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아닌 사교육

5월 3일 - FORECAST

에듀테크 앱 콴다의 글로벌 가입자 수가 6000만 명을 돌파했다. 인공지능은 교육 격차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1초당 세 명이 가입한다. 에듀테크(Edtech) 기업인 매스프레소의 AI 기반 학습플랫폼 ‘콴다(QANDA)’의 상승세가 매섭다. 지난 4월 27일 기준 글로벌 가입자 수 6000만 명을 돌파했다. 5000만 가입자 수를 기록한 뒤 4개월 만이다. 콴다의 급격한 성장은 어떤 의미인가? 에듀테크는 교육 격차를 해결할 열쇠가 될 것인가?
WHY _ 지금 콴다의 성장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

사라진 2년은 인류의 현주소를 드러냈다. 일상의 회복을 앞둔 지금, 이미 벌어진 골은 새로운 출발점이 되려 한다. 각종 사회적 격차와 균열 가운데 가장 시급한 것은 교육이다. 에듀테크가 천착하는 문제는 바로 이 격차다. 정부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목은 기술에 쏠린다. 교육은 미래와 연결돼있다. 횡행하는 문제를 지금 당장 해결할 수 없다면 기댈 곳은 교육뿐이다. 에듀테크 시장의 성장엔 미래에 대한 불안이자 희망이 담겼다.
CONFLICT _ 교육 양극화

교육 격차를 만드는 원인은 다양하다. 양극화로 벌어진 교육 투자의 격차는 사교육과 부실한 공교육을 만나며 증폭했다. 지역별 교육 여건 역시 영향을 미쳤다. 일부 다민족 국가에서는 언어 장벽이나 인종 차별이 격차를 만들기도 한다. 코로나19 이후 대부분의 나라에서 원격 교육이 일상화되며 기술 인프라에 따른 국가별 격차가 만들어졌다. 인권 활동을 하는 비영리 단체 휴먼라이트워치(Human Right Watch)의 보고서는 2장에서 이른바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s)’의 다양한 사례를 보여준다. 한편 한국에선 전반적 교육 성취도 하락에 따라 사교육비 지출에 큰 차이가 생겼다. 포캐스트 《모니터 크기의 학교》에서 한국노동패널조사의 조사를 인용해 상위 20퍼센트와 하위 20퍼센트의 사교육비 지출 격차를 123만 원으로 설명한 바 있다.
REFERENCE _ 서울런

에듀테크를 논하기 전에 정부는 어떤 해결책을 가지고 있을까? 공교육 부활은 요원한 일이다. 오세훈 서울 시장은 ‘이러닝’으로 사교육을 끌고 왔다. 취약 계층 아이들에게 명문 학원의 강의를 지원하는 ‘서울런’이다. 서울시는 서울런을 통해 이른바 SKY등 명문대에 합격한 취약 계층 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도 자료에 실었다. 수훈이라고 보는 쪽도 있지만 사교육 조장이라는 비판적 의견도 있다. 취약 계층에 유명 인강을 제공하지만 교재 지원도 없고 서울시의회 김경 의원에 따르면 가입대상 11만 명 중 5.8퍼센트에 해당하는 6633명만 가입했다. 교육 여건 조성 미흡에 대한 비판이다. 논쟁적이지만 이용자 만족도는 85점으로 높다. 쟁점은 이것을 ‘메가스터디’등에 대한 특혜로 볼 것인지 여부다. 이미 원격 교육이 만든 학력 격차를 고려하면 이러닝은 충분치 않다.
DEFINITION _ STEAM

K-에듀테크는 약진 중이다. 간판스타는 단연 콴다다. 모르는 문제를 찍으면 5초 만에 해당 문제의 풀이를 알려주는 앱이다. 수학으로 유명하지만 국·영·사·과, 전문 교과, 경시대회 과목까지 지원한다. 문제를 찍어올리고 답을 요청하는 유사한 앱은 많지만 콴다처럼 자동화가 이뤄진 것은 드물다. 글로벌 시장 조사기관 홀론아이큐(HolonIQ)가 발표한 〈2021 동아시아 에듀테크 150〉 리스트를 보면 에듀테크의 대략적 분류를 알 수 있다. 리스트에 따르면 2021년에 특히 강세를 보인 에듀테크 분야는 매스프레소를 포함하는 STEAM(Science, technology, engineering & maths)과 로보틱스, AI 등이다. 다양한 한국 기업 중 사용자의 학습 습관을 개선하는 튜터링 분야의 ‘뤼이드(Riiid)’, 개발도상국의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에누마’ 역시 눈여겨볼 에듀테크 기업이다.
KEYMAN _ 이용재와 이종흔

콴다는 매스프레소의 이용재, 이종흔 공동 창업자가 만들었다. 이미 지난 2021년 7월, 56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를 유치하며 인재 영입 및 해외 시장의 트래픽 확보에 집중하는 단계다. 같은 해 11월에는 구글로부터의 전략적 투자 유치 소식도 전했다. 지난 2021년 9월에는 광고 자동화 기술로 유니콘에 오른 몰로코의 이사 김지원을 CPO로 영입하고, 지난해 3월에는 씨티그룹 출신 남연수 전 이사를 CFO로 영입했다. 그야말로 광풍 행보다.
MONEY _ 45억 달러

미국의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Thomas Frey)는 2016년 당시 비즈니스인사이더와의 인터뷰에서 “2030년쯤 온라인 기반 기업 중 가장 큰 곳은 구글이나 애플이 아닌 교육 기업일 것”으로 보았다. 홀론아이큐에 따르면 에듀테크에 몰린 투자 금액은 2022년 1분기에만 45억 달러에 이른다. 이들은 앞서 2025년의 에듀테크 시장 규모를 4040억 달러로 추산한 바 있다. 4월 26일 기준 글로벌 에듀테크 유니콘 목록을 보면 미국·중국·인도가 강세다. 콴다의 누적 투자액은 1200억이 넘는다. 한국 에듀테크 기업 중 유니콘 등극에 가장 가까이 있다.
RECIPE _ 옵티마이제이션

사회적 가치를 목표하는 모든 기업의 숙명은 수익화다. 에듀테크는 교육 격차 완화와 시장 경쟁력, 두 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북저널리즘의 종이책 《타트업플레이북》에서는 이들의 스케일 업 전략을 다뤘다. 이들은 질문자와 답변자를 일대일로 연결하는 구조의 한계를 발견하고 문자 인식 기술(OCR·Optical Character Recognition)을 도입했다. 거기다 머신 러닝으로 문제 유형을 데이터화하고 유사한 문제가 또 올라오면 모범 풀이를 제시할 수 있게 알고리즘을 구축했다. 결과는 폭발적 성장이었다. 2021년 매출액은 전년 대비 267퍼센트를 기록했지만 아직 영업이익은 부진하다. 이용재 대표는 한 언론사 인터뷰에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인사이드 빌 게이츠〉의 내용을 인용해 ‘옵티마이제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 격차 해소라는 큰 목표를 위해 프로젝트의 효율성을 재고하고 강한 시장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의미다.
NUMBER _ 87

콴다는 목표를 향해 순항중일까? 6000만 누적 가입자의 87퍼센트 이상의 사용자가 글로벌 이용자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한국 순이다. 베트남 가입자 수는 한국의 2.3배 수준이다. 동남아 전체에서 ‘구글 클래스룸’을 제치고 에듀테크 앱 2위에 올랐다. 더 놀라운 건 매스프레소의 두 공동 창업자가 천착한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치다. 무려 1300만 명에 달하고 이 중 470만 명이 베트남 이용자다. 베트남은 54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국가고 소수민족의 경우 언어가 달라 교육 격차가 심하다. 무상 교육 혜택 역시 2019년까지는 도서지역이나 소수민족 거주지에는 닿지 않았다. 디지털 접근성의 문제는 남아 있지만 적어도 콴다에 대한 베트남 학생들의 광범위한 반응은 선별적 사교육의 뉘앙스완 다르다. 매스프레소는 미국 애리조나 주립대 공동 연구팀과의 프로젝트로 콴다가 대구·경북 지역의 교육 불균형 완화에 기여했음을 밝히기도 했다.
RISK _ 사교육

에듀테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두 가지다. 하나는 기술적 문제고 하나는 포지셔닝의 문제다. 지난 2021년 2월 개최된 AAAI 2021의 15번째 세션에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교육에서 AI의 역할이 논의됐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을 교육에 상용화하려면 기술 격차와 데이터 확보, 오픈소스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에듀테크는 사교육 아닌 사교육의 영역에 있다. 교육 격차 완화에 기여하고 있지만 공교육의 영역과 구분되어 있어 정책적으로 도외시된다.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려는 공교육 측의 입장에선 인공지능 기반 사교육 열풍이 부는 것이나 다름없다. 기존 사교육 업체들이 기술만 도입해 새로운 수익 모델을 만들 경우 사교육 딜레마는 반복된다. 공부하다 막혀서 풀이법을 앱으로 찾아보는 것과 또 다른 ‘AI 학원’을 돈 내고 끊는 것은 다르다. 모호한 포지셔닝은 에듀테크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INSIGHT _ 하한선

부의 불평등과 교육의 불평등은 후건긍정의 오류가 발생하지 않는 독특한 역의 관계다. 현실의 소득·자산 격차의 완벽한 해소가 어려운 것처럼 교육도 그렇다. 더 빠른 양극화로 나아갈 뿐이다. 이를 ‘해소’하는 방법은 현재 없다. ‘완화’하는 방법이 있을 뿐이다. 교육 격차 문제는 사교육 의존도를 낮추는 방향이 아닌 상향 평준화의 방향을 지향해야 한다. 주목할 것은 상한선이 아닌 하한선이다. 교육은 쉽게 공공재적 뉘앙스로 읽힌다. 지금까지의 교육 정책으로는 공공재의 특징인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의 파훼가 잘 이뤄지지 못했다. 글로벌 기술 격차의 문제는 남아 있지만 에듀테크가 오픈소스를 지향하고 교육 콘텐츠의 비용을 낮춘다면 비경합성의 문제가 완화될 수 있다. 콴다의 누적 다운로드 수와 엄청난 월간 사용자 수는 이를 증명해가는 중이다.
FORESIGHT _ 상호보완

여전히 중요한 것은 인공지능 역할의 한계다. 아이들은 유례없는 원격 수업 기간을 경험했고 학습 동기를 잃었다. 교수전략이 부재하다는 점에서 ‘이러닝’은 미봉책이다. 콴다와 같은 액티브한 앱도 학습 욕구가 있는 아이들의 보완재일 뿐이다. 동기는 누가 찾아줄 수 있을까? 아이들이 모이는 학교라면 가능할 것이다. 탈학교 청소년을 보듬는 센터라면 가능할 것이다. 요컨대 ‘인간’의 영역이자 ‘공동체’의 영역이다. 에듀테크 에누마의 이수인 대표 역시 기존 학교 시스템을 디지털이 보완하는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지난 2021년 8월에 열린 세계 최대 에듀테크 컨퍼런스 ‘ASU+GSV 서밋’에서도 공교육 진출이 막혀 있는 점이 문제로 거론됐다. 지금은 학교에서 교육부가 인증한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의 제품만 쓸 수 있다. 민간 에듀테크와 공교육이 상호 보완의 관계가 될 때 진정한 상향 평준화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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