 불가능하다. 여기서 비록 작지만 확실히 중도를 상징하는 안철수 후보와 국민의당의 지분과 역할이 생긴다. 윤석열과 안철수 모두 대선 이후에도 서로가 필요하다. 어쩌면 여기까지가 2021년 4월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때의 약속을 어기고 대선 출마를 강행할 때 그렸던 안철수 후보의 큰 그림이다. 
RISK_ 이준석 

2월 20일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 결렬 선언 당일까지도 국민의힘측은 낙관적이었다. 안철수 후보와 여러 채널로 물밑 협상이 진행 중이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가 2월 11일 열정열차의 도착역 여수에서 함께 내리면서 단일화를 선언하자는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오갔다. 언양불고기 전격 회동의 여수판이다. 윤석열 후보가 앞좌석에 열정적으로 구둣발을 올려서 논란이 됐던 그 열정열차다. 국민의힘측에서 단일화 협상을 주도한 키맨이 이준석 대표였다는 게 문제였다. 이준석 대표는 단일화를 넘어 국민의힘과 국민의당 합당을 제안했다. 윤석열 후보와는 상의 없이 이뤄진 제안이었다. 대선 이후에도 당을 존립시키는 게 지상과제인 안철수 후보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제안이었다. 안철수 대표는 안랩 CEO이던 시절에도 압도적인 시장점유율을 앞세운 해외백신기업들의 인수합병 제안을 여러 번 거부했다. 노턴의 제안을 거절한 게 대표적이다. 그때도 지금도 사업가로서도 정치인으로서도 안철수 후보한테 가장 중요한 건 명분이다. 안철수 후보가 쓴 자서전의 제목은 《영혼이 있는 승부》다. 이해득실을 우선시하는 이준석 대표와 상극일 수밖에 없다. 안철수 후보가 본인한테 불리한 여론 조사 방식 단일화를 고집했던 것도 마찬가지 맥락이다. 안철수 후보한텐 졌잘싸라는 명분과 차기 정권의 지분이 모두 필요했다. 반면 이준석 대표는 안철수 후보에게 명분 없는 포기와 국민의힘으로의 흡수 합당을 요구했다. 그래야 대선 이후 필연적인 정계개편정국에서 당대표로서 주도권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단일화 결렬 이후 이준석 대표와 이태규 국민의당 선대위 총괄본부장 사이에서 폭로전이 이어진 배경이다. 표면적으론 단일화 결렬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덧씌우려는 설전이다. 내면적 목표는 따로 있다. 이태규 본부장은 이준석 대표 흔들기가 목표다. 만일 양후보 간 담판이 이뤄질 경우 이준석 대표의 정치 공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당 내부에 자중지란을 일으키는 게 목표다. 이준석 대표가 단일화 협상 상대인 안철수 후보를 과도하게 조롱해온 이유다. 대선후보이자 당대표인 안철수 후보의 체급을 낮추기 위해서다. 어떻게든 안철수 개인의 인기에 의존해온 국민의당을 소멸시키는 게 목적이기 때문이다. 급기야 이준석 대표는 국민의당 안에 “안철수 후보를 접게 만들겠다”고 제안한 인사가 있었다는 TMI까지 공개했다. 결국 2월 24일 국민의힘 권영세 선거대책본부장까지 나서서 “당대표를 비롯해서 우리 모두가 사감이나 사익은 뒤로 하고 정권교체라는 대의를 앞세워야 할 때”라고 교통정리에 나섰다. 사실상 이준석 대표를 단일화 협상에서 배제한 셈이다. 권영세 본부장의 발언이 있고 나서 이준석 대표는 윤석열 후보의 수원 유세에 불참했다. 대신 윤석열 후보가 단일화 협상에 직접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CONFLICT_ 이재명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는 “두 분 말씀과 정치교체, 연합정부의 필요성에 거의 다른 점이 없다.” 윤석열 후보는 “유세나 말씀, 행동을 보면 무서울 정도로 구태스럽고 이분법적이고 난폭하고 일관성도 없다. 이런 분과는 같이할 수 없다.” 이재명 후보가 2월 24일 B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한 마디로 반윤연대를 고리로 하는 소연정을 제안한 것이다. 이재명 후보는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도 언급했다. 이재명 후보의 소연정 제안에 발맞춰서 송영길 민주당 대표는 정치개혁안을 제안했다. 국회추천 국무총리제와 국회의원 중대선거구제 그리고 대통령 4년 중임제 개헌과 결선투표제를 도입하는 게 골자다. 모두가 안철수 후보가 주장해온 내용들이다. 양당제와 단임제가 유발하는 선거 막판 중도 소멸 현상이 안철수 후보가 10년째 대선에서 낙방해온 구조적 원인이기 때문이다. 
REFERENCE_ 심상정  

정작 안철수 후보뿐만 아니라 심상정 후보까지도 이재명 후보와 송영길 대표의 제안에 시큰둥한 반응이다. 제안이 덜 매력적이라서가 아니다. 제안이 너무 매력적인데다 각자 제안자들한테 뒤통수를 맞아본 경험이 있어서다. 심상정 후보는 민주당과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했다가 2020년 4월 총선에서 비례위성정당 창당이라는 배신을 당했다. 정의당이 6석 꼬마정당으로 쪼그라들고 대선에서도 3%대 지지율로 고전하는 건 총선 당시 민주당을 믿어서였다. 안철수 후보는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 분당 사태로 지금의 민주당 세력과 등을 진 경험이 있다. 2012년 12월 대선에선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 맞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단일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후보직 사퇴를 선언했다. 이때의 사퇴는 안철수 후보에게 철수 정치라는 오명만 남겼다. 실제로 안철수 후보는 송영길 대표의 제안에 “그렇게 소신이 있으면 그렇게 실행하면 되지 않나”고 답했다. 
DEFINITION_ 윤담판  

사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측도 정치개혁안을 안철수 후보가 바로 받을거라고 보진 않는다. 노림수는 2가지다. 윤석열과 안철수 단일화 결렬 이후 사표 심리 때문에 윤석열과 안철수를 어중간하게 지지해왔던 중도 표심을 흡수하는게 첫 번째 목표다. 실제로 단일화 결렬 이후 실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에선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여성표가 3.0%포인트 줄어든 대신 이재명 후보의 여성표는 3.3%포인트 증가했다. 서울표 역시 윤석열 후보는 4.4%포인트 잃었지만 이재명 후보는 3.8%포인트 얻었다. 50대표도 윤석열 후보는 4.4%포인트 잃었고 이재명 후보는 3.8%포인트 얻었다. 두 번째 목표는 주말로 예상되는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 사이의 담판이 결렬되게 만들려는 것이다. 민주당이 안철수 후보의 몸값을 잔뜩 높여놓으면 윤석열 후보가 빅딜을 하기 어려워진다. 이재명 후보와 민주당으로선 안철수 후보가 정치개혁안을 받는 것보단 윤석열 후보와의 담판조차 무산되거나 결렬되게 만드는 편이 훨씬 유리하다. 초보 정치인 윤석열 후보의 정치력이 최고난이도 시험대에 올랐다. 담판에 성공하면 당선이다. 담판에 실패하면 낙선이다. 이번 주말이 이번 대선 최대 분수령이다. 
MONEY_ 안CEO  

513억 900만 원. 전국 총 인구수 5168만 3025명에 950원을 곱한 금액에 인플레이션율을 곱한 금액이다. 인플레이션율은 통계청장이 고시한 전국소비자물가변동률 4.5%가 기준이다. 20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는 최대 513억 원까지 선거비용을 사용할 수 있다. 이 중 25억 6545만 원까지는 후원금을 모금할 수 있다. 나머지는 후보나 정당이 지출해야만 한다. 이번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대선후보 펀드 방식을 통해 선거 자금을 모았다. 불특정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선거자금을 받고 선거가 끝난 다음 이자를 붙여서 원리금을 되돌려주는 방식이다. 이재명 펀드는 768억 원을 모았다. 윤석열 후보의 국민펀드는 500억 원을 모았다. 유효투표총수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비용제한액인 513억 원까지는 전액 보전 받는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처럼 거대 양당의 대선 후보는 15% 이상 득표가 무난하다. 대선후보 펀드 투자자들한테 이자까지 쳐서 돌려주는 게 충분히 가능하다는 얘기다. 안철수 후보의 국민의힘은 처지가 좀 다르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은 대선을 2주 앞둔 2월 24일 현재 전액 보전되는 15%는 커녕 반액 보전되는 10%도 넘기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당이 20대 대선에 책정한 선거비 상한액은 100억 원 정도다. 거대 양당 사이에서 대선을 제대로 치르긴 어려운 수준이다. 국민의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배분하는 선거보조금 이외에는 대부분 안철수 후보의 사재와 일부 후원금만으로 재원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중앙선관위의 선거보조금은 현역의원수를 기준으로 한다. 국민의힘의 현역의원수는 고작 3명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만큼의 선거보조금을 기대하는건 어불성설이다. 단일화 빅딜은 겉으론 자리 싸움이지만 실제론 머니 게임이다. 안철수 후보는 1979억 원의 재산을 신고했다. 대선 후보들 가운데 가장 부자인 건 맞다. 안철수 후보 재산의 대부분은 자신이 창업한 안랩의 주식이다. 안철수 후보는 안랩 주식 186만 주를 갖고 있다. 시가 1800억 원 상당이다. 바꿔 말하면 안랩 주식을 제외하고 안철수 후보가 보유한 재산은 200억 원이 채 안 된다는 뜻이다. 안철수 후보가 부자인건 맞지만 대선자금을 혼자 감당할 정도로 부자는 아니다. 안철수 후보는 겉으론 대선완주 의사를 피력하고 있다. 만일 10% 미만 득표율로 대선레이스를 끝낸다면 남는 건 빚뿐이다. 안철수 후보가 대선 출마의 이유로 내세웠던 정권교체에도 실패한다면 실리도 잃고 명분도 잃게 된다. 사실상 정치생명이 위태로워진다. 안철수 후보로서도 양당 후보 어느 쪽과든 단일화를 통해 차기 정권의 지분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단일화 없는 대선완주는 안철수 후보한테도 정치적 리스크다. 
NUMBER_ 문재인

단일화 효과는 윤일화가 재명화보다 더 클 수 있다. 윤일화는 윤석열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하는 경우다. 재명화는 이재명 후보가 안철수 후보와 단일화하는 경우다. 안철수 후보의 지지율 속엔 50%가 넘어가는 정권교체 여론이 섞여 있다. 재명화가 될 경우 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모조리 이재명 후보한테 흡수되긴 어려울 수 있다. 반면에 윤일화가 될 경우엔 선거 구도가 정권 심판론으로 굳어지면서 막판 중도층까지 흡수하는 게 가능하다. 만일 윤일화될 경우에도 이재명 후보한텐 마지막 히든 카드가 남아 있다. 문일화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말 대통령 지지율 40%를 유지하고 있다. 헌정 사상 이례적인 일이다. 임기 말 대형 게이트가 없었던 게 주요 원인이다. 대신 소위 이재명 게이트가 문제다.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관련 혐의는 사실 이낙연 캠프측에서 경선 과정에서 처음 제기한 이슈다. 대장동 이슈는 19대 대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했던 중도층이 이재명 후보를 지지하기 어렵게 만든 결정적 장애물이었다. 《한국일보》는 지난 2월 22일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던 유권자 가운데 40% 가까이가 지금은 더 이상 민주당을 지지하지 않는 이른바 이탈 민주층이 됐다고 분석했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탈 민주층 가운데 48.2%가 윤석열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했다. 안철수 후보를 지지한다고 답한 비율은 11.1%였다.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고 지난 총선에서 민주당을 지지했지만 이젠 윤석열 후보 지지로 돌아선 이탈 민주가 선거 중반 이후 윤석열 후보 우위 구도의 원인이라는 해석이다. 이탈 민주층한텐 윤석열 후보의 적폐 수사 발언이나 무속 논란 같은 네거티브 이슈가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대신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의혹에선 70% 이상 영향을 받았다. 결국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했던 이탈 민주층을 수복하려면 대장동을 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재명 지지층과 문재인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인 문일화를 가로막는 결정적 장애물이 대장동이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가 지난 2월 21일 첫 번째 TV대선 토론에서 정영학 녹취록을 편집한 판넬까지 들고 나와서 윤석열 후보가 대장동 주범이라고 파상공세를 했던 이유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이 아닌 현직 대법관이 대장동의 그분이라고까지 주장했다. 이재명 후보의 대장동 이슈를 처음 제기했던 이낙연 캠프측 설훈 의원도 2월 22일 KBS라디오와 인터뷰에서 “대장동 관련해서 이재명 후보가 뭘 잘못한 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보니까 그게 참 억울했겠다 미안한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한발 나아가서 이재명 후보는 2월 23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선 “이건 검찰 게이트고 윤석열이 몸통이라고 100% 확신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2017년 경선 때 지지율에 취해 살짝 마음이 흔들렸다”며 “과도하게 문재인 후보님을 비판했다. 두고두고 마음의 빚이었다”고 썼다. “제게 정치적으로 가장 아픈 부분은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님을 사랑하는 분들의 마음을 온전히 안지 못한 것”이라고 고백했다. 이재명 후보는 겉으론 재명화를 시도하는 듯 하지만 실제론 문일화에 가장 힘을 쏟고 있다.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는 시너지가 크지 않지만 진보지지층의 최대공약수를 만드는데 성공하면 대선 승리에 그만큼 가까워진다는걸 알기 때문이다.  
INSIGHT_ 안존심

안철수 후보는 전형적인 CEO형 정치인이다. CEO는 모든 거래는 최종적으로 자신을 거치도록 한다. 기업 조직의 특성상 필연이다. 안랩 시절부터 안철수 후보의 만기친람 리더쉽은 유명했다. 최종계약서가 안철수 대표 단계에서 뒤집히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정치인으로 변신했지만 안철수 후보의 의사결정 방식은 바뀌지 않았다. 이런 CEO형 리더쉽은 사실 정당 운영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권한 위임형 리더쉽이 더 많은 우군을 끌어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3석까지 쪼그라든 이유다. 바꿔 말하면 정치인 안철수는 여전히 탑다운 빅딜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윤석열 후보는 권한 위임을 기반으로 하는 전형적인 보스형 리더다. 검찰 같은 사법 행정 조직에선 검찰 총장이나 서울중앙지검장이 독단적 결정을 할 수 없게 설계돼 있다. 대신 정무와 실무를 구분한다. 수사 자체는 실무라면 수사에 관한 외압을 쳐내는 건 정무다. 단일화 담판은 전형적인 정무 이슈다. 윤석열 후보가 정치에 입문하기 이전부터 해왔던 업무의 연장일 수 있다. 담판은 리더끼리의 캐미스트리가 중요하다. 윤석열 후보는 안철수 후보를 협상장으로 끌어내야 하고 단일화를 성사시켜야 한다. 반면 안철수 후보는 단일화에 응한다면 명분과 실리를 모두 챙겨야만 한다. 그런데 여기서 정말 더 중요한 건 안철수 후보의 자존심이다. 국민의당은 사실상 안철수 대선후보의 1인 기업에 가깝다. 안철수라는 브랜드가 훼손되는 것이 가장 큰 리스크다.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 협상이 총리직이나 공천권 거래로 비춰지는걸 극도로 꺼리는 까닭이다. 윤석열 후보는 안존심을 세워주는 방향의 통 큰 빅딜을 제시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안존심을 건드려서 단일화에 온전히 성공한 전례가 없었다. 이번에 성공한다면 윤석열 후보가 처음이다. 
FORESIGHT_ 윤토론 

2월 25일 저녁 8시에 이뤄질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주최 2차 TV토론회는 단일화 협상의 중대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마침 주제도 정치다. 이재명 후보는 정치개혁을 고리로 안철수 후보와 심상정 후보에게 반윤연대를 적극 구애할 것이다. 심상정 후보는 민주당의 진정성을 문제 삼는 이재명 후보 공격을 이어나갈 공산이 크다. 정치개혁도 받고 정의당의 선명성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전략은 단순한 반면 윤석열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전략엔 변수가 많다. 일단 윤석열 후보는 이재명 후보의 정치개혁이 당리당략이라는 점을 지적하고 진정한 정치개혁은 정권교체라는 점을 부각시킬 가능성이 높다. 안철수 후보 역시 양당제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국민의당으로 중도층이 결집하는 선거혁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할 가능성이 높다. 변수는 주도권 토론이다. 안철수 후보는 지난 경제 분야 토론에선 윤석열 때리기에 집중했다. 기축통화 논란으로 가려지긴 했지만 윤석열 후보의 취약한 정책 능력을 들춰내는 게 1차적 목표였다. 안철수 후보가 주도권 토론에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어느 쪽을 집중 공격하느냐가 주말 단일화 담판의 향방을 보여주는 풍향계다. 윤석열 후보 역시 주도권 토론에서 안철수 후보에게 어떤 메시지를 던지느냐가 관건이다. 이재명 후보가 제시한 국회 추천 책임총리제나 중대선거구제가 윤석열 후보의 입에서도 나온다면 빅딜의 예고편을 TV토론회에서 튼 것이나 다름없다. 요즘 윤석열 후보가 입버릇처럼 외우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 원칙에 동의하는 분이라면 전부 통합”하겠고 “지금의 민주당은 김대중과 노무현의 민주당이 아니다”라는 비판에 안철수 후보가 동의한다면 중도좌우파 통합 정계개편론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모든 게 공격하면서 수비하고 협상도 해야 하는 최고수 토론능력이 필요한 정치 스킬이다. 2차 TV토론회는 윤석열 후보의 정치력이 제대로 검증대 위에 오르는 시간이다. 대통령이 최고 권력자인건 원하는 시간에 온 국민이 자신의 말을 듣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가 대통령의 자질이다. 바야흐로, 윤석열의 시간이다.  

윤석열의 탄생에 관해 더 잘 알고 싶다면 〈윤석열의 탄생〉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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