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공포를 설명할 방법이 없다 한 작가의 양극성 장애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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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에마뉘엘 카레르
에디터 신아람
발행일 2022.06.01
리딩타임 17분
가격
전자책 3,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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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세계적인 작가이자 영화감독인 에마뉘엘 카레르에게 우울의 덫이 찾아왔다. 예순이 다 된 나이에 양극성 장애 진단을 받은 저자는, 이 병과 싸워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그의 모든 것이 산산이 부서지고 말았다.

사람의 몸은 병든다. 그리고 사람의 마음도 병든다. 이 당연한 사실을 인정하기까지, 인류는 너무 많은 길을 돌아왔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작가인 저자에게도, 불현듯 마음의 병이 찾아왔다. 저자는 이 글에서 자신의 병을 깨닫기까지 얼마나 참담한 여정을 거쳐야 했는지, 그리고 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자신이 어떻게 구원받았으며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특유의 저널리즘적인 문체로 고백한다.

누구나 병들 수 있다. 그러나 정신병의 경우, 누구나 치료를 선택하고 살아남지는 않는다. 예민한 감수성과 정신의 힘으로 살아온 이 작가는 병으로부터 우리가 생존해야 한다고, 생존할 수 있다고 증명하고 있다.

* 17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

The Guardian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가디언》과 파트너십을 맺고 〈The Long Read〉를 소개합니다.〈The Long Read〉는 기사 한 편이 단편소설 분량입니다.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합니다.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정치와 경제부터 패션과 테크까지 세계적인 필진들의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합니다.

원문: 완결
저자 소개
에마뉘엘 카레르(Emmanuel Carrère)는 세계적인 작가이자 영화감독이다. 1986년 데뷔작 《콧수염》 이래, 특유의 저널리즘식 글쓰기로 탁월한 역량을 인정받으며 문단에 확고한 입지를 굳혔다. 1957년 파리 16구의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파리에 살고 있다. 최근작은 초기 기독교 역사를 재구성한 팩션으로 프랑스 내에서만 수십만 부 이상 팔린 《왕국》이 있다.

역자 전리오는 서울대학교에서 원자핵공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총연극회 활동을 하며 글쓰기를 시작해 장편 소설과 단행본을 출간했다. 음악, 환경, 국제 이슈에 많은 관심이 있으며 현재 소설을 쓰면서 번역을 한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병과 함께 삶이 무너졌다.
2. 입원, 싸움은 그만한다.
3. 케타민이라는 구원
4. 잃어버린 것에도 불구하고
5. 한 줌의 소금이 부족해서

에디터의 밑줄

“거의 60이 다 된 나이에 이르러서야 자신에게 어떤 질환이 있다고 진단을 받는다는 것은 충격적인 일이다. 심지어 이름도 모르는 그 질병 때문에 평생을 고통받아왔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당신이 일단 우울증에 빠지면 절대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당신이 살아서 그 상황을 빠져나가지 못할 거라고, 유일한 탈출구는 자살뿐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말이다.”

“내가 어떻게 생각하든, 말하든, 행동하든 아무런 상관이 없다. 한 사람 안에 서로에게 적대적인 두 명의 자아가 존재하기 때문에 더는 자기 자신을 믿을 수 없게 되는 것이다.”

“내 사랑의 비밀스런 상징이었던 테라코타 조각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렇게 생각했다. 저게 바로 너야. 이보다 더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었을 거야. 모든 것이 부서졌어. 아무것도 고칠 수 없어. 모든 게 끝났어.”

“그렇게 아침이 되자 내가 원하는 것은 그저 나를 단 30분 만이라도 천국으로 보내줄 수 있는 케타민이었다. 나는 케타민을 너무나도 간절하게 원했다.”

“나는 그들이 하는 말을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나를 중유(中有, 생과 사의 중간)의 단계로 데려다주기 위하여 《티베트 사자의 서(Tibetan Book of the Dead)》 를 암송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위쪽으로 한 줄기의 빛이 보였다. 그곳에 가야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곳으로 가야만 했다. 출구를 놓치면 안 된다.”

“그 자리에서 나는 그에게 이러한 기억력 문제에 대해 불평했다. 그러자 그가 이렇게 말했다. ‘시를 암기해 봐, 그러면 녹슬어 있는 자네의 기억력 세포들을 깨끗이 씻어줄 거야.’ 그래서 비록 끔찍할 정도로 힘들었던 시기였지만, 시를 외우는 일은 삶을 좀 더 감내할 수 있게 해주었다.”

“내가 고통스러워했던 모든 것들이, 내가 초래했던 모든 고통들이 그저 나의 두뇌에 한 줌의 소금이 부족해서 생겨났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참담할 따름이다. 그리고 만약에 그런 소금의 효능을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그것을 좀 더 일찍 맞았더라면, 나는 기나긴 악몽을 꾸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행복했거나 적어도 평범한 삶을 살았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