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의 스포츠는 콘텐츠다

3월 11일 - FORECAST

MZ 세대는 왜 새로운 스포츠에 주목할까? 스포츠는 어디까지 확장할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인 한섬이 스포츠 컬처 기업인 ‘왁티(WAGTI)’에 53억 원을 투자했다. 2016년 설립된 스타트업 왁티는 축구 미디어 ‘골닷컴’, 스트릿 캐주얼 브랜드 ‘골스튜디오’와 향수 브랜드인 ‘SW19’를 운영하고 있다. 한섬 관계자는 이번 투자가 스포츠에 관심을 기울이는 MZ 세대를 겨냥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 3월 7일부터 테니스 대표 브랜드 ‘윌슨’과의 협업을 통해 팝업 스토어를 열었다.
WHY_ 지금 MZ 세대의 스포츠 열풍을 읽어야 하는 이유

코로나19는 액티비티를 바꿨다. 신체 접촉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규모 스포츠와 실내체육시설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럼에도 액티비티에 대한 열망은 높아졌다. 재택근무가 늘고, 사적 모임이 어려운 상황에서 MZ 세대는 새로운 활동을 찾았다. 피트니스 센터 등이 코로나 확산세로 인해 문을 닫는 동안 골프장은 새로운 골퍼들로 넘쳤다. 골프에 대한 관심은 테니스로 이어졌다. MZ 세대에게 스포츠는 단순한 운동이 아닌 삶의 모든 부분과 연결된 액티비티로 받아들여졌다. 새로운 스포츠에 주목하는 MZ 세대의 심리는 무엇일까? 새로운 스포츠 열풍은 비즈니스에 어떤 바람을 불러올까?
DEFINITION_ 귀족 스포츠

대한테니스협회에 따르면 테니스 시장은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전국의 실내 테니스장은 1년 사이 100여 곳이 늘었다. 테니스는 11세기 유럽 왕실에서 즐기기 시작한 귀족 스포츠로, ‘롤렉스’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는 세계 4대 테니스 대회를 후원한다. 젊은 세대가 즐겼던 운동이 보디빌딩이나 축구, 농구 등으로 제한적이었던 것과 달리, 최근은 테니스와 골프 등의 귀족 스포츠가 취미 생활로 떠오르고 있다. 귀족이라는 수식어는 MZ 세대에게 문턱이 아닌 매력 요소로 다가왔다.
RECIPE_ 인스타그래머블

골프와 테니스는 인스타그래머블하다. 인스타그래머블은 ‘인스타그램(Instagram)'과 ’할 수 있는(-able)'의 합성어다. 드넓은 골프코스와 테니스 스포츠는 이들에게 하나의 SNS 콘텐츠가 된다. 실내 클라이밍장에는 삼각대를 놓고 자신이 등반하는 과정을 찍어 올리는 사람이 가득하다. #클라이밍에는 78만 개의 게시물이, #테니스 태크에는 77만 개의 게시물이 올라와있다. 운동 이후 변화를 보여주는 바디프로필이나 운동일기 등의 콘텐츠도 넘쳐난다. SNS를 통해 함께 러닝할 크루를 모집하기도 한다. 운동은 콘텐츠와 커뮤니티로 확산하고 있다.
NUMBER_ 183퍼센트

신한카드가 선정한 2022년 트렌드 키워드는 ‘UNLOCK’이다. 첫 번째 키워드는 ‘문밖 라이프(Unbinding In-door)'다. 실내 생활에 지친 소비자들은 집 안에서 채울 수 없는 활동적인 라이프스타일로 눈을 돌렸다. 스포츠 이용 증감률을 살펴보면, 1년 사이 테니스 이용률은 157퍼센트, 클라이밍은 183퍼센트 성장했다. 서핑 역시 40퍼센트의 증가세를 보였다. 클라이밍, 서핑, 테니스, 골프 등의 새로운 스포츠가 성장하면서 관련 업계도 호황을 맞았다. 스포츠 열풍 흐름에 패션 업계와 명품시장도 움직였다.
KEYMAN_ 전주현 대표

스포츠, 라이프스타일 패션 브랜드 ‘클로브’를 런칭한 전주현 대표는 2015년 골프와 테니스를 시작했다. 전주현 대표가 운동을 시작할 무렵까지만 해도 스포츠 의류는 비쌌다. 게다가 운동할 때가 아니면 입기 어려운 디자인이 대다수였다. 전주현 대표는 테니스를 친 이후 친구도 만나고 마트도 갈 수 있는 옷을 떠올렸다. 클로브의 시작이었다. MZ 세대의 운동복은 기능성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겨냥했다. ‘안다르’와 ‘젝시믹스’ 등 에슬레저 브랜드 역시 역대 최대 매출을 달성하는 등 큰 성공을 거뒀다.
MONEY_ 341조 원

2020년 기준 전 세계 에슬레저 시장 규모는 약 341조 원이다. 한 시장 조사는 에슬레저 시장의 성장세가 연 평균 8퍼센트 수준으로 2028년까지 지속될 것이라 예측했다. 에슬레저 시장의 인기는 오프라인으로까지 흘렀다. 코로나19로 인해 하락세를 보이던 명동 거리에 대형 스포츠 매장이 들어섰다. 패션, 뷰티 상권이 주를 이뤘던 과거와는 다른 양상이다. 뉴발란스, 아디다스, 휠라 등의 스포츠 브랜드가 코로나 상황에서도 공격적인 확장에 나서는 것은 에슬레저 시장의 성장세를 보여준다.
REFERENCE_ 디올 바이브

스포츠 브랜드의 확장과 더불어 명품 시장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디올은 피트니스 기구 브랜드 ‘테크노짐'과 협업하여 리미티드 에디션을 내놨다. 2022년 SS 시즌을 맞아 런칭한 디올 바이브 라인에서는 스니커즈와 볼링백 등 스포츠 관련 패션 아이템도 선보였다. 한정판 제품에는 트레드밀과 짐볼, 웨이트벤치 등을 선보이며 디올이 바라보는 새로운 패션 영역을 드러냈다. 명품계가 스포츠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자유로운 분위기와 역동성이다. 우아함과 고급스러움을 지향했던 럭셔리 브랜드 역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CONFLICT_ 참여 동기

Z세대의 27.2퍼센트는 생활 스포츠에 참여하는 가장 큰 동기로 재미와 즐거움을 꼽았다. 미용과 몸매관리, 스트레스 해소가 그 뒤를 이었다. 건강을 운동 시작의 동기로 꼽은 비율은 18퍼센트에 지나지 않았다. Z세대에게 운동은 건강을 위한 과정이 아닌 자기만족을 위한 하나의 취미 활동이다. 개인이 하는 운동을 선호하고, 강박적으로 운동하지 않는 특성은 MZ 세대가 스포츠에 지나친 노력을 들이지 않는다는 걸 보여준다.
RISK_ 인식 차이

작년에 열린 도쿄 올림픽에서는 스포츠를 둘러싼 인식 차이로 인해 크고 작은 불협화음이 발생했다. MZ 세대에게 올림픽은 더 이상 국가 간의 경쟁이 아닌 자신과의 싸움이다. 이 때문에 메달 색깔이 아쉽다고 이야기하는 해설 위원에게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스포츠를 콘텐츠로서 즐기는 성향이 강한 세대에게 기성세대의 승부욕은 촌스러운 것이다. MZ 세대에게 스포츠는 공정한 룰 내에서 즐기는 활동이자 자기 계발을 위한 도구다. 미래의 비즈니스는 경쟁이 아닌 콘텐츠로서의 스포츠에 집중한다.
INSIGHT_ 인식 변화

M세대가 지금 시장을 선도한다면 Z세대는 미래 시장을 만든다. Z세대는 점차 유행을 선도하고 구매력이 있는 세대로 진입하고 있다. 이들이 모이는 장소와 영수증이 미래를 만드는 조각칼이다. 스포츠에 대한 인식 변화는 스포츠 업계 뿐 아니라 패션 업계, 플랫폼 시장까지 움직였다. 여행 업계의 골프 패키지 상품이나 호텔 업계의 ‘호트(호텔+트레이닝)’ 시도가 대표적이다. 스포츠는 운동 행위 그 자체가 아니다. 스포츠 업계는 운동 이전과 이후, 운동하는 사람의 주변까지 생각하는 비즈니스로 바뀌고 있다.
FORESIGHT_ 콘텐츠

콘텐츠가 된 스포츠 업계의 확장성은 무궁무진하다. 한섬이 투자한 왁티는 스포츠 기업을 표방한다. 한편으로 왁티는 커뮤니티와 향수 시장을 운영하는 컬처 기업에 가깝다. 한섬은 올해 하반기 골프 웨어 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한섬은 새로 출시될 브랜드의 고객 커뮤니케이션에 왁티의 스포츠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기로 결정했다. 운동, 운동할 때 입는 옷, 운동을 인증하는 사진, 운동 장소, 이동 수단, 운동 기구, 디지털 환경과 커뮤니티, 운동을 볼 수 있는 스포츠 중계까지 모두가 콘텐츠의 영역이다. 스포츠는 행위일 지라도, 콘텐츠로서의 스포츠는 비즈니스적인 구심점이다. 대기업들이 바라보는 스포츠의 미래는 콘텐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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