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놀자 스테이트 오브 마인드

3월 23일 - FORECAST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 의무가 해제됐다. 숙박 및 여행 업계의 전쟁이 시작됐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3월 21일부로 백신 접종을 완료한 해외 입국자의 자가 격리 의무가 해제됐다. 누적 확진자는 1000만 명에 달하고 일일 확진자는 30만 명에 이르며 엔데믹이 코앞까지 왔다. 여행 업계는 각축전을 예고하고 있다. 누가 웃고 누가 울 것인가.
WHY_ 지금 여행 업계의 전쟁을 읽어야 하는 이유

여행에 대한 갈증이 억눌린 지 3년이 됐다. 입국 후 자가 격리 기간이 부담돼 휴가를 못 내던 직장인도 학업 공백을 우려한 학생도 마음 편히 하늘길에 오를 수 있다. 이 순간을 위해 여행 경비를 모아 온 모두는 보복 소비를 앞두고 까다로운 선택을 예고한다. 여행 업계의 지형도는 판데믹이 휩쓸고 간 모든 피해 업종에 유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여행 업계의 전쟁은 엔데믹의 첫 신호탄이다.
DEFINITION_ 리오프닝

해외 입국자 자가 격리 의무 해제와 함께 사적 모임 최대 인원도 8명으로 늘었다. 시장은 빠르게 반응 중이다. 각종 항공과 숙박, 레저, 외식 등의 리오프닝 관련주가 반등했다. 특히 여객 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3월 19일 기준으로 2일 종가 대비 아시아나항공은 12.73퍼센트, 하나투어는 5.44퍼센트, 인터파크는 7.73퍼센트 상승했다. 리오프닝주는 안전할까?
MONEY_ 영업 손실액

호황이 예상되지만 모든 여행 업계가 웃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상장 여행사 네 곳의 매출액은 지난 2021년 대비 평균 60~70퍼센트 줄었고 영업 손실 규모도 배로 뛰었다. 가장 규모가 큰 하나투어의 매출액은 2021년 대비 63퍼센트 감소했고 영업 손실액은 7.8퍼센트 늘었다. 모두투어 역시 매출액이 72퍼센트 감소하고 영업 손실액은 11퍼센트 증가했다. 중소 여행사인 노랑풍선은 치명타를 입었다. 매출액 74퍼센트 감소에 영업 손실액 136퍼센트 증가에 이르렀다. 노랑풍선과 모두투어는 관리종목 지정 직전까지 갔다 왔다.
RISK_ 국제 유가

무엇보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촉발된 지정학적 리스크와 국제 유가 불안정으로 여행 수요가 기대만큼 증가할지 전문가들은 우려를 표한다. 유럽은 아직도 우크라이나 전쟁의 확전 가능성을 완전히 거두지 못했다. 유가에 따라 항공사의 운임 원가와 주가도 널뛴다. 보복 소비 심리는 리오프닝주 상승의 원동력이지만 반대로 여행지 선정의 기준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 기왕 갈 것이면 더 선진국으로, 더 호화롭게 가는 편을 선택하는 것이다. 규모가 작은 여행사에겐 악재다.
NUMBER_ 1500만

엔데믹과 유가 리스크 속에서 맘 놓고 웃을 수 있는 건 전체 플랫폼 누적 가입자 수 1500만 명을 자랑하는 야놀자뿐이다. 최근 해외여행 수요에 맞춘 대대적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야놀자는 전 세계 170개국, 3만 개 이상의 고객사에 60개 언어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지난 2021년 7월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로부터 2조 원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데카콘에 등극한 후 ‘특가’의 이미지를 지우고 ‘야놀자 테크놀로지’를 씌웠다. 이를 위해 설립한 것이 야놀자 클라우드다.
KEYMAN_ 김종윤

김종윤 야놀자 클라우드 부문 대표는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에 불과했던 야놀자를 테크 기업으로 탈바꿈한 장본인이다. 3M과 구글컴퍼니, 맥킨지앤컴퍼니에서 근무한 그는 2015년 야놀자에 합류하며 숙박업소가 아닌 여가 활동 전반으로 비전을 확대했다. 내부 구조 개편은 물론 IT 기업으로 사업 전반의 로드맵을 수정해 슈퍼앱의 기반을 닦았다. 김 대표의 주요 성과로 거론되는 야놀자의 ‘Y FLUX’는 종합 호텔 자동화 솔루션으로 사물 인터넷을 응용한 ‘SaaS’다. 소프트뱅크의 투자는 이유없이 이뤄진 게 아니다. 모두의 휴대폰 홈 화면에서 숨겨져 있던 야놀자를 끄집어냈다.
CONFLICT_ 제로투원

야놀자는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예고했지만 B2C 모델은 아직 플랫폼 기업의 공식을 따르고 있다. 경쟁이 없는 제로 투 원, 독점이다. 야놀자의 숙박 시장 점유율은 70퍼센트에 달한다. 가맹 점주들이 월 광고료로 300~400만 원 이상을 매달 지불해도 앱 내 상위 노출이 어렵다. 중개 수수료는 10퍼센트에 불과하지만 광고료는 최대 30퍼센트 가까이 높여놨기 때문이다. 2위 앱인 ‘여기어때’와의 몸값 차이는 스무 배가 넘는다. 기술 혁신은 어디 갔을까? PMS, 빅데이터 관련 기업, 인터파크 인수 등 체질 개선을 위한 M&A를 통해 주로 B2B에 집중됐다. 야놀자의 공언에도 불구하고 이용자에게 기술적 혁신으로 와닿는 것은 아직 없는 이유다.
RECIPE_ 모빌리티

눈 여겨볼 투자가 있었다. 야놀자는 지난 3월 22일 렌터카 플랫폼 ‘캐플릭스(Kaflix)’에 투자하며 2대 주주가 됐다고 밝혔다. 캐플릭스는 렌터카 공유경제 서비스와 차량 구독 서비스를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캐플릭스의 중소형 렌터카 네트워크를 통해 야놀자는 플랫폼 내 모빌리티 서비스를 강화할 예정이다. 기존 카셰어링과 달리 전국에 있는 렌터카를 캐플릭스 ERP에 편입하고 알고리즘과 클라우드 시스템을 기반으로 사용자에게 모빌리티를 제공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항공권 역시 예약 서비스에 그쳤지만 모빌리티 서비스는 사용자 경험을 크게 바꿔놓을 수 있다.
INSIGHT_ 호스피탈리티테크

트래블 버블은 끝났다. 엔데믹은 도시의 밤을 밝히고 국경을 열었다. 언택트를 뉴 노멀로 소개하던 것이 금세 무색해졌다. 다시 오프라인의 부활이다. 그러나 축제를 즐기는 건 전통적 여행사가 아닌 테크 기업들이다. 단순히 여행을 보내주는 것보다 통합 기능에 대한 이용자의 기대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는 숙박업 사업자에게도 마찬가지다. 양쪽의 거대한 데이터를 응용해 ‘호스피탈리티 테크’를 구현하는 기업이 살아남는다. 결국 플랫폼 간 경쟁과 인수전이 여행 산업에 대한 기대의 실상이다. 기존 온라인 여행사(OTA)들은 빠르게 테크 기업에 순응하고 있다. 야놀자는 인터파크 인수 이후 하나투어와 해외여행 서비스 독점 계약을 맺었고, 여기어때는 해외여행 전문 여행사 ‘온라인투어’의 지분을 인수했다. 카카오와 네이버, 쿠팡, 마켓컬리 역시 여행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판데믹에 직격탄을 맞은 업종 중 소규모 사업장의 미래가 예측되는 대목이다.
REFERENCE_ 레볼루트와 온다

기술 기업이 역으로 숙박 산업에 뛰어드는 사례는 해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레볼루트(Revolut)는 런던의 핀테크 대기업이자 ‘토스’의 롤모델이다. 지난 2021년 7월 여행 예약 서비스인 ‘스테이(Stays)’를 론칭하며 여행 업계의 거물들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레볼루트의 로드맵도 야놀자와 유사하다. 10퍼센트 캐시백은 물론 항공편, 렌터카 등의 옵션을 추가하여 여행에서 발생하는 모든 활동을 지원할 예정이다. ‘위드 코로나’가 확산하던 시절부터 오프라인 수요를 노린 사업 확장이다. B2C 부문이 그렇다면 B2B 부문에서는 Y-FLUX 같은 숙박 산업 솔루션인 ‘온다(ONDA)’의 예를 들 수 있다. 노후화된 숙박 운영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최근 ‘구글 호텔’의 국내 1호 공식 제휴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FORESIGHT_ GTP

야놀자는 스스로를 글로벌 트레블 테크 플랫폼(GTP)으로 소개한다. 여기서 글로벌은 단순히 붙은 말이 아니다. 야놀자는 큰 그림을 그린다. B2B 기술과 B2C 기술에 대한 균형적 투자로 여행객과 판매자, OTA를 모두 고객으로 만드는 전략을 세웠고 이미 각국에 서비스되고 있다. 이제 모빌리티를 인수하며 아마존이 그랬듯 단순 중개 역할을 넘어 물류와 결제까지 망라하는 메타 플랫폼을 꿈꾼다. 숱하게 보이는 야놀자 제휴 업체들의 간판이 해외에도 즐비해질지 모를 일이다. 데카콘 야놀자의 목표는 새삼 놀랍게도 글로벌 슈퍼 앱이다.



 
야놀자를 데카콘으로 키운 손정의에 대해 궁금하다면 《엠파이어 오브 더 손》을 추천합니다.
소프트뱅크의 투자 전략에 대해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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