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의 이동 세계

5월 20일 - FORECAST

전기자전거 플랫폼 일레클이 서비스 범위를 전국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형 PM 시장은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전기자전거 플랫폼 일레클(elecle)을 운영하는 나인투원이 서비스 범위를 전국으로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일레클은 경기 수원과 충남 천안에 이어, 동남권까지 진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형 PM 시장은 어디까지 확장할 수 있을까?
WHY _ 지금 전기 자전거를 읽어야 하는 이유

한국은 전기 자전거 수요를 기대할 수 있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전기 자전거와 연동 가능한 대중교통이 발달되어 있을 뿐더러, 수도권 인구 집중으로 교통 체증에 지친 시민들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할 수 있다.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은 지역에서도 적당한 속력과 안전을 담보한 이동성은 전기 자전거의 큰 장점이다. 잠깐의 유행으로 사라진 전동 킥보드와 달리, 전기 자전거는 안정적인 퍼스널 모빌리티(PM·Personal Mobility)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

DEFINITION_ 전기자전거

일레클은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다. 전기 자전거의 작동 방식은 크게 ‘PAS’와 ‘스로틀’ 두 가지다. PAS(Pedal Assist System)은 페달을 밟아 바퀴를 돌릴 때만 전기 모터가 작동하는 반면,  스로틀(Throttle)은 페달을 밟지 않아도 핸들에 달린 레버를 당기면 전기 모터가 작동하는 방식이다. 현행법상 국내에선 PAS 방식의 전기 자전거만이 자전거 도로를 이용할 수 있으며, 일레클도 이에 해당한다. 최고 속력은 25km/h로 제한된다.


KEYMAN_ 배지훈

국내 최초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의  아이디어는 가파른 통학길 언덕을 오르던 학생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배지훈 나인투원 대표는 서울대학교 출신이다. 2호선 서울대입구역에서 실제 캠퍼스에 도착하기까지, 배 대표는 매일 아침 교통 체증 속에서 40분간 버스를 타던 시절을 회상한다. 극심한 경사로라 일반 자전거를 이용할 수도 없던 때, “차도 인도도 아닌 제3의 지상 이동 공간을 달릴 수단”의 필요성을 체감했다고 한다.


NUMBER_ 7만 8000대

전기 자전거 시장은 빠르게 성장 중이다. 한국스마트이모빌리티협회에 따르면 2020년 국내 전기 자전거 판매 대수는 7만 8000대에 달한다. 전해 판매량(4만 대)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 또한 세계 시장과 비교하면 걸음마 단계다. 뉴욕타임즈는 “전 세계에서 가장 잘 팔리는 전기 운송 수단은 전기차가 아니라 전기 자전거”라고 보도했다. 2020년 미국에서 전기차가 23만 1000대 팔릴 동안 전기 자전거는 약 50만 대 팔렸다. 딜로이트 컨설팅은 2023년 전 세계 전기 자전거 판매량이 1억 300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REFERENCE_ 완성차업계

전기 자전거를 바라보는 완성차 기업들의 태도 또한 달라지고 있다. 지엠(GM)은 2019년 전기 자전거 ‘아리브’를 출시하고 유럽 지역 판매를 시작했다. BMW, 아우디, 포드 등 완성차 회사들 또한 전기 자전거 생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동차 산업이 적자를 감수하고 전기차 시장에 뛰어들었던 것은 기존 모델만으로는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는 곤경과 블루 오션에 대한 가능성에서 기인한다. 전기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완성차 업계가 기존 기술을 활용해 업계 내 초격차를 벌일 수 있는 분야다. 전기 자전거가 라스트마일 배송에 도입되는 등 긱 이코노미의 강자로 떠오를 수 있다는 분석도 한몫했다.


MONEY_ 100만 원

국내에선 아직 개인 소장이 아닌 공유 서비스를 통해 전기 자전거를 접하는 경우가 많다. 가격 문제다. 중저가형 모델은 40~50만 원대지만 우리가 알 만한 삼천리, 알토스 등의 제품은 최소 100만 원선이다. 가격을 결정하는 가장 큰 요소는 배터리 성능이다. 배터리 성능이 낮을수록 전력이 일찍 소진되어 ‘전기 자전거’의 정체성이 유명무실해진다. 공유 서비스의 가격 또한 만만치 않다. 일레클의 요금제는 서울 기준 첫 5분은 1000원, 이후 1분마다 100원이 추가된다. 1시간을 타면 6500원이다. 카카오 T바이크도 비슷하다. 최초 15분 1500원, 1분당 100원 추가로 1시간 이용 시 6000원이다. 서울권 일반 자전거 공유 서비스 따릉이(일일권 기준 1시간에 1000원)나 일반 대중교통 요금과 비교하면 전기 자전거의 가격은 매우 높은 편이다.

CONFLICT_ 카카오

일레클이 2020년 10월 베타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이듬해 봄 카카오도 전기 자전거 공유 서비스 ‘T 바이크’를 출시했다. 가격과 마찬가지로 장비상의 대단한 차이는 없다. 일레클은 지정된 반납소가 있는 반면 T 바이크는 이용 지역 내 어디에나 두고 가면 된다는 점, 일레클의 최대 속도(25km/h)가 T 바이크(20km/h)보다 높다는 점 정도다. 관건은 누가 어느 지역을 먼저 선점하느냐가 될 것이다. 현재 T 바이크는 전국 4000대, 일레클은 6000대 규모로 운영 중이다. 서울시가 지원하는 ‘에스바이크’, 개인형 이동수단 통합 플랫폼 ‘고고씽’도 있으나 모빌리티 산업의 강자, 쏘카와 카카오가 뛰어든 시장에서의 모험은 순탄치 않아 보인다.


RISK_ 배터리

전기 자전거의 문제점은 전기차와 마찬가지로 이윤 구조가 매우 적다는 것이다. 제조 단가에 절대적인 비율을 차지하는 배터리와 모터의 비용이 높아 원가 절감이 어렵다. AS 비용도 덩달아 비싸다. 소비자 측에선 비싼 가격을 두고 ‘이 가격이면 대중교통을 이용하겠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일반 자전거와 달리 고장 빈도와 수리 비용이 높은데, 여러 사용자가 하나의 장비를 나눠 사용하는 ‘공유 경제’이다 보니 서비스 운영사 측에서도 골치다. 아무리 유용한 서비스도 배터리 효율과 가격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RECIPE_ 친환경

높은 가격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일까. 전기 자전거 업체들이 강조할 수 있는 키워드는 ‘친환경’이다. 루프트한자 이노베이션 허브에 따르면 전기자전거 1km당 탄소 배출량은 16그램으로 내연차 208그램의 8퍼센트 정도다. 전기차의 배출량 92그램과 비교해도 17퍼센트에 불과하다. 현재는 개인이 전기 자전거 구매 시 일부 지자체에서 30만 원까지 지원하는 수준이다. 예산의 규모와 폭이 넓어져 저렴한 요금제가 도입된다면, 전기 자전거는 전기차보다 시민의 이동성을 높이면서도 탄소 감축에 효율적인 모빌리티로 자리잡을 수 있다.


INSIGHT_ 도로 혁신

달릴 곳 없는 자전거는 의미가 없다. 2020년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던 전동 킥보드가 꺾인 것은 한순간이었다. 사고가 너무 잦았던 탓이다. 킥보드 보험이 자취를 감춘 것은 물론, 2021년 5월부터 헬멧 의무 착용 및 면허 소지 규정이 도입됐다. 안전상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모빌리티의 생명은 끝이다. 도로 혁신이 필요한 이유다. 보행자 도로와 분리된 전용 도로가 마련되고, 충전소 및 거치대가 늘어나 이동 후의 관리도 철저해야 한다. 독일과 같이 철저한 벌금제도 방법이다. 제도를 통해 안전성과 안정성을 모두 확보할 때 전기 자전거는 보행자를 위협하는 무법자가 아닌, 차량도 보행도 주지 못했던 매력을 지닌 제3의 이동 수단이 된다.


FORESIGHT_ 원플로우

쏘카는 지난해 10월과 12월, 타다와 일레클을 연달아 인수했다. 최근엔 올해 하반기 ‘모빌리티 슈퍼앱’ 론칭 계획을 밝혔다. 타다의 모토는 택시 앱이 아닌 ‘새로운 이동 기준을 제시하는 모빌리티 플랫폼’이다. 일레클은 자전거 대여 서비스가 아닌 ‘모든 이동의 시작과 끝’을 표방한다. 쏘카가 꿈꾸는 PM 경제는 여기 이미 드러나 있다. 개인이 원하는 모빌리티를 TPO에 맞게 골라서 예약하고 사용하고 반납할 수 있는 원플로우(One-Flow) 플랫폼이다. 렌트카나 택시, 전기 자전거에 국한하지 않는다. 대중교통과의 연동은 물론, 내가 자주 다니는 경로와 자주 이용하는 모빌리티를 조합한 맞춤형 요금제가 출시될 것이다. PM의 등장은 단순히 이동 수단의 추가가 아니다. ‘대중교통’의 오랜 정의에 내미는 새로운 도전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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