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축 없는 미래

5월 4일 - FORECAST

전 세계가 배양육 시장을 주목한다. 대체 단백질은 어떤 미래를 그리려 하나?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세포농업 전문기업 ‘스페이스에프’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지원과 함께 배양육을 본격 연구한다. ‘스페이스에프’는 ‘청정원’과 ‘종가집’ 브랜드를 가진 ‘대상’과 전략적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양사는 2025년까지 배양육을 제품화하려는 공동 목표 아래 움직이고 있다. CJ제일제당 역시 배양육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바이오 기업 ‘케이셀’과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WHY _ 지금 대체 단백질 시장을 읽어야 하는 이유

신선육 공급은 타격받고 있다. 글로벌 공급망 붕괴는 식품으로서의 고기가 지속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을 남겼다. 공급망 붕괴만이 대체 단백질 시장을 이끈 것은 아니다. 착한 소비와 지속 가능한 식량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대체 단백질은 하나의 트렌드가 됐다. 새로운 고기는 비건을 지향하는 이들에게만 소구하지 않았다. 식량 안보 위기와 기후 위기, 동물권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Z세대에게 대체 단백질은 단백질 그 이상이다.
DEFINITION _ 대체 단백질

기존의 단백질이 재배와 사육을 거쳤다면 새로운 단백질은 추출, 발해, 배양하는 대상이다. 동물성 단백질을 제조하기 위한 도축과 사육을 최소화하는 것이 시작이다. 대체 단백질은 식물, 세포 배양, 미생물 등에서 인공적으로 단백질을 제조한다. 제조 단계에 이어 다양한 기술적 방법을 통해 고기의 맛과 식감을 구현한다. 고기 뿐 아니라 치즈, 계란, 수산물까지 대체 단백질이 바라보는 시장은 넓다.
MONEY _ 533조 원

대체 단백질 시장에서 최근 주목받는 것은 배양육 시장이다. 컨설팅 업체인 AT커니는 세계 배양육 시장이 2025년부터 2040년까지 연평균 41퍼센트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추산에 따르면 2040년 배양육 시장 규모는 533조 원에 이른다. 식물성 대체육이 밀과 글루텐, 콩을 이용하는 반면 실제 줄기세포를 배양하는 대체육은 기존 육류와 맛과 질감에서 유사성이 높다. 시장 성장세에 따라 유수의 스타트업과 국가 지원이 쏠리고 있다.
RECIPE _ 배양액

기존 배양육에는 도축으로 인한 윤리적 장벽이 존재했다. 줄기세포를 키우는 과정에서 임신한 어미 소를 도축해 소 태아에서 적출한 심장의 피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이 혈청을 이용해 줄기세포가 근육세포로 자라난다. 이를 위해 약 75만 마리에서 150만 마리의 소가 길러지고 있다. 최근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은 해양 생물 스피룰리나를 이용해 혈청을 대체할 세포배양액 SACCS를 개발했다. 대상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한 스타트업 엑셀세라퓨틱스 역시 지난해 6월 줄기세포용 무혈청 배지를 개발했다. 혈청으로 인한 장벽은 한 꺼풀 벗겨낸 셈이다.
NUMBER _ 1000년

전문가들은 배양육을 통한 육류 생산이 기존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80퍼센트, 담수 사용량을 96퍼센트 절감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장기적 관점에서는 배양육 생산 과정에 적잖은 에너지가 투입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프런티어스〉에 게재된 바에 따르면 메탄가스는 대기에서 12년 동안만 지속되지만 배양육을 생산하기 위해 투입되는 이산화탄소의 지속 기간은 1000년에 달한다. 메탄가스를 일시적으로 줄일 수는 있으나 생산 방식에서 투입되는 에너지가 장기적으로는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CONFLICT _ 생산 효율

에너지 효율이 낮은 생산 방식 외에도 넘어야 할 문제가 있다. 생산 효율이 낮다는 문제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는 효과적 기술이 되기 위해서는 늘어나는 소비자의 수요에 맞춘 공급이 필수적이다. 꾸준히 발전하고는 있으나 작은 배양육 한 조각을 만드는 데 2주의 시간이 걸린다. 많이 찍어낼 수 없으니 수요를 감당하기도 어려워진다. 가격은 상승하고, 이는 초기 시장 진입에 큰 리스크가 된다. 낮은 생산 효율로 인해 배양육에 대한 수요 자체가 자리 잡지 못할 수 있다.
RISK _ GMO?

현재 생산되는 배양육은 근육줄기세포에 유전자 편집을 거쳐 분화시키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되는 유전자 편집 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부정적 인식도 배양육을 가로막는다. 미국과 달리 유럽은 유전자 편집 기술을 GMO로 간주한다. 한국은 외부 유전자를 주입하는 GMO 생산은 막고 있지만, 세포가 가진 특정 유전자를 잘라내 염기 서열 일부를 바꾸는 유전자 편집 기술은 GMO와 분리하고 있다. 유전자 가위는 한국이 세계 6대 원천 특허 중 하나를 보유한 분야다. 정부에서는 유전공학 기술에 대한 규제 완화를 시도하고 있으나 여전히 농민과 시민 사회의 반발이 크다. 정방욱 강릉원주대 교수는 본인의 저서에서 “방법이 정확하니 결과도 정확할 것”이라는 정밀성의 신화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했다.
KEYMAN _ Z세대

Frontiers in Nutrition〉에 따르면 호주 청소년의 72퍼센트는 배양육에 반대한다. 반면 식물성 단백질을 사용한 대체육에 대한 인식도와 선호도는 높은 편이다. 대체육 시장과 달리 현재 배양육을 제조하는 회사는 생산 방식과 에너지 소모량 등에 대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는다. 상용화를 위해 경쟁 중인 상황 탓이다. 대체 단백질 시장이 잡아야 할 미래의 타깃은 환경 감수성이 높은 Z세대다. 미래의 소비자를 위해 생산 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낮춰야 하는 과제가 주어졌다.
REFERENCE _ 모다모다

푸드테크와 미래식량 등 대체 단백질에 붙여진 이름은 많지만 정확한 정의도 없는 상황이다. 정의가 되지 않으니 범주와 안전관리기준, 상표 규정도 가능할 리가 없다. 축산업계는 들어가지 않은 원재료를 제품명에 쓰지 못하게 한 식품위생법을 근거로 ‘육(肉)’이 아닌 ‘축산대체식품’으로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세포 배양육의 경우 기존의 규정으로 관리가 어렵다. 다른 나라처럼 명칭부터 시작해 기준과 규정을 모두 다시 세워야 한다. 제도가 법을 따르지 못해 새로운 시도에 제동이 걸리는 일은 많았다. 염색샴푸 시장에 처음 진입한 ‘모다모다’가 식약처의 기준 미비로 인해 판매길이 막힌 사례가 대표적이다. 부랴부랴 규제를 완화해 토종 OTT를 진흥하려는 시도도 비슷하다. 언제나 제도 공백이 시장의 발목을 잡았다.
INSIGHT _ 새로운 고기의 가치

고기는 가치의 문제다. 사냥은 강함의 상징이었고, 위험천만한 모험이었다. 그렇게 얻은 고기는 승리의 표식이 됐다. 사냥은 더 이상 생존의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고기가 가지는 강인함의 가치는 공고했다. 공장식 축산은 자본주의 진화에 맞춰 값싼 고기를 많이 공급할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지향했다. 그러나 이는 결코 경제적이지는 않았다. 좁은 공간에서 많은 가축을 키우다보니 살충제와 항생제를 쓰게 됐고, 성장을 촉진하기 위한 호르몬을 주사하기도 했다. 새로운 고기는 공장식 축산의 사회적 비용을 개선할 뿐만 아니라 약육강식이라는 인식을 바꾸려는 시도로서 탄생했다. 새로운 가치를 선점하려는 기업들에게 대체 단백질이 매력적인 이유다. 고기의 가치는 계속해서 변해왔다. 사냥과 공장을 거쳤다. 이미 배양육과 대체육은 고기 역사의 일부다.
FORESIGHT _ 소비자의 선택

산업통상자원부의 연구 지원 사업인 '알키미스트 프로젝트'는 5년간 스페이스에프에 25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2027년에는 배양육 상용화의 얼개가 갖춰지는 셈이다. 배양육 전문 스타트업인 이스라엘의 '알레프 팜스'는 지난 4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실험을 진행했다. 기대에 찬 시도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그러나 멀기 때문에 더 철저히 준비할 수 있다. 가치는 느리게 바뀐다. 상용화에 대비해 투명성을 높이고 불안감은 줄여야 한다. 미래의 소비자를 설득하는 과정은 기술적 혁신 못지않게 중요하다. 소비자가 바뀌어야 단백질도 바뀐다. 빌게이츠는 이렇게 말했다. “언젠가 우리는 할아버지 세대가 고기를 먹기 위해 동물을 죽이던 모습을 돌아보며 옛날에는 그런 시절도 있었다고 이야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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