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빅, 로봇입니다

4월 1일 - FORECAST

대기업들이 너나없이 로봇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미래는 이미 와 있는 걸까?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삼성, LG, 현대, SK, KT, 카카오까지 대기업들이 속속 로봇 산업에 뛰어들고 있다. 산업용 로봇 얘기가 아니다. 우리 일상을 직접적으로 바꿔 나갈 서비스 로봇 얘기다. 미래는 얼마나 가까이 와 있는가. 우리는 그 미래와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을까.
WHY_ 지금 로봇 산업을 읽어야 하는 이유

KT가 로봇 서비스 플랫폼 사업자로의 진화를 선언했기 때문에.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율주행 로봇 배송 플랫폼 시대를 열기 때문에. 테슬라도 자동차 회사가 아닌 AI로보틱스 회사로 나가겠다고 밝혔기 때문에. 삼성전자가 신사업 메뉴로 로봇 사업을 점찍자 관련 주가가 요동쳤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꽤 가까운 시일 안에 우리는 로봇과 함께 생활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MONEY_ 135조 원

한국은 로봇을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나라다. 근로자 1만 명당 로봇 활용 대수를 뜻하는 로봇 밀도가 932대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일상에서 로봇을 만나본 일이 거의 없다. 그나마 최근 종종 발견하게 되는 서빙 로봇을 통해 시대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을 뿐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에 그렇게 많다는 로봇은 생활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산업 속에 있다. 인간이 할 수 없는 일을 담당하고 있거나 인간이 따라잡을 수 없는 효율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이미 로봇 산업의 진자는 산업용 로봇이 아닌 서비스 로봇 쪽으로 기울었다. 인간을 도와 일상에 편의를 제공하는, ‘집사’에 가까운 로봇 말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은 2025년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산업용 로봇 시장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봤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스틱스(SA)는 글로벌 AI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가 2019년 약 35조 원에서 2024년 135조 원으로 확대할 것으로 추정했다.
DEFINITION_ 아이, 로봇?

우리 기업들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KT는 지난 3월 30일 스스로 이동하며 플라스마 방식으로 바이러스를 살균하고 공기를 정화하는 AI 방역 로봇 2종을 출시했다. 우아한형제들도 배달 로봇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은 CES를 통해 꾸준히 발표해 온 삼성봇 시리즈를 올해 안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첫 제품은 보행보조 로봇 ‘젬스’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주문과 서빙 등을 돕는 ‘삼성봇 서빙’, 설거지 등을 돕는 가정용 로봇 ‘삼성봇 핸디’ 등도 양산될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로봇들은 우리 삶의 특정 영역을 보조해 주는 기능 정도를 담당하고 있다. 빨래를 대신 해 주는 세탁기나, 설거지를 담당하는 식기 세척기의 발전된 형태이다. 물론 이들 로봇에는 단어가 하나 더 붙는다. ‘알아서' 해준다는 것이다.
RECIPE_ 범용성

그렇다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형태의 로봇을 만드는 데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범용성’이다. 사람이 그러하듯 이것저것 두루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또, 언제 어떤 기계를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지를 인간이 일일이 나누어 계산하지 않아도, 인간의 요구에 ‘알아서’, ‘무엇이든’ 대응해 줄 수 있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 범용성을 획득하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 인간의 공간 안에서 문제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인간의 신체 구조와 비슷한 기계가 필요하다. 사람의 명령을 인식해서 사람처럼 대응 할 수 있도록 빅데이터에 기반한 딥러닝 시스템도 필요하다. 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서는 다른 기계와 연동하고 클라우드에 저장된 데이터를 이용하기 위한 통신 기반도 갖추어져야 한다. KT가 로봇 사업에 뛰어든 배경이다. KT는 전통의 통신회사다. 로봇이 소비하는 어마어마한 데이터는 본업인 통신사업 매출 확대에도 도움이 된다. SK텔레콤이 최근 AI 물류 로봇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LG유플러스가 클라우드 로봇의 자율주행을 시도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다.
CONFLICT_ 두뇌와 신체

다만, 지금까지 우리가 흔히 접하게 되는 로봇의 형태는 인간의 모습과는 다르다. 주로 하부에 이동을 위한 바퀴가 달려있고 원통형의 형태를 하고 있으며 상단의 카메라나 센서를 통해 사람을 인식하는 정도이다. 인간과의 직접적인 소통은 일부 음성 명령으로, 대부분은 터치스크린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이는 범용성의 획득에 걸림돌이 된다. 일단, 인간의 주거 형태는 바퀴에 맞지 않는다. 로봇을 들이자고 집안의 문짝과 문지방을 전부 철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또 기계적인 한계는 로봇이 수행할 수 있는 작업에 제한으로 작용한다. 이래서는 집사처럼 이것저것 시킬 수가 없다. 그래서 로봇에게는 건강한 신체와 영민한 두뇌가 필요하다. 자동차 회사들이 움직이고 있다. 지난 2020년 현대자동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로봇들은 화려한 신체를 자랑한다. 자율주행차에 필요한 각종 센서 기술력이 결합한다면 사람을 대신할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커진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로봇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현장을 꿈꾼다. 또 다른 자동차 회사 테슬라도 인간형 로봇 ‘테슬라봇’ 개발 계획을 공개했다. 다만, 테슬라의 계획에는 신체가 없다. 두뇌만 있을 뿐이다.
KEYMAN_ 일론 머스크

물론 테슬라의 야망에 근거가 없지는 않다. 자동차를 제조할 때에도 개발과 설계, 핵심 기술 및 부품을 제외하면 중국 공장에서 조립하여 완성하고 있으니 지금 당장 기계를 보여줄 수 없다 하더라도 내년에는 테슬라봇을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또한, 일론 머스크의 자신감에는 근거가 있다. 자율주행 자동차를 통해 모이게 되는 엄청난 양의 빅데이터가 그것이다. 게다가 그 데이터를 처리할 슈퍼컴퓨터 도조(DOJO)와 이를 위한 기술적 혁신에 해당하는 자체 개발 반도체 칩 D1을 발표했다. 그리고 이 슈퍼컴퓨터가 테슬라봇의 두뇌 역할을 하게 된다. 즉, 테슬라의 로봇은 두뇌가 몸 바깥에 위치하게 된다. 마치 우리 인류가 뇌 기능의 일부를 스마트폰에 의지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RISK_ 노동의 가치

이 모든 것이 실현된다면 어떻게 될까? 인간과 유사하면서 기능은 더 뛰어난 능력을 갖춘 로봇이 등장하고, 그 로봇의 두뇌는 엄청난 슈퍼컴퓨터이다. 일론 머스크는 이 로봇을 이렇게 소개했다. “자율주행차는 운전할 것인지 말 것인지 선택하게 해 준다. 휴머노이드는 노동할 것인지 아닌지 선택하게 해준다.” 그리고 일론 머스크의 이 발언은 해묵은 논쟁을 상기시킨다. 로봇은 우리의 일자리를 빼앗아 갈 것인가. 로봇과 함께하는 미래는 유토피아인가, 디스토피아인가. 모두가 로봇을 누릴 수 있는 시대는 아직 멀다.
REFERENCE_ 소리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봇과 함께하는 일상은 피할 수 없는 미래다.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추세를 생각하면 더더욱 인간에게 절실한 문제가 될 수도 있다. 2016년 개봉한 영화 〈로봇, 소리〉의 주인공, ‘소리’는 인간처럼 생각하고 제한된 범위 안에서 감정을 표시하기도 한다. 결국 사람은 로봇을 사랑하게 된다. 이러한 현상은 영화속 허구에 그치지 않는다. 이미 맘카페에서는 로봇청소기를 ‘이모님’이라고 부르는 경우가 흔하다. 로봇 윤리학자 케이트 달링은 “우리는 자율적으로 움직이는 것들에 생명과 의도를 투영하도록 생물학적으로 타고났다”고 설명한다. 유전적으로 인류는 로봇에 감정과 동질감을 느끼고 의지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인류가 그렇게 느끼는 대로 로봇을 사용할 준비를 해야 한다. 로봇이 인간과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AI 학습 과정에 윤리적 가치가 포함되어야 한다. 그리고 로봇이라는 존재와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지 사회경제적인 논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INSIGHT_ 진화의 도구

러다이트 운동 이래 미래에 저항하고자 했던 인류의 시도는 늘 실패해 왔다. 다가오는 미래를 어떻게 하면 내게 가장 유리한 기회로 바꿀 것인지를 고민하는 쪽이 현명한 선택이 될 것이다. 인류는 신체적인 진화 대신 기술의 발전을 이루어 냈다. 빠르게 달릴 수 없지만, 자동차를 발명했으며 멀리 볼 수 없지만, 인공위성을 통해 지구 반대편을 감시한다. 모든 지식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스마트폰을 통해 온 세상의 지식을 사용한다. 로봇은 훨씬 확장적인 의미의 도구가 될 것이다. 기술을 통한 인류의 진보에 결정적인 장면이 곧 도래한다.
FORESIGHT_ 반도체

그렇다면 이 미래를 맞이하는 우리가 주목해야 할 다분히 현실적인 기회는 무엇일까? 서비스로봇의 메커니즘에 있어 원천이 되는 것은 결국 빅데이터다. 쉽게 말해, 수많은 빅데이터를 AI가 연산하고 최적의 솔루션을 도출해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기본적인 원리다. 그런데 빅데이터 분야는 아무래도 모집단이 큰 미국이나 중국의 거대 IT 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다음 기회는 바로 반도체에 있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투자의 기회가 그렇다. 가전형 로봇을 넘어 집사형 로봇이 대세로 자리 잡게 된다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 처리를 가뿐하게 해낼 수 있는 반도체 기술이 핵심이 된다. 이미 애플도, 테슬라도 반도체를 통한 혁신을 선언했다. 로봇이 몰고 올 혁신의 중심에는 다시, 반도체가 자리를 잡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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