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인간은 메시지다

6월 15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가상인간이 쏟아져 나온다. 전략과 시도도 다양해지고 있다.

  • ‘넷마블’의 자회사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에서 개발한 디지털 휴먼 ‘리나’가 잡지 〈나일론 코리아〉의 디지털 화보 모델로 발탁됐다.
  • 6월 10일, 패션 플랫폼 ‘무신사’는 모델 유아인을 본 뜬 가상인간인 ‘무아인’을 내놨다.
  • 가상인간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며 디지털 휴먼을 사용하는 이유, 전략이 다양해지고 있다.

MONEY_ 650조 원

시장조사 업체 ‘이머전리서치(Emergen Research)’는 전 세계 가상인간과 디지털 휴먼 시장 규모가 2020년 12조 원에서 2030년 650조 원으로 성장할 것이라 예상했다. ‘실험’으로 받아들여지던 디지털 휴먼이 기술 발전과 상용화를 거쳐 ‘산업’의 영역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AI 기술의 고도화와 소프트웨어의 진전으로 인해 1000만 원 이하의 단가로도 제작할 수 있다.
METHOD_ 3D+딥페이크
 
  • 언리얼 엔진: 가상인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디지털 휴먼의 뼈대가 되는 인물을 3D기술로 제작한다. 3D 제작 플랫폼인 ‘언리얼 엔진(Unreal Engine)’과 모델링, 렌더링 소프트웨어의 성능이 발전하며 실제 인간처럼 보이는 가상인간을 빠르고 간편하게 제작할 수 있게 됐다. 언리얼 엔진의 ‘메타휴먼’ 제작 툴은 “리얼한 디지털 휴먼을 몇 분 만에 제작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내세우고 있다. 피부색, 치아, 메이크업까지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고, 실제 스캔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샘플을 활용해 물리적 사실감을 더했다.
 
  • 디오비 스튜디오:디오비 스튜디오’는 구독자 6만 명을 보유한 유튜브 채널 ‘루이커버리’의 가상인간 ‘루이’를 개발한 스타트업이다. 이들이 딥페이크 기술에 활용하는 합성 기술은 ‘디오비 엔진’으로, 여러 사람의 얼굴을 모은다. 이 점에서 기존 딥페이크와 다른데,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얼굴이라는 점 때문이다. 가상이기 때문에 현실의 위험요소와 불안요소를 제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도 자유롭다.

STRATEGY_ 무아인

지난 6월 10일, 무신사는 가상인간 무아인을 브랜드 뮤즈로 선정했다. 같은 날 유튜브에는 ‘무신사X무아인’이라는 티저 영상을 공개하며 TV 광고에서도 활약할 예정임을 밝혔다. 무아인의 정체성은 멀티 페르소나다. 
 
  • 멀티: 실제 유아인은 몸이 하나지만, 무아인은 멀티의 몸을 갖고 있다. 덕분에 유아인이  영화나 드라마 등 작품 활동에 집중할 동안 무아인은 무신사에서 시간과 공간의 제약 없이 자유롭게 활약할 수 있다.
 
  • 페르소나: 다양한 이미지를 소화해야 하는 패션 플랫폼인 만큼, 가상인간의 다양함을 강조하기 적절하다. 무신사에는 3500여 개 브랜드가 공식 입점해 있다. 무신사의 강점이 입점 브랜드의 다양성인 만큼, 무아인의 활용 가능성도 무궁무진하다.
 
  • 유아인: 무아인이 로지, 루이 등과 같은 다른 가상인간과 다른 점은 실제 무신사의 뮤즈였던 유아인이라는 실존 인물을 빌려온다는 점이다. 실제 배우의 모습을 빌려오는 만큼, 대중의 친밀도를 만들 필요가 없다. 무아인은 유아인이 기존에 쌓아온 이미지와 친숙함을 갖고 있다. 그렇기에 무아인의 전략은 다른 가상인간들과 다르다. 솜털까지 재현한다는 등의 '사실성'을 내세운 게임 업계의 가상인간과는 달리, 무아인은 조금은 플라스틱 같거나 그래픽 같아도 호감도에는 큰 문제가 없다.

STRATEGY_ 가상인간 인플루언서
 
  • 세계관: 완벽한 세계관 속에서 구획된 캐릭터는 매력적이다. 매력적인 성격과 요소가 모인 집합체이기 때문이다. 인간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의 세계관을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적합한 사람을 골라, 세계관을 이해시키고, 그에 맞는 인간으로 재탄생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가상인간으로 구성된 아이돌 그룹은 그렇지 않다. 이미 만들어진 세계관에 완벽히 일치하는 개개인으로 구성될 수 있다. 완벽히 부합되고 일치되는 세계는 카타르시스를 준다. 가상인간은 잘 만들어진 세계관의 개체인 동시에 제4의 벽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개체다.
 
  • 안정성: 2001년, 펩시 광고 모델이었던 브리트니 스피어스가 코카콜라를 마시는 모습이 포착돼 1400억 원의 광고 계약을 잃을 뻔 했다. 기업의 입장에서 인플루언서로 내세우는 인간은 양날의 검이다. 스타의 친숙함과 이미지를 이용할 수 있지만 불안정하다. 학교폭력과 음주운전을 비롯한 사건사고 뿐 아니라 개인의 삶의 방향성까지도 주가를 요동치게 만들 수 있다. 프로그래밍 된 가상 인플루언서에게는 과거가 없다. 돌발 행동을 할 미래의 위협도 없다. 기업에게는 매력적인 제안이 될 수밖에 없다.
 
  • 트랜스 미디어: 잘 만들어진 가상인간은 어디든 오갈 수 있다. 런웨이에 설 수도, 브랜드와 콜라보를 진행할 수도, 잡지의 표지모델을 할 수도 있다. 디지털 세계로 진입하면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VR, AR 속에서 가상현실과 융합되어 인간같이 보이는 NPC로 등장할 수도 있고, 가상의 세계관과 스토리 내에서 무리 없이 섞일 수 있다. 게임에서 가상인간으로, 가상인간에서 인플루언서로, 인플루언서가 다시 게임으로 향하는 식의 순환이 가능하다. 매체와 환경을 불문하고 오가는 트랜스 미디어적 개체인 셈이다.

RECIPE_ 다양성

가상인간 개발 기술의 발전과 산업적 진입에 맞추어 다양성을 가진 가상인간에 대한 시도도 늘어나고 있다. 디지털 모델링 에이전시인 ‘휴메인(HUM.AI.N)’에서는 세 명의 가상 모델을 내세웠다. ‘자바’는 과색소침착과 주근깨를 가진 빨간 머리의 캐릭터이며, ‘모시’는 백반증을 앓는 모델이다. ‘유닉스’는 트랜스젠더 모델이다. 가상인간의 영향력이 높아지고, 메타버스가 실제와 통합되는 지금 다양한 캐릭터의 존재 자체가 실제 인간의 생각을 바꿀 수도 있다. 언리얼 엔진 역시 무한대에 가까운 얼굴 특징과 피부 유형을 강점으로 내세우며 ‘나만의 완벽한’ 가상인간을 창조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TRIAL_ 인간이 아닌

과거의 가상인간에게 완벽한 인간의 형태를 갖추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했지만 현재는 그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위험성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는 동시에 새로움이라는 브랜딩을 일궈낼 수 있는 일석이조 마케팅 전략이 되면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진다. 유명 틱톡커 ‘Nobody Sausage’는 150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다. 색다른 머리와 의상을 입고 그루비한 춤을 추는 소시지 캐릭터는 쇼트폼이라는 플랫폼의 특성과 맞닿아 대중의 눈을 사로잡기 좋았다. 새롭게 등장한 콘텐츠 플랫폼 환경, 양방향 소통이 가능해진 SNS 환경과 더불어 네트워킹과 커뮤니티의 경로가 다양해진 덕분이다. 인간의 모습을 갖추지 않았다 하더라도 AI와 플랫폼을 통해 인간과 소통하고 '인간다움'을 내세울 수 있다. 
MAYBE_ 마스코트

인간이 아닌 형태의 AI 개체가 더 확장된다면 브랜드가 마스코트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브랜드의 캐릭터와 마스코트는 해당 브랜드의 지향을 함축하고 확산시킨다. ‘야나두’는 조정석을, ‘카누’는 공유를 하나의 마스코트로 삼았다. 이제는 가상의 개체가 그 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 카카오프렌즈가 각자의 인격을 갖고 나와 소통하며 SNS를 즐기는 시대를 상상해보자.
RISK_ 비인간

가상인간이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강점은 가상인간이기에 가능한 것들이다. 동시에 가상이기 때문에 넘어야 할 산들도 존재한다.
 
  • 불쾌한 골짜기: 불쾌한 골짜기(Uncanny Valley)는 인간을 어설프게 닮은 것에서 사람들이 느끼는 불쾌감을 일컫는다. 일각에서는 무아인의 매끈한 표면을 불쾌하게 느끼기도 한다. 캐릭터 그래픽에 강점을 가진 게임 회사들은 이 불쾌한 골짜기를 넘어설 수 있는 그래픽 기술력을 내세운다. 불쾌한 골짜기를 극복하는 것은 지금의 가상인간 제작에 큰 시간과 비용이 드는 영역이다.
 
  • 무책임: 가상인간은 광고 모델을 넘어 앵커, 쇼호스트, 은행원까지 확장하고 있다. 지난 2월에는 국내 첫 가상인간 AI 앵커 ‘제나’가 데뷔했다. 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AI 은행원과 비서까지 등장했다. 한편, 현지시간 6월 12일 구글의 ‘람다’ 모델을 개발한 구글의 엔지니어 블레이크 르모인은 인공지능이 인간의 자의식을 갖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 유급 휴직 처분을 받았다. 구글은 이 주장이 과학적 근거가 없다며 일축했지만 르모인의 문제제기는 인간이 AI에 대해 가지는 불안함과 일맥상통한다. AI가 생각하고, 자의식을 가질 미래에서 AI는 인간의 자리를 일부 대체할 것이다. 그럼에도 아직 가상으로 만들어진 인간은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갖지 않는다. 그만큼 인간이 가져야 하는 의무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인간의 동반자로서 성장해야 하는 AI에게 무책임은 넘어야 할 또 다른 산이다.

FORESIGHT_ 욕망

가상인간은 사람들의 욕망을 먹이로 삼아 성장했다. 사람들은 ‘완벽한’ 개체를 원했고 ‘가까운’ 개체를 원했다. 그러나 언제나 욕망은 바뀐다. 더 편하고, 더 빠른 것을 원했던 과거와 달리 지금의 사람들은 친환경과 저소음을 원한다. 가상인간의 성장세에 따라 가상인간이 많아지고, 다양해지면 가상인간이라는 흥미로움만으로는 승부할 수 없다. 결국은 가상인간 내부에 담기는 콘텐츠와 변화하는 욕망에 대한 대비가 중요해지는 셈이다. 가상인간 버블이 꺼지기 전에 탄탄한 콘텐츠와 확장성을 갖춰야 하는 이유다. 이 바깥을 응시하는 것은 가상인간이 아닌 인간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마셜 매클루언의 유명한 경구처럼, 결국 가상인간도 메시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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