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랫폼이 필요해서 트위터 좀 샀어

4월 7일 - FORECAST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최대 주주가 되었다. 트위터의 미래에는 어떤 변화가 예고되어 있는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일론 머스크가 트위터 최대 주주가 되었다. 지난 3월 14일 트위터 주식 약 7350만 주를 확보한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왜 트위터를 탐내는 것일까. 트위터의 미래에는 어떤 변화가 예고되어 있는가.
WHY_ 지금 트위터를 읽어야 하는 이유

페이팔, 스페이스X, 스타링크, 테슬라까지 성공시켜버린 일론 머스크가 9.2퍼센트의 지분율을 확보하며 트위터의 최대 주주로 등극했기 때문에. 게다가 일론 머스크가 이사회에 합류하며 공식적으로 트위터의 경영에도 참여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한국의 40대 이상에게는 추억이 되어버린 트위터가 Z세대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SNS 플랫폼 중 하나로 주목 받고 있기 때문에.
DEFINITION_ 플랫폼  

요즘 플랫폼을 탐내는 정치인들이 많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정치적 지지층을 위한 SNS 플랫폼 ‘트루스 소셜’을 만들었다. 국민의힘 홍준표 의원도 자신만의 정치 플랫폼 ‘청년의꿈’을 운영 중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상임고문도 이달 중에 자신만의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이들 모두 선거 과정을 통해 ‘개인 플랫폼의 힘’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커뮤니티’의 시대였다. 다양한 의견이 오고가며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의제를 키웠다. 그러나 어느 순간 우리는 커뮤니케이션이 아니라 자가 발전을 목격하고 있다. ‘클리앙’과 ‘에펨코리아’ 등으로 대표되는 커뮤니티를 통해 생산되는 정치 담론은 이미 규정되어 버린 성향을 벗어나지 못한다. 게시물이 생성되고 댓글이 달리는 과정 속에 다양한 의견이 만나 시너지를 내는 경우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오히려 정해진 의견과 다른 목소리는 배척당하고 조롱의 대상이 되기 일쑤다. 집단의 믿음이 공고해질 뿐이다. 이들의 표심이란 것은 정치인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그러니 커뮤니티에 출몰해서 지지를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정치인 입장에선 이들에게 끌려가고 있다는 부담감도 작지 않다. 결국 자신만을 위한 플랫폼 안에서 스스로가 가장 중요한 스피커가 되는 전략이 매력을 갖게 된다. 트럼프는 이미 트위터에서 이를 경험한 바 있다. 한국의 정치인들도 이러한 경험을 쌓아나가고 있다. 
MONEY_ 4000만 달러 

그렇다면 일론 머스크는 왜 트위터의 최대 주주가 된 것일까? 그가 지불했던 벌금 4000만 달러에 실마리가 있다. 지난 2018년 머스크는 테슬라 상장폐지를 검토 중이라는 트윗을 올렸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증권 사기 혐의로 고발당한 일이 있다. 결국 머스크는 총 4000만 달러(약 479억 원)의 벌금을 지불하는 한편, 특정 사건이나 주요 금융 관련 내용을 트위터에 작성할 때 전문 변호사의 승인을 받고 게시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최근 머스크는 이 합의를 파기하고자 시도했다. 결국, 그는 트위터의 ‘표현의 자유’ 원칙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새로운 플랫폼의 필요성을 암시하는 트윗을 날려 시장을 술렁이게 했다.
NUMBER_ 20일 

이런 맥락에서, 일론 머스크는 트럼프 전 대통령처럼, 홍준표 의원처럼 독자적인 플랫폼을 원했다고 볼 수 있다. 스스로가 가장 중요한 스피커로서 온전히 자유를 보장받고, 자신의 이야기를 궁금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의 필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그리고 그 결론으로 아예 트위터의 지분을 인수해 버린 것이라는 합리적 추측이 가능해진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론 머스크의, 여론을 쥐고 흔드는 악마적 재능이 드러난다. 미국 시장에서 투자자가 지분율 5퍼센트를 초과하는 주식을 매수할 때는 열흘 이내에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머스크는 지난 3월 14일 이미 트위터 주식을 확보하면서 최대 주주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20여 일이나 지난 4월 4일에 공시했다. 그 20일 사이, 머스크는 트위터가 “온라인 광장”이며 “언론자유의 원칙이 지켜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새로운 플랫폼이 필요한지” 질문을 던졌다. 여론이 머스크의 다음 행보를 궁금해할 즈음, 주식 매입 소식이 전해졌다. 드라마틱한 20일이었다.
REFERENCE_ 테슬라  

테슬라는 정확히 말해 일론 머스크가 창업한 기업이 아니다. 창업은 2003년에 이루어졌고, 머스크는 초기에 자금을 투자하여 2004년 최대 주주로 등극했다. 처음부터 회사를 쥐락펴락하지도 않았다. 그러나 2007년, 창업자이자 초대 CEO였던 마틴 에버하트를 밀어냈다. 이듬해인 2008년에는 머스크가 4대 CEO로 등극한다. 트위터의 지분인수를 두고 머스크가 결국 트위터를 장악하게 되지는 않을지 흥미진진한 눈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생겨나는 이유이다.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머스크는 야심가다. 일단 시장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현지 시각으로 지난 4월 5일, 트위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7.13퍼센트 급등했다. 메타 등 다른 SNS 기업들의 주가까지 끌어올렸다.
CONFLICT_ 편집 버튼 

일론 머스크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트위터에 “편집 버튼 원하는 사람?”이란 제목의 찬반 여론조사를 올린 것이다. 내가 대장이니 새 기능이 필요한지 얘기해 보란 식이다. 약 5시간 만에 약 200만 명이 투표에 참여했고 74퍼센트가 찬성했다. 파라그 아그라왈 트위터 CEO는 머스크의 트윗을 리트윗하면서 “중요한 조사이니 신중하게 투표해달라”고 밝혔다. 트윗을 한번 올리면 수정할 수 없는 제약 덕분에 활발한 ‘리트윗’ 문화가 가능했다고 보는 유저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머스크의 적극적인 경영 참여가 트위터에 독이 될지 득이 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KEYMAN_ Generation Z 

어느 순간부터 트위터는 Z세대의 플랫폼, 그것도 트렌드를 이끄는 플랫폼이 되었다. 익명성을 기반으로 하며 빠르게 생산해서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텍스트 판 ‘숏폼’ 콘텐츠라는 점이 강점이 되었다. 길게 쓸 수도 없고, 편집 등 부가 기능도 거의 없으니 생산과 소비 과정에서 고민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무언가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이름은 가리고 취향은 드러낸 채 손쉽고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으로 떠올랐다. 거의 실시간으로 이루어지는 정보와 의견의 교환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이것이 인스타로 흘러 들어가는 현상을 낳는다. 《최강소비권력 Z세대가 온다》의 저자 제프 프롬 퓨처캐스트 대표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Z세대는 실제로 뇌 구조가 그 이전 세대와 다르다”며 “밀레니얼이 2개의 화면을 동시에 다루고 12초의 집중력을 갖고 있었던 반면 Z세대는 5개의 화면을 동시에 다루면서 8초 정도의 집중력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짧고 단순한 트위터가 Z세대에게 매력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다.
RISK_ 혁신가 머스크 

이런 특성 때문에 일론 머스크라는 혁신가가 트위터에 가져올 변화에 기대와 우려가 뒤섞인 시선이 따라붙는다. 머스크가 원하는 플랫폼은 어떤 모습일까.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지금보다 더 단순한 모습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머스크의 혁신으로 트위터가 더 이상 지금의 트위터일 수 없게 된다면, Z세대는 미련 없이 트위터를 떠나 다른 플랫폼을 찾아낼 것이다. 또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분명한 사람이 소유한 플랫폼은 다양한 생각과 새로운 상상력을 품기 힘들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정해진 의제와 생각만이 그 힘을 더 키워가는 또 하나의 ‘버블’로 전락할 가능성도 있다. 마치 언론이 종종 댓글을 옮겨다 기사를 만들어내곤 하는, 한국의 ‘특정 정당 지지성향 커뮤니티’들처럼 말이다.
INSIGHT_ 플랫폼 

일론 머스크의 이번 행보를 통해 우리는 SNS의 다음을 생각해 보게 된다. 처음 온라인 공간에 공론의 장이 들어섰을 때 우리는 그곳이 ‘광장’으로서 기능할 것이라는 희망을 품었다. 그러나 그것은 그저 나쁜 의미로 로맨틱한 상상력일 뿐이었다. 현실 속에서 우기는 사람은 온라인에서도 우기고 싶어 한다. 게시판이든, 커뮤니티든, 트위터든, 페이스북이든 마찬가지였다. 구성원이 지켜야 하는 규범이 어느 순간 무력해지고 소수가 독점한 ‘선의’를 위해 거짓 정보의 남용과 배척이 허용된다. 트위터도 예외는 아니며 리트윗을 통한 빠른 전파와 손쉬운 결집은 이러한 경향을 더욱 강화하기도 한다. 다만, 우리는 이미 플랫폼의 존재가 당연한 시대를 살고 있다. 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처럼, 플랫폼의 미래가 지금보다 더 나아지도록 고민할 의무가 있다. 이 시대의 손에 꼽히는 부자가 갖고 싶어 하는 것이 다름 아닌 플랫폼이다. 이 무게가 만만치 않다.
FORESIGHT_ 일론 머스크 월드 

또한,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가 과연 무엇이 될 수 있을지도 상상해 볼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테슬라의 자율주행 자동차가 운전을 대신 해 주는 동안 운전자는 차량 안에 설치된 트위터 기반 플랫폼 전용 태블릿을 꺼내 들 것이다. 이를 통해 아들의 성적표를 확인하고는 과외 선생님을 구한다는 멘션을 날릴 수도 있다. 그동안 스페이스X와 스타링크의 위성 통신 덕분에 운전자가 지나고 있는 성산대교의 사고 상황이 트위터의 실시간 트렌드로 생생하게, 자동으로 전해진다. 물론, 마포구와 강서구 쪽에 위치하고 있는 사용자들에게 집중적으로 노출될 정보다. 또, 자동차가 운전자의 최근 체중증가를 감지했으므로, 운전자의 트위터 계정은 닭가슴살과 VR PT 프로그램 광고를 보여준다. 한마디로,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는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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