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다녀오셨어요?

6월 7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마트가 새로운 날개를 달았다. 마트의 날개는 익숙하고 편안한 체험의 공간을 향한다.

  • 2020년 리뉴얼을 단행한 이마트 월계점이 지난해 전체 매출 1위를 달성했다.
  • 온라인은 오프라인보다 간편하기 때문에,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경험은 공고해졌다.
  • 익숙한 공간인 마트의 새로운 변신을 통해 오프라인의 본질을 읽을 수 있다.

DEFINITION_ 이마트 월계점

이마트 월계점은 다른 이마트와 다르다. 일반적 이마트 매장과 달리 생필품보다 소품 판매 매장을 전면에 배치했다. ‘안다르’, ‘레고스토어’와 같이 젊은 층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매장이 좋은 자리를 차지했다. 매장 전체는 검정색과 노란색이 아닌 파스텔 톤으로 구성돼 있다. 카트를 끌기 편한 직선형 동선보다 지루하지 않게 돌아다닐 수 있는 곡선형 동선을 구성했다. 바로 옆에는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가 있다. 이마트 월계점의 지난달 매출은 리뉴얼 이전보다 114퍼센트 올랐다.

KEYMAN_ 강희석

새로운 마트는 편리함보다 재미를, 필요한 것보다 인기 있는 것을 내세운다. 정용진 부회장에게 마트는 ‘쇼핑 공간’이 아닌 ‘문화와 휴식의 공간’이다. 이마트 강희석 대표는 이 지향을 구현했다. 판데믹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유지가 아닌 후퇴였다. 리오프닝 이후 모든 오프라인 채널에게는 새로운 전략이 필요했다.
  • 백화점의 전략은 독특한 공간이었다. 갤러리아 광교점은 미술품과 독특한 조경, 인테리어를 통해 인스타그래머블한 공간을 겨냥했다.
  • 브랜드는 플래그십 스토어에 열을 올렸다. 명품 시장은 잇따라 F&B라인을 론칭하며 브랜드의 럭셔리함에 익숙함을 더했다.
  • 그러나 마트의 지향은 달랐다. 마트는 인스타그래머블하지도, 신기하지도, 혹은 꼭 들려야 하는 공간도 아니기 때문이다. 마트는 동네마다 하나씩 있는 공간이지만 오래 머물고 싶은 공간이 돼야 했다.

REFERENCE_ 더현대 서울 1주년 리포트

여의도에 위치한 더현대 서울이 1주년을 기념해 발표한 리포트, 〈더현대 서울 나우〉는 더현대 서울의 성공 지수를 걸음수, 계단수, 시간, 로봇의 이동 거리로 나타냈다. 더현대 서울의 성공 신화는 온라인이 할 수 없는 것, 온라인은 구현하지 못하는 것에 있다는 증거다. 오프라인은 온라인보다 불편하고, 느리고, 힘들지만 고객들은 여전히 그 의도된 불편함에서 또 다른 매력을 찾았다.
RECIPE_ 차별점
 
  • 마트와 ‘걷기’ 오프라인만이 줄 수 있는 차별적 경험은 걷는다는 행위 자체다. 사람은 걸으면 지친다. 목이 마르고 다리가 아프다. 목이 마른 이에게 시음회 매대에 놓인 음료수는 달다. 다리 아픈 이에게 안마의자 체험 공간은 더 없이 매력적이다.
  • ‘마트’와 걷기 ; 식료품 구매 트렌드 리포트 2021〉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식료품 구매에 있어 온라인과 오프라인 채널 모두를 포함해 압도적인 1위다. 대형마트를 이용하는 이유 1위는 식료품이 아닌 다른 물건을 함께 구매할 수 있고 다양한 상품을 구비해 놓고 있다는 점이었다. 편의점은 가깝고 어디에나 있지만 많은 종류의 물건을 구비하지는 못한다. 대형마트는 ‘대형’이라는 특성을 강조하여 편의점에서는 구할 수 없는 물건을, 온라인에서는 찾을 수 없는 경험을 구비했다.

NEOLOGISM_ 초품마

마트는 편의점과 온라인을 넘어 길거리의 소매점과 전통 시장이 하지 못하는 것 역시 시도했다. 어린 아이와 동행해야 한다면 브랜드의 매장들을 하나하나 둘러보는 대신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모든 것이 있는 마트에 방문하는 게 편하다. ‘초품아’는 초등학교를 품은 아파트라는 뜻의 신조어다. 단순히 초등학교와 가까운 아파트가 아니라, 아파트와 학교가 바로 붙어 있어 등‧하교가 편한 아파트를 뜻한다. 이제는 마트도 초등학생을 품어야 한다. 지난 1월 홈플러스는 매장 내 공실에 어린이 수영장과 키즈카페를 개관하면서 유휴 공간 활용을 통해 마트 방문을 유도했다. 키즈 카페에 아이를 잠시 맡겨 두고, 소품점과 서점을 구경하며 커피를 마시는 일은 현실적인 힐링 코스가 될 수 있다.
RISK_ 1인 가구

오픈서베이에 따르면 2인, 3인, 4인 이상 가구 모두가 오프라인과 대형마트를 중심으로 식료품을 구매하지만 1인 가구는 다른 가구에 비해 오프라인을 현저히 적게 사용한다. 식료품을 구매할 때 55퍼센트 이상 오프라인 채널을 이용하는 다인 가구와 달리, 1인 여성 가구의 오프라인 식료품 구입 비율은 37퍼센트에 그친다. 이들은 필요한 만큼의 식료품만 구매하며 시간과 비용 절약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새로운 가구 형태가 뉴노멀이 되어 가는 만큼, 마트의 소비층을 공고히 하고 넓혀 갈 필요가 있다.
TRIAL_ 취사선택

1인 가구를 끌어들이기 위한 마트의 전략은 다양했지만 어딘가 익숙했다. 편의점의 간편함, 백화점의 럭셔리함, 힙스터의 골목에서만 만나 볼 수 있었던 브랜드, 온라인에서만 접했던 제품 등을 내세웠다. 마트가 갖기 어려웠지만 마트와 섞일 수 있는 요소를 취사선택한 셈이다. ​​​​​이마트 월계점은 비식료품 매장을 7분의 1 규모로 축소해 식료품과 신선 식품에 강점이 있는 대형마트의 본질을 살렸다. 실온에 보관된 맥주 박스 대신 대형 맥주 냉장고를 도입해 쇼핑 후 바로 시원한 맥주를 즐길 수 있게 했다. 줄어든 비식료품 매대에는 다른 마트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최고급 주방용품과 게임기, 운동 용품이 놓였다.
INSIGHT_ 체험

체험과 경험은 일견 비슷해 보이지만 분명 다르다. 경험(經驗)은 다스리는 문제지만 체험(體驗)은 몸의 문제다. 우리는 가상의 것을 경험할 수는 있지만 체험하기는 어렵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커머스보다 우위에 설 수 있는 건 고객의 몸과 행위 때문이다.
  •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앤비’는 최근 고객의 체험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카테고리를 개편했다. 고객은 다양한 카테고리에 접근하면서 동굴 옵션을 택할 수도, 나무 위의 집에서 하루를 보낼 수도 있게 됐다.
  • 화장품 편집숍 ‘시코르’는 5년 만에 강남 매장을 리뉴얼하면서 고객의 체험을 다양화하겠다고 밝혔다. 퍼스널 컬러 테스트, 네일 케어 등을 체험할 수 있다.
온라인은 속도와 양의 싸움이지만 오프라인은 질과 체험의 문제다. 마트는 걷는 행위와 마트의 분위기, 평소라면 사지 않았을 군만두를 사는 과정까지 포함한다. 마트의 리뉴얼이 체험의 본질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나아간 까닭이다.
FORESIGHT_ 마트의 전략과 미래
 
  • THREAT ; 편의점과 백화점도 마트의 강점을 재해석하며 다른 채널을 위협하고 있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올해의 핵심 전략을 신선 식품 강화로 꼽았다. 탄탄한 오프라인 거미줄을 형성하고 있는 편의점이 신선 식품 분야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백화점은 키즈 교육 콘텐츠를 강화해 다인 가구를 겨냥했고, 가전과 주류 분야의 체험 매장을 늘려 마트를 위협하고 있다.
  • STRATEGY ;  마트는 편의점과 백화점 중간에 위치한다. 백화점보다는 많고, 편의점보다는 넓다. 마트의 전략은 편의점과 백화점 사이에서 알맞은 정도를 유지하기 위해 줄을 타야만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모두를 운영하는 옴니채널 전략은 당연하다. 편의점의 간편함과 백화점의 문화 공간적 특성 모두를 적당히 챙겨야 한다.
  • HIGHLIGHT ; 아슬아슬한 줄타기 사이에서도 마트가 유지할 수 있는 유일한 강점이 있다. 바로 ‘익숙함’이다. 대도시를 제외하고 백화점은 접근 자체가 어렵다. 편의점은 많지만, 오래 머무는 공간은 아니다. 마트는 백화점보다 많고 편의점보다 오래 머문다. 마트가 익숙한 공간이 된 이유다. 이 익숙함을 토대로 오프라인의 강점과 본질을 되살리는 것이 마트의 하이라이트다. 마트의 날개가 더 튼튼해지는 방법인 셈이다.


온라인의 범람으로 사라진 도시의 백화점과 그 공간을 되살리려는 노력을 읽고 싶으시다면 플랫폼과 〈백화점 멸종의 시대〉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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