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스마트혁명?

6월 21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스마트워치 시장이 날로 커지고 있다. 제2의 스마트 혁명은 스마트워치가 주도할까?

  • 1분기 글로벌 스마트워치 시장이 전년 동기 대비 13퍼센트 성장하며 출하량 3370만 대를 기록했다.
  • IT 기업은 물론 명품 업체들까지 스마트워치로 대표되는 웨어러블 기기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 스마트워치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품으며 제2의 스마트 혁명을 주도할까?

MONEY_ 990억 달러

날로 커지는 헬스케어 시장의 총아는 단연 스마트워치다. 시장 조사 업체 리서치앤마켓에 따르면, 세계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는 2021년 590억 달러를 기록했다. 2025년까지 99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시계 산업의 하나일 뿐인데 118조 4500억 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이 점쳐지는 것이다. 스마트워치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애플은 전년 동기 대비 출하량이 14퍼센트 늘어난 36퍼센트를 기록했다. 삼성전자, 화웨이, 샤오미가 순서대로 애플의 뒤를 따르고 있다.


KEYMAN_ 구글

애플에게 턱밑의 추격자들보다 무서운 미래의 적은 구글이다. 자체 운영체제(OS)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워치는 스마트워치용 OS로 구동되기 때문에 기기의 우수성만큼이나 소프트웨어가 중요하다. 애플이 스마트워치 시장에서 세 배 이상의 점유율로 삼성전자를 따돌릴 수 있던 이유도 자체 OS인 ‘watchOS’가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는 인텔과의 합작사 ‘타이젠’의 OS를 쓰고 있었지만 구글과 손을 잡고 ‘웨어 OS Powered by Samsung’을 출시해 갤럭시 워치4부터 탑재했다. 구글은 기기의 기술력이 필요하고 삼성전자는 우수한 OS가 필요한 상황에서 윈윈 전략이었다.
  • 그렇다고 둘이 경쟁을 멈춘 건 아니다. 지난 5월에 열린 ‘구글 I/O 2022’에서 구글의 첫 스마트워치인 ‘픽셀워치’가 공개됐다. 적외선, 온도, 심전도 등 헬스케어를 위한 각종 센서가 부착되어 있다. ‘웨어 OS’와 함께 시스템온칩(SOC)[1]이 탑재될 것으로 알려졌다.
  • 애초 시스템온칩은 구글이 자체 개발한 ‘텐서 칩’으로 알려졌지만 삼성이 4년 전 자체 개발한 ‘엑시노스9110’가 탑재될 것이 현재로선 유력하다. 늘 하드웨어에서 애플을 따라잡지 못했지만 구글은 애플을 향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다.

STRATEGY_ 고급화 전략

스마트워치 제조사는 명품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고급화 전략을 취했다. 애플과 삼성전자는 각각 에르메스, 톰브라운을 선택했다. 명품 에디션은 일반 제품보다 고가임에도 큰 인기를 끌며 성공적인 비즈니스가 되는 듯 했다. 다만 명품 브랜드들도 가만있지 않았다.
 

  • 루이비통은 구글, 퀄컴과의 제휴를 통해 스마트워치 ‘땅부르 호라이즌 라이트업’을 선보였다. ‘송민호 시계’로 유명한 이 제품은 취향에 따라 옵션 추가가 가능하다. 기본 옵션은 약 390만 원이다.
  • 스마트워치는 아니지만 구찌는 핀란드 헬스케어 IT 기업과 ‘오우라(OURA)링’이라는 반지를 출시했다. 엄연히 웨어러블 디바이스다. 자사 반지 제품과 비슷한 디자인으로 18K 금 테두리와 구찌 로고가 특징이다.

RISK_ 전통적 사치재

스마트워치 시장의 파이는 커지고 있지만 애플만 유의미한 점유율 상승을 보이고 있다. 2위를 차지한 삼성전자를 포함해, 이무(imoo), 가민(GARMIN) 등은 전년 대비 점유율이 유지되거나 소폭 감소했다. 이유는 뭘까? 코로나19 대유행 완화로 인한 보복소비 열풍이 다름아닌 ‘올드스쿨’로 향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으로 얼마든지 시간을 볼 수 있음에도 사람들은 고급 시계를 찼다. 보복소비가 전통적 사치재로서의 시계로 향하며 스마트워치의 고급화 전략은 다소 무색해졌다.
 

  • 스위스 시계산업; 복잡한 IT 기술이 접목되기 이전에도 시계는 인간 기계공학의 결정체라 불렸던 사치재다. 전통 시계 시장은 스위스가 꽉 잡고 있다. 스마트워치의 등장에 긴장했던 스위스 시계 산업은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스위스 시계산업연맹에 의하면, 지난해 스위스산업 매출은 212억 스위스프랑으로 전년보다 31.6퍼센트 증가했다.

DEFINITION_ 실용재

스마트워치는 사치재가 아닌 실용재다. 고급화 전략이 통하지 않은 이유가 여기 있다. 혁신적인 기능으로 그 쓰임새를 증명해야 한다. 스마트워치의 수요 증가는 판데믹과 함께했다. 헬스케어 기능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을 기점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은 진료 중심에서 예방 중심으로 옮겨갔다. 사후적 대처가 아닌 사전적 대비의 필요성을 느낀 것이다. 이에 더해 의료 체계의 한계가 드러나며 의료의 비대면화는 현실로 다가왔다. 사람들은 이제 병원 밖 일상 속에서 자신의 상태를 진단하길 원한다. 스마트워치의 혈압·심전도·혈중 산소 포화도 측정 기능은 이러한 니즈를 충족했다. 언제 어디서든 간단한 진단을 가능케 했다. 스마트워치는 사치재가 아닌 실용재로서 소비자의 일상에 들어갔다.


RECIPE_ 보편성

사치재와 실용재의 간극은 크다. 사치재는 아무나 쓸 수 없고 실용재는 누구나 즐겨 쓴다. 즉, 실용재는 이용자 수에서 사치재를 압도한다. 스마트워치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데 있어 기능적 측면을 부각할 수 있는 최적의 요소는 보편성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정밀 신경과 회사 Rune Labs는 파킨슨병 연구에 애플워치를 이용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아 애플워치로 환자의 상태를 측정하고 데이터를 수집한다. 파킨슨병의 증상을 추적할 수 있는 여러 의료용 기기가 있음에도 애플워치가 선택된 이유도 바로 보편성이다. 많은 환자가 애플워치에 익숙하기 때문이다. 스마트워치에 고급화 전략보다 보급화 전략이 유효한 이유다.


REFERENCE_ ‘스마트네이션’

스마트워치 헬스케어 기능을 가장 반가워할 사람들은 역설적으로 IT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노년층이다. 실제로 많은 웨어러블 기기와 니어러블 기술이 노인 세대를 타깃하고 있다. 세대 소외 없이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해, 스마트워치는 공공재 자리를 노리고 있다. ‘누구나 쓰는 것’을 넘어 ‘누구나 써야 하는 것’으로 향하고 있다.
 

  • 싱가포르 정부는 전국민을 대상으로 ‘스마트 네이션’ 사업을 운영한다. 애플워치 전용 앱 ‘루미헬스’는 싱가포르 국민 개개인의 건강관리 매니저다. 보건당국은 루미헬스를 통해 건강검진, 예방접종 일정 등을 알린다. 헝 스위 킷 싱가포르 부총리 겸 재무장관은 애플과의 파트너십을 두고, “인류 모두의 건강을 개선하는 데에도 귀중한 통찰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 우리나라에서는 오세훈 시장이 전국민 스마트워치 보급을 공약한 바 있다. 예산 및 인력·인프라 확보에 문제가 없다면, 내년부터 ‘손목닥터 9988 시범사업’을 거쳐 2026년까지 전 시민에게 확대될 예정이다.

CONFLICT_ 정보와 신뢰

미국의 경제학자 밀턴 프리드먼은 경제학을 설명하며 “공짜 점심은 없다”고 표현한 바 있다. 이 격언은 머신러닝 분야에서 ‘No free lunch theorem’으로 새롭게 인용되기도 한다. 머신러닝에서의 비유와는 다르지만 기술과 함께 살아가는 현대인이 자주 상기해야 할 말이다. 스마트워치가 제공하는 편의는 무료로 제공되는 게 아니다. 빅데이터는 우리의 정보 제공을 기반으로 한다. 스마트워치에도 같은 우려가 제기된다. 하나는 정보, 하나는 신뢰에 대한 우려다.
 

  • 스파이 워치; 스마트워치는 손목에 붙어 이용자와 일상을 함께 한다. 이는 이용자의 생체 정보가 일상적으로 저장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스마트워치를 사용하는 동안 측정되는 심박수, 동작, 운동량, 수면패턴 등 다양한 생체정보는 데이터화된다. 물론 이는 IT 기업에게로 간다. 생체정보는 개인정보와 달리 영구적이다. 유출되거나 복제되어도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스파이 워치’라는 별명은 이에 대한 우려를 나타낸다.
  • 의료기기; 스마트워치의 의료기기화를 두고 의료계 역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스마트워치를 이용해 혈압을 측정하는 앱을 의료기기로 등록했다. 세계 최초였다. 이후 식약처의 승인으로, 애플워치를 이용해 심전도를 측정하는 앱도 의료기기가 됐다. 의료계는 스마트워치가 측정한 의료정보의 신빙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부정확한 의료정보로 인해 치료시기를 놓치면 오히려 의료비용이 상승하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거다.

INSIGHT_ 측정의 기술

시계의 탄생은 시간의 탄생이었다. 기계식 시계가 등장하고나서 인간은 관념 속에만 존재하던 시간을 ‘측정’할 수 있게 되었다. 문명비평가 루이스 멈포드는 근대 산업사회의 핵심은 증기기관이 아닌 시계라고 썼다. 시계는 시간만을 말하지 않는다. 그 안에 담고 있는 모든 기술을 말한다. 우리는 더이상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시계를 보지 않는다. 스마트폰으로부터 스마트혁명이 시작했을 시기, 시계는 스마트폰에 편입될 거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시계는 스마트워치가 되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으며 자신만의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FORESIGHT_ 제2의 스마트혁명

우리는 또 다른 가능성을 마주하고 있다.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금의 스마트워치 시장 성장을 두고, 초기 스마트폰 시장 형성기와 비슷하다는 분석을 내렸다. 제2의 스마트혁명 가능성이 스마트워치에서 피어오른 것은 의미심장하다. 시계는 보이지 않는 것을 측정할 수 있게 했다. 이는 발전의 시작이 됐다. 스마트워치는 우리 안을 볼 수 있게 한다. 내 안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측정할 수 있게 한다. 스마트워치와 헬스케어의 만남은 제2차 스마트혁명이라는 또 다른 가능성을 말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측정의 의미에 대해 알고 싶다면 〈우리 삶을 측정하다〉을 추천합니다.
우리 삶에서 수치가 가지는 영향력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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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스템온칩은 그래픽, 오디오, 비디오, 모뎀 등 각종 멀티미디어용 부품과 마이크로프로세서와 D램 등 반도체가 하나로 통합된 반도체를 뜻한다. 이름 그대로 전체 시스템이 하나의 칩으로 통합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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