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 탈출의 미래

4월 13일 - FORECAST

코로나19 이후 오피스 공실률이 급증했다. 건물주와 회사들의 고민이 깊다. 공실률의 난제는 무엇이며, 미래의 오피스는 어떤 모습일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올해 미국의 사무실 공실률이 평균 17퍼센트를 기록할 것이라는 CBRE 분석이 나왔다. 코로나19 이후 높아진 오피스 공실률에 건물주와 회사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공실률의 난제는 무엇이며 미래의 오피스는 어떤 모습일까.

WHY_ 지금 오피스 공실률을 읽어야 하는 이유

내 집 마련만큼 중요한 꿈이 내 책상 마련이었다. 아침마다 출근할 공간이 있다는 것, 업무에 집중할 나만의 자리가 하나쯤 있다는 것은 근로자의 큰 자부심이자 위안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오히려 사무실로 출퇴근하지 않을 자유가 좋은 일터의 조건으로 자리잡고 있다. 공실률로 드러난다. 근무 공간의 변화를 알 때 일이 갖는 의미와 역할의 시대적 흐름을 읽을 수 있다.


DEFINITION_ 하이브리드

근로자들이 사무실로 돌아오고 있다. 지난달 MS는 2년 만에 워싱턴 본사와 실리콘밸리 소재 오피스를 전면 개방한다고 밝혔다. 애플과 구글 모두 이달부터 단계적인 사무실 복귀 정책을 시행한다. MS는 총 근무 시간의 최소 50퍼센트를 사무실에서 보내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제시했다. 구글은 연간 최대 4주간 사무실 외부에서 근무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다. 트위터는 ‘가장 생산적이고 창의적인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근로자의 자율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팬데믹에서 엔데믹으로의 전환은 오피스 공실률 타개가 아닌 새로운 근무 양식 도입으로 이어지고 있다.

NUMBER_ 17퍼센트

우리나라 평균 오피스 공실률은 11퍼센트다. 유럽은 7퍼센트다. 미국 오피스 공실률은 17퍼센트로 유독 높다. 근무 시간 중 사무실 체류 비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텍사스 주의 오스틴(62퍼센트)이다. 제 2의 실리콘밸리인 동시에 소득세가 없어 사회 초년생이 생활하기 좋은 곳이다. 사무실 체류 비율이 낮은 곳은 뉴욕(37퍼센트), 샌프란시스코(32퍼센트) 등이다. 둘은 살인적인 물가로 미국 1, 2위를 앞다툰다.


CONFLICT_ 공실률

공실률은 기업에게도, 임대인에게도, 사회적으로도 난제다. 오피스는 회사 입장에서 이해와 소통의 1차적인 매개였다. 사무실의 붕괴에 따른 조직 문화 약화는 인재 이탈로 이어진다. 임대인은 돈을 벌지 못한다. 한때 470억 달러 규모로 평가받던 공유 오피스 위워크의 기업 가치는 지난해 90억 달러로 급감했다. 또 오피스 권역은 주로 인구가 밀집한 도심이다. 땅값이 금값인 공간이 유휴 공간으로 방치되는 것은 큰 사회적 손실이다.


MONEY_23조

공실률의 숨은 어둠은 지역 격차에 있다. 부산, 대구, 인천을 비롯한 지역 중소 도시의 오피스 공실률은 10퍼센트대를 가뿐히 넘는다. 가장 공실률이 높은 지역은 부산 현대백화점 주변(32.0퍼센트)과 충북(26.8퍼센트)이다. 가장 공실률이 낮은 지역은 서울 논현(2.2퍼센트)이다. 지난해 서울의 상업용 부동산 거래액은 23조 4000억 원이었다. 전 세계 주요 10개 도시 중 1위다. 1등 공신 지역은 강남권이다. 을지로, 여의도 등 타 오피스 권역과 달리 강남발 오피스는 품귀다. 수도권 집중 현상을 넘어 코어-수도권 집중 현상이 공실률로 드러난다.


RISK_ 구조

비어가는 사무실을 재바꿈하는 시도가 일고 있다. 최근 생명 과학 분야의 공간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기존 오피스 공간에 의료 연구실, 바이오 테크랩 등이 들어서고 있다. 다만 오피스의 변신은 파격적이기 어렵다. 폐공장, 탄광 등 공간 업사이클링 아이콘들의 공통점은 크고 넓은 데다 1층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 많고 보존과 재생의 가치가 충분해 관광지로서도 기능할 수 있는 공간들이었다. 반면 유휴 오피스의 경우 대다수 높은 건물, 낮은 층고, 제한된 면적으로 지어졌다. 새로운 용도로 회생이 어려운 구조다.


REFERENCE_ 여의도

그래서 오피스 건물을 아예 허물고 다시 짓는 현상이 발생한다. 여의도의 레지던스화는 이미 진행 중이다. 구 메리츠종합금융 자리엔 오피스텔 ‘힐스테이트 여의도 파인루체’가 들어섰다. 구 NH투자증권 사옥은 57층 규모의 레지던스로 변한다. 수요 대비 주택 공급률이 낮은 공간에 유휴 오피스를 허물고 주거 공간을 수혈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건축에서 오피스의 미래를 찾긴 어렵다. 국내 건설 자재 평균 가격은 지난해 4분기 전년 대비 28.5퍼센트 급등했다. 코로나19, 우크라이나 사태로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이 막힌 탓이다. 식음료 브랜드, 전시회 등으로 새로운 숨을 불어넣기도 조심스럽다. 지역, 공간과 맞지 않는 상가를 조성하다 실패한 실험의 사례는 숱하다. 강남 오피스 품귀 현상에서 읽을 수 있는 것은 오피스의 분명한 수요다. 공실률 낮은 오피스를 회생시킬 방법은 재건축도 용도 변경도 아닌 양질의 오피스, 일하고 싶은 오피스로 만드는 것이다.


RECIPE_ 복합 사무 공간

오피스 근무의 강점은 크게 두 가지다. 업무와 일상의 분리, 팀원과의 소통이다. 두 가지를 중점으로 복합 사무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나만의 책상보다 필요한 것은 다양한 규모와 형태의 회의실이다. 음악, 대화, 취식, 소음이 허용된 공간과 그렇지 않은 공간의 분화 등 디테일이 중요하다. 업무 외적으로도 교류하는 커뮤니티도 오피스에서만 누릴 수 있는 기회다. 재택 근무에선 느낄 수 없는 분주한 분위기,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KEYMAN_ 마이클 슈츨러

워싱턴기술산업협회(WTIA) 마이클 슈츨러 CEO는 새로운 오피스 형태로 호텔링(hoteling)와 전대(subleasing)를 제시한다. 호텔링은 호텔을 예약하듯 필요한 공용 사무 공간을 시간 단위로 예약해서 사용하는 것이다. 근로자 개인의 자율성과 근무 유동성을 높이는 장점이 있다. 전대는 사옥의 일부를 작은 회사들에게 임대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부동산의 재정적 부담을 덜어낸다는 장점이 있다. 시애틀 소재 스타벅스 본사는 이미 실험 중이다.

INSIGHT_ 예약

다양한 크기와 형태의 오피스가 뉴노멀로 자리잡는다면 내게 필요한 시공간을 예약하는 북킹 시스템이 정교화될 것이다. 팀의 일정과 개인의 스타일을 고려한 시간과 공간의 안배에 따라 불필요한 소통을 피하고 필요한 소통에 집중할 수 있다. 직급이 높아질수록 창문과 책상이 가까워지던 시대, 파티션의 시대는 끝났다. 직급이 아닌 목적에 따른 공간 활용에 오피스의 답이 있다.


FORESIGHT_ 지역

오피스의 커뮤니티화가 가능하다면 커뮤니티의 오피스화도 가능하다. 지역 주민이 모여 각자의 주거지와 분리된, 그러나 가까운 공간에서 일을 하는 형태다. 아파트 시설 내 공유 오피스를 조성하는 움직임이 대표적이다. 불필요한 출퇴근 시간을 감축하는 재택 근무와 일과 삶 사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오피스 근무, 둘의 혼합이다. 취미와 관심사에 근거한 우리 동네 커뮤니티의 또다른 가능성은 우리 동네 오피스다.

오피스의 미래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인재 전쟁〉을 추천합니다.
인력난에 돌입한 미국과 독일의 비즈니스 양상을 비교하며 살펴볼 수 있습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