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론 대전

3월 31일 - FORECAST

대기업이 중고차 시장에 뛰어든다. 오토 금융도 요동친다. MZ의 선택은 어디로 향할까?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3월 17일 중고차판매업을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제외했다. 완성차를 만드는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사실상 공식화됐다. 소비자에겐 호재다. 덩달아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자동차 금융이다. 내 차 살 때, 어디를 이용하게 될까? 자가용 시장은 어떻게 변할까?
WHY_ 지금 자동차 금융 전쟁을 읽어야 하는 이유

3~4월은 중고차 최대 성수기다. 취업, 입학 시즌과 맞물리며 중고차 수요가 커진다. 카푸어나 고소득자,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닌 다음에야 차는 계륵이지만 중고차는 진입 장벽과 구매 연령이 낮다. 대기업의 시장 진출 소식으로 부푼 기대치는 자동차 구매를 위한 대출 조회로 이어진다. 차량 기술이 발전해도 내가 이용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MZ세대가 차를 살 때 가장 밀접하게 마주하는 것은 오토론(Auto Loan)이다. 자동차 금융 상품의 변화는 이용 형태의 변화도 함께 예고한다.
DEFINITION_ 레몬 시장

중고차 시장은 레몬 시장이었다.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역선택이 발생하는 저급한 재화 서비스 시장을 뜻한다. 편견에서 비롯했지만 차팔이, 폰팔이, 용팔이는 흔히 악명 높은 3대 직업으로 꼽힌다. 경기도가 2020년 6월 이재명 당시 도지사의 SNS에 온 제보에 따라 중고차 허위 매물 의심 사이트 31곳을 조사해보니 총 3096대 중 무려 95퍼센트의 매물이 허위였다. 차량 말소, 번호 변경, 차량 번호 조회 불가, 명의 이전 완료 차량 등의 유형이었다. 한국경제연구원의 2019년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퍼센트가 “국내 중고차 시장은 불투명하고 혼탁하며 낙후됐다”고 평가한다. 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에 찬성하는 소비자는 51퍼센트다.
CONFLICT_ 독과점

대기업 진출의 효과는 뭘까? 가격 경쟁과 보증, 이미지 개선이다. 대기업 중고차는 차량 검사와 무상 보증 등의 성능 보장이 가능하고 애프터 서비스가 용이하다. 중고차 업계는 산업 전반의 독과점을 우려한다. 신차 가격 상승은 물론 허위 매물 역시 근본적 근절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매입 물량도 논란이다. 완성차 업계가 신차 할인을 내세우며 소비자의 중고차를 매집하면 중고차 업계는 경쟁이 어렵다. 대기업들은 자체적으로 중고차 시장에서 점유율을 제한한다고 밝혔지만 문제는 금융과의 연계다.
MONEY_ 25조 원

연간 중고차 시장 규모는 25조 원, 거래 대수는 250만 대에 이른다. 해마다 증가세다. 주 구매자는 공정의 아이콘 2030 세대다. 할부 금융 수요가 높고 정보에 민감하며 매매업자에 대한 불신이 높다. 2020년 기준 중고차 거래에서 당사자 간 거래 비중은 절반을 넘었다. 페인 포인트를 해결하기 위해 시세 조회나 이력 확인 등을 돕는 스타트업도 다수 생겼다.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로 인증 중고차 시장이 확대되면 구매력이 낮은 수많은 젊은 층의 금융 수요가 발생한다. 오토론은 낙수효과를 기대한다. 매매업자를 통한 중고차 할부 금융은 캐피탈에서 대출 에이전시, 딜러 등을 거치며 높은 금리로 수수료가 생기지만 완성차 대기업과 연계된 캡티브 금융은 오히려 수수료 인하 정책을 펼 수 있다. 25조 원 규모의 시장을 두고 눈치 싸움이 시작됐다.
NUMBER_ 3파전

자동차 금융 시장은 3파전 양상이다. 캐피탈, 카드사, 대기업이다. 캐피탈은 자동차 금융의 원조 공룡이다. 최근엔 포화된 국내 시장을 벗어나 해외에서 엄청난 실적을 올리고 있다. 다만 국내 점유율은 2016년 기준 85퍼센트에서 2021년 상반기 70퍼센트로 하락했다. 반면 카드사는 동기간 15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증가했다. 수익 악화로 신사업의 활로를 자동차 금융에서 찾았다. 카드사는 자금 조달력이 강하고 낮은 금리를 자랑한다. 신차, 중고차 부문 모두 카드사의 영향력은 커지는 추세다. 신한카드와 KB카드가 주요 강자다. 문제는 대기업이다. 현대차가 중고차 업계에 참전하며 현대캐피탈은 믿을 구석이 생겼다. 현대카드는 아직 자동차 금융에 뛰어들지 않았지만 기존 카드사를 위협하는 잠재적 변수다. 롯데렌탈과 롯데카드도 마찬가지다.
RECIPE_ 마이데이터와 플랫폼

캐피탈사를 위시한 자동차 금융 업계의 전략은 마이데이터다. 데이터3법 통과 전까지는 금융사로부터 정보 제공을 받기 까다로웠지만 마이데이터 본허가를 받은 이후 금융사의 장점을 무력화하고 있다. KB캐피탈과 현대캐피탈은 최근 관련 서비스를 출시했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3월 30일 ‘현대캐피탈 앱 2.0’을 론칭한다고 밝혔다. 캐피탈사는 자동차 금융에 강하다. 금융 정보와 차량 정보를 분석해 차 생애주기를 그리겠다는 포부를 보인다. 앞서 KB캐피탈 역시 3월 7일에 KB차차차에 ‘차테크’라는 마이데이터를 접목한 서비스를 냈다. 은행과 카드를 포괄하는 금융그룹은 플랫폼 고도화 전략을 편다. 올인원 앱을 위한 각자의 구상이다.
RISK_ 핀테크

과연 마이데이터가 해결책일까? 지난 1월 5일부터 전면 시행된 마이데이터의 금융권 이용 성적은 부진하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실에서 공개한 마이데이터 업권별 가입자 현황을 보면 1월 27일 기준 핀테크와 IT기업 등의 가입자가 580만 명, 은행이나 카드사가 각각 370~380만 명 정도다. 중복집계가 된 점을 고려하면 참패다. 자동차 금융에서의 기존 사업자들이 마이데이터를 잘 활용한다고 해도 핀테크 이상의 UX를 제공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중고차 시장에 소비자로 대두할 세대들은 더욱이 핀테크의 간편함에 길든 상태다. 소비자는 더 쉽고 더 빠른 것을 찾는다.
KEYMAN_ 정상연

핀테크가 자동차 금융에 뛰어들면 어떻게 될까? 대표적인 사례는 ‘핀다(Finda)’다. VC 사이에서 핀다의 시장 가치는 6000억 이상이다. 핀다는 원래 신용대출 비교 및 중개 플랫폼이다. 가장 많은 금융 제휴사를 확보한 핀테크다. 핀다는 고객들의 대출 조회 목적이 대부분 차 구매라는 것을 파악하고 자동차 금융으로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현대캐피탈이나 하나카드와 함께 관련 오토론 상품도 출시할 예정이다. 정상연 수석매니저는 신사업을 총괄한다. 그는 기존 자동차 금융은 비효율적이고 어렵다고 말한다. 유튜브에 자동차 할부 등을 검색해 보면 수많은 ‘차알못’을 위한 강의가 수두룩하다. 자동차 금융 업계의 마이데이터가 무색해지는 사회 현상이다.
REFERENCE_ 업스타트

주가가 급등하고 있는 미국 실리콘밸리의 핀테크 업스타트(Upstart) 역시 자동차 대출로 사업을 확장했다. 구글 출신 엔지니어들이 2012년 창립한 업스타트는 핀테크와 은행의 경쟁 구도를 깨고 오히려 여러 은행들과 파트너십을 맺어 사용자의 신용도에 따라 대출 상품을 추천해준다. 이들은 지난 2021년 자동차 판매 소프트웨어인 ‘프로디지 소프트웨어’를 인수하고 자동차 대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개인 융자 서비스에 비해 자동차 융자 시장의 규모가 7배가량 크기 때문이다. 이들은 미국의 기존 신용 등급 평가인 FICO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을 더 정교한 AI 기술로 파훼해 무담보 신용대출의 길을 넓혔다. 미국이 오토론이 가계 부채의 주범 중 하나인 것을 생각하면 대출의 편리함이 무시무시하게 다가온다.
INSIGHT_ MZ의 후생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소비자 후생을 증진할지는 미지수다. 정보 투명성은 막연한 기대 효과다. 이미 허위 매물 등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는 ‘첫차’와 같은 스타트업도 있고, ‘헤이딜러’와 같이 업계 최초 AI 차량 이미지 인식 기술로 비대면 구매를 상용화하려는 시도가 있다. 중고차 가격 역시 공급망 문제로 인한 신차 가격 상승과 수요 폭증으로 유동적이다. 상하이에 최근 내려진 봉쇄령은 유통망과 공급망 위기를 예고한다. 자동차 금융이 주목해야 할 것은 중고차 구매자의 주 구매층이 MZ 세대라는 점이다. 돈을 빌려주겠다며 과하게 환영하지만 사실 공정한 차량 감정과 비대면 거래, 무상 환불 등이 MZ의 주된 관심이다. 빚더미에 앉은 이들에게 쉬운 금융 서비스는 생각보다 당연하다. 마이데이터에 별 감흥이 없을 정도로 정보의 값은 싸졌다. 낮은 금리와 금융정보 분석보다 편리함이 가장 큰 무기다.
FORESIGHT_ 구독

기술이 대출을 손쉽게 한다면 모빌리티 이용 방법 역시 손쉽게 할 수 있다. 자차에는 부대 비용이 많이 든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27일 자동차보험 주행거리 연동 특약에 모든 계약자가 자동 가입되도록 한다고 밝혔다. 쓴 만큼만 합리적으로 내려는 인식의 확장 때문이다. 이러한 실용성은 차량 구독 서비스와도 닮았다. 최근 ‘쏘카’가 출시한 비즈니스 구독 상품은 가격이 경제적이고 접근성이 뛰어나다. 스타트업인 ‘더트라이브’의 구독 서비스는 중고차 업체와 협업해 고급 외제차를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집은 경제적 자유를 표상하지만 차는 젊은 세대에게 필요 혹은 사치로 여겨진다. 자동차 시장에서 구독 서비스는 리테일 산업의 퀵커머스와 닮아 있다.


타다를 매각했던 쏘카와 인수한 토스를 다룬 〈토스가 쏘카를 타다〉를 추천합니다.
모빌리티와 핀테크의 결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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