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쟁이가 되어버린 MZ를 아시오?

3월 17일 - FORECAST

MZ세대는 역사상 가장 가난한 세대다. 무엇이 이들을 부채로 내몰았나?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한국은행이 MZ세대의 경제 현황과 특징을 조사한 결과, 이들의 소득, 자산, 부채, 소비가 이전 세대에 비해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MZ세대의 근로소득은 2000년 동일 연령대의 근로소득과 비교해 1.4배로 소폭 상승하였으나 부채는 크게 늘었다. 명품 소비나 자산 투자 등으로 대표되던 MZ세대의 소비 성향이 무색하게도 소비는 오히려 낮아졌다.
WHY_ 지금 MZ 세대의 빚을 읽어야 하는 이유

MZ세대는 현재를 주도하는 세대이면서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 열쇠다. MZ세대의 취약한 경제 상황은 미래의 거시 경제 전체를 책임지고 있다. 고도의 성장 시기를 거쳐 안정됐던 성장률조차 이제 먼 과거의 이야기가 됐다. 연 6퍼센트의 청년희망적금 금리는 MZ세대에게 엄청난 고금리로 다가왔다. 숫자는 소비 성향의 감소를 나타내지만 미디어는 명품 매장으로 달려가는 MZ세대를 비춘다. 일견 양립 불가능해보이는 경제 상황이 MZ세대에게서 드러나고 있다. MZ세대가 마주한 현재는 어떤 것을 동력삼아 빚어졌나?
NUMBER_ 4.3배

2018년 MZ세대의 총 부채는 2000년 동일 연령대 대비 4.3배 증가했다. 소득 증가 속도 대비 부채 증가 속도 역시 3배로 X세대와 베이비붐세대의 빚이 각각 2.4배, 1.8배 증가한 것에 비해 빨랐다. 왜 지금 한국의 청년들은 빚을 질까? 살아야 할 집이 필요하지만 목돈은 없다.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돈이 생겨도 빚을 바로 갚지 못한다. 투자를 시작하려 해도 모아 놓은 시드머니가 없다. 손만 뻗어도 살 수 있는 것과 빌릴 수 있는 돈은 넘쳐난다. 세대는 시대가 만든다. MZ세대가 가진 빚이 시대 전체의 빚인 이유다.
DEFINITION_ 빚

2022년을 맞아 청년정책조정실이 내놓은 청년 정책 홍보는 총 24개의 청년 정책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 대출 지원과 이자 지원 등 부채와 관련한 지원은 6개다. 대부분 무주택 청년을 위한 전세자금 및 월세 대출, 학자금 대출 등과 관련한 지원이다. 주거를 위한 대출 뿐 아니라 청년예술인을 위한 예술인생활자금대출, 한국장학재단의 생활비 대출 등 청년을 위한 대출은 넘쳐난다. 저금리로 운영되는 정책금융 뿐 아니라 사금융 역시 청년 세대를 위한 다양한 모습의 대출 상품을 내놨다.
KEYMAN_ 신 파일러

신 파일러는 신용카드 사용 내역이나 대출 실적 등 개인의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금융 정보가 거의 없는 사람을 뜻한다. 국내 신 파일러는 128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사금융은 신 파일러를 대상으로 한 소액 대출이나 후불 결제 등의 서비스에 집중했다. 쿠팡의 '나중결제'나 네이버의 후불결제 등은 당장 살 돈이 없으나, 살아가기 위해 사야 하는 사람들을 겨냥했다. 핀테크 기업 뿐 아니라 각종 은행은 방문하지 않고도 전세자금대출이나 소액 대출을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연체수수료는 연 12퍼센트 수준이다. 소비 방법은 쉬워졌으나 MZ세대의 총 소비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동일 연령대 대비 정체되고 있으며 소비성향은 하락세를 보였다.
REFERENCE_ IMF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는 구제금융 대신 신자유주의적 경제 개혁을 요구했다. 김대중 정부 시기 신용카드 사용은 크게 늘었다. 정부와 은행은 신용카드의 현금 서비스 한도를 철폐하고 별다른 신용이나 소득이 없어도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높은 연체 이자는 당연했다. 이런 IMF 이후의 상황은 대출이 다변화된 지금의 상황과 유사하게 보인다. 한편으로는 지금 MZ세대의 다양한 삶의 모습을 만든 하나의 변곡점이 되기도 했다. IMF 외환위기는 지역의 경제 기반을 몰락시켰다. 청년들은 무너진 지역을 떠나 수도권으로 향했다. 청년이 모인 도시는 인프라가 발전할 수밖에 없었다. 수도권 과밀화는 확대재생산 됐다. 서울공화국이 된 한국에서 청년은 갈수록 궁핍해지는 구조에 놓였다.
MONEY_ 2223만 원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조사한 결과 만 19세에서 34세 청년의 총 연간소득 평균은 2223만 원이었다. 금융계와 은행권은 근로소득이 낮은 MZ세대를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해 다양한 투자와 예금 상품을 만들었다. MZ세대가 꼽은 가장 중요한 저축 목적은 주택구입을 위한 재원 마련과 은퇴자산 축적이었다. 그럼에도 자신이 집을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청년은 많지 않다. 현재 소득을 몇 년간 저축하면 원하는 지역에 집을 살 수 있냐는 질문에 청년 응답자 31퍼센트는 “살 수 없다”고 답했다. 미래를 대비하고 싶다는 마음은 굴뚝같으나 근로소득은 턱없이 낮다. 월급을 저축해 집을 살 수 없으니 청년들은 빨리,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암호화폐나 단기간 투자로 눈을 돌렸다.
CONFLICT_ 욜로

MZ세대는 한편으로 명품을 갖기 위해 백화점으로 오픈런하는 세대다. MZ세대를 겨냥한 ‘더현대서울’은 매출 목표를 30퍼센트 이상 초과 달성했다. 수치는 이 현상과 대비되는 듯 보인다. 청년은 전체적으로 가난해졌다. 2020년 기준 청년의 순자산 빈곤율은 51.5퍼센트로, 전체 평균을 20퍼센트포인트 웃돌았다. MZ세대는 아무리 노력해도 저축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세대이자 아이를 낳지 않기로 결심한 세대다. 어차피 살 수 없는 집과 할 수 없는 결혼을 위해 돈을 모으기보다 지금을 위해 소비한다. ‘욜로’는 철없는 행동과 동의어가 아니다. 시대가 낳은 하나의 결과에 가깝다.
RISK_ 코호트

사회적 사건과 생애주기에 맞추어 비슷한 상황을 경험한 이들이 느끼는 집단의식이 세대를 형성한다. 이를 코호트 효과라고 칭한다. 밀레니얼세대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맞춰 노동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꾸준히 경제 성장률은 저조했다. Z세대는 디지털 원주민이자 저성장 원주민이다. 구조적 저성장은 MZ세대에게 낯선 사건이 아니다. 이미 항상 함께 하고 있는 시대적 분위기에 가깝다. 지속된 경제적 상황은 단 시간에 극복하기 어렵다. IMF 이후 형성된 신자유주의의 유령은 지금도 남아있다. 밀레니얼세대의 임금 수준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지나친 이후에도 낮은 수치를 유지했다. 불황은 시대적 분기점이 됐고, 저성장은 시대상이 됐다.
INSIGHT_ 손 닿는 거리

모든 게 손만 뻗으면 가능한 시대다. 굳이 은행에 가서 자신의 신용을 증명하지 않아도 버튼만 누르면 대출이 가능하다. 물건을 사러 밖으로 나서지 않아도 어플리케이션 하나면 다음 날 집 앞에 물건이 놓인다. 돈이 있다면 손쉽게 코인을 살 수 있다. 그럼에도 어려운 것은 돈을 버는 일이다. 2000년대 이후의 경제 구조는 20대에게 빚쟁이가 되기를 요구했다. 지역 경제 구조는 잔해만 남았고 수도권 월세는 쉴 새 없이 올랐다. 취업난과 주거난은 공기처럼 자연스러워졌다. 한국은행의 조사에 따르면 MZ세대는 여가와 취미 활동을 위해 필수 소비를 절약했다. 휴지와 생수를 살 돈으로 운동을 다니고 포켓몬 빵을 샀다. 저 멀리 있는 내 집 마련은 보이지도 않으니 손에 잡히는 것에 일단 돈을 쓴다. 기업은 이 손 닿는 거리에서 더 편하게 물건을 사고 돈을 빌릴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다.
FORESIGHT_ Z 이후

우리나라가 마주한 근미래의 가장 큰 위협은 저출생이다. MZ세대의 높은 부채비율이 MZ세대만의 문제가 아니듯 저출생 역시 여성이나 특정 세대만이 경험하는 현실은 아니다. 한정된 돌봄 정책과 지원형의 복지만으로 저출생은 극복하기 어렵다. 취약한 경제 상황이 시대 전체를 관통하는 구조가 되었기 때문이다. MZ세대가 아이를 낳지 않기로 한 이유는 간단하다. 현실은 어렵고 미래는 어둡다. 자신의 이후 세대를 생각하기 어렵다. 현재의 경제 구조 아래에서 MZ세대는 계속해서 빚을 지고 살아가는 세대가 될 것이다. 국민연금을 기대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투자를 한다. 명품을 사러 다니고 힙한 공간을 찾아다니는 유쾌한 MZ세대의 모습만으로 저출생이라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MZ세대가 미래를 상상할 수 있을 때 Z 다음이 있을 것이다. 구조와 국가는 이 상상력을 키울 수 있을까?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랐지만 불안한 감정을 갖고 살아가는 MZ세대가 궁금하다면 《불안한 어른》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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