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인수위가 속속 정책 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그중 헤드라인을 가장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이슈가 바로 임대차 3법에 관한 내용이다. 이번 대선의 지역별 승패를 가른 것이 부동산 민심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번엔 집을 살 수 있을까?
WHY_ 지금 부동산 시장을 읽어야 하는 이유
서울에서 사상 최고가의 전·월세 계약이 나왔기 때문이다. 해당 매물은 보증금 4억 원에 월세 4000만 원이다. 이른바 임대차 2법으로 불리는 전월세상한제·계약갱신청구권제 시행 2년을 앞둔 민감한 시점이다. 주춤했던 집값이 다시 뛰어오를까? 내 집을 갖고 싶은 사람이라면 현 상황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
CONFLICT_ 동맥경화
이 같은 움직임이 부동산 시장 전체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최근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 기조를 탄 것은 사실이다. 최근 전세자금대출 물량이 대거 풀린 것이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또, 오는 8월에는 혼란이 더욱 가중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2020년 7월 31일 이후 인상률 5퍼센트 이내로 2년 연장한 계약이 종료되면 보유세 부담이 부쩍 커진 집주인들이 호가를 높여 부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어느 순간 턱 막혀서 동맥경화가 올 수도 있다는 점이다. 동맥경화의 시그널은 바로 거래량이다. 가격과 상관없이 지금 현장에서는 ‘거래 절벽’이란 얘기가 나온다. 2021년 여름까지는 4000건 안팎이었던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올해 2월 기준으로 795건, 세자릿수까지 내려앉았다. 전년 동월 대비 (3841건) 4분의 1 수준이다. 집을 팔아야 할 사람은 못 팔고 사야 할 사람도 못 사는 시장이다. 인수위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한시 배제 조치를 통해 시장을 자극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NUMBER_ 4년
대체 어쩌다가 이렇게까지 거래량이 주저앉은 것일까. 원인은 두 가지이다. 첫째, 돈줄이 말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대출 규제가 촘촘해진 것이다. 둘째, 집값이 뛰어도 너무 뛰었다. 임대차 3법으로 발생한 가장 큰 변화는 임차인이 주거 기간을 실질적으로 4년간 보장받게 된 점이다. 그런데 갑자기 닥쳐온 이 충격을 시장이 천천히 흡수하지 못하면서 전세 가격이 폭등했다. 새로 계약을 하는 집주인들이 향후 2년 치의 전세 가격 상승분을 고려해서 보증금을 올려버린 것이다. 전세금 폭등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졌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닥치면서 손쓸 새 없이 시장에 돈이 줄줄 풀렸다. 집값은 공중부양했고, 패닉 바잉의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정부가 갭투자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를 늘렸다. 그래도 집을 샀다. 정부가 대출을 조였다. 그래도 영끌해서 집을 샀다. 인수위는 이 상황을 임대차 3법이 몰고 온 구조적인 문제라고 판단하고, 폐지부터 축소까지 다양한 방안을 들여다보겠다는 입장이다.
KEYMAN_ 박홍근
다만, 인수위의 입장대로 국회가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다. 법에 손을 대고자 한다면 국회의 협조가 필수적이며, 극단적인 여소야대 국면에서 전망은 어둡다. 박홍근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인수위의 임대차 정책 방향에 대해 “(임대차법이) 원칙적으로는 지켜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법이 아니라 정책 쪽으로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장이 4년이라는 임대 기간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임대인에게 인센티브를 주자는 주장이다. 인상률 5퍼센트 이내로 2년 연장 계약을 하는 집주인에게 양도소득세 비과세 특례 적용을 위한 실거주 요건 2년 중 1년을 인정하는 등의 방안이 제안되고 있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박홍근 원내대표를 뛰어넘는 것 보다는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RECIPE_ 대출완화?
새 정부가 시장을 살리기 위해 시도할 수 있는 또 하나의 방법이 바로 앞서 지적한 ‘돈줄’을 푸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는 대출 완화 기조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책에도 이면이 있다. 우리가 흔히 집을 산다고 하면 30년 만기 원리금 분할 상환 주택담보대출을 떠올린다. 그런데 시장의 생각은 다르다. 대출 규제의 망을 벗어나 있는 분양권이나
갭투자 등으로 집을 구매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아무리 문재인 정부에서 LTV, DSR을 틀어막았다고 해도 구멍이 있었던 것이다.
RISK_ 돌려막기
게다가 서민들의 주요한 자금줄은 바로 전세대출이다. 신용과 상관없이 대부분이 받을 수 있는 대출이기 때문이다. 이번에 규제가 풀리면서 잔금 지급일 이후 3개월까지 전세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렇다면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자금으로 잔금을 치른 임차인들은 그만큼의 자금 여력이 생기게 된다. 이것이 다시 투자로 이어지는 구조가 발생한다. 돌려막기 싸이클의 시작이다. 추가로 더 대출을 푼다고 지금보다 드라마틱한 효과가 나타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대출이 어려워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것이라고 보기 힘든 것이다.
DEFINITION_ 금리상승
또한 부동산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새 정부가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 바로 국제 금융 시장의 기조다. 지구라는 행성이 바야흐로 고금리 시대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평균 잡아 2퍼센트 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상이 올해 예상된다. 현재 전세자금대출을 2.5퍼센트에 받고 있던 사람이라면 매달 25만 원씩 내던 이자를 45만 원씩 내야 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이렇게 금리 상승은 우리의 삶의 질을 떨어트린다. 견딜 수 없게 되면 결국 집을 팔든 더 싼 집으로 옮겨야 한다. 그런데 시장에 거래 자체가 없다면 방법이 없다. 가계 부채 뇌관이 터진다. 규제를 풀어 대출받을 수 있다 해도 금리 장벽이 높아지면 결국 가계는 집을 짊어질 수 없게 된다.
REFERENCE_ MB의 추억
한국 부동산 시장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이 바로 강남이다. 참여정부 이후 강남 집값이 유일하게 떨어졌던 정권은 바로 적극적인 확장정책을 폈던 이명박 정부였다. 당시 강남, 송파 지역 집값은 10퍼센트 가까이 빠졌다. 이유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이 터지면서 2008년 9월 발생했던 글로벌 금융위기였다. MB 정부는 2008년 5.25퍼센트였던 금리를 2009년 2퍼센트까지 떨어뜨렸지만, 집값은 하락했다. 경기 침체와 주택매수 심리 위축으로 거래량 자체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현재로 돌아와 보자. 코로나 이후를 준비하는 글로벌 금융시장은 인플레와 고금리를 동시에 감당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았다. 거기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원자재 이슈까지 가시화했다. 쉽게 말해서, 집을 지을 때 필요한
시멘트 가격이 오르고 있으며, 이는 집값 상승의 요인이 된다는 얘기다. 재건축을 한다 쳐도 자기 부담금이 상승한다는 얘기다. 이걸 떠받칠 돈이 필요한데, 고금리 장벽이 가로막았다. 금융위기 때 만큼은 아니더라도, 윤석열 정부는 녹록지 않은 출발선에 서 있다.
INSIGHT_ 중산층의 꿈
다만, 여기서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바로 ‘서울 시내 30평대 아파트’로 대표되는 중산층의 꿈이다. 섣부른 일반화일 수는 있겠지만 이 꿈에 매달려 살아온 사람들의 숫자가 압도적이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한국인의 표준 인생 목표가 있다면 바로 이것 아닐까. 때문에 아무리 금리가 오른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은 자신의 삶을 희생하면서 집을 지키고, 또 집을 꿈꾼다. 시쳇말로 현관만 내 것, 안방은 우리은행 것, 거실과 부엌은 신한은행 것인 아파트라 할지라도 버거워지는 이자를 꼬박꼬박 내가면서 버티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고통에
임계점이 가까워 오고 있다면 어떨까?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다. 게다가 1인 가구 증가 등 가족의 형태가 변화하면서 전통적인 아파트에 대한 수요 자체도 예전 같을 수는 없다. 결국 고금리 시대 앞에 서민들은 새로운 선택을 하게 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부동산 시장을 떠받치고 있던 돈이 유출되면서 돌려막기의 싸이클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다.
FORESIGHT_ 미분양의 예언
이미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대출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시그널도 깜빡이고 있다. 청년층과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대출 연체율이 상승하고 있다. 이대로라면 시장 침체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집값은 어떻게 될까?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규제 완화 영향을 받으며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고금리 기조와 인플레 영향으로 하락세를 보일 확률이 높다. 거래량은 어떻게 될까? 부동산 경기 부양을 통해 매수가를 올려가며 호황을 유도하기는 힘들어 보인다. 결국, 집을 살 수 있을 가능성은 높아지겠지만 개인이 짊어져야 할 리스크는 불어날 것이다. 정부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매도가를 조정해서 수요를 끌어내는 한편, 집을 파는 사람들이 세금 부담 등을 덜 느끼도록 유도하는 방법이 현실적이다. 미분양의 예언은 정책 방향을 분명히 가리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