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OTT 살리기 프로젝트

4월 28일 - FORECAST

윤석열 정부가 토종 OTT를 키우기 위해 시동을 건다. 글로벌 시장에 막 발을 들인 토종 OTT의 미래는 밝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지난 4월 26일, 윤석열 정부가 티빙, 웨이브 등 토종 OTT 서비스를 키우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내놓는다고 밝혔다. 국내 OTT와 콘텐츠 시장을 보호하고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기 위해서다.
WHY _ 지금 토종 OTT의 미래를 읽어야 하는 이유

지난 한 주간 넷플릭스는 우울한 나날을 보냈다. 구독자 수 감소에 따라 넷플릭스의 주가가 40퍼센트 하락했다. 넷플릭스 측은 다양한 경제 왜곡 현상에 의한 일시적 부진임을 강조했지만 넷플릭스를 하나의 모델이자 경쟁자로 삼은 K-OTT 시장에게는 민감한 문제다. 구독 경제의 확장성에 대한 의문에 앞서, 토종 OTT 시장에는 몇 가지 장애물이 놓여있다. 한국은 콘텐츠 제작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유통망은 두텁지 않다. 큰 성공을 바라는 제작사는 해외 OTT 서비스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국내 OTT 입장에서 성공한 해외 콘텐츠의 판권을 사오는 일은 어렵고 오래 걸린다. 토종 OTT는 어떤 문제를 극복하고 어떻게 나아가야 할까?
NUMBER _ 1245만 명

지난 2월 기준 넷플릭스의 월 순수 이용자 수는 1245만 명이다. SK, 지상파 3사가 연합한 웨이브의 구독자 수는 489만 명, CJ의 티빙은 407만 명, 왓챠 128만 명으로 국내 상위 3개 OTT의 이용자 수를 합쳐도 넷플릭스를 넘어서지 못한다. 인수위는 넷플릭스를 생태계 교란종인 황소개구리에 비유하며 국내 제작사가 하청업체로 전락했다고 우려를 표했다. 콘텐츠 사업은 불투명하고 위험하다. 누구도 성공을 담보해주지 못하고 예상할 수 없다. 황동혁 감독의 〈오징어게임〉은 10년 간 거절당했던 작품이다. 불안정성을 보완하고자 OTT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구독 시스템을 도입했다. 지금의 토종 OTT에게 주어진 첫 번째 숙제는 구독자 수를 늘리는 데 있다.
MONEY _ -1260억 원

지난 해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170억 원의 영업이익을 낼 동안 웨이브는 500억 원, 티빙은 760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손실을 줄이고자 웨이브는 2025년까지 1조 원을, 티빙은 2023년까지 4000억 원을 투입해 콘텐츠 제작과 저변 확대에 힘을 기울일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토종 OTT 플랫폼을 통합해 국내 OTT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IP 소유권이 불분명해진다는 이유에서 비판 여론도 거세다. OTT 업계에서는 정부의 규제 완화와 파격적인 지원을 바란다.
RECIPE _ 진흥책

인수위가 내놓은 토종 OTT 진흥책은 크게 세 가지다. 미디어 분야의 컨트롤타워인 ‘미디어혁신위원회’를 설치해 확장을 막는 산업 규제를 걷어내려 한다. K-OTT 펀드를 조성해 민관 협력을 도모하고, 중소 및 혁신 기업에게 광고비를 지원하는 정책도 발표됐다. 그러나 규제 완화와 투자만이 능사는 아니다. 바꿔야 할 것은 낡은 것 모두다.
CONFLICT _ 옥수수+푹

2019년 SK텔레콤의 OTT 서비스 ‘옥수수’와 지상파 3사의 ‘푹’이 통합돼 웨이브가 출범했다. 지상파 3사의 콘텐츠와 유통이 자유로운 통신사의 결합은 강력한 시너지를 낼 것이라 예측했다. 결과적으로 웨이브는 강력했지만 생각만큼 강하지는 않았다.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진출에 따라 국내 OTT 시장도 개편됐다. 넷플릭스의 등장 이전, 국내 OTT 시장은 콘텐츠를 갈라 먹는 식으로 운영됐다. 넷플릭스의 약진은 지상파 프로그램과 이미 제작된 콘텐츠를 수급해오는 것에 열중했던 기존 전략이 강력하지 않다는 걸 드러냈다. 지난 6년은 토종 OTT의 땅따먹기와 춘추전국시대였다. 이제는 다음 장이다. 국내 OTT가 바라보는 곳은 글로벌 시장이다. K콘텐츠를 담을 튼튼한 신토불이 그릇을 만들려는 속셈이다.
KEYMAN _ 이태현

웨이브는 현재 토종 OTT 중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다. 웨이브를 이끌어왔던 이태현 대표이사는 지난달, 대표이사 연임에 성공했다. 웨이브의 중장기 목표는 동남아 시장 진출이다. 과학기술정보부의 사업에 선정된 웨이브는 분당 11달러에 달하는 콘텐츠 현지화 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계 번역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이 대표의 연임에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로 진출할 수 있다는 소망이 담겨 있다.
RISK _ 넷플릭스 주가 하락

넷플릭스의 고전은 결국 OTT의 미래가 질 좋은 콘텐츠에 있음을 드러냈다. 글로벌 OTT 대체제가 늘어나면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콘텐츠 롱테일 전략에 한계가 보이기 시작했다. 《가디언》에서 한 작가는 “넷플릭스에서 정확히 어떤 콘텐츠를 보냐”는 질문에 답하기 어렵다는 점을 넷플릭스의 한계로 지적했다. 이용자들은 습관처럼 넷플릭스에 들어가지만 콘텐츠를 택하지 못하고 배회한다. 넷플릭스의 주가 하락은 OTT 서비스의 롱런 전략을 제시했다. 답은 질 좋은 콘텐츠를 끊임없이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답을 알아도 쉽게 풀리지 않는 문제다.
DEFINITION _ 유통망

제작사가 드라마 기획안을 들고 가장 먼저 두드리는 문은 넷플릭스와 애플TV+ 등의 해외 OTT 업체다. 화제성이 있는 작품들이 해외 OTT에 선점될 가능성이 높다. 공격적인 제작비 지원과 대규모 투자가 유일한 유인 요소는 아니다. 해외 OTT의 큰 강점은 넓은 글로벌 유통망이다. 넷플릭스는 190개 국가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애플TV+는 100여개 국가에서 서비스된다. 유통망은 수익처만 의미하지 않는다. 190개국의 네트워크는 노하우와 안목의 자양분이다. 무엇보다 성공의 무게가 다르다. 넷플릭스에서 1위인 콘텐츠는 전 세계에서 1위인 콘텐츠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린다. 거대 유통망의 힘이다.
INSIGHT _ TV의 그늘을 넘어

MBC 금토 드라마 〈트레이서〉는 TV보다 웨이브에서 먼저 만나볼 수 있었다. OTT가 주도권을 쥐고 MBC에 방영권을 팔았다. 티빙도 마찬가지의 전략을 취했다. 지난해 11월 OTT에서 전편이 공개된 드라마 〈술꾼도시여자들〉은 tvN이 차지했다. OTT는 이미 TV를 제치고 콘텐츠 생산의 주체가 되고 있다. 이미 제작된 콘텐츠를 땅따먹기 하듯 가져오는 수동적인 움직임을 뛰어넘을 필요가 있다. 규제 완화, 통합 OTT 플랫폼, 공격적 투자가 곧바로 좋은 콘텐츠를 담보할 수는 없다. 글로벌 유통망을 확보해 좋은 기획안이 토종 OTT의 문을 두드리도록 해야 한다. 그를 위해서는 TV의 그늘과 넷플릭스의 부진을 넘어서는 대대적인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무한도전〉과 〈내 이름은 김삼순〉에만 매달려서는 어렵다.
FORESIGHT _ 2023년

2023년 한국의 OTT 시장이 황소개구리로 가득 찰 예정이다. 미국의 파라마운트의 자체 OTT 플랫폼인 Paramount+가 올해 중으로 국내 시장에 진입한다. 내년에는 HBO Max와 아마존 프라임이 론칭 예정이다. 2023년을 대비하며 국내 OTT도 바빠졌다. 티빙의 모회사 CJ ENM과 네이버는 2020년 본격적으로 협업을 시작했다. 네이버플러스멤버십을 통해 티빙 구독권을 제공하고, 티빙은 네이버 웹툰의 IP를 활용해 오리지널 콘텐츠를 만들 계획이다. 웨이브는 직접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웨이브’를 운영하면서 꾸준한 오리지널 콘텐츠를 수급받고자 한다. 왓챠는 음악과 웹툰 구독까지 포함한 왓챠2.0으로 태어난다. 토종 OTT가 이제 막 글로벌 시장에 발을 들이고 있다. 정부 차원의 지원과 함께 유통망과 양질의 콘텐츠 확보가 가능해진다면 K-OTT도 안정적인 미래를 꿈꿀 수 있다.



 
K콘텐츠의 제작 방식과 구조에 대해 알고 싶다면 《K콘텐츠가 산으로 간 까닭은?》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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