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테크의 노동권

4월 8일 - FORECAST

아마존 최초의 노조가 결성됐다. 글로벌 기업의 노조 설립은 회사-노동자 구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4월 1일 아마존 노조 설립안이 처음으로 통과했다. 지난해 1월엔 알파벳, 12월엔 스타벅스 노조가 결성됐다. 글로벌 기업의 노조 설립은 회사-노동자 구도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까?

WHY_ 지금 아마존 노조를 읽어야 하는 이유

빅테크와 노조는 어울린 적 없는 단어다. 2021년 1월 FAANG 최초로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에서 노조가 결성됐다. 사측과의 정식 협상은 최근 3월 말에야 시작했다. 최근 승인된 아마조 노조 또한 아마존의 첫 노조다. 실리콘밸리의 대기업은 노조가 불필요하다는 인식이 보편적이다. 일반 기업에 비해 압도적인 연봉과 복지 때문이었다. 이젠 그 필요성을 재고할 시점이다. 직원들이 요구하는 복지와 권리의 영역이 넓어지고 있다. 충분한 보상을 약속하는 글로벌 기업과 충돌하는 노동자의 권리를 알 때 가장 이상적인 일의 미래를 엿볼 수 있다.


DEFINITION_ 스태튼아일랜드

아마존 최초로 노조 설립이 승인된 곳은 스태튼 아일랜드(Staten Island) 물류 센터다. 뉴욕 중에서도 외곽에 위치한 한적한 동네다. 전직원 8325명 중 4830명(58퍼센트)이 참여했고 그중 찬성표가 2654표(55퍼센트)였다. 다음 아마존 노조 설립의 유력 후보지는 최근 3월 31일 두 번째 직원 투표가 이뤄진 베세머다. 베세머(Bessemer)는 앨라배마주의 중소도시다. 1868명 중 993명의 반대(53퍼센트), 간발의 차로 패했다.


KEYMAN_ 스몰즈

크리스티안 스몰즈(Christian Smalls)는 스태튼 아일랜드 아마존 물류 센터 노동자였다. 코로나19 시기 사측의 부당한 대우를 이유로 지난해 3월 30일 파업을 이끌었다. 같은 해 5월 노동단체 필수노동자회의(TCOEW)를 조직해 대기업 노동자들의 시위를 주도하고, 8월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의 뉴욕 자택 앞에서 시위를 벌여 화제가 됐다. 이번 아마존 노조 설립에서 주목할 점은 전통적인 노동 운동과는 다른 성격이었다는 지점이다. 기존 노조는 전국 단위 노동 단체를 주축으로 결성됐다. 이번 아마존 노조는 스몰즈라는 평범한 개인의 시작으로 젊은 근로자들이 자발적으로 주도하는 노동 운동의 가능성을 보여 줬다.


MONEY_ 430만 달러

지난해 아마존이 노조 설립을 저지하고자 들인 컨설팅 비용은 430만 달러다. 직원들은 노조 가입을 만류하는 고가 컨설팅에 참여해야 했다. 최종 투표에서 반대표를 던지라는 문자 메시지도 받았다. 노조 결성에 인색하기로 악명 높은 미국 사회의 단편이다. 다국적 기업을 대상으로 노조 결성에 대해 묻는 국제노동기구(ILO)의 한 조사에서 ‘약속하지 못한다(No commitment)’라고 답한 지역은 유럽의 35퍼센트, 아시아의 72퍼센트, 북미의 79퍼센트였다. ILO보고서


NUMBER_ 3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CEO는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등판한다. 스타벅스 경영권을 쥔 것은 이번으로 세 번째다. 지난 4월 5일 임시 CEO로 복귀했다. 현재 스타벅스가 직면한 최대 위기는 노조 결성 움직임이다. 지난해 12월 뉴욕주 버팔로 매장을 필두로 현재 미국 26개 주에서 140개 스타벅스 매장이 노조 결성을 추진하고 있다. 임금, 식자재 가격 상승과 겹쳐 더 큰 악재다. 슐츠의 자존심은 신뢰와 소통을 우선으로 한 경영관에 있다. 1987년 노조 결성 동향이 있었을 때도 “나에 대한 신뢰가 있다면 노조는 불필요하다”고 밝혔다. 슐츠의 철학은 35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할까.


CONFLICT_ 자사주 매입

경영진의 철학에 공감하는 것과 노조 결성은 다른 문제다. “타 커피숍에 비해 충분한 복지를 누리고 있지 않은가”라는 질문에, 스타벅스 노조는 “스타벅스라는 기업이 현재 누리는 전체 성공의 크기와 비교하면 파트너는 더 나은 대우를 받을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자사주 매입할 자금으로 직원 처우를 개선하라는 것은 노조의 단골 요구다. 슐츠가 CEO 복귀와 동시에 밝힌 것 또한 자사주 매입 프로그램 중단이었다. 한편 아마존은 지난 3월 최대 100억 달러(한화 12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했다.


REFERENCE_ 한국

글로벌 기업의 노조는 우리에게도 먼 미래가 아니다. 국내 빅테크들 또한 언젠가 맞닥뜨릴 문제다. 우리나라 IT 계열의 양대 산맥 카카오, 네이버는 2018년에 노조가 설립됐다. 무노조 경영을 고수하던 삼성도 2019년 노조를 승인했다. 국내가 아닌 해외 지사에서 노조의 움직임이 생긴다면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 국내 정치권과 호흡하는 기성 단체와는 다른 문법일 것이다. 젊은 노동자들의 요구에 대한 발빠른 대응이 국내 IT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하는 요소가 될 것이다.


INSIGHT_ 기업-노동자

조직에 불만을 갖고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회사에 대한 애착이다. 성과와 역량에 따라 이직과 고용이 쉽게 이뤄지는 북미권 문화에서 노조는 불필요하고 이례적인 개념이었다. 노조를 섣불리 피곤한 집단으로 판단하지 않아야 할 이유다. 최근 글로벌 기업의 노조 설립 움직임은 앞으로 격변할 기업-노동자 구도를 시사한다. 단순 임금 조정과 조직 이동으로 정리되던 기업-노동자 관계는 소통의 방식과 층위가 다양해질 것이다.


RECIPE_ 정보균형

글로벌 기업 노조의 또 다른 발단은 정보 비대칭 해소에서 찾을 수 있다. 정보 불균형이 만연하던 사회에선 서비스 제공자가 당연하게 정보를 독식했다. 이제는 그 정보를 서비스 이용자가 얻는 것이 어렵지 않다. 애플 배터리 성능 저하 논란, 삼성 GOS 논란이 그렇다. 마찬가지로 과거엔 고용자가 독식하던 정보가 피고용자에게도 쉽게 주어지는 시대다. 자사주 매입과 내부 고발 이슈들이 해당한다. 소수 경영진의 입장을 피고용자와도 공유하고 소통하라는 것이 시대적 요구다. 정보의 비대칭이 완화되며 기업-소비자 간, 고용자-피고용자 간 전통적인 역학 관계가 무너지고 있다.


FORESIGHT_ 소통효율

노조 설립은 오히려 원만한 경영의 열쇠가 될 수 있다. 단순히 좋은 이미지로 거듭나는 문제가 아니다. 제조, 생산은 점점 기계로 대체된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과 스토리를 강조하는 산업이 많아지고 있다. 직원의 만족도가 고객의 만족도로 직결되는 업계 비중은 더욱 높아질 것이다. 이제까진 상품을 만드는 비용과 시간을 절감하는 것에 주력했다면, 미래 회사의 경쟁력은 빠르고 확실하게 직원의 불만을 해결하는 것에 있다. 소통은 컨트롤 타워가 있을 때 효율이 높아진다. 노동 조합(組合)도 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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