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화장품 가게가 아니다

3월 25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CJ올리브영이 역대 최대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매출 2조 1192억 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13퍼센트 늘었다. 영업 이익은 1378억 원으로 38퍼센트 늘었다. 올리브영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아우르는 옴니채널 전략이 주효했다고 자체 평가했다.
WHY_ 지금 올리브영의 성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코로나19는 오프라인을 부쉈다. 주요 상권의 골목마다 ‘임대’ 문구가 붙었다. 올리브영만 예외다. 올리브영은 오프라인의 강점을 온라인과 접목해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나아가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가고 있다. 올리브영의 성장 전략을 알면 오프라인과 온라인 사업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다.
NUMBER_ 1256개

올리브영은 어디에나 있다. 전국에 1256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필요한 제품이 있을 때만 찾는 곳이 아니다. 참새 방앗간처럼 수시로 들려 진열대를 구경하고 이것저것 집어 드는 곳이다. 실제로 올리브영의 전략이 ‘일상의 루틴 방앗간’이다. 스타벅스만큼 흔하지만 적수는 없다. 국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시장에서 점유율 85퍼센트로 압도적 1위다.
MONEY_ 4조 원

올리브영은 올해 하반기 기업 공개(IPO)에 나선다. 2020년 12월 프리 IPO 당시 기업 가치는 1조 8000억 원이었다. 그런데 작년 11월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면서 예상 기업 가치를 4조 원으로 평가받았다. 불과 1년여 만에 기업 가치가 두 배 이상 뛰었다. 올리브영이 단순히 화장품 로드숍에 그쳤다면 불가능한 밸류다.
DEFINITION_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

올리브영은 H&B 오프라인 스토어가 아니다. 옴니채널 라이프 스타일 플랫폼을 표방한다. 옴니채널이란 소비자가 오프라인, 온라인, 모바일 등 다양한 경로를 넘나들며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의미한다. 지난해 올리브영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한 옴니채널 전략이 자리한다.
RECIPE_ 오늘드림

올리브영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17퍼센트에서 2021년 23퍼센트로 늘었다. 모바일 앱 회원도 1000만 명을 넘어섰다. 특히 ‘오늘드림’ 서비스가 성장을 주도했다. 고객이 상품을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인근 오프라인 매장에서 3시간 내로 배달해 주는 서비스다. 오늘드림 서비스가 수도권 온라인 주문의 40퍼센트를 차지한다.
KEYMAN_ 구창근

구창근 올리브영 대표이사는 CJ그룹 최연소 CEO다. 증권사 애널리스트 시절 CJ그룹을 평가한 보고서가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눈에 띄어 발탁됐다. 구 대표는 2017년 적자에 시달리던 CJ푸드빌에 CEO로 선임돼 1년 만에 수익성을 크게 개선했다. 특히 알짜 사업 부문이던 투썸플레이스를 자회사로 독립시킨 뒤 사모 펀드에 4500억 원에 팔았다. 지금 구 대표는 현금 확보 능력을 다시 한 번 발휘해야 한다. 올리브영이 CJ그룹 4세 승계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RISK_ 4세 승계

CJ그룹은 4세 승계를 준비하고 있다. 이재현 회장의 두 자녀가 CJ그룹 계열사 중에서 유일하게 보유한 주식이 올리브영이다. 아들 이선호 CJ제일제당 경영리더는 11.09퍼센트, 딸 이경후 CJ ENM 경영리더는 4.26퍼센트를 가지고 있다. 올리브영 상장 이후 남매는 보유 지분을 팔아 확보한 자금으로 CJ그룹의 지주사인 CJ의 지분을 매입할 전망이다. 올리브영의 기업 가치가 올라갈수록 남매가 가용할 수 있는 현금이 늘어난다.
REFERENCE_ 이마트, 롯데쇼핑, 신세계

유통 대기업들의 가치는 얼마나 될까. 이마트의 시가 총액은 3조 8747억 원, 롯데쇼핑의 시총은 2조 6846억 원, 신세계의 시총은 2조 5647억 원이다. 올리브영의 옴니채널 전략이 분명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그래도 4조 원 밸류는 과하다는 지적이 있다. 결국 4세 승계를 위해 몸값을 지나치게 부풀린 것 아니냐는 얘기다. 올리브영은 ‘글로벌 + 온라인 + 오프라인’의 사업 모델이 시장에서 평가를 받고 있다는 입장이다.
INSIGHT_ 풀필먼트

당일 배송과 새벽 배송을 경쟁하던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고객이 상품을 주문하면 60분 내로 배송하는 퀵커머스의 시대다. 올리브영은 전국 1256개의 매장을 작은 물류 센터로 활용한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서울과 경기도에 도심형 물류 거점 6곳을 연다. 다루는 제품이 더 많아지고, 배송 시간은 더 단축될 전망이다. 올리브영은 화장품 가게에서 시작해 풀필먼트 서비스로 나아가고 있다.
FORESIGHT_ 다음 세대의 커머스

오프라인은 온라인을 지향하고, 온라인은 오프라인을 지향한다. 멀리 떨어져 있던 두 영역이 만나 새로운 비즈니스가 탄생한다. 과거 대형 마트는 대형 마트와 경쟁했다. 편의점은 편의점과 경쟁했다. 지금은 대형 마트와 편의점과 쿠팡과 배민이 경쟁한다. 이 경쟁에 H&B 업계의 선두 주자 올리브영이 참전한다. 올리브영은 식품, 음료, 전자기기, 생활용품에 이어 와인 판매까지 시작했다. 사실상 기업형 슈퍼마켓(SSM)으로 진화하고 있다. IT와 모빌리티와 로컬이 결합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스토어가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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