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멸된 학생 자치에도 꽃이 필까요?

4월 22일 - FORECAST

교육계에도 리오프닝이 찾아왔다. 코로나로 인해 자취를 감춘 학생 자치 문화는 부활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사회적 거리두기가 해제되면서 학교 정문도 열렸다. 오는 5월부터 초․중․고 학생에게 짝꿍이 생긴다. 모둠도 만들 수 있고 이동수업도 가능하다. 원한다면 수학여행도 갈 수 있다. 대학 강의실의 거리두기도 5월 1일부터 해제된다. 
WHY _ 지금 사라진 학생 자치를 읽어야 하는 이유

학교생활 정상화에 대한 기대의 목소리는 크지만 코로나와 함께 한 2년은 길었다. ‘코로나 학번’으로 불리는 20학번, 21학번 대학생들에게 대학은 아직 낯선 곳이다. 원격 수업에 익숙해진 학생들은 학교에 왜 가야하는지, 그 필요성을 공감하지 못한다. 코로나는 교육 전반을 위태롭게 했다. 한정적인 정보 공유는 가능했지만 학교생활은 없었다. 학교문이 다시 열린다고 코로나 이전의 학생 문화가 부활하기는 어렵다. 리오프닝에 맞춘 새로운 자치 문화를 건설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DEFINITION _ 자치

대학 교육은 비판적 수용을 기반으로 한다. 암기만을 요구하던 학력고사에서 추론과 사고력을 중심으로 하는 수능으로 개편된 것도 같은 이유였다. 학계와 연결된 대학이 기존의 지식체계를 반복하는 것은 발전과 거리가 멀다. 따라서 대학에서 중요한 것은 교수보다는 동료다. 학생이 대학 문화 형성의 주체이기 때문이다. 기초 교육이 사회화를 위한 공간이라면 고등 교육은 시민교육의 공간이다. 의견을 설득시키고, 그에 책임지는 메커니즘 전반을 배운다. 학생 자치가 없다면 학교가 공간으로서 존재할 필요가 없어지는 셈이다.
NUMBER _ 2년

2년이라는 시간은 학생 자치 문화를 소멸시키기 짧지 않은 시간이었다. 4년제 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경우 대학 생활의 절반 이상이, 2년제 대학에 다니는 경우 대학 생활 전체를 빼앗겼다. 초․중․고 학생 역시 동아리 활동이나 특별체험활동 등에 제약이 생기면서 학습 이외의 문화를 형성할 수 없었다. 드라이브 스루 졸업식, 메타버스 입학식은 새로웠지만 지속 가능한 커뮤니티의 경험을 전해줄 만큼 혁신적이지는 않았다. 연결감과 소속감이 줄어들면서 코로나 시대의 학생들은 학교의 필요성을 잊어버리기 쉬운 상황에 놓였다. 교사와 수업만이 코로나 이후 교육 문화의 전부였다.
MONEY _ 등록금

누구도 사라진 학생 자치와 관련한 해결책이나 합의를 도출해내지 못했다. 가장 소음이 컸던 것은 대학 등록금 문제였다. 학생들은 대학 시설을 이용하지 못했고 교류가 원활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학습권 침해에 대한 책임을 대학에게 물었다. 대학 측은 온라인 수업 기반을 닦는 것에 적지 않은 비용이 들었다며 등록금 반환이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교육부는 등록금 반환 문제는 대학과 학생이 해결할 문제라며 대학의 자율권에 모든 걸 맡겼다. 교육부도, 학교도 학생의 권익과 온전한 학습권을 보호해주지 못했다.
CONFLICT _ 균형

2017년 발족한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는 전국단위 총학생회가 연합한 네트워크다. 2021년 9월 기준으로 27곳의 학생회가 소속되어 있다. 이들은 2017년 사립대학의 입학금 폐지를 합의했고, 총장직선제 도입을 위한 활동 및 권력형 성폭력 방지 간담회 등의 활동을 벌였다. 그러나 코로나를 거치며 대학의 총학생회가 공석이 된 경우가 크게 늘었다. 연세대, 중앙대, 이화여대 등은 투표율 미달로 인해 2년 째 학생회가 공석이다. 비대위 체제로 운영은 가능하지만 이마저도 학칙 상 한계가 분명하다. 학생회의 공석은 학교와 학생 사이 힘의 균형을 무너트리기 좋다. 학교 입장에서는 소음을 최소화하려 한다.
REFERENCE _ 숭대시보

작년 11월 24일 학교에 대한 비판적 목소리를 담았다는 이유로 숭대시보 1282호의 배포가 중단됐다. 숭실대학교는 지난달 말 숭대시보 기자들을 전원 해임했다. 대면 수업 재개에 따른 학교와 학생 간 갈등이 주된 이유였다. 김채수 숭실대학교 총학생회장은 학생들이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당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학교와 학생 사이 힘의 불균형은 즉각적으로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결과적으로 표현의 자유는 축소되었다. 소외된 이들은 연대의 장소를 잃었다. 다양한 목소리는 자연스레 줄어든다.
RECIPE _ 소수자

소수자 연대는 자치 문화 속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정의당 배복주 의원은 대학 장애인 동아리에서 자신과 같은 이들을 만나 “경험을 공유하는 해방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동아리에서 첫 여성 회장직을 맡으며 통솔과 정치에 대한 꿈을 키웠다. 친목으로 시작된 동아리는 점차 인권운동의 지향을 공유하게 되었다. 코로나는 자유로운 연대의 공간을 앗아갔다. 2014년 9월 출범한 한양대 성소수자인권위원회는 코로나로 인해 성소위의 필요성을 설득할 적절한 공간을 얻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한양대 성소위는 1학기 인준을 받지 못해 활동이 중단됐다.
RISK _ 괴리

자치 소멸은 대학만의 문제가 아니다. 초․중․고 역시 훈육 중심의 교육 문화에서 벗어나 학생 자치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2015년 이후 ‘교복 입은 시민’이라는 슬로건 하에서 학생참여예산제, 학생회실 구축 등을 시도했다. 이마저도 코로나로 인해 생기를 잃었다. 자치가 소멸되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에게 돌아간다. 학교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거나 학생으로 구성된 커뮤니티를 만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 시대의 학생은 시행착오를 겪고 자신이 책임지는 구조를 교육 현장에서 경험하지 못했다. 교육 문제는 10년 뒤의 채무로 되돌아온다. 자치가 어색해진 문화는 결국 세대에도 괴리를 가져올 수 있다.
INSIGHT _ 실패

학생의 목소리는 정체된 공공문화를 새로운 방향으로 움직이는 윤활유다. 학교는 안전하게 실패할 수 있는 공간이다. 코로나를 마주친 학교는 실패를 위한 공간을 구성하는 것에 실패했다. 교육 현장과 사회는 분리될 수 없다. 〈하이큐〉, 〈슬램덩크〉로 익숙한 일본의 동아리 문화는 수명이 길다. ‘부카츠’라고 일컫는 일본의 동아리 문화는 학교 안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성인이 되어서도 활발한 동호회 활동이 이어진다. 일본에는 60세 이상의 노인을 대상으로 하는 ‘환력연식야구연맹’이라는 단체가 있다. 주부를 대상으로 하는 농구, 배구 연맹도 활발하다. 무언가를 배우고 발전시키고자 하는 의지만 있으면 문화센터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아마추어가 될 수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서는 심심찮게 학교에 대한 불만이나 개혁의 목소리가 나온다. 학생들이 학교를 바꾸고 싶어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를 하나의 흐름으로 엮을 수 있는 구심력이 필요한 상황이다.
FORESIGHT _ 학교일 필요?

자치 문화의 소멸은 학교 안에서만 해결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자치 문화를 경험한 이들이 인위적으로 투입되어 문화를 형성하는 방안도 현실성이 없다. 자치 문화는 타의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학교와 교육부와 제도가 할 수 있는 것은 전폭적인 지원이다. 효과적인 실천은 학교 바깥에 있다. 경기도 성남시에 위치한 ‘라이브러리 티티섬’은 트윈, 틴 세대를 위한 공공도서관이다.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공간인 셈이다. 이 공간에서 학생들은 자체적으로 원하는 것을 만든다. 대안적인 교육 문화 속에서 실패하는 법을 배운다. 결국 교육의 혁신은 학생에게서 시작한다. 성장통을 넘어서 새로운 목소리를 창출해내기 위해서는 폭 넓은 시각이 필요하다. 리오프닝에 맞춰 학교의 문이 열리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건강한 자치 문화를 고민하기에는 최적의 시기다.



 
코로나로 인한 교육격차가 더 알고 싶다면 《모니터 크기의 학교》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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