Z세대는 참지 않지

6월 17일 - FORECAST

©일러스트: 권순문/북저널리즘

중국에서 제로 코로나 정책에 반발하는 학생 시위가 연일 열린다. 시진핑의 3연임을 앞두고 Z세대는 새로운 변수가 될까.

  • 정부를 향한 공개 비판이 통제된 중국에서 이례적 시위가 연일 발생하고 있다.
  •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반대하는 학생 시위에서 “시진핑 타도” 구호까지 나왔다.
  • 중국의 Z세대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서슴없다. 다시 말해 그들은 ‘참지 않는다.’

BACKGROUND_ 제로 코로나

중국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두 달가량 상하이의 문을 걸어 잠갔다. 고강도 정책의 효과는 의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진행형이다. 몇 명이 됐든 감염자가 느는 곳은 봉쇄된다. 350만 명이 거주하는 베이징의 거주단지 차오양구도 봉쇄됐다. 방역당국은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전 주민을 대상으로 PCR 검사를 진행했다. 중국 쑤저우은행은 보고서를 통해 4~6월 중국에서 진행된 코로나19 검사가 108억 건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우리 돈 33조 원에 달한다. 중국 당국은 연초 올해의 성장률을 5.5퍼센트로 정했다. 중국은 2022년에 이미 문화대혁명 이후 최악이라는 2.2 퍼센트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올해는 그마저 미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INCIDENT_ 침착응부

시위도 거세졌지만 주목할 것은 당국의 대처다. 강압적인 대처를 하던 과거완 달리 다소 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시위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모습이다. 덩샤오핑의 28자 방침 중 하나인 ‘침착응부(沉着应付)’를 연상케한다. 상황과 능력을 고려해 침착하게 대처하라는 의미다. 강력한 통제가 사실상 불가할 정도로 시위가 많기도 하거니와 제로 코로나 정책이 다소 무리수임을 자인하는 대목이다.
  • 베이징 인근인 허베이성 옌자오에선 주민들이 목소리를 모았다. 베이징 봉쇄로 옌자오 거주민들의 통근길이 막혔기 때문이다. 결국 산허시 당국자가 나서 ‘통근 패스’를 도입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 상하이 최대 의류 도매 시장인 치푸루에선 상인들이 임대료 반환 시위를 벌였다. 어김없이 공안들이 시위 현장에 출동했지만 별다른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 베이징을 중심으로는 학생 시위가 벌어졌다. 베이징대, 베이징사범대, 정법대 등의 학생들은 기숙사 봉쇄 조치에 항의하며 귀향 허가를 요구했다. 결국 학교가 한발 물러났다. 학생들은 48시간 내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면 집에 돌아갈 수 있게 됐다.

DEFINITION_ 지우링허우(九零后)

학생은 많은 경우 현대사에서 혁명의 주인공이었다. 중국의 1989년 톈안먼 사건도 그랬고 이번 시위에서도 학생들의 불만이 두드러진다. 중국은 학생 시위에 특히 촉각을 세운다. 비단 이들이 학생이어서가 아니다. Z세대, 90년대생인 이들의 특수성 때문이다.
  • ‘바링허우(80后)’라는 신조어는 1980년생 젊은 작가를 일컫는 말이었다. 이는 곧 세대를 통칭하게 됐다. 1990년대생은 자연스레 지우링허우가 되었다.
  • 바링허우와 지우링허우는 모두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태어난 세대다. 바링허우는 개혁개방 초기에 유년기를 보낸 세대다. 먹고 누릴 수 있는 것이 제한적이었다.
  • 반면 지우링허우는 고성장의 혜택을 직접 누렸다. 이들의 관심은 단순히 먹고 사는 것이 아니다. 개성의 발현, 개인의 권리, 행복에 대한 관심이 다른 세대보다 높다. 뉴욕의 보보스족[1]과 비교되기도 한다.
  • 이들을 가장 잘 표현하는 단어는 ‘젤리족’이다. 형체가 정해지지 않은 젤리처럼 유동성을 띄고 있다는 뜻이다.[2]

RISK_ 인터넷

지우링허우는 디지털 세대다. 이 특징은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하는 중국공산당에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중국공산당은 방화장성으로 불리는 디지털 공안 체제 아래 인터넷을 검열한다. 톈안먼 항쟁이나 중국 정부에 민감한 모든 내용은 실시간 적발되고 삭제된다. 우회로가 없는 것은 아니다. 2014년 6월부터 지금까지 중국 내에서는 구글에 접속하기 위해 가상사설망(VPN)을 은연 중에 이용해왔다. 웹이라는 환경에서 완벽한 검열이란 성립하기 어렵다. 당국의 무차별적 검열은 지우링허우에게 오히려 역효과를 낳았다.
  • 스트라이샌드 효과 ; 온라인상에서 정보를 검열 또는 은폐하려다 그 정보에 대한 더 큰 관심과 확신을 불러오는 현상을 말한다. 톈안먼 시위 33주년을 하루 앞두고 중국의 인기 쇼핑호스트 리자치의 인터넷 생방송이 갑자기 중단됐다. 중국의 트위터인 웨이보에는 리자치와 관련한 해시태그가 범람했다. 리자치가 방송 중에 소개한 아이스크림이 탱크 모양을 닮아서 그럴 거라는 가설이 힘을 얻기 시작했다. 톈안먼 항쟁을 모르던 젊은 팬들은 검색을 통해 탱크의 의미를 알게 됐다. 중국의 검열은 인터넷에 능한 지우링허우를 만나 스트라이샌드 효과가 되었다.

INSIGHT_ 양날의 검

지우링허우는 야망과 저항 사이를 오가는 세대다. 이들의 특징은 중국에 양날의 검이다. 젊은 세대의 야망은 국가가 성장하는데 있어 직·간접적인 강점으로 작용한다. 때로는 시진핑의 권력을 공고하게 만들어 준 민족주의적 성향이 발견되기도 한다. 문제는 이들이 이전 세대보다 새롭고 다양한 요구를 표출한다는 데 있다. 만족스럽지 않으면 언제든 저항할 준비가 되어 있다. 실제로 지우링허우는 다른 세대에 비해 중국공산당과 정부에 대해 박한 평가를 내린다. 압축 성장을 경험한 아시아 국가들의 계급 갈등과 세대 갈등의 서사가 지우링허우에게도 동일하게 드러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중국 젊은 세대의 심정을 대변하는 ‘탕핑(平)주의’는 한국의 ‘삼포 세대’와 닮았다. 디지털 세대인 지우링허우는 인터넷을 공론장 삼아 빠르게 의견을 공유한다. 그들의 불만은 언제든 당과 정부에 대한 분노로 탈바꿈할 수 있는 탄성을 가지고 있다.
STRATEGY_ 이중전략

중국공산당이 무엇보다 두려워하는 것은 내부 통제에 실패하는 것이다. 공산당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다. 일당독재는 구성원의 자발적 동의를 필요로 한다. 변수가 있어서는 안되는 게임이다. 시진핑은 지우링허우라는 양날의 검에 맞서 이중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 내부의 적 ; 집단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종종 문제의 책임을 질 희생양을 찾는다. 중국 국가안전부는 20차 당대회를 앞두고, 국가 안전을 해치는 행위를 신고하면 포상금을 지급하는 법을 시행했다. 실제로 시진핑의 코로나19 대응 능력을 비판했던 중국 인권 변호사는 재판을 앞두고 있다. 안보를 앞세워 외풍이 든 내부의 적을 처단하는 방식은 역동적인 Z세대에게 효과적일 수 있다.
  • 공동부유 ; ‘같이 잘 살자’는 의미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8월 공산당 중앙재경위원회 회의에서 강조했다. 마오쩌둥 초대 주석이 처음 제안한 공부론에 가까운 방향이다. 사회주의 본연의 정체성에 더욱 부합하는 방식이며 재분배 정책의 일환이다. 배곯던 기성 세대에게 외치던 ‘선부론’과는 다르다. 계급 갈등과 불평등이 해결되지 않은 중국은 실업률과 저성장에 시름하는 지우링허우를 맞았다. 이들에게는 성장의 유혹보다 분배의 문법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

REFERENCE_ 톈안먼 사건

재분배를 강조하는 시진핑의 모습은 의미심장하다. 1989년 톈안먼 사건 배경에 빈부격차가 있기 때문이다. 개방 후 중국식 자본주의가 성장하는 과정은 농민공에게 험난했다.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개선되지 않는 실업률은 농민공의 불만을 야기했다. 이는 특권을 이용해 배를 불리는 부패 관료 집단을 향한 정치적 불신으로 이어졌다. 이때 민주, 개혁 성향이 짙은 2인자 후야오방이 농민공의 눈에 들었다. 농민공의 지지를 받았던 후야오방은 결국 중국공산당 내에서 견제 대상이 되어 축출됐다. 후야오방의 사망은 시위의 시작점이 되었다. 지우링허우는 신세대 농민공이다. 개혁개방의 역사적 맥락 속 불평등에 민감한 DNA를 타고났다. 이들은 현재 도시 속의 불평등을 마주하고 있다. 지우링허우는 희생양을 찾지 않는다. 공동부유의 한계를 확신하는 순간, 그들의 분노는 내부 권력으로 향할 수 있다.
KEYMAN_ 리커창

최근 리커창 국무원 총리의 입지가 커지고 있다. 약세 총리로 분류되던 리커창이 중국 관영 매체에 등장해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정책에 정면으로 맞서는 발언을 했다. 이는 제로 코로나 정책에 지친 지우링허우의 간지러운 부분을 긁어줬다. 이들에게 리커창의 발언은 국가 안전을 해치는 행위가 아니라 ‘소신 발언’으로 다가왔다. 상하이 봉쇄로 시민들의 불만이 커질 무렵이었다. ‘습하리상(習下李上)’이라는 단어까지 등장했다. 시진핑이 낙마하고 리커창이 1인자에 오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한다.
CONFLICT_ 베이다이허 회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진핑 주석이 3연임을 이어 갈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중국 지도부는 매년 여름 휴양지 베이다이허에서 비공개 회의를 연다. 실질적으로 중국의 굵직한 정책이 정해지는 매우 중요한 회의다. 치열한 내부 투쟁의 윤곽이 드러날지 모른다. 올해 8월에도 예정되어 있다. 시민사회에서 표출된 시진핑의 제로 코로나, 공동부유 정책에 대한 유례없는 불만 이후 맞게 되는 첫 밀실 회의다. 여론을 등에 업고 입지를 넓힌 리커창과 시진핑이 이 자리에서 만난다. 리커창의 영향력이 시진핑을 위협할 정도인지는 회의적이다. 하지만 다른 계파의 발언권이 강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FORESIGHT_ 지우링허우는 참지 않지

시진핑의 입지는 여전히 강력하다. 연임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에 지금의 기조를 무리해서 꺾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리커창 총리는 지난 3월 중국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회의 후, 본인의 임기가 종료된다는 점을 못박았다. 결국 시진핑을 위협하는 건 리커창 대망론이 아니다. 리커창 대망론을 만들어낸 배경이다. 리커창은 언제든 치환될 수 있는 지우링허우의 분노다. 시진핑은 제로 코로나 정책을 두고 “승리는 인내에서 나온다”고 했다. 그가 간과한 것이 있다. 바로, 참지 않는 세대의 탄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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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부르주아(bourgeois)와 보헤미안(Bohemian)의 합성어인 부르주아 보헤미안(bourgeois Bohemian)의 준말이다. 디지털 기술이 급성장하면서 등장한 디지털 엘리트 계층을 말한다.
중국의 미래 주역 ‘지우링허우(90후(后))’, 임상범,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2017
[2]
중국의 미래 주역 ‘지우링허우(90후(后))’, 임상범, 성균관대학교 성균중국연구소,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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