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와 SM의 라춘댄스
 

3월 15일 - FORECAST

춘식이가 핑크고구마를 노린다. 카카오는 어떻게 SM인수전에서 앞섰나?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카카오가 SM엔터테인먼트 인수를 위한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카카오의 계열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수만 대표프로듀서의 SM엔터테인먼트 지분 18.72%를 인수하기로 하고 막판 협상을 벌이고 있다. 거래금액은 1조 원 안팎이다. 카카오와 SM 양측은 3월 말까지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WHY_ 지금 카카오의 SM 인수를 읽어야 하는 이유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소식이 전해지면서 카카오 주가는 1분기 만에 10만원대를 넘어섰다. SM엔터테인먼트 주가도 8만원대에 근접했다. 시장은 카카오의 SM인수를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원래 유력한 인수자였던 CJENM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SM은 왜 지금 카카오를 선택한 것일까.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언제 상장할까. 카카오는 승자의 저주에 빠지진 않을까.

CONFLICT_ CJENM

SM엔터테인먼트와 CJENM의 협상은 지난해 말에 사실상 결렬됐다. CJ가 SM에 제시한 금액은 7000억원 안팎이었다. 이수만 대표프로듀서의 지분 평가액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얻었다. 정작 SM측은 CJENM의 제안을 받고 나선 윤안단일화 협상처럼 시간을 끌기 시작했다. 급한 쪽은 결코 이수만 선생이 아니었다. SM은 디어유 상장까지 성공시키면서 몸값을 불렸다.

RECIPE_ 15만원 

카카오는 인수전 초기엔 김범수 의장이 직접 이수만 회장을 만날 만큼 적극적이었다. 플랫폼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에 카카오페이 먹튀 논란까지 겹치면서 후퇴했다. 남궁훈 신임 대표가 카카오를 이끌게 되면서 SM인수전에 다시 참전했다.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진 법정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약속했다. 주가부양엔 빅딜만한 레서피가 없다.

MONEY_ 20조원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하반기 IPO를 노리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이미 대규모 인수합병집단에 가깝다. 지난해 안테나뮤직과 돌고래유괴단과 스튜디오좋 등을 인수하는 데만 9000억원을 썼다. SM엔터테인먼트까지 인수하면 국내 연예 콘텐츠 시장 점유율이 20%까지 늘어난다. 이때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기업가치는 20조원으로 평가된다.

RISK_ 라이크기획

라이크기획은 이수만 대표프로듀서가 지분 100%를 소유한 음반기획사다. SM은 2000년 상장 이후 라이크기획에 지불한 인세는 1427억원에 달한다. SM이 음악자문비 명목으로 라이크기획에 지불한 인세는 고스란히 이수만 선생의 몫이다. 라이크기획은 SM주가가 경쟁사 하이브에 비해 5분의 1 수준으로 저평가된 결정적 요인이다. 인수협상의 결정적 걸림돌이다.

REFERENCE_ 얼라인파트너스

SM의 지분 0.91%를 확보한 사모펀드 얼라인파트너스는 최근 라이크기획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하는 주주서한을 보냈다. 이수만 리스크 때문에 SM주가가 장기 저평가돼 주주들한테 손실을 끼치고 있다는 내용이다. 얼라인파트너스는 KKR출신 이창환 대표가 설립했다. SM의 정기주총은 3월 31일로 예정돼 있다. 핑크제국에서 반란이 일어났다. 지분 매각의 적기다.

NUMBER_ 200원

SM엔터테인먼트는 2000년 코스닥 상장 이후 처음으로 1주당 200원씩 배당금 지급을 의결했다. 주주들을 달래서 얼라인 반란을 무마하기 위해서다. 라이크기획은 SM 연간 영업이익의 최대 46%를 가져갔다. 이걸 감시해야 하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2명과 감사까지 모조리 이수만의 사람들이다. 홍콩 페이퍼컴퍼니 의혹까지 제기됐다. 200원으로 무마될 사태가 아니다.

KEYMAN_ 이수만 

SM인수전은 사실상 이수만 선생과의 심층면접시험을 방불케 했다. 케이팝 황제가 핑크제국의 지배권을 누구에게 넘길지 판가름하는 심사대였다. 협상 포인트는 3가지다. SM은 이젠 이수만 거버넌스 리스크를 해소할 필요가 있다. 카카오는 이수만이 없는 SM이 이수만이 있는 SM만큼 계속 창의적이길 원한다. 대신 이수만은 매각 이후에도 인세 수익이 유지되길 원한다.

INSIGHT_ 김범수

SM인수전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카카오에서도 거버넌스 조정이 있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이 비욘드 코리아를 위해 한국 시장을 떠나 일본 시장에 집중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가 비욘드 모바일에 집중한다면 김범수 의장은 카카오의 글로벌화에 집중하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의 해외 매출 비중은 10% 남짓이다. 카카오 총 매출 6조 13678억원의 10분의 1 수준이다. 김범수 의장은 웹툰플랫폼 픽코마를 발판으로 일본 열도 공략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성공하면 김범수 의장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에도 탄력이 붙는다. 카카오의 해외 진출의 주무기는 콘텐츠이기 때문이다. 1조원 이상 빅딜은 브라이언과 이선생 같은 창업주들의 영역이다. 둘 다 서로가 필요하다. 잘봐, 이제부턴 보스들 담판이다.

FORESIGHT_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 인수전에서 승리하면 카카오는 하반기 카카오엔터테인먼트 IPO를 시도할 가능성이 높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시가총액은 20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만 회장에게 1조원을 배팅해서 20조원짜리 회사를 완성하는 건 해볼만한 장사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픽코마와 래디쉬 같은 글로벌 웹툰웹소설 플랫폼부터 멜론 같은 음원유통플랫폼에 SM과 디어유 같은 케이팝 팬덤 커뮤니티까지 확보한 명실상부한 IT엔터 제국이 된다. 하이브와 네이버와 위버스의 IT엔터 동맹과 진검승부를 벌이게 된다. 사나웠던 빅테크 플랫폼에 대한 규제 여론도 해가 바뀌고 정권도 바뀌면서 일단 진정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SM인수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장이 모두 실현될 경우 남궁훈 카카오 대표의 연봉도 오를 수 있다. 남궁훈 대표는 카카오 주가가 15만원을 넘을 때까진 연봉과 인센티브를 받지 않고 2300만원가량의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약속했다. 남궁훈 대표는 CJ인터넷 대표와 위메이드 대표로 일할 때도 주주들에게 주가로 약속을 했고 지켰다. 공약은, 지켜라지켜라지켜라.


카카오의 미래에 관해 더 잘 알고 싶다면 〈비욘드 카카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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