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의 조건

4월 21일 - FORECAST

안티 소셜 미디어를 표방하는 비리얼의 인기가 심상치 않다. 우리가 알던 소셜 미디어의 판도가 바뀔지도 모른다.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2019년 말 프랑스에서 출시된 소셜 미디어 ‘비리얼(BeReal)’이 프랑스 및 영미권 대학가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지며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비리얼은 포즈를 잡을 시간도, 멋진 장소로 이동할 시간도 주지 않는 불친절한 앱이다. 비리얼의 무엇이 Z세대를 열광하게 했나?
WHY _ 지금 비리얼의 성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지금까지 이런 소셜 미디어는 없었다. “BeReal is life, Real life, and this life is without filters.” 비리얼의 앱스토어 소개글 중 하나다. 이 불편한 앱은 2019년 말에 출시됐지만 2022년인 올해 1분기에 미국, 영국, 프랑스에서 인스타그램, 스냅챗, 핀터레스트에 이어 앱 다운로드 수 4위에 올랐다. 트럼프나 일론 머스크 같은 구심점도 없는 이 앱은 소셜 미디어의 판도를 바꿀지도 모른다.
KEYMAN _ Z세대

비리얼을 소개하는 매체들은 “Z세대라면 이 앱을 모를 수 없다”고 말한다. 누적 다운로드 741만 회 중 65퍼센트는 올해에 이뤄졌다. 월간 활성 사용자(MAU)는 연초에 비해 315퍼센트 늘었다. 2022년 2월 기준으로 아이폰 사용자 기반의 80퍼센트 이상이 16~24세다. Z세대뿐 아니다. 전체 사용자로 넓히면 55퍼센트는 밀레니얼, 43퍼센트가 Z세대다. 대학가에서 입소문을 빠르게 탈 수 있던 것은 비리얼의 앰배서더 프로그램 때문이다. 비리얼은 틱톡, 릴스, 쇼츠, 스냅챗 스포트라이트 등의 숏폼에 열광하던 Z세대를 ‘단 2분’으로 따라잡았다.
NUMBER _ 1, 2

이 앱의 작동 방식은 간단하다. ‘하루 한 번’ 알림이 오면 ‘2분 안에’ 휴대폰 전·후면 카메라를 통해 셀피와 지금 상황을 찍어 올려야 한다. 동시에 찍히므로 구도 잡기가 어렵다. 필터 적용도 불가하다. 자신의 사진을 찍어 올리지 않으면 친구의 게시물을 볼 수 없다. 트위터에서와 같은 럴킹(Lurking)이 불가하다. 공통된 시간에 단 하나의 현실을 등가 교환하는 셈이다. 정해진 시간 이후에 찍어 올리면 사진에 얼마나 늦었는지 ‘타임 스탬프’가 찍혀 올라간다. 마냥 흑역사 제조기는 아니다. 글로벌 피드 공유도, 친구에게만 공개도 가능하다. 바보 같이 찍혀도 하루만 참으면 된다. 사진은 매일 피드에서 지워지며 다음 날 게시물로 대체된다. 자신의 사진은 ‘추억(Your Memories)’ 탭에 일자별로 보관되고 혼자만 볼 수 있다.
MONEY _ 3660만 달러

이 바보 같은 아이디어에 누가 투자했을까? 비리얼은 2021년 6월에 마감된 시리즈 A에서 3600만 달러를 투자받았다. 투자를 이끈 건 앤드리슨 호로위츠(Andreessen Horowitz, a16z)다. 클럽하우스, 오픈씨, 서브스택 등에 투자한 실리콘밸리의 대표적인 족집게 VC다. 그들의 안목은 이번에도 명중한 걸까? 비리얼은 투자와 동시에 기업 가치 1억 5000만 달러로 평가 받았다. 다만 모든 플랫폼이 초기에 그랬듯 아직 수익 모델은 불분명하다.
RISK _ FOMO? JOMO?

비리얼은 롱런할 수 있을까? 적어도 각종 사진 보정 앱을 즐겨 쓰는 아시아권에선 생경하다 못해 불쾌한 앱이다. 바이스(Vice)의 테크 미디어 ‘마더보드’에서도 “비리얼은 사람들의 일상을 (실제보다)더 지루해 보이게 만든다”라는 비판이 나온다. 다만 비리얼은 원래 그런 앱이다. 아이덴티티는 확고하다. 롱런 여부는 서구권 대학을 중심으로 한 인기의 실체에 달렸다. 이 기록적 수치가 ‘FOMO(Fear of missing out)’ 때문인지 ‘JOMO(Joy of missing out)’ 때문인지가 중요하다. 전자라면 a16z의 실수다. 반짝 인기를 넘어서지 못하고 거품이 빠진다. Z세대를 잡지 못해 몰락한 클럽하우스가 그랬다. 다만 많은 비리얼 유저들은 ‘힙스터의 전유물’ 그 이상을 경험하고 있다. 후자의 얘기다.
RECIPE _ Realmoji

인사이더(Insider)에 올라온 7일간의 후기는 흥미롭다. #1 #2 이미 포스팅한 사진은 딱 한 번만 지울 수 있어 오히려 완벽함에 대한 압박이 줄었다고 밝힌다. 사진을 올리고, 친구들의 사진을 스크롤하며 보고, 반응을 남기는 데 기존 소셜 미디어보다 훨씬 더 적은 시간을 쓴다는 것이 공통된 반응이다. 비리얼의 진짜 수훈은 ‘좋아요’를 ‘Realmoji’로 대체한 것이다. 자신의 다양한 표정을 리액션 삼아 찍어 보내는 기능이다. 누군가 ‘좋아할’ 사진을 포스팅할 필요도 없다는 의미다. 비리얼은 완벽한 순간을 광활한 디지털 공간에 드러내 서열화하는 기존 소셜 미디어의 공식을 무너뜨렸다. 하루 만에 잊힐 현실을 가까운 친구들이랑만 가볍게 공유하고 다양하게 반응하는 것. 현생 그 자체다.
CONFLICT _ 인스타그램

Z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현생을 누리기도 전에 ‘갓생’이 강요되고 거울을 보기 전에 카메라 렌즈에 비친 자신을 맞닥뜨린다. 《WSJ》의 유명한 기사 시리즈 〈the facebook files〉에서는 인스타그램이 10대 소녀에게 얼마나 유독한지 파헤친다. 인스타그램 사용자의 40퍼센트 이상이 22세 이하다. 기사는 인스타그램이 10대 이용자의 자신감을 낮추고 불안, 우울증을 가중한다고 밝힌다. 내부 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의 폭로로 드러난 메타의 민낯은 ‘인스타그래머블’하지 못했다. 표상된 현실을 즐기는 것에 익숙한 Z세대가 다시 현생에 눈을 돌린 것은 우연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비리얼의 요구가 무리하지만, 누군가에겐 해방일 수 있다.
DEFINITION _ 얼터 이미지

보정은 언제부터 일상화된 걸까? 보정은 부족한 부분을 보탠다는 의미다. 현실은 부족함을 따질 대상이 아니다. 영국 의회는 이를 ‘얼터 이미지’로 표현했다. 현지시간 1월 12일 루크 에반스 영국 보수당 의원은 ‘디지털상 변형된 신체 이미지 법안(Digitally Altered Body Image Bill)’을 발의했다. 인플루언서나 모델이 보정된 사진을 올렸을 때 이를 명시하는 로고를 붙이는 것을 골자로 한다. ‘Body Positive’의 일환이지만 비리얼의 행보는 이 문제의식을 외모에 가두지 않는다. 일상, 현실, 인간관계를 왜곡하고 변형하는 것으로 넓혔다. ‘Altered Life’가 아닌 ‘Real Life’를 통해 삶을 긍정하게 하려는 시도다.
REFERENCE _ 안티 소셜 미디어

안티 소셜 미디어를 표방하는 앱은 비리얼만이 아니다. 미국의 스타트업 TTYL이 만든 앱 ‘포파라치’는 남이 찍은 자신의 사진으로만 피드를 구성할 수 있다. 사진 개별 편집은 불가하고 원치 않는 사진은 피드에서 내릴 수 있는 정도다. 미국·호주·벨기에 등에서 앱스토어 다운 1위를 기록하며 흥행했다. ‘미뉴셔’는 비리얼과 유사하게 알람을 받으면 바로 앞에 있는 장면을 촬영해야 하는데 하루 한 번, 총 1440장을 찍어야 이를 모아서 보여준다. 사진을 찍은 직후 1분 간만 익명의 사용자가 사진을 볼 수 있다. 2017년 출시 이후 40퍼센트의 유저가 이를 달성했다.
INSIGHT _ 로우라이트

이제껏 소셜 미디어는 이용자가 자신을 한껏 포장하고 드러내는 공간이었다. 피드는 모두 각자의 하이라이트로 구성됐다. 기존 소셜 미디어는 앱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더 많은 정보를 기입하게 하고 이를 노출 빈도와 ‘좋아요’로 환산했다. 일상과 가시적 재능, 인적 네트워크가 시장 논리에 편입됐다. 그림자는 가려졌다. 이런 디지털 생태계의 폐해는 Z세대가 안았다. 비리얼은 불공평한 하이라이트가 아닌 보편적인 로우라이트를 조명하고 있다. 누구보다 소셜 미디어에 진심이었던 밀레니얼과 Z세대가 비리얼에 열광하는 것은 ‘테크-래시’의 또 다른 전조다. 
FORESIGHT _ 메타버스의 조건

빅 테크 기업을 세계 정상에 올려놓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 문법이 부정 당하면 다음은 뭘까? 그들이 열을 올리는 메타버스다. 가치 체계와 커뮤니티 파워가 웹 3.0의 핵심이지만 가장 눈과 손이 빠른 건 투기 자본이다. NFT는 투기판이 되어 홍역을 앓고 메타버스 역시 부동산 투기가 과열됐다. 이 시장을 추동할 중추 세대가 현생에 눈을 돌린 것은 앞으로 메타버스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에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10~20대에게 그다지 특별할 것 없는 이 개념이 기존 논리로 안착하면 똑같은 피로가 반복된다. 메타버스가 문제를 만드는 기술이 아닌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이 되어야 하는 이유다.



 
앞으로 산업 전반을 뒤흔들 Z세대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Z세대는 그런 게 아니고》를 추천합니다.
포캐스트를 읽으시면서 들었던 생각을 댓글로 남겨 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북저널리즘을 완성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