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버스에서 운동하는 세상

4월 15일 - FORECAST

헬스케어, 트레이닝 업계에 콘텐츠가 들어온다. 코로나 종식 이후에도 살아남기 위한 전략이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한국의 헬스케어 업계에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야핏 사이클을 런칭한 야나두가 국내 1위 자전거 앱 ‘오픈라이더’를 인수한다고 밝혔다. 오픈라이더는 자전거 도로 내비게이션 서비스, 속도계, 주행기록 관리, 코스 추천, 웨어러블 센서 등을 서비스하는 어플리케이션이다. 김정수 야나두 공동대표는 이번 인수를 통해 온·오프라인 통합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도약해 ‘야나두 유니버스’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WHY_ 지금 헬스케어 콘텐츠를 읽어야 하는 이유

새로운 바람은 야나두의 오픈라이더 인수뿐만이 아니다. LG와 SM도 헬스케어 업계에 발을 들인다. 트레이닝, 헬스케어에 대한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올해 1월, LG와 SM이 합작해 ‘피트니스캔디’ 법인을 설립했다. 미디어 기술을 가진 LG와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가진 SM이 손을 잡고 헬스케어 구독 사업 모델 건설에 시동을 걸고 있다. 트레이닝이 다양한 하드웨어 기기, 어플리케이션과의 연동, 콘텐츠, 게이미피케이션으로 확장하고 있다. 테니스, 골프뿐 아니라 달리기와 사이클 등 직관적인 움직임까지도 콘텐츠가 된 시대다.
MONEY_ 650조 원

야나두는 카카오 계열사다. 카카오는 헬스케어 업계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 7월에는 스포츠의 게임화를 위해 스마트 헬멧 제조사인 ‘세나테크놀로지’의 경영권을 950억 원에 인수했다. 이외에도 황희 서울대병원 교수를 대표로 선임해 ‘카카오 헬스케어’ 법인을 설립하기도 했다. 헬스케어 업계는 성장가능성이 크다. 국제무역통상연구원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규모는 2019년 130조원 규모에서 연 평균 29.5퍼센트씩 성장했다. 2026년에는 650조 원에 달하는 시장 규모를 갖출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DEFINITION_ 디지털 헬스케어

디지털 헬스케어는 시장은 순항 중이다. 코로나19 상황과 발맞추어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서비스 등이 성장했다. 비대면 진료 환자 수는 2020년 2월 2만 명에서 2022년 1월 352만 명으로 크게 늘었다. 고령화 사회의 고착과 더불어 AI스피커, 반려 로봇, 디지털 치료제 산업도 성장했다. 돌봄과 진료뿐 아니라 트레이닝 분야에서도 콘텐츠 및 게임과 결합한 새로운 모델들이 등장한 것이다.
RECIPE_ 게이미피케이션

성장하고 있는 디지털 트레이닝이 기존의 운동과 다른 지점은 무엇일까? 야핏은 메타버스와 게임 요소를 접목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사용자는 메타버스로 구현된 맵 내에서 이집트, 파리 등 세계 곳곳을 자유롭게 누빌 수 있다. 게임과 유사하게 다양한 미션과 피버 타임을 제공하기도 한다. 운동을 한 만큼 마일리지가 쌓여 물건을 구매하거나 페이백을 받을 수도 있다. 게임적 요소와 콘텐츠를 통해 운동 의지를 채워주기 위함이다.
NUMBER_ 지구 100바퀴

한때 집에 방치된 사이클과 트레드밀이 빨래건조대로 쓰이고 있다는 우스갯소리가 돌았다. 반면 지금은 메타버스 사이클을 향한 반응이 뜨겁다. 3월 말까지 야핏 이용자들이 가상세계에서 달린 거리는 1200만 킬로미터가 넘는다. 지구 100바퀴에 달하는 거리다. 지급된 적립금은 7억 5000만 마일리지다. 메타버스를 활용해 실시간 경쟁 서비스를 제공하는 ‘즈위프트’, ‘루비’와 같은 어플은 정기구독 형태다. 새로운 트레이닝은 유니버스를 구축하고,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확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사람들이 게임에 느끼는 매력을 운동에 적용했다. 퀘스트가 주어지고, 길드를 만들 수 있고, 성취가 가시적이다. 적당한 경쟁심리와 보상은 이용자들의 충성도를 높였다.
KEYMAN_ 송중기

야핏은 배우 송중기를 통한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야핏에서 제공하고 있는 ‘셀럽 라이딩’ 모드에서는 셀럽의 응원을 받으며 동행하거나 함께 시합을 벌일 수도 있다. 트레이닝과 콘텐츠의 결합은 연예기획사에게도 솔깃한 비즈니스다. 메타버스를 경첩 삼아 피트니스와 세계관과 셀럽이 무리 없이 섞일 수 있다. SM과 LG의 피트니스캔디에서는 카리나의 응원을 받으며 운동하게 될 수도 있다. 게임 업계, 콘텐츠 업계에게도 헬스케어라는 새로운 먹거리가 주어진 셈이다.
RISK_ 리오프닝

코로나19가 일상화되면서 위축됐던 실외 운동 업계가 다시 활기를 얻고 있다. 홈트레이닝 업계가 셀링 포인트로 내세웠던 ‘이시국’ 마케팅의 수명이 줄어들고 있다. 야나두의 오픈라이더 인수와 공격적인 콘텐츠 시장으로의 확대는 리오프닝에 발맞춘 대응 전략이다. 오픈라이더는 실제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서는 이들을 위한 어플리케이션이다. 오픈라이더 인수는 야핏이 실내 사이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보인다. 한강 공원을 달리면서도 어플 속 메타버스에서 함께 달릴 수 있는 모델을 고민하고 있다. 메타버스와 현실세계가 액정에서 만나는 격이다. 메타버스가 뉴노멀이 된다면 자전거의 생김새까지도 달라질 수 있다.
CONFLICT_ 집

실내 사이클에 한계가 있는 이유는 또 있다. 바로 공간이다. 1인 가구가 늘고,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서 실내 운동 기구를 놓을 만한 곳이 없어지는 추세다. 통계청이 지난 3월 발표한 바에 따르면 가구당 평균 가구원 수는 2.34명이었다. 2인 이하 가구는 역대 최고치인 59.7퍼센트로 집계됐다. 수도권의 전용 면적 60제곱미터 이하 아파트 거래량은 45퍼센트로 절반에 달한다. 좁은 집에는 꼭 필요한 것만 둘 수밖에 없다. 전세나 월세라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계약 만료 시점에 맞추어 이사를 가야 하기 때문이다. 홈트레이닝 기구는 거추장스럽다. 결국 확장을 위해서는 몸만 있으면 운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필연적인 과정이다.
REFERENCE_ 펠로톤

미국 홈트레이닝 업체인 펠로톤은 팬데믹 흐름을 타고 크게 성장했다. 2020년, 펠로톤의 주가는 434퍼센트 올랐다. 그러나 최근 사망 사고 발생 이슈, 리오프닝과 더불어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넷플릭스, 스포티파이 등에서 CFO로 활동했던 배리 맥카시를 새로운 CEO로 영입하고, 가입자 증가와 구독 유지율을 올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펠로톤이 마주한 어려움은 타 헬스케어 업계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심지어 1인당 주거 면적이 작고, 월세 및 전세로 거주하는 사람이 많은 한국의 특성도 더해진다. 미국의 1인당 주거 면적은 65제곱미터로 한국 1인당 주거 면적의 2.2배에 달한다. 단독주택이 많은 미국과 달리 빌딩 및 아파트의 주거 형태가 자리 잡은 한국에서는 집에서 운동할 때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이 늘어난다. 층간 소음, 기구 보관부터 늦은 밤 운동하고 나서 사용하는 드라이기 소음까지. 장벽이 디테일하다.
INSIGHT_ 조혜련, 이소라와는 다른

이전에도 홈트레이닝 콘텐츠는 있었다. 2003년 발표된 조혜련의 ‘태보 다이어트’ 영상이나 1998년 발매된 이소라의 ‘슈퍼소라 다이어트’ 비디오가 대표적이다. 운동과 체중 감량 등에 지식을 가진 연예인이 직접 운동법을 전수하고, 운동 의지를 북돋아줬다. 지금의 헬스케어 콘텐츠는 내용적 측면에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주목할 만한 차이점은 게이미피케이션과 구독 경제, 플랫폼 등을 활용한 수익 및 유통 모델의 다양화다. 메타버스를 통해 집에서도 커뮤니티를 결성할 수 있도록 만들고, 직접 사용할 수 있는 마일리지를 지급하고, 운동을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큰 강점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 디지털 트레이닝 업계는 테슬라와 비슷한 야심을 품고 있다.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가 아닌 IT 회사인 것처럼, 디지털 트레이닝 업계도 운동 기구를 파는 회사가 아니다. 테슬라의 소프트웨어가 막강한 힘을 가지듯, 이제 디지털 트레이닝 업계도 소프트웨어와 콘텐츠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안장이나 페달이 아닌 스크린 내부가 중요하다.
FORESIGHT_ 어디서든

미래의 트레이닝은 어떤 모습일까? 거대한 콘텐츠의 네트워크가 만들어진다면 미래 시나리오가 다양해진다. 미래의 한강 공원은 VR 헤드셋을 쓴 채 사이클링 하는 이들로 가득할 수 있다. 실제 피트니스 짐과의 협업을 통해 기구를 부담스러워 하는 소비자에게 어필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핀테크 기업과 협업해 쌓은 마일리지를 바로 현금으로 바꾸거나 가상화폐로 환전할 수 있다. 연예기획사와의 협업을 통해 세계관에 직접 진입할 수도 있다. 메타버스 내에서 사이클을 타고 광야를 달리는 식이다. 가상의 세계관 속을 달릴 때 셀럽이 내 운동을 도와준다. 운동을 해서 직접 돈도 번다. P2E과 콘텐츠와 운동이 모두 합쳐진 세상이다. 우리는 어디서도 운동할 수 있고, 어디서든 게임할 수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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