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의 미래

3월 18일 - FORECAST

넷플릭스가 이용자간 계정 공유를 막는다고 밝혔다. 정체된 콘텐츠 구독 시장은 새로운 과금 모델을 찾을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3월 16일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제한한다고 밝혔다. 가구 구성원이 아닌 사람과 계정을 공유할 시 추가 요금을 부과한다는 정책이다. 최근 성장이 정체된 가운데 구독자 수를 늘리기 위한 넷플릭스의 고민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WHY_ 지금 넷플릭스의 정책 변화를 읽어야 하는 이유

넷플릭스는 업계 최초로 구독 서비스를 개시했다. 콘텐츠 산업의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스트리밍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영상뿐 아니라 음악도 구독 서비스로 전향했다. 패러다임의 시작이었던 넷플릭스가 요금 규제에 엄격해지는 것은 현 구독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 준다. 콘텐츠 구독 서비스는 새로운 사용자와 서비스와 과금 모델을 발굴할 수 있을까?
DEFINITION_ 콘텐츠구독

콘텐츠 구독은 우유 배달, 꽃 정기 배송과 다르다. 용역이 필요하지 않고 실물 상품이 없다. 그만큼 제약이 적고 해볼 수 있는 영역이 다양하다. 넷플릭스를 비롯해 콘텐츠 구독 서비스는 최근 3년간 호황기를 맞았다. 2020년 12월 미국 기준 1인당 구독하는 OTT 서비스 종류는 평균 3.9종이었다. 2021년 여름, 4.5종으로 올랐다. OTT 서비스에 지불하는 비용은 인당 월 47달러에서 55달러로 증가했다.
MONEY_ 357달러

시장이 커진 만큼 경쟁은 치열해졌다. 아마존 프라임, 디즈니 플러스, HBO 맥스는 물론 국내 왓챠, 티빙 등 경쟁사 사이에서 독점적 지위를 상실한 지 오래다. 지난 2월 20일, 넷플릭스가 발표한 2021년 4분기 실적에서 신규 가입자는 828만 명이었다. 업계 전문가들이 예상한 839만 명보다 적었다. 당일 넷플릭스 주식은 주당 508달러에서 하루 만에 주당 397달러로 떨어졌다. 2022년 3월 17일 14시 현재 주당 357달러다. 코로나 19 전과 비등한 수준이다.
NUMBER_ 2억

넷플릭스가 계정 공유를 막는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3월 넷플릭스 TV 앱 사용자를 대상으로 시범 운영했다. 소비자 입장에서 계정 공유 금지는 요금 인상보다 더 큰 요금 인상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넷플릭스 가입자는 2억 2180만 명이다. 규제를 강화해 4명이 함께 쓰던 요금제를 쪼갠다 해도 이용자 수가 갑자기 10억이 될 리는 없다.
RECIPE_ 게임

넷플릭스가 시도한 또 다른 돌파구는 게임 시장이다. 지난해 7월 넷플릭스는 페이스북 게임 출신 마이크 버두를 부사장으로 선임했다. 9월 게임사 나이트 스쿨 스튜디오를 인수하며 게임 시장 본격 진출을 예고했다. 11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기묘한 이야기’의 플롯을 활용한 게임 등 다섯 가지 게임을 정식 공개했다. 반응은 미지근했다. 영화적인 요소가 가미된 좋은 게임들은 이미 충분히 많은 데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에도 묻혔다. 
CONFLICT_리텐션

그럼에도 넷플릭스는 올해 1월 신작 게임 두 종을 또 출시했다. 마이크 버두는 한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게임의 주 목적이 신규 수익 모델 창출이 아닌 현 사용자 유치라고 밝혔다. 구독의 기반은 구독자인 만큼 구독의 위험성도 구독자에게 있다. 이탈자는 고스란히 다른 OTT로 간다. 혹은 아예 사라진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조사에 따르면 이용 중인 OTT의 요금이 현재보다 10퍼센트 인상될 경우 ‘다른 플랫폼을 이용한다’는 응답이 37.6퍼센트였다. ‘아예 이용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11.2퍼센트였다. #디지털전환시대콘텐츠이용트렌드연구보고서
REFERENCE_ 뉴욕타임스

리텐션의 핵심은 크리에이터에 있다. 플랫폼보단 콘텐츠, 콘텐츠보단 크리에이터가 주목받는 시대다. 플랫폼 충성도가 높던 독자들도 좋아하는 콘텐츠나 크리에이터를 따라서 플랫폼을 떠나는 경우는 비일비재하다. 서브스택이 대표적이다. 저널리스트 개인의 필력과 네임 밸류를 살린 뉴스레터 플랫폼으로 급부상했다. 뉴욕타임스는 저널리스트들의 이탈을 방지하고자 뉴욕타임스 기반 개인 뉴스레터 발행을 장려했다. 데이비드 레온하르트의 ‘더 모닝(The Morning)’과 시라 오비드의 ‘온테크(On tech)’가 그렇다. 뉴욕타임스가 올해 3월 유료 구독자 수 1000만 명을 확보할 수 있던 비결은 저널리스트 개인이 두드러지는 오피니언 세션 특화에 있다.
KEYMAN_ 닉 스펜서

지난해 서브스택이 만화 작가 닉 스펜서를 고용한 것이 화제였다. 마블, DC 코믹스 등 유명 히어로물들을 작업한 세계적인 작가와 함께 최근 서브스택은 만화 시장으로의 진출을 노린다. 텍스트 기반 뉴스레터 플랫폼의 첫 번째 외연 확장이다. 뉴스레터로 만화를 소비한다는 개념이 새로운 성장일지 불필요한 확장일지는 지켜봐야 할 부분이다.
RISK_ 부작용

구독 서비스의 과금 모델들은 크게 다르지 않다. 처음엔 무료로 배포한다. 그다음엔 일정 수준까지 무료 배포하고 부분 유료로 전환한다. 그다음엔 전면 유료화를 꾀한다. 지난해 ‘30일 무료’를 전면 폐지한 넷플릭스도 같은 방식이었다. 구독 서비스의 다음 과금 모델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일정 수준에 이르면 부작용이 발생한다. 콘텐츠 양을 늘리거나 프리미엄(Freemium)의 고급 버전을 만들거나 새로운 종류의 콘텐츠를 만드는데, 일부 소비자에겐 필요 이상의 콘텐츠가 된다.
INSIGHT_포화

콘텐츠 구독 서비스의 현재는 일종의 포화 상태다. 사용자, 체류 시간, 서비스의 포화다. 인구는 고정적이다. 특정 콘텐츠를 즐기는 사용자 수는 더욱더 한정적이다. 체류 시간을 늘리는 것도 한계가 있다. 24시간짜리 하루는 전 세계 고정값이다. 더 나은, 더 많은 서비스를 고민해서 구독이라는 단어 아래 묶음 판매하는 것도 완전히 참신하기 어렵다. 경쟁하면 닮아가기 마련이다. 넷플릭스와 디즈니 플러스가 그랬고 서브스택과 뉴욕타임즈가 그렇다. 새로운 과금 모델이 필요한 이유다.
FORESIGHT_ 후원경제

사실 의식주에 큰 영향을 줄 만큼 대단한 구독 서비스는 없다. 우리는 이미 삶을 지속하기 위해 필요한 대부분의 것들을 개별 구매하고 있다. 구독은 관점과 가치의 영역이다. 특정 개인, 단체의 가치에 공감해 매달 일정 금액을 지불하는 것은 구독 경제가 새롭게 만들어낸 개념이 아니다. 창작자 중심의 콘텐츠가 주목받으며 구독과 후원의 차이는 더욱 좁혀지고 있다. 나에게 주어진 소중한 하루의 일정 시간을, 내 월급의 일정 부분을 규칙적으로 어딘가에 투자한다는 것은 내 가치관과 맞지 않으면 실행하기 어렵고 피곤한 일이다. 결국 콘텐츠 구독 서비스의 미래는 문제 해결이 아닌 가치 소비에 있다.

미디어 산업의 변화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스트리밍 이후의 플랫폼》을 추천합니다.
스트리밍 시장의 경쟁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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