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로 넘어간 축구공

6월 16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애플TV+가 미국 프로 축구 리그 경기를 독점 중계한다. 스포츠 콘텐츠는 OTT 레드 오션의 틈새 시장이 될 수 있을까.

  • 애플TV+가 내년부터 10년간 MLS의 모든 경기를 독점 중계한다고 발표했다.
  • 아마존과 파라마운트+, 쿠팡플레이와 티빙 등 국내외 OTT들이 스포츠 생중계에 뛰어들고 있다.
  • ‘누군가와 함께 본다’는 감각을 주는 OTT가 스포츠 콘텐츠 시장을 선점할 것이다.

INCIDENT _ 애플 x MLS

애플과 미국 프로 축구 리그(MLS, Major League Soccer)가 지난 6월 14일 스트리밍 파트너십 계약 체결을 발표했다. 애플의 스트리밍 플랫폼, 애플TV+가 내년부터 2032년까지 MLS의 모든 경기를 독점 중계하는 것이다. 애플은 방영권을 확보한 대가로 MLS 측에 연간 2억 5000만 달러, 한화 3224억 원 이상을 지불한다.
MONEY_ 4.99달러

애플TV+의 월 요금제는 4.99달러, 한화 6500원 선이다. 넷플릭스 월 기본 요금제 9500원에 비하면 매우 저렴한 편이다. 애플이 OTT 시장에 진입한 이유가 플랫폼 자체의 수익이 아니기 때문이다. 애플 기기를 사면 애플TV+의 구독료는 일정 기간 할인된다. 즉 콘텐츠 산업을 통해 하드웨어 판매를 촉진하고 구독자를 애플 생태계 내 가두는 것이 애플의 OTT 활용법이다.
REFERENCE_ 쿠팡플레이

쿠팡플레이는 5월 8일부터 MLS의 2022~2023 시즌 경기들을 디지털 독점 라이브 중계 중이다. 이외에도 지난해부터 K리그, 미국프로풋볼리그(NFL), 미국프로축구리그(MLS) 등의 경기를 생중계하며 스포츠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 쿠팡플레이의 월 이용료는 4990원다. 이마저 로켓와우 서비스를 이용할 경우 무료다. 커머스 시장의 락인(Lock-in) 전략은 애플TV와 비슷하다. 사용자의 콘텐츠 시청률을 높이려는 게 아니다. 콘텐츠라는 부가 서비스를 어필해 가입 해지율을 낮추려는 목적이다.
CONFLICT_ 디즈니

그간 MLS를 시청하기 좋은 채널은 단언컨대 ESPN이었다. ESPN[1]은 디즈니 산하의 스포츠 전문 케이블 채널이다. 24시간 내내 스포츠 게임이나 뉴스만 방송한다. ESPN 뿐만 아니라 폭스 스포츠(Fox Sports)나 ABC 등 디즈니 산하의 채널들이 MLS의 중계권을 갖고 있었다. 애플에게 넘어갔다. 콘텐츠 IP에 투자를 많이 하고 싶지 않은 애플의 입장에서, 스포츠 콘텐츠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기존 디즈니 산하 채널들이 움켜쥐고 있던 미식 축구(NFL), 프로 야구(MLB), 프로 농구(NBA) 등 다른 스포츠 중계권도 넘볼 수 있다.
RECIPE_ 스포츠
 
  • OTT들이 스포츠 시장으로 진출하고 있다. 애플TV+는 올해 4월 MLB의 주간 더블 헤더[2] 경기 프로그램 ‘Friday Night Baseball’ 독점 방영권을 확보했다. 아마존 프라임은 지난해 9월 NFL과 2023~2024년 시즌당 15경기를 방영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파라마운트+는 스페인 프로 축구 리그를, NBC의 스트리밍 플랫폼 피콕(Peacock)은 영국 프로축구 리그를 각각 방영 중이다.
  • 국내도 마찬가지다.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 2020 도쿄 올림픽은 각각 티빙과 웨이브에서 생중계됐다.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또한 쿠팡플레이에서 시청 가능하다. 독보적인 콘텐츠 IP를 발굴하기도 사들이기도 어려운 시대, 스포츠 생중계는 OTT가 선점하고 싶은 시장이다.
  • 역으로 스포츠 단체가 자체 스트리밍 플랫폼을 론칭하기도 한다. 지난 4월 13일 국제축구연맹(FIFA)은 자체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FIFA+를 출시했다. 연간 4만여 건의 축구 경기를 실시간 중계하고 스포츠 뉴스 및 게임, 다큐멘터리 등 각종 2차 콘텐츠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RISK_ 지상파
 
  • 광고 수익 ;  스포츠 중계는 지상파 광고 수익의 큰 원천이었다. NBC유니버설은 88서울올림픽 때부터 미국 내 하계 올림픽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지상파 방송사다. 지난해 NBC의 도쿄 올림픽 중계에선 2주 간 120개가 넘는 브랜드가 광고주로 참여했고 1만 5000여 건의 광고를 집행했다. 매출액은 17억 6000만 달러, 한화 약 2조 2721억 원을 기록했다. 엄청난 광고 수익을 안겨 주던 스포츠 경기가 OTT 플랫폼으로 편입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 중계권료 ;  고공하는 중계권료도 방송사에게 부담이다. 스포츠 프로그램 중에서도 상품성이 높은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의 한국 중계권은 2013년 기준 연간 1330만 달러였다. 당시 중계권은 SBS EPSN의 소유였다. 유료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비에게 중계권이 넘어온 현재, 한 해 중계권 가격은 3000만 달러에 이른다. 10년 전과 비교해 두 배 이상 올랐다. CJ E&M과 같은 대형 기획사가 사들일 경우 상승세는 가팔라질 수 있다.
 시청자가 OTT로 이동하며 지상파 시청률이 낮아지고, 시청률이 낮아지며 광고 수익이 줄고, 광고 수익이 감소하는 만큼 스포츠 업계의 중계권을 사오기 어려워진다. 스트리밍 시대에 분투하는 지상파 방송에게, OTT의 스포츠 시장 진입은 골칫거리다.
STRATEGY_ J 리그
 
  • 일본의 J 리그는 전통적으로 지상파 스카이퍼펙트TV에서 중계됐다. 그러다 2015년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 DAZN과의 계약을 체결했다. 연간 중계권료 2222억 원, 10년이면 2조 원이 넘는 초대형 계약이었다.
  • 자연스레 각 구단에 주는 배분금은 기존 17억 5000만 원에서 33억 원으로 두 배 가량 증가했다. OTT와의 계약금으로 J 리그 팀은 스타 플레이어들을 영입할 수 있었고, DAZN는 구독자 수를 확보했다. OTT와 스포츠 팀의 윈윈이다.
  • K리그의 경우 연간 중계권 가격은 2015년 기준 60억 원선이었다. 최근 쿠팡플레이와의 독점 계약으로 두 배 가량 상승했다고 추정된다. 스포츠 업계가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이 중계 플랫폼과의 협력에 있다.

EFFECT
 
  • 편성 ;  편성의 개념이 깨지고 있다. 과거엔 어느 시간대에 어떤 프로그램을 편성할지가 지상파의 고민이었다. 높은 시청률을 보장하는 스포츠 프로그램의 경우 특히 심했다. 이젠 인기 있는 예능도, 드라마도, 축구 경기도 여러 채널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시청 가능하다. 편성을 하는 주체가 MBS, KBS, SBS가 아닌 시청자 자신으로 바뀌고 있다.
  • 대중화 ;  OTT는 대중에게 다양한 스포츠를 소개하는 창구가 된다. 이전엔 특정 스포츠 팬층이 원하는 경기의 시간표와 채널을 찾아 시청했다. 반면 OTT는 콘텐츠를 일목요연하게 전달한다. 보기 쉽게 장르를 분류해 놓고, 그날의 콘텐츠도 추천해 준다. 스포츠 중계가 OTT에서 제공된다면 내가 관심 없던 수퍼볼, 어떤 채널에서 하는지도 몰랐던 씨름 경기에 노출된다. 스포츠 업계 입장에선 더 많은 팬층을 유입할 수 있다.
  • 사유재 ;  스포츠는 공공재라는 인식이 있었다. 올림픽, 월드컵과 같은 세계적인 경기는 물론 국내 축구, 야구 경기는 누구나 TV를 켜면 무료로 볼 수 있었다. OTT가 스포츠 중계권을 독점 계약하는 시대에선 구독료를 지불한 사람만 경기를 볼 수 있다. 스포츠가 국민이 아닌 구독자를 위한 장르가 되며, 스포츠가 선사하던 특유의 국민적 공감대도 헐거워질 것이다.

INSIGHT_ 배경
 

사람들은 집중해서 TV 보는 것을 좋아했다. 콘텐츠 자체의 가치가 중요했다. 이젠 다르다. 양질의 콘텐츠가 쏟아지고 어떤 콘텐츠에 집중할지 갈팡질팡한다. 에피소드 1을 틀었다가 금새 질려 다른 영화를 틀거나, 영상을 틀어 둔 채로 멀티 태스킹을 하기도 한다. 말 그대로 ‘스트리밍’이다. 즉 영상 콘텐츠만이 주던 몰입감은 사그라들며, 콘텐츠를 배경으로서 소비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스트리밍 세대에겐 스트리밍보다 더 큰 자극이 필요하다. 현장감이다.
FORESIGHT_ 연대감
 
  • 기존 지상파 TV는 라이브 중심이었다. 녹방이든 생방이든, 본방을 놓치면 다시 보기까지 번거로웠다. 그러다 OTT의 등장으로 아카이빙과 스트리밍의 시대가 열렸다. 책장 속 책처럼 언제든 콘텐츠를 꺼내어 볼 수 있는 게 당연시됐다. 이제는 라이브와 아카이빙,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것이 OTT 경쟁력의 필요 조건이 되고 있다.
  • 대표적인 라이브성 콘텐츠는 두 가지다. 뉴스와 스포츠다. 전자는 OTT 시장에서 크게 매력적이지 못했다. ‘돈을 주고 뉴스를 시청한다’는 개념이 시대를 너무 앞서간 걸까. 뉴스 스트리밍 플랫폼 CNN+플러스는 출시 한 달 만에 문을 닫았다.
  • 스포츠는 다르다. 재미도 있고 팬층도 확고하지만 무엇보다 연대감을 선물해 준다. 스포츠 경기만의 현장감에서 우리는 누군가와 지금, 함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왓챠파티’ 등 함께 콘텐츠를 시청하는 랜선 커뮤니티도, 수천 명이 한정된 동시간대에 즐기는 진짜 라이브 콘텐츠는 따라올 수 없다. OTT 시장의 스포츠 콘텐츠마저 포화한다면, 직관 현장의 결속력을 구현하는 플랫폼이 해당 시장을 선점할 것이다.


[1]
‘Entertainment and Sports Programming Network’의 약자.
[2]
더블 헤더(Doubleheader)는 같은 날 같은 팀이 같은 구장에서 두 번 계속하여 경기하는 일을 의미한다. 주로 우천 시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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