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신저는 거들 뿐

6월 22일 - FORECAST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텔레그램이 유료 서비스를 출시한다. 메신저 앱은 광고와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 텔레그램이 유료 서비스 텔레그램 프리미엄(Telegram Premium)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 다수 메신저가 협업 툴, 쇼핑, 커뮤니티 등으로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 메신저는 광고 시장과의 싸움이다. 텔레그램의 유료화 전략이 실패한다면, 광고는 메신저 내 더 많은 공간을 차지할 것이다.

DEFINITION_ 텔레그램
 
  • 텔레그램은 2013년 8월 출범한 암호화 메신저 앱이다.
  • 2021년 7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는 5억 5000만 명이었다. 2022년 6월 7억 명을 돌파했다. 1년 만에 사용자 수가 1.5억 명이 증가한 것이다.
  • 2022년 1월, 월간 활성 이용자 수 기준 세계에서 많이 사용하는 SNS 13위를 기록했다.[1]

RECIPE_ 탈중앙
 
텔레그램의 성장 동력은 중앙 통제를 벗어난 보안 체계였다.
  • 서버 측에서 대화 내용을 해독할 수 없다. 추후 법 집행 기관이나 통신사에서 검열하기도 어렵다.
  • 대화 내용이 텔레그램 클라우드에 보관되지 않는다. 기기에서 삭제되는 즉시 영구적으로 삭제된다.
  • 대화 참여자 한쪽이 메시지를 삭제할 경우 다른 참여자의 기기에서도 삭제된다.
  • 자동 삭제(Self Destruct) 기능이 있다. 수신자가 메시지를 확인 후, 특정 시간이 지나면 해당 메시지는 삭제된다. 1주일, 1시간, 1분 설정은 물론 1초에서 30초까지 초 단위 설정도 가능하다.

KEYPLAYER_ 파벨 두로프

“러시아 당국의 감시를 피하는 커뮤니케이션 앱을 만들고 싶었다.” 텔레그램은 러시아 출신의 개발자 파벨 두로프(Pavel Durov)의 손에서 태어났다. 두로프는 2006년 출시한 SNS 브콘탁테(VKontakte)로 짧은 성공을 누린 후, 러시아 정부의 탄압으로 망명한 뒤 텔레그램을 출시했다. 2013년 텔레그램 출시 당시 광고나 유료 서비스 도입은 없을 거라고 확신했다. 브콘탁테로 벌어들인 자금이 충분했을 때다. 그러나 텔레그램 서비스 지속을 위해선 새로운 수익 모델이 필요하다고 근 몇 년간 호소해 왔다. 2021년, 처음으로 광고를 도입했다.
BACKGROUND_ TON
 
텔레그램이 수익 모델을 고민하게 된 배경엔 자체 블록체인 플랫폼 ‘TON’의 개발 중단이 있다. 텔레그램은 2018년 초 TON 개발을 위해 17억 달러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는 TON에서 사용될 암호 화폐인 그램(gram) 토큰을 받을 권리를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그러나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측에서 “허가 없이 증권을 발행했다”며 그램 토큰 공개를 막는 소송을 제기했고, 해당 프로젝트는 중단됐다. 
MONEY_ 5달러
 
이번에 소개한 유료 모델(Telegram Premium)의 가격은 월 5달러 선이다. 일반 메신저의 경우 현재처럼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프리미엄 서비스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 2GB → 4GB ; 파일당 4GB까지 업로드할 수 있다. 단순히 파일 공유의 목적을 넘어, 개인용 아카이빙에 요긴하다.
  • 채널 500개 → 1000개 ; 기존 500개에서 1000개의 채널까지 구독이 가능해진다.
  • 계정 3개 → 4개 ; 한 사람의 사용자가 최대 네 개의 계정으로 로그인할 수 있다.
  • 광고 제거 ; 스폰서드(Sponsored) 문구와 함께 뜨던 광고성 메시지가 노출되지 않는다.

REFERENCE_ 디스코드
 
  • 게이머들에게 사랑받는 메신저 플랫폼이다. 2015년 출범 당시 음성 통화 및 채팅이 주기능이었으나, 화상 통화 기능으로도 확장하며 스카이프(Skype)의 시장을 파고들었다. 높은 음질과 끊김 없는 대화망을 자랑하며 게임뿐 아니라 다양한 분야로 확산됐다.
  • 2018년 유료 구독 모델 ‘니트로(Nitro)’를 출시했다. 월 요금은 9.99달러다. 개인 프로필을 꾸미고, 다양한 이모티콘을 사용하고, 영상 해상도를 1080p까지 올릴 수 있다. 채팅 글자 수도 200자에서 400자 제한으로, 참여할 수 있는 서버도 100개에서 200개로 늘어난다. 월 4.99달러의 라이트 버전인 ‘니트로 클래식(Nitro Classic)’도 준비돼 있다.
  • 디스코드는 광고를 받지 않는다. 광고 알고리즘에 대한 사용자의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제이슨 시트론(Jason Citron) 대표의 철학이다. 대신 ‘스테이지 채널(Stage Channels)’을 도입했다. 진행자와 청취자가 나뉘어 있으며, 팟캐스트와 같이 음성을 활용한 콘텐츠 이벤트가 진행되는 채널이다. 클럽하우스와 비슷하다. 디스코드는 유료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해 니트로 요금제의 혜택을 점차 늘리고 싶고, 스테이지 채널의 입장권이 그중 하나다. 유저의 성원으로 자생하는 디스코드는 텔레그램이 꿈꾸는 생태계와 맞닿아 있다.

변화를 꾀하는 메신저는 텔레그램만이 아니다. 왓츠앱은 워크 스페이스로, 스냅챗은 커머스 시장으로, 카카오톡은 커뮤니티로 생태계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STRATEGY 1_ 협업 툴 ; 왓츠앱(WhatsApp)
 
  • 메타가 운영하는 메신저 왓츠앱은 2018년 1월 왓츠앱 비즈니스(WhatsApp Business)를 론칭했다. 중소 기업을 겨냥한 기업용 메신저다. 메신저를 통해 간단한 고객 문의에 응답하고, 제품 목록을 노출시킬 수 있다. 인스타그램 ‘비즈니스’ 계정과 유사한 것으로, 개인용 계정에 비해 괄목할 차이는 없었다.
  • 그런데 지난 5월 클라우드 베이스 API 서비스를 도입한다고 밝혔다. API는 외부에서도 소프트웨어를 간편하게 쓸 수 있도록, 사용법과 규격을 제공하는 인터페이스다. 왓츠앱 내부 앱뿐 아니라, 외부의 다른 앱과도 연동이 유연해지는 것이다. 업무 목적의 유료 버전도 출시 예정이다. 한 개의 계정에 열 개의 디바이스로 접속 가능하며, 고객이 기억하기 쉬운 짧은 URL도 생성할 수 있다. 개인 간의 채팅 기반이던 왓츠앱은 B2C, B2B 시장을 주목한다.

STRATEGY 2_ 쇼핑 ; 스냅챗(Snapchat)
 
  • 스냅챗이 인스타그램의 등장으로 몰락 이후 눈을 돌린 곳은 쇼핑 커뮤니티다. AR 필터를 활용한 이커머스 시장을 공략한다. 스냅챗 앱에선 수백만 개의 AR 렌즈를 통해 화장품, 안경, 신발 등의 제품을 사용 및 착용하고, 자신의 사진을 찍어 친구에게 채팅으로 전송할 수 있다. 스냅챗의 세계 AR 광고 시장 점유율은 약 70퍼센트다.
  • 스냅챗은 자사의 고객을 ‘스냅챗 세대(Snapchat Generation)’로 명명한다. 상품의 경험과 공유를 중시하는 Z세대가 사용하는 메신저라는 점에서, 쇼핑과 채팅의 경계를 허무는 플랫폼임을 강조한다.

STRATEGY 3_ 커뮤니티 ; 카카오톡
 
  • 지난 6월 7일 카카오 남궁훈 대표는 내년 상반기 ‘오픈 링크’를 출시할 계획이라 밝혔다. 카카오톡 오픈 채팅을 기반으로, 공통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이 모여 소통하는 공간을 구축하려는 것이다. 남 대표는 방장이 정보를 제공하고 여기서 수익을 창출하는 구독 모델 또한 구상 중이라 밝혔다.
  • 기존 카카오톡은 지인 기반의 소규모 소통에 한정됐다. 이젠 불특정 다수가 모일 수 있는 커뮤니티로의 확장을 꾀한다. 다만 어떤 서비스일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단계다. ‘텍스트 기반의 메타버스’라는 표현이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에, 남 대표 또한 명료한 답변을 내놓지 못했다. 기존 오픈 카톡방의 양성화 버전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온다.

INSIGHT
 
  • 대체 불가능
한 서비스가 유료 모델을 도입할 때 많은 사용자들이 반감을 드러낸다. 이번 텔레그램의 유료 모델은 그 정도가 덜하다. 대안이 없다는 점이 가장 크다. 현재 텔레그램의 보안 체계를 따라가는 메신저 앱은 시그널(Signal) 정도다. 그러나 시그널은 텔레그램에 비해 이용자 수도 현저히 적을 뿐더러 핵심적인 메신저 기능 외에는 즐길 것이 없는 단순한 앱이다. 사용성 면에서 텔레그램과 견주기 어렵다. 결국 텔레그램은 누군가에겐 돈을 지불하고라도 이용하고 싶은 대체 불가능한 서비스다.
  • 부분 유료
그런데 텔레그램은 부분 유료화 전략을 택했다. 기존 기능을 여전히 무료로 사용 가능하다. 이번에 밝힌 프리미엄 기능 중 유료 요금제로 전환을 결심할 만큼 획기적인 것은 없다. 아카이빙이 필요하다면 월 1.99달러를 지불하고 100GB짜리 구글 원(GoogleOne)을 사용하는 것이 편리하다. 다양한 채널로 소통하고 싶다면 디스코드도 충분하다. 차라리 왓츠앱을 모방한 현재의 UI, UX가 깔끔하게 재편된다면 모를까. 타 플랫폼에서 충분히 누릴 수 있는 부가 서비스를 강화하는 것이, 이용자를 유료 요금제로 유인할 요소가 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 광고
주목할 것은  ‘광고 제거’다. 유튜브는 2021년부터 모든 영상에 광고를 삽입하고, 더 긴 광고를 더 자주 노출시키기 시작했다. 결과는 유튜브 프리미엄의 성공이었다.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 수는 지난해 9월 5000만 명을 돌파했다. 텔레그램도 마찬가지다. 서비스 품질의 향상으로 유료 모델의 매력을 소구하는 데 실패한다면, 남는 전략은 무료 모델의 광고 확대다.
FORESIGHT_ 문자
 
이용자 수는 확보했으나 수익 모델이 없다는 것은 메신저 앱들을 향한 오랜 비판이었다. 그래서 20년 전 네이트온은 광고를 택했다. 10년 전 카카오톡은 부가 서비스를 도입했다. 오늘날에도 메신저 앱은 기업으로, 커머스 시장으로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메신저는 주인공이었던 적이 없다.
그렇기에 텔레그램의 시도가 특이하다. 개인간의 대화가 돈을 지불할 만큼 유의미한 가치임을 정면으로 주장하는 첫 번째 플랫폼이기 때문이다. 텔레그램의 전략이 성공해 유료 고객이 증가한다면, 요금을 지불하고 메시지 자체에 집중하는 것이 메신저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자리잡을 것이다. 과거의 문자와 유사하다.


판데믹 이후 메신저의 기능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줌에서 보낸 1년〉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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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1위는 페이스북, 2위는 유튜브, 3위는 왓츠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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