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이스트 오브 브랜드

4월 6일 - FORECAST

명품 브랜드가 F&B 사업에 뛰어든다. F&B는 왜 유용한 브랜딩 전략인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2월 7일, 명품 시계 기업 ‘브라이틀링’이 한남에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했다. 특기할 만한 지점은 1층의 카페와 2층의 레스토랑이다. 유명 셰프와 협업해 스프와 바비큐, 스테이크 등을 판매한다. 브라이틀링만이 아니다. IWC, 구찌, 루이비통, 랄프로렌까지 수많은 명품 브랜드들이 자체 F&B를 내놓고 있다. 힙한 케이크로 잘 알려진 디저트 브랜드 ‘누데이크’는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F&B라인이다. 브랜드는 왜 F&B에 손을 뻗을까? 이들이 겨냥하는 소비자 경험은 무엇을 향할까?
WHY_ 지금 브랜드의 F&B를 읽어야 하는 이유

의류와 잡화가 줄 수 있는 경험은 한정적이다. 하지만 패션은 다르다.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것이 패션이다. 지금의 소비자는 물건만 구매하지 않는다. 브랜드를 경유하는 경험을 구매한다. 브랜드의 가치와 세계관이 중요한 까닭이다. 최근의 시장 흐름은 브랜드 경험 전반이 삶에 녹아드는 흐름을 가속화했다. 패션 시장의 외연 확장은 무엇을 겨냥할까?
DEFINITION_ F&B

음식과 마실 거리는 문턱이 낮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다. 특별한 날에 특별한 음식을 즐기는 문화는 시대를 불문하고 언제나 있었다. 명품 가방을 드는 게 어색하더라도 음식과 커피는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 이제는 당연해진 #먹스타그램 문화는 먹으면 사라지는 음식에 영속성을 줬다. 명품 브랜드에게도 F&B의 접근성은 브랜드 경험을 확장하기 좋은 전략이었다.
NUMBER_ 93.2퍼센트

명품 브랜드의 F&B가 매력적인 이유 중 하나는 접하기 쉽지 않은 테이블 웨어, 인테리어 소품, 가구, 벽지를 직접 보고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브랜드의 정체성에 맞게 꾸며진 공간에서 명품 브랜드의 식기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유인 요소가 됐다. 에르메스의 작년 상반기는 소품의 전성기였다. 에르메스의 소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3.2퍼센트 급증했다. 뜬금없어 보일 수 있는 제품군은 F&B를 경유해 자연스레 브랜드의 색에 녹아들 수 있었다.
RECIPE_ 세계관

이번 달 10일까지 DDP에서 진행되는 전시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 전형’은 전시 시작부터 큰 화제를 몰았다. 지난 3월 4일 제페토를 런칭한 이후 21일까지 누적 방문객 63만 명을 기록했다. 이번 구찌의 전시는 내러티브와 구찌의 세계관을 적극적으로 확장했다는 점에서 고고한 명품 매장의 갤러리와는 사뭇 달랐다. 관람객은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영감을 받은 6-80년대의 이미지를 보고, 그를 녹여낸 구찌의 결과물을 바로 접할 수 있었다. 소비자와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은 브랜드의 세계관을 무한히 확장한다. 상호작용을 통한 세계관 확장이라는 지점에서 제페토의 ‘구찌빌라’와 DDP의 전시는 같은 맥락에 놓인다. ‘구찌 오스테리아’도 이와 멀지 않다.
MONEY_ 12만 원

지난 3월 28일 이태원에 오픈한 구찌 오스테리아는 구찌의 레스토랑이다. 구찌스러움이 물씬 느껴지는 공간에서 미슐랭 3스타 셰프의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구찌 가방은 300만 원이지만, 오스테리아의 5코스를 즐기는 데에는 12만 원이면 된다. 미식을 즐긴 고객들은 음식만 먹고 떠나지 않고 플래그십 매장을 둘러본다. MZ세대에게 명품은 럭셔리가 아니다. 힙한 라이프스타일을 대표하는 아이콘에 가깝다. F&B 사업은 명품 시장이 눈을 낮추고 소비자에게 다가가려는 시도가 아니다. 명품을 소비하는 주 고객층의 인식 변화에 맞춰 더 많은 이들을 브랜드에 익숙해지게 하려는 고도의 전략이다.
REFERENCE_ 아르켓 카페

음식은 문화를 노골적으로 드러낸다. 브랜드에게도 마찬가지다. F&B에서 드러나는 특색은 브랜드의 지향점과 이미지를 직접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유용한 전략이 됐다. 2017년 문을 연 ‘아르켓 카페’는 건강한 베지테리안 및 비건 음식을 제공한다. 비건이라는 셀링 포인트는 아르켓이 노르딕 문화에 기반을 둔 라이프스타일 마켓이라는 점을 직관적으로 알렸다.
CONFLICT_ 플래그십 경쟁

브랜드의 F&B는 플래그십 스토어를 함께 운영한다는 점에서 여타의 외식업계와 다르다. 그간 명품 플래그십 스토어는 도산, 청담 등 강남에 집중되어 있었으나 이 흐름도 점차 변하고 있다. 크리스챤 디올은 성수동에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할 예정이다. 최근 명품 소비의 주축으로 떠오른 MZ세대를 겨냥한 움직임이다. 건물 전체를 브랜드 정체성에 맞게 꾸밀 수 있는 만큼 부담 없이 다양한 상품군을 전시하고 판매할 수 있다. 가로수길에 세계 최대 규모의 플래그십 매장을 여는 ‘딥티크’는 향수 외에도 식기와 오브제 등의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플래그십 공간은 고객을 브랜드의 세계관에 푹 잠길 수 있게 한다.
KEYMAN_ 김한국 대표

젠틀몬스터를 운영하는 아이아이컴바인드의 김한국 대표도 이 흐름에 편승했다. 김한국 대표는 디저트 브랜드인 누데이크와 코스메틱 브랜드인 ‘탬버린즈’를 오픈했다. 도산에 위치한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젠틀몬스터의 안경과 누데이크의 디저트, 탬버린즈의 화장품까지 올인원으로 만나볼 수 있다. 콘셉트가 확실한 누데이크의 디저트를 먹고 젠틀몬스터의 공간을 경험한 고객은 탬버린즈의 따듯한 색감과 만날 수 있다. 퓨처 리테일은 물건을 사는 것을 넘어 문화를 향유한다는 감각을 준다.
RISK_ 희소성의 역설

오프라인 매장과 F&B는 몇몇 고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줄 수 있지만 확장에는 한계가 있다. 구찌 오스테리아 역시 오픈 20분 만에 4월 예약이 마감됐다. 테이블 수는 한정돼 있고, 점포를 무한히 늘릴 수도 없다. 명품 브랜드의 F&B는 명품 시장 자체가 직면한 역설에 비슷하게 놓인다. 사람들이 브랜드의 희소성을 느껴야 하지만 동시에 소비자 층을 넓혀가야 한다. 오픈런으로 인해 샤넬이 가진 명품으로서의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지적이 나오는 판이다. 명품 브랜드의 F&B는 이 희소성의 역설을 넘어설 수 있을까?
INSIGHT_ 라이프스타일

온라인 명품 플랫폼 ‘캐치패션’이 전망한 2022년 명품 커머스 키워드는 ‘C.A.T.C.H'다. 그 중 C는 카테고리의 확장이다. 2015년부터 시도됐던 명품 브랜드의 F&B 시장이 가속화되는 것에는 명품 브랜드 전반의 카테고리 확장이 큰 영향을 끼쳤다. 명품 시장은 가방과 옷을 넘어서 그릇과 쇼파와 인테리어 소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대량생산과 고성장을 넘어온 지금은 개인의 취향과 개성이 중요한 시대다. 그 중심에 MZ세대가 서있다. MZ세대의 라이프스타일은 트렌드가 된다. 브랜드가 직접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소비자는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을 구매한다. 패션 업계의 가열한 메타버스 경쟁도 같은 맥락이다. 브랜드는 색이 선명한 세계관을 제시하고 그를 기반으로 상호작용하며 고객의 충성도를 높인다. F&B 전략은 명품 브랜드가 제시하는 또 다른 라이프스타일이다.
FORESIGHT_ 콘텐츠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의 확장과 브랜드 세계관을 경험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라면, F&B 사업은 그 출발점일 수 있다. 제페토에서 전시로, 전시에서 플래그십 스토어로 넘어가는 매끈한 흐름은 소비자가 브랜드의 정체성을 다각도로 느끼게끔 한다. 하나의 세계관은 F&B로도, 스토어로도, 콘텐츠로도 확장할 수 있다. OSMU가 패션 업계에도 닿은 셈이다. 최근 젠틀몬스터가 출시한 게임인 ‘젠틀가든’은 앱스토어 1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이후 젠틀몬스터는 게임 서버 플랫폼인 ‘뒤끝’을 운영하고 있는 AFI를 인수했다. 콘텐츠 시장으로 브랜드 경험을 확대하려는 야심이 보이는 행보다. 결국은 모든 것이 콘텐츠가 되는 세상이다. 오프라인 경험과 개별 아이템을 넘어서 가상의 콘텐츠가 명품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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